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44화 (144/244)

[골렘마스터]  # 파괴의 신, 디스트로이어[1]

파괴의 신, 디스트로이어.

꼬마 아이가 아투 일행을 안내한 곳은 고블린 숲의 촌락에서

도 조금 안쪽 중심부분에 자리잡은 작은 초가 건물이었다. 비

교적 주변 건물들과 비교해 견고히 지어진 느낌은 들었지만,

도시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건물 모양이었다. 확실히 시골

풍의 분위기가 흘렀다.

물론 조그마한 초가집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우드 골렘 가이

트리아가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다행히 가이트리아는 별

말 없이 바깥에서 기다리겠다고 했고, 이에 안심한 아투와 화

이엘, 그리고 바주크는 꼬마 아이를 따라 그 초가집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꼬마 아이와 놀라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 아투

의 입이 다물어지지 못했다. 무덤덤한 표정의 바주크와는 달

리 천상계 엔젤인 화이엘도 크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

었다. 그만큼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말들은 믿기 어

려울 정도로 대단했고, 또 신기하였다.

"저, 정말이니? 대현자 헤르테미스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단 말

이니?"

아투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아이를 다그쳤다. 감정을 절제하

지 못한 그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지만, 아이는 신기하게도 전

혀 놀라지 않고 부드럽게 답했다.

"그래요. 헤르테미스 할아버지는 벌써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

요."

"그, 그렇다면 정말 네가 그 대현자 헤르테미스님께서 만들어

놓은 키메라… 아니, 그 이상의 존재라 알려진 매직 도어라는

거야?"

매직 도어. 마력으로 만들어진 살아 움직이는 인형. 생물체

를 조합하여 그것의 생명력을 본 바탕으로 하는 키메라와는

달리, 마력 자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생명력으로 삼아, 신

과 동등하게 생명을 창조하여 만들어진 존재. 아투는 꼬마 아

이가 스스로를 매직 도어라고 밝힌 것이 의심스러웠던 것이

다. 하지만 꼬마 아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투. 이 아이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생명력이 느껴지긴 하지

만, 신의 힘이 아니야.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그런 창조물

이야."

화이엘은 꼬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손에 뭔가 이상한 게 만져졌고, 화이엘의 얼굴

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기 꼬마야. 여기 이마에 있는 보석 같은 건 뭐야?"

탁!

"이 손 치워요!"

꼬마는 자신의 이마에 박힌 보석을 만지작거리는 붉은 머리

소녀의 손을 매몰차게 쳐낸 뒤, 경계의 빛을 띄며 뒤로 물러섰

다. 동시에 꼬마 아이의 손에 강력한 마나가 집중되어, 아투

일행을 압박했다. 비록 외모는 꼬마였지만, 대현자… 400년을

살아온 전설의 인물이 만든 매직 도어답게 대단했다.

"호호호호호. 이봐. 헤르테미스.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비록

육신은 멸했다해도, 궁극의 마법으로 이미 영혼을 지상계에

꽁꽁 묶어두었네?"

아투는 화이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상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바주크는 원래부터 대화에 관심이 없는 듯 딴청만 부

렸다. 하지만 아이는 아니었다. 거의 경악의 빛을 띈 아이는

정말 두렵다는 듯 몸서리를 치더니, 살기 어린 눈으로 화이엘

을 노려보았다. 화이엘이 아이의 눈빛을 보고, 일부러 겁을 먹

었다는 동작을 취하자, 죽일 듯 노려보던 아이의 얼굴이 묘하

게 바뀌었다.

샤아아앙!

갑자기 꼬마 이마에 박혔던 붉은 보석에서 빛이 뿜어졌다. 보

석에선 무언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반투명한 안개와도 비슷

한 그 무언가가 허공으로 피어올라 꼬마의 이마 위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 이상한 안개를 내보낸 매직 도어의 눈빛은 생명

을 잃은 것처럼 초점이 없이 흐려졌다.

『내 모든 것을 간파한 소녀여. 당신은 누구인가?』

반투명한 안개가 꿈틀거리며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동시에 안개는 일정한 형상을 갖춰가며, 이내 새하얀 수염

을 발목까지 기른 온화한 인상의 노인으로 변했다. 아투는 크

게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화이엘은 역시나 하는 눈빛으로 답

했다.

"호호호. 글쎄…. 대현자라면 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

이야."

『과연…. 지상계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 천상계 가장

큰 고통을 짊어진 존재로군. 천상계 엔젤이여.』

"저, 저기. 화이엘의 말대로라면 정말 당신이… 대현자 헤르

테미스님이십니까?"

