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금단의 지역으로 가는 관문[8]
그라디우스의 주변이 갑자기 푸른 하늘로 변했다. 그리고 그
드넓은 하늘을 가득히 그의 일족인 드래곤들이 메우고 있었
다. 레드 드래곤, 블랙 드래곤, 그린 드래곤, 블루 드래곤, 게
다가 실버 드래곤과 골드 드래곤, 화이트 드래곤까지. 모든 속
성의 드래곤들을 마치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한 희귀한 광경이
었다.
샤아아아앙!
그런데 갑자기 드래곤들 옆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
에 날카로운 빛을 발하는 광선창이 튀어나와 드래곤들의 강철
같은 몸통과 약점 부분인 날개의 피막을 노리고 쇄도했다. 갑
작스런 습격에 드래곤들 중 절반 정도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한의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순간 분노가 치민 그라디우
스의 눈에선 불똥이 튀었다.
"가, 감히 우리 일족을 공격하다니! 어떤 녀석들이냐!"
자연스런 분노로 인해 그의 본래 모습을 제약하고 있던 폴리
모프의 기운이 대기 중으로 흩어졌다. 그라디우스의 금빛 외
모가 진정한 마나로 충만한 황금의 빛으로 가득해졌고, 이내
그 빛이 커다랗게 팽창되어갔다. 다른 드래곤들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위대한 드래곤 로드의 진정한 모
습. 만 년의 무한 세월을 넘긴 골드 드래곤이었다.
꾸오오오오오오오오!
일단 본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가볍게 드래곤 스피어을 사용
했다. 잠깐 주변에 나타났던 빛이 힘을 잃고 줄어드는 듯 했지
만, 이내 더욱더 빛을 발한 그것이 정확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각기 다른 날개 수를 자랑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상
계 존재. 엔젤들이었다. 그녀들의 손에는 길다란 광선창이 들
려져 있었고, 허리에는 광선검까지 차여져 완전 무장을 마친
상태였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왔다는 얘기였다.
"치잇. 드래곤을 달갑지 않게 여기던 신들이 결국 드래곤들
의 문명 자체를 멸망시키라고 명했나보군. 그렇다고 순순히
당할 우리들이 아니다! 우리들이 창조해낸 마나의 힘으로 신
성력을 이겨주겠다!"
쿠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황금빛 입이 벌려졌다. 그리고 거대한 몸 내부 깊숙
한 곳에서부터 차 오른 황금빛 광선이 그 벌려진 입을 통해서
앞으로 뿜어졌다. 일직선으로 쇄도하며 모든 것을 멸하는 드
래곤의 숨결. 바로 골드 드래곤의 자랑인 빛의 숨결이었다.
퍼버버버벙!
숨결에 직격 당한 엔젤들 수십 명이 순간적으로 모습을 감추
며 소멸되었다. 영혼체에 가까운 그녀들이 소멸되자, 시신이
빛의 입자로 화하여 대기 중에 흩어졌다. 그라디우스는 이에
기세를 더욱 올려 브레스를 계속 내뿜으면서 고개를 양쪽으
로 움직였다. 이에 따라 광선의 줄기도 양방향으로 움직였고,
그 범위 내에 있던 엔젤들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져갔
다.
"크크크크크. 우리 드래곤은 위대하다. 천상계 존재. 신이 직
접 온다해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라디우스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드래곤 로드의 엄
청난 위력 앞에 힘을 얻은 타 드래곤들도 기세를 올려 엔젤들
을 둘러싸 포위했고, 이미 엔젤들의 수도 삼분의 이 이상이나
줄어든 상태였다.
"크크크크크. 이제 끝을 내주지. 내 브레스 한방이면 모두 끝
이다!"
이 기세를 놓칠 수 없다. 그라디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
시 한번 입을 크게 벌려 최대한 숨을 들이켰다. 주변의 대기
가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일종의 진공상태로 변화할
정도였다.
'그라디우스. 자네는 그 성격부터 좀 바꿔야 할 것 같군.'
아트란……. 순간 브레스를 내뿜으려 하던 그라디우스의 머
리 속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친구의 옛 말이 떠올
랐다. 예전에 함께 여행을 했을 때 그가 항상 하던 말. 바로 성
급한 판단을 앞세워 폭주하려는 성격을 바꾸라는 것.
'그러고 보니, 요즘의 나답지 않게 너무 흥분하고 있었군. 앞
뒤 가리지 않고 일단 끝장부터 보려고 하는 옛날 성격이 나와
버렸어.'
아트란의 충고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 광기로 가득했던 그
의 눈빛도 본래대로 돌아왔다. 크게 벌렸던 입도 굳게 다물었
고, 냉철한 시각으로 엔젤들과 드래곤들을 다시 살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드래곤 일족으로 보이던 타 드래
곤들의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드래곤이 아니
라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와이번들이었다. 요즘 들어 천상계
존재들을 너무 의식하고 있던 나머지, 그라디우스의 눈에 착
시가 온 것이다.
'이런 이런……. 죄 없는 엔젤들을 희생시켰군.'
