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30화 (130/244)

[골렘마스터]  # 금단의 지역. 그리고 성수[1]

금단의 지역. 그리고 성수.

다시 거친 모래바람이 일었다. 금단의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 그 계곡 앞으로도 엄청난 광풍이 일어 나약한 생

명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에메랄은 다시 높고 험난한 계

곡의 위쪽으로 올라가 아래쪽을 주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

다.

"금단의 지역으로 들어간 그들이 과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까?"

에메랄은 문뜩 자조적으로 미소지으면서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눈은 어느 정도의 갈등으

로 인해 조금씩 떨림이 느껴졌다.

"깨달음이라…. 사실 나처럼 죄를 짓고 지상계의 문지기나 하

고 있는 존재는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겠지."

왠지 그녀의 음성에서는 슬픔이 묻어났다. 방금 전까지 당당

한 태도로 아투 일행을 대했을 때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모

습이었다.

에메랄. 엔젤이기에 중립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에 빠져 신의 뜻을 어긴 자. 인간을 사랑

한 그녀는 한 때 엔젤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랑을 선택하

려 했으나, 신의 간섭으로 인해 남자와 결별한 후 지금은 신

의 벌을 받아 지상계의 금단의 지역을 지키는 문지기다가 된

엔젤이었다. 어떻게 보면 엔젤이라는 존재 중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느낀 희생물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그런 서글픈 존재

였다.

"브레이트……."

그녀가 사랑했던 유일한 존재. 에메랄은 미세하게 떨리는 목

소리로 문뜩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제는 수많은 세월이

지나 그의 영혼조차 정화되어 존재하지 않을 테지만, 아직도

그의 이름을 부르며 머리 속에 옛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 한 구

석에 남은 사랑의 감정이 꿈틀거렸다.

"훗. 아직 수행이 부족한가봐. 엔젤이라는 존재가 감히 사랑

이라니…. 그나저나 화이엘님도 뭔가 엔젤답지 않게 변하신

모습이었는데, 괜찮으시려나?"

사실 에메랄이 화이엘을 처음 보았을 때, 마치 그녀 자신의

옛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었다. 엔젤은 중용과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화이엘에게서는 감정의 개

입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투라는 소년와 그라디우스

라는 드래곤 로드의 출입까지 부탁했던 엔젤 나이트의 수장

인 그녀를 생각하며 에메랄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 그 분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 그렇다면 엔

젤의 고통도 모두 끝을 내리게 될 지도 몰라."

챠르르릉.

에메랄이 다시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그 때, 갑자기 어디선

가 방울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엔젤의 날개가 펄럭이며 울

린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 생명을 가진 존재가 지금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에메랄은 다시 중후

한 표정으로 얼굴을 포장한 뒤, 한쪽 손을 허공으로 내밀었다.

"빛이여. 내 손에 현신하라!"

그녀의 짧은 외침과 함께 갑자기 빛의 입자들이 그녀의 손바

닥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빛의 입자들은 곧 길다란 창의

모양으로 고정되어졌고, 이내 광선창으로 바뀌어졌다. 완벽

히 모습을 드러낸 창을 힘껏 손에 쥔 에메랄은 다시 네 장의

날개를 허공에 펼치고는 강한 모래바람이 불고 있는 계곡의

아래쪽으로 하강하였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은 놀랍게도 모래바람이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모래와 바람들이 스스로 그녀를 인식하고는 길

을 내어주는 느낌이었다. 에메랄은 잠시 한쪽 허공을 바라보

며 눈빛을 발했다.

"실프. 계속 수고 좀 해줘."

그녀가 바라본 허공에서 갑자기 녹색의 빛을 띈 작은 요정들

이 나타났다. 한 13, 14세 가량 되어 보이는 소녀의 몸을 한 손

가락 만한 크기의 바람의 요정들이었다. 바로 그녀들이 이 모

래바람을 일으키는 원동력인 것이다.