아투는 둘의 대화 사이로 끼어 들며, 안개로 이루어진 노인

의 얼굴로 시선을 맞추었다.

『그렇다네. 이미 육신을 멸했지만, 미련이 많이 남아있어 망

자의 의무를 포기하고, 지상계에 남았지. 불쌍한 고블린들을

이대로 두고 떠날 수야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난 이렇게 내 모

든 마력을 담은 매직 도어를 만든 것이라네. 하지만 매직 도어

의 자의식은 따로 존재하고, 난 그저 매직 도어의 육신 한 구

석에 자리잡은 이 붉은 보석. 그 안에 영혼을 봉인했지. 물론

힘든 결정이었지만, 이미 몇 년이나 흐른 지금은 참으로 마음

이 편하네. 육체가 멸했지만, 아직 고블린들을 도울 수 있다

는 것이 행복하이.』

"그러셨군요. 돌아가셨을 줄은 몰랐지만, 다행히 이렇게 아직

도 지상계에 존재하시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래. 내 얘기는 그만하기로 하고, 자네들은 왜 이런 험한

곳에 있는 날 찾아왔는가?』

온화한 그의 눈빛이 진심을 간파하려는 듯, 아투 일행의 눈

빛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투는 잠시 멍해져 그와 눈을 맞추다

가 마법에 걸려버렸다는 생각에, 고개를 휘저으며 정신을 차

렸다.

"저희는 대현자님께 물어볼 말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아

주 중요한 일입니다."

『중요한 일이니, 이곳 마물만이 축복 받은 대지로 찾아왔겠

지. 그래, 목숨까지 걸면서 날 찾아와 물어볼 말이 뭔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성의껏 답해주겠네.』

"메션 왕국 수도 근처에서 발견된, 도저히 발굴할 수 없는 지

형을 가진 유적을 알고 계십니까?"

아투는 차근차근 한 가지씩 질문하기 시작했다. 화이엘은 그

를 믿으며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키메라, 바주크는 아직도 관

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도 근처에서 발견된 도저히 발굴할 수 없는 지형의 유적이

라…. 헤르테미스는 머릿속에 묻힌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

다.

『그래. 기억이 났네. 분명 그 유적이 메션 왕국 수도 근처에

서 발견되어져야 정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발견은

됐나보군.』

"네, 발견은 됐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발굴할 수 있는 지형은

아니어서, 국가적으로 보호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적 안에 있던 고대 마도 제국의 서적을 마족에게 도난 당

했습니다. 그래서 헤르테미스님은 고대 마도 제국의 서적을

모두 기억하고 계신다하니, 저희가 마족에게 빼앗긴 그 책의

내용을 조금 들어볼 순 없을까 하고 찾아온 것입니다. 아주 중

요한 일이라서 이렇게 간청합니다."

아투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했다. 하지만 모든 말

을 듣고 상황을 파악한 헤르테미스의 얼굴은 묘하게 일그러졌

다. 곧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소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이상하군. 그 유적은 고대 마도 제국의 유적이 맞지

만, 고대 마도 제국 시절에 쓰여진 책을 보관하던 곳은 아니

네.』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고대 마도 제국의 모

든 마법 연구의 결정체로 신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쓰여진 책이

라고 알고 있는데요."

아투는 헤르테미스가 뭔가 착각을 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대현자인 그는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거려 방

대한 머릿속의 자료를 뒤적이더니, 이내 확실한 어조로 다시

확언했다.

『분명 그곳에서 보관했던 책은 고대 마도 제국 시절에 쓰여

진 것이 아니라네. 그보다 훨씬 더, 아주 옛날. 태고라 불리던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한 신의 전설을 그저 책에 담아놓

은 것들뿐이지.』

"그, 그럴 수가!"

대현자의 확언에 그제야 사실을 깨달은 아투는 화이엘을 돌

아보며 외쳤다. 화이엘 그녀도 뭔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있음

을 파악하고는 깊은 생각에 잠겨버렸다. 뭔가 일이 심상치 않

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기에, 아무 것도 모르는 바주

크의 얼굴조차 조금 일그러졌다.

갑작스럽게 바뀐 초가집 안의 무거운 분위기는 그렇게 몇 시

간 동안이나, 지속되어졌다. 아투는 대현자 헤르테미스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눴고, 또 천상계 엔젤인 화이엘의 얘기도 들어

보았다. 상당히 복잡하게 일이 꼬여버린 것 같았지만, 일단 확

실한 것은 있었다.

마족들이 훔쳐간 유적의 서적은 신이 되는 방법이 적힌 것이

아니라는 것.

---

일이 꼬여가눈군요. 훔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