그라디우스는 다시 마나로 몸을 감싸 커다란 신체를 축소시
켰다. 어느새 금빛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진
정으로 미안함 감정을 얼굴 가득 떠올리고는 남은 엔젤들에
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려 했다. 물론 그녀들이 그라
디우스의 입장을 고려해 줄 것인가가 문제였지만.
『합격입니다. 그라디우스님. 당신의 출입을 허락합니다. 그
럼 지금의 마음가짐을 항상 간직하세요.』
갑자기 모든 주변 풍경들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에
메랄의 음성이 그 새하얀 공간을 울렸다.
아투의 눈앞에는 거대한 골렘이 나타났다. 가이트리아. 드래
곤처럼 상당히 기이한 성격을 지닌 골렘이 아투를 노려보고
있었다. 평소에 주인을 주인답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그런 시
선은 한번도 던진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아투는 크게 당황하
여 무언가 말을 꺼내려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의 눈앞에서 빛이 작렬하며 지금껏 없었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빛 머리칼을 휘날리는 아름답
고 사랑스런 존재인 미스티. 그리고 아투와 성격이 비슷한 그
의 아버지 아트란과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인 아투의 어머니,
라일라. 게다가 엔젤인 화이엘과 드래곤 로드인 그라디우스까
지 모두 나타난 것이다.
꾸오오오오오!
미처 아투가 가이트리아에게 말을 건네기도 전에 골렘쪽에
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맹렬한 기세로 바닥을 박살내며
달려오던 골렘의 주먹이 하늘 높이 치켜올려졌고, 가이트리아
의 눈빛이 붉은 색으로 번쩍였다.
"위, 위험해! 다들 피해요!"
이제 곧 가이트리아의 거대한 주먹이 아투의 앞쪽에 서있는
그의 일행을 박살낼 것만 같았다. 갑자기 폭주를 하고 있는 가
이트리아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일행부터 구해야했다.
파파팟!
힘껏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린 아투는 골렘의 주먹 파괴 범위
안에 들어있던 미스티의 몸을 끌어안고 옆쪽으로 몸을 굴렸
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몸을 만지자, 안개로 화하여 아
투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뭐, 뭐야? 일이 어떻게 되가는 거야?"
꾸오오오오오!
이상하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번에는 가이트리아의
주먹이 화이엘을 노렸다. 게다가 화이엘은 그 자리에서 걸음
도 때지 않고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드래곤 하트
와 융합된 골렘의 주먹. 즉 마나의 힘이 실린 강력한 주먹이
그녀의 몸과 부딪힌다면? 끔찍한 광경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
도 달려야했다.
파파파팟!
이번에도 몸을 날린 아투가 화이엘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고
반대편으로 뒹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스티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고, 아투의 허탈감만 더해졌
다.
"젠장! 누가 장난을 치는 건가? 아, 그리고 가이트리아! 넌 갑
자기 왜 그래!?"
마나장을 펼쳐서 급히 골렘을 저지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이
상하게도 마인드 스피커의 음성이 가이트리아의 자아 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외부와 완전 차단되어 골렘의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샤아아앙!
그때 또다시 빛이 한번 폭발하듯 뿜어졌다. 그리고 가만히 서
있던 그라디우스와 아트란, 라일라의 몸이 바로 가이트리아
의 주먹 아래로 옮겨졌고, 연기처럼 사라졌던 화이엘과 미스
티의 모습도 그들과 함께 나타났다. 지금 상태라면 몸을 날려
한 명을 구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다른 이들은 포기해야
만 할 상황이었다.
"가이트리아……."
이번엔 가이트리아가 거대한 두 손을 해머처럼 뭉치고 깍지
를 꼈다. 한번에 모두를 죽여버릴 듯한 광기 어린 모습. 꼭 전
설상의 광룡이라도 현신한 듯한 광경에 아투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떡하지. 골렘술로는 가이트리아를 막을 수 없어. 그렇다
고 모든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도 없으니….'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아투는 반사적으로 허리에
찬 마나 애로우로 손을 가져갔다. 지금 사용 가능한 최고의 공
격 마법을 화살로 바꾸어 쏘아낸다면 가이트리아를 제압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지금으로선 단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
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난 가이트리아를 믿어….'
마나 애로우의 손잡이를 쥐고 살짝 힘을 가하던 아투는 이내
믿음을 떠올렸다. 그는 골렘의 창조주이자, 주인이자, 또 친
구가 아니던가. 친구는 친구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법. 그리
고 친구를 믿어야 하는 법. 아투는 가이트리아를 믿고 싶었
다.
샤아아아앙!
어느새 그런 마음을 먹은 그의 몸이 하얀빛에 휩싸였고, 일행
과 가이트리아도 새하얀 빛에 잠식당했다. 몸과 마음의 안식
을 가져오는 빛을 만끽하던 아투는 서서히 멀어지는 의식을
애써 부여잡으려하지도 않고 그대로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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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피소드도 열쒸미 올렸답니다. 헥헥.
즐독 그리고 댓글도~~ 퍼버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