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또 다른 시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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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을 찾으라면 사람들은 과연
어느 곳을 지목하게 될까? 아마도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을 그
대로 드러내주는 화장실. 그것의 크기나 디자인, 청결 정도를
따지며 귀족적이다, 귀족적이 아니다하는 것들을 주장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메션 왕국의 수도인 디트리아의 왕성 아크로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위치한 아트란 판드리엘 백작의
저택. 백작이라는 권한과 비교할 때 그리 크지 않은 저택을 소
유한 아트란이 가지고 있는 화장실 겸 욕실은 어떠할까.
일단 크기는 굉장히 넓었다. 웬만한 방 정도의 크기와 맞먹
을 정도로 탁 트여 있어, 일단은 욕실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마
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 듯 했다.
커다란 욕실 전체는 귀족풍으로 세공되어진 타일들이 벽을
이루었다. 바닥과 천장을 비롯한 벽 전체가, 일정 크기로 나눠
진 타일들이 연결되어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한쪽 벽으론 두
사람은 넉넉히 들어갈 듯 보이는 커다란 욕조가 놓여져 있었
다. 그리고 오른편 벽에는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는 드워프들
의 작품이 설치되어 약간은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욕
조 위쪽 벽으로 달린 작은 수납 공간에는 갖가지 고급의 타월
과 비누 등까지 들어있었다.
지금은 욕조 안에 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목욕
을 위한 물은 아닌 듯, 따뜻하게 데워지지 않아 김이 피어오르
지 않았다. 요즘 날씨가 따뜻하다고 한다지만, 이런 냉수에 몸
을 담그기란 쉽지 않은데 말이다.
"흐음…."
놀랍게 그 냉수에 몸을 담근 채, 욕조 안에서 밖으로 목만 내
민 아트란은 살갗을 파고드는 냉기를 이기려 이를 악 물었다.
그동안의 저주 때문에 체력도 거의 한계에 다다라, 버티기가
더욱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에 말에 따르면 이렇
게 물에 몸을 담그고 있기만 해도 저주가 사라진다고 했다. 물
론 믿어지진 않았지만,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
한 아트란은 지금 아들의 말처럼 욕조에 바닷물을 가득 실어
다 퍼담고는 몸을 담그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군요. 안 그래도 호
리호리하던 몸매가, 저주 때문에 고생한 몇 달 동안 더 마른
것 같아요."
아트란이 들어간 욕조 옆에서, 알몸 위를 가볍게 수건만으로
몸을 감싼 아내 라일라가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트란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맞추며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대꾸했다.
"뭐 나야 항상 많이 먹어도 살도 안 찌는 체질이었으니, 그리
이상할 것도 없잖아."
"그래도… 예전보다 더 몸이 안 좋아 보여요."
"흐음. 그래도 다행히 더 악화되기 전에 그라디우스와 아투
가 해결책을 알아내서 다행인 것 같지 않아?"
아트란이 라일라에게 사용하는 말투에선 그저 형식적인 부
부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친근감이 담긴 것임
이 확연히 느껴졌다. 형식적인 것을 떠나서, 두 사람이 젊었
을 때 사랑의 감정으로 서로를 대하던 태도는 지금도 변함 없
이 유지됐다.
"바닷물이 과연 저주를 풀어주는 성수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요? 솔직히 아직도 믿어지질 않는데."
라일라는 바짝 마른 남편의 볼을 매만지면서, 다시 걱정스럽
게 말했다.
"흐음. 나도 물론 믿어지진 않아. 하지만… 지금 잠깐 동안 몸
을 담그고 있었는데, 왠지 몸에서부터 힘이 솟는 느낌이 나는
것 같아. 그저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믿어봐야지."
아트란은 제법 심각하게 말을 꺼내놓고선 덩달아 심각해진
아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참아
온 장난기가 일어 물 밖으로 손을 빼내, 젊은 시절의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당겼다.
"아아! 여, 여보! 갑자기 왜 이래요!?"
라일라는 갑작스런 남편의 행동에 당황하여 그만 소리를 질
렀다. 하지만 악의는 없다는 걸 깨닫고는 민망한 듯 입을 손으
로 막고 살짝 아트란을 흘겨보았다.
"여보! 지금 그런 몸으로 장난이 치고 싶어요?"
"하하하. 라일라. 그동안 침대에만 누워있으면서도 항상 장난
기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는데?"
"으구!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이지…."
