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33화 (133/244)

[골렘마스터]  # 금단의 지역. 그리고 성수[4]

『정말이지 골렘이 이런 짓까지 해야하는 건가?』

벌써 백 스물 네 번째로 투덜거리는 소리를 내뱉은 골렘이었

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신물이 난 아투는 아예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으로 골렘에게서 관심을 거둔 뒤, 함께 등판에 타고

있는 괴인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금은 검은 후드와 망토를 모두 벗겨낸 뒤였다. 일단 몸 상

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전 괴인의 얼

굴과 몸을 확인한 아투 일행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

다. 바로 2베타 가까이 되는 거구의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 온

몸에 장미처럼 철갑 가시가 돋아난 반인반요의 존재였던 것이

다. 그나마 당황하지 않고 그 존재를 자세히 살피던 그라디우

스는 마법사가 만들어낸 키메라의 일종이라고 결론을 지었

고, 일단은 정신을 들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결정을 보

았다. 키메라라면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렸다

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투. 정말 무섭게 생겼네요. 그렇죠?"

미스티는 아투의 옆에 딱 붙어 팔짱을 낀 채, 바닥에 누워있

는 키메라를 불안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온 몸에 철갑 가

시가 돋은 존재. 옷 바깥으로 드러난 부위를 제외하고도 옷을

뚫고 나온 철갑 가시가 온 몸을 뒤덮고 있었다. 게다가 입 주

변에도 또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한 마스크가 쓰여져 있었

다. 아예 만들 때부터 디자인 된 것인 듯 금속이 반쯤 녹아 아

예 귀와 딱 붙어 떨어지지도 않았다.

"솔직히 편견을 가지고 다른 생명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지

만, 조금 무섭게 생기긴 했어. 어째 아까 저걸 가이트리아 위

로 옮길 때부터 손이 따끔따끔 하더니만, 이런 가시 덩어리 괴

물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아투도 미스티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지금 그의 손은 가이트리아의 뒤편을 향하고 있었다. 아무리

뗏목이 있다고 해도 노를 젓는 사람이 없다는 배가 나가질 않

으니, 노 젓는 사람들 대신하여 간단한 마법을 이용해 손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행히 파도도 없

고 바람도 전혀 없었기에, 아투의 간단한 풍속성 보조 마법으

로도 가이트리아의 몸체는 바다를 미끄러지듯 잘 헤쳐나갔다.

"과연 이 키메라가 어떻게 금단의 지역까지 들어오게 된 걸까

요?"

아투는 최대한의 마나를 운용하여 손으로 집중시키면서 고개

만 돌려 그라디우스에게 물었다.

"흠. 생각해본다면 두 가능성이 있지. 보기와는 다르게 문지

기 엔젤이 쉽게 통과시켜줄 만한 엄청난 존재일 수도 있고, 그

게 아니라면 바다를 통해 무슨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거나, 표

류를 하다가 파도에 쓸려왔거나."

"키메라라는 존재는 그걸 창조해낸 마법사의 말에 절대 복종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바다 쪽으

로 접근해오다가 무슨 문제가 생겨 이렇게 된 게 아닐까요? 마

법사의 명령에 따라서 말이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 녀석이 깨어난 뒤에 물어보면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 너무 성급한 마음을 먹지 않아도 돼."

그라디우스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무성의하게 대답하고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유리신전을 주시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

는 확실치 않았는데, 정말 신전 상단부에 3대 빛의 신의 문양

이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최소 금단의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

을 하는 곳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크으… 크으…."

"어, 아투. 이 키메라, 깨어나는 모양이에요."

미스티가 화들짝 놀라 아투의 등뒤로 몸을 숨기면서 나직이

속삭였다. 정말로 그녀의 말처럼 키메라의 몸이 움찔거리면

서 힘없이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크으…."

정신을 차린 키메라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아직 몸

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듯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지

만, 이상하게도 온 힘을 다하여 몸을 일으키고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정신이 듭니까?"

아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순간 키메라의 무서운 얼굴

이 아투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마치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경

멸의 눈빛. 마치 사생결단을 내야하는 존재를 바라보드는 듯

한 살기 어린 눈빛. 아투는 키메라의 시선을 보며 기분 나쁜

느낌을 받았다.

"크으으으으으으! 죽인다! 죽여버리겠다! 다 죽어라! 크아아

아아아!"