에메랄은 가볍게 미소지어 답을 하는 실프들을 뒤로 한 채,

다시 저 낮게 깔린 황무지를 향해 내려갔다. 바람을 가르는 소

리가 그녀의 귓가를 울렸지만, 이미 익숙해진 일이라 상관없

었다.

과연 저 밑에서는 누군가가 계속으로 들어가려고 힘을 쓰고

있었다. 일단 생명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존재들은 모두 다

섯. 아무런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지만 놀랍게도 움직이고 있

는 거대한 물체가 둘. 에메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는 손에

든 창에 신성력을 가해두었다. 왠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

운이 사악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누구시죠?』

에메랄은 지면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낯선 이방인들을 노려

보았다. 그녀의 접근을 눈치 챈 상대는 이미 그녀와의 싸움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가까이서보니 한 명은 용기의 신을 받드는 사제인 것 같았

다. 그다지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강력한 기운이 느껴

지는 걸로 봐서는 하이 프리스트급 이상이었다. 또한 검을 찬

붉은 갑주의 사내들이 둘 있었다. 하나같이 살기를 머금은 모

습들이었는데, 반대되는 인상과는 다르게 발산되는 존재감이

상당했다. 고수들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두 명의 로브를 차려입은 마법사

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쪽으론 회색과 은색의 빛을

머금은 거대한 거인들이 서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골렘들

인 것 같았다. 바로 돌을 주성분으로 해서 창조된 스톤 골렘

과 금속을 주성분으로 해서 창조된 메탈 골렘 말이다.

"엔젤이시군요. 저는 용기의 신, 브레이브를 섬기는 사제 미

사엘이라고 합니다."

사제로 보이는 중년으로 갓 접어든 사내가 이방인들의 대표

로 나서며 말을 꺼냈다. 에메랄은 다른 자들을 잔뜩 경계하면

서도 차분한 태도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왔나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성수가 솟아난다고 하는 그 금

단의 지역. 신의 땅이라는 장소임을."

에메랄이 갑자기 당황하는 빛을 띄었다. 방금 전 통과시켜주

었던 화이엘님의 일행 역시 성수를 찾기 위해 왔다고 하지 않

았던가. 도대체 인간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성수를 찾으려 하는 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차갑게 식은 얼굴로

경고했다.

『저는 이곳의 출입을 관리하는 문지기입니다. 당신들은 보

아하니, 선택받거나 허락 받지 못한 존재. 그 누구도 신의 뜻

을 거역하고 지나갈 순 없어요.』

"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꼭 지나가야

만 할 사정이 있으니, 그냥 순순히 비켜주십시오."

협박을 해보는 수작이었다. 에메랄은 감히 엔젤에게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 이방인들을 바라보며 허공에 창을 한번 휘둘렀

다.

『신의 뜻을 이행하는 사자로서 저는 당신들의 출입을 하럭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엔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방인들은 물러서지 않았

다. 오히려 이미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서로들 시선

을 주고받은 뒤, 일정한 대열을 갖추며 자리를 잡았다. 그리

고 미사엘이라는 용기의 신 사제가 조금 앞으로 걸어나오며

냉소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지나가겠습

니다."

짭짤하게 풍겨오는 바다 고유의 냄새. 맑게 개인 하늘에는 갈

매기들이 평화롭게 날아다녔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에는 낮

게 깔린 흰 구름들이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구름 뒤에 살짝 숨

어 고개를 내민 태양은 바다를 가로질러 펼쳐진 대륙을 따스

하게 비춰주었다. 바다는 고요하게 물결치며 해변을 아름답

게 수놓았고, 반짝이는 모래알은 눈이 부시게 빛났다.

샤아아아아앙!

그때 갑자기 고요하던 해변가 한쪽에서 강렬한 백색의 섬광

이 생겨났다. 맑고 청아한 소리를 동반한 그 빛의 폭발로 인

해 주변에서 물결치던 바다의 파장이 살짝 바뀌어졌고, 미세

하게 불어오던 바닷바람도 멈추었다. 막 물고기를 노리고 밑

으로 내려오던 갈매기 무리들도 크게 놀라 다른 곳으로 날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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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쒸미 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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