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40화 (140/244)

[골렘마스터]  # 대현자 헤르테미스[2]

"네, 알았습니다."

아투는 다시 형식적인 말투로 바꾸어 그녀에게 답했다. 순간

그녀의 이마가, 강하게 느껴지는 아투와의 거리감으로 일그러

졌지만, 이내 금단의 지역에서 그가 했었던 약속 한 가지를 떠

올리며 야릇하게 웃었다.

"그럼 엄마. 크런티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아투는 손을 흔들어 주는 저택의 사람들을 뒤로 한 채, 그렇

게 일행과 함께 저택에서 멀어졌다. 그들의 발걸음은 국왕에

게서 들은 대현자의 거처. 메션 왕국의 남쪽에 자리한 고대 마

도 제국의 최대 유적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하급 마족들의 지상계 진출로 인해 엔젤 나이트들의 감시가

더욱 심해진 지금, 어둠의 마계의 지배자인 타크니스는 먼 앞

날의 승리를 기다리며 마족들의 활동을 억제시키고 있었다.

일단 마물 정도만 대량으로 풀어 지상계의 혼란을 가중시켰

을 뿐, 마족 자체의 등장은 최대한 줄였다. 이것은 다른 마계

의 마왕들에게도 전달되어,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에 대해선 테자이어와 티스페어

의 활약 또한 컸다.

"흐흠. 하지만… 다이티라는 인간이 신이 된다면 우리에게도

크나큰 손해가 아닌가?"

어둠의 공간. 지금 어둠의 마계에 모여든 타계의 마왕들은 별

로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타크니스를 바라보았다. 특

히 티스페어는 타크니스를 신임할 수 없다는 기색을 내비쳤

다.

"내가 그렇게 어리석을 것 같나?"

타크니스는 가벼운 조소를 띄며 의심이 많은 티스페어를 비

웃었다. 순간적으로 자존심이 상한 티스페어는 보라색의 신성

마력을 끌어올렸지만, 가까스로 감정을 가라앉혔다. 테자이어

는 그런 마왕들의 모습을 보며 괜한 미소를 띄운 뒤, 장난스럽

게 입을 열었다.

"타크니스.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우리에게도 좀

알려줘야 하잖아."

"신. 다이티가 원하는 신의 이상형이란 지상계 존재들에게 관

심을 가져주는 신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겠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면 뭐 지금부턴 또 바뀔 수도 있

다는 말이야?"

테자이어는 타크니스가 뭔가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음을

감지하고는 그녀답지 않게 사나운 눈빛을 발했다. 그녀 또한

한 마계의 마왕으로서 다른 마왕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티스페어도 타크니스를 쏘아보며 불쾌

한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였다.

"다이티. 그 자가 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그

는 이미 다이티가 아니었다."

타크니스는 계속 아리송한 말을 늘어놓으며 더욱 다른 마왕

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들 또한 뭔가 느끼는 바가 있

어 쉽게 말을 끊지는 못했다.

"다이티. 그는…… 신의 영혼이다."

"타, 타크니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신의 영

혼이라니. 신의 영혼은 신의 소멸 후, 천상계에서 머물게 된다

는 코스모스의 법칙이 있잖아! 그런데 왜 그런 신의 영혼이 지

상계 인간의 몸에 있다는 거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

야?"

테자이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의 몸 속에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신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오래된 예언에 의해 바로 지금 서서

히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한 거지."

"그렇다면 어떻게 신의 영혼이 지상계에 흘러 들어왔지? 신

의 영혼을 관리하는 것은 엔젤들이 아니던가? 물론 그녀들이

혹시 실수를 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신의 영혼을 지상계에 남

겨두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걸?"

"엔젤들. 심지어는 신들조차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존재라면

이해가 가겠나?"

순간 타크니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신들조차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 티스페어와 테자이어도 그런 존재에 대해서 잠

깐 생각에 잠겼지만, 도무지 어떤 존재를 말하는지 생각이 나

질 않았다. 아무리 위대한 신이라도 영혼 상태로 전락한다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전설. 우리 마왕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내려오는 신들

의 전설을 알고 있나?"