그때였다. 갑자기 매섭게 눈알을 굴리던 키메라 녀석이 발작

비슷한 행동을 보이면서 마구 손을 휘둘렀다. 바로 옆쪽에 서

있던 그라디우스가 깜짝 놀라 몸을 피했고, 이내 분노한 얼굴

로 녀석을 쏘아봤다. 미스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아투의

옷자락을 잡고 뒤로 몸을 숨겼고, 아투도 어지간히 당황한 모

양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의 주인님께서 명하셨다! 날 보는 존재들은 모두 죽이라

고! 크크크크크. 너희들도 죽인다!"

키메라는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면서 가이트리아의

등에 올려진 거대한 녀석의 대검을 손에 들었다. 잠깐 온몸에

돋아난 강철 가시와 검의 손잡이 부분이 마찰을 일으켰지만,

이내 마치 하나가 되는 모습으로 검과 손 부분이 일치됐다.

검 또한 범상치 않은 물건인 것이다.

"자, 잠깐! 우리가 당신을 구한 거라고! 생명의 은인에게 이래

도 되는 거야?"

아투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어울리지 않는 말을 주절거리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키메라는 그의 말을 한쪽 귀

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내고는 갑자기 넓은 가이트리아의

등판을 세게 딛고 덩치에 맞지 않는 스피드로 스스륵 밀려나

왔다. 녀석의 거대한 검은 정확히 아투의 몸을 두 동강 낼 듯

하늘로 번쩍 치켜올려져 있었다.

"으, 으와아아아앗!"

거대한 검이 다가옴을 보고 당황한 아투가 그대로 괴성을 질

러대며 뒤로 힘껏 몸을 날렸다. 비교적 몸놀림이 빠르다고 자

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공격은 피할 자신이 있는 그

였다. 하지만….

풍덩!

그가 생각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곳은 바다의 한복판이었다

는 것이다. 가이트리아의 등판 밖으로 몸을 날렸던 그는 곧 푸

른 바닷물 속에 풍덩 빠져서는 잠겨버렸다.

"아, 아투! 괜찮아요? 아투!"

물에 빠진 아투가 떠오르질 않았다. 다만 흰 공기방물만이 뽀

글뽀글 솟아올랐다.

"서, 설마 수영을 못하는 거예요? 아, 아투!"

순간 불길한 상상을 떨쳐버리지 못한 미스티가 옷 허리 부근

에 달린 끈으로 헐렁한 상의를 고정시키더니, 이내 멋진 포즈

로 다이빙을 했다. 대륙 깊숙한 곳에서 자라난 그녀였지만, 어

렸을 때부터 이런 저런 공주 수업을 많이 받아서 수영 실력도

뛰어났다. 곧 물 깊숙한 곳까지 잠수를 했던 그녀의 얼굴이 수

면위로 떠올랐고, 손에는 물을 반쯤 먹어버린 아투가 질린 표

정으로 잡혀 있었다.

"푸아아아아! 고, 고마워. 이럴 줄 알았으면 수영을 좀 배워두

는 거였는데. 내가 널 지켜야 하는 마당에 도움을 받았으니 이

거 조금 민망한걸?"

입안 가득 물을 물고 있던 아투는 간신히 미스티의 도움으로

가이트리아의 몸체를 잡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구하느라 힘을 뺀 미스티도 젖은 머릿결을 얼굴에서 떼어내

며 그의 한쪽 어깨를 잡고 숨을 돌렸다.

"살인 병기 4호, 바주크. 날 본 존재는 살아남지 못한다. 다 죽

어야 한다!"

타타타타탓!

키메라. 대검을 든 키메라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아투와 미

스티를 보고는 미친 듯이 달려와 검을 휘둘렀다. 손을 놓으면

바다로 또 빠지게 되는 것이고, 그대로 잡고 있으면 검에 의

해 목이 달아날 판이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정

말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찮은 키메라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사람을 죽인다고 하

는 것이냐!"

다행히 아찔한 순간에 그라디우스가 친히 나섰다.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사용하여 손에 마나를 집중시킨 그

는, 막 아투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던 키메라의 대검을 잡아버

렸다. 덩치에 맞게 엄청난 괴력이 실린 공격이었지만, 드래곤

로드인 그를 당해내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크으으으으. 저항하는 자는 더욱 잔인하게 죽이라는 주인님

의 철칙이 계셨다. 넌 고통스럽게 죽이겠다!"

키메라는 큰 발을 가이트리아 등판에 탄탄히 딛고는 힘을 주

어 금빛 청년의 손에 잡힌 대검을 빼내려 힘을 썼다. 하지만

그라디우스는 가볍게 코웃음만 치면서 한 손으로 녀석의 힘

을 버텼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무슨 장난을 치

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할 정도로 그들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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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키메라는 또 뭘까낭... -_-;; 무시무시한 놈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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