"정말이지 뭐?"
아트란은 짓궂은 표정으로 아내의 허리에 감겼던 손을 푼
뒤, 슬쩍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수건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
려 했다.
탁!
하지만 라일라는 허락할 수 없다는 듯이 살짝 눈을 치켜올리
며 손바닥으로 남편의 손등을 쳐냈다.
"으으으으윽! 주, 죽을 것 같아. 으으으윽. 라, 라일라……."
상당히 몸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아 보였던 그가 신음소리를 내
지르며 힘겹게 아내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의
얼굴은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에 가득 차 있었고, 목소
리도 잔뜩 떨렸다. 라일라는 의심할 여지없이 크게 놀라 상태
가 악화된 남편에게 바짝 다가갔다.
"하하하하. 이거 젊었을 때랑 달라진 게 없군.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통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얼굴이 쫙
펴지며 능글맞은 미소를 띄었다. 동시에 다시 물에 잠겼던 그
의 두 손이 튀어나와 바짝 다가선 라일라의 늘씬한 몸을 부둥
켜안고는 커다란 2인용 욕조 안으로 끌어당겨 빠뜨렸다.
풍덩.
짠 바닷물에 빠져버린 라일라는 잠시 물 속에서 바둥거리다
가, 어느 정도 물맛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
미 온 몸이 물에 젖어버려 샤워라도 해야할 판이었다.
"여보! 너무 짓궂어요!"
라일라는 버럭 화를 내며 욕조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아트란이 그윽한 눈길을 보내며 손목을 잡자, 못 이긴 척 살며
시 욕조 안에 앉아 남편을 마주했다. 그녀의 알몸을 가리던 수
건은 이미 물에 빠질 때부터 풀어져, 지금은 두 사람 다 전라
의 모습이었다.
"하하하. 일단 이런 짠물에 몸을 담근 뒤에는 항상 몸을 깨끗
이 씻어내야 하잖아. 그런데 그런 걸 힘없는 나 혼자 하라는
말이야?"
아트란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살짝 욕조 물을 그
녀에게 끼얹었다. 잠깐 눈살을 찌푸린 그녀도 이내 양손으로
물을 끼얹으며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기분은 많이 풀어진 모
양이다.
"그렇다고 나까지 물에 빠뜨릴 이유는 없잖아요!"
"하하하하하. 별로 화난 표정은 아닌데?"
"흥!"
라일라가 고개를 획 돌려버리자, 멋쩍게 웃음을 지은 아트란
은 슬쩍 욕조에서 몸을 움직여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도
처음에는 싫은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
고는 그대로 서로 물에 몸을 담근 뒤, 서로가 진실로 사랑하
고 있음을 확인하며 오랜만에 부부다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
다.
그로부터 몇 일 뒤.
아트란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물
론 그 엄청난 역할을 했던 것은 서쪽 바다에서 운반해온 평범
한 바닷물이었다. 금단의 지역에서 보았던 성수의 정체. 그리
고 제우스의 모든 말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고, 동시에
성수에 대한 아투 일행의 환상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하지
만 모두들 아트란의 회복에 기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맑게 개인 하늘의 눈부신 햇살이었다.
새롭게 해가 밝아오는 아침. 오늘따라 유난히도 아트란의 저
택 안에 위치한 식당이 소란스러웠다. 커다란 식탁이 이 정도
인원으로 채워지는 것도 정말 드문 일이었는데, 참석한 존재
들의 정체까지 따지게 된다면 정말 엄청난 식사 자리라 할 수
있었다.
일단은 저택의 주인 자격으로 가장 위쪽 두 자리에 앉아 있
는 아트란 판드리엘 백작과 그의 부인인 라일라 백작부인. 그
들은 가장 높은 직책인 미스티 황제 폐하를 그곳에 앉게 하려
했지만, 당사자인 미스티가 극구 사양하며 하석을 고집하는
바람에 불편하게나마 주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바로 왼쪽에 앉아 있는 존재는 금빛 머리칼의 미
소년 모습을 하고 있는 드래곤 로드 그라디우스였다. 몇 달
전 먹었던 음식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그는 오늘은 과
연 어떤 음식이 입을 즐겁게 해줄 것인지 잔뜩 기대하는 눈치
로, 이미 포크와 나이프를 꽉 쥐고 있었다. 주방 쪽으로 연결
된 통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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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골렘마스터에서 처음으로 15세 미만 구독 불가 장면인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