타크니스는 한 발짝 앞으로 걸어나와, 다른 마왕에게로 바짝

다가갔다. 그거 몸을 옮기자, 그 자리에 똑같이 스며있던 그림

자 기사, 섀도우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크니스를 항상

수행하는 자로서 지닌 권한이었다. 물론 그 점을 잘 알고 있

던 마왕들은 녀석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전설이 한 두 개인가?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알 수가 없지."

시원스럽게 말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티스페어가 짜증스럽

게 말했다.

"창조신들과는 별개로 코스모스의 대원리의 실수로 인해 탄

생했던 신… 그 신을 모르겠나?"

"서, 설마!"

순간 두 마왕의 입에서 똑같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동시에 그

들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단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신

은 벌써 소멸이 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한다. 영혼이라도

남아있을 리가 없다. 두 마왕은 다시 동시에 이렇게 말했다.

"그 신은 오래 전 아예 소멸되어버렸는데, 어떻게 그 영혼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거지?"

"소멸은 소멸이지. 하지만 그 신의 의식과 영혼은 아직도 존

재한다. 소멸 당하기 직전, 최후의 힘을 짜내 이루어낸 결과이

지."

"자, 잠깐. 넌 어떻게 우리가 탄생하기도 전의 일을 그렇게 상

세히 알고 있는 거지?"

티스페어가 순간적으로 놓치고 있던 점을 들어 캐물었다. 질

문을 받은 타크니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태연히 답했다.

"어둠의 신. 나의 주군이신 다크니스님에게서 들었다. 어쨌

든 너희들이 믿건 믿지 않건 간에, 다이티의 몸 속에는 오래

전부터 지상계에서 흘러 다니던 그 신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호호호. 이제야 알겠어. 신의 영혼이 잠든 육체를 가진 자라

면, 그런 무모한 짓을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 당연히 그

영혼의 자의식이……."

"하지만 다크니스. 그 신이 부활하도록 도우려 하는 것 같은

데, 그 신이 부활하면 지상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우리 마

계와 천상계도 덩달아 위험해진다. 네 녀석이 바라는 것이 설

마 모든 세상의 멸망은 아니겠지?"

티스페어는 강한 살기를 분출하며 타크니스를 쏘아보았다.

분명 지금 그가 말하는 신. 그 신이 부활한다면, 모든 생명을

비롯한 것들의 멸망. 그것을 제외하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테

자이어도 그런 끔찍한 결말을 생각하고는 몸서리치며 타크니

스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쯧쯧. 내가 미쳤다고 지상계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까지 멸

망시키겠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신의 부활이 아니다. 내

가 원하는 것은… 그 신의 부활 뒤에 있을……."

어둠의 공간이 마구 출렁였다. 세 명의 마왕들의 대화는 점

점 더 심각해져갔고, 얘기를 듣고 있던 두 명의 마왕. 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타크니스의 설명대로라면 이제 모든 것은

마족에게로 넘어오게 된다. 신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마족이

지상계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완벽한 계획에 감탄하

며, 이제 앞으로 마족들이 할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날씨가 구질구질했다. 먹구름이 모여들어 잔뜩 찌

푸린 검은 하늘은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으르렁거렸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로선 뜨거운 햇살보다야 나은 날씨였지

만, 비가 오면 곤란했다. 아무래도 상당히 많은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남쪽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던 아투 일행은, 일

단 비가 내리기 전에 비를 피할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맴돌았

다.

"큰일이네. 빨리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아투는 얼굴을 찌푸리며 탁 트인 초원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작은 풀만 무성한 이런 녹색의 초원에서 비를 피할 정도로 커

다란 나무나 장애물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조금 더 걷는다해

도 특별히 뭐가 나타날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비를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다. 키메라는 원래 기후에

도 강하게 만들어지니까."

바주크는 무미건조한 말을 중얼거리며 얼굴에 뒤집어쓴 후드

를 매만졌다. 자신의 흉측한 얼굴이 들어 나는 걸 유독 싫어하

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이 생겨버린 버릇이었다. 망토까지 품

이 넓고 길다란 것을 택해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천 덩

어리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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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힘들군요. 빨리 올리고 자야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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