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26화 (126/244)

[골렘마스터]  # 금단의 지역으로 가는 관문[5]

"미, 미스티!"

아투가 혼자 바닥을 뒹굴었다는 것은? 아찔한 광경을 생각하

고 반쯤 넋이 나간 아투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낮

게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투. 나 여기 있어요."

어? 아투는 멍해진 표정으로 미스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

으로 시선을 옮겼다. 처음에는 혹시 귀신이 나타난 것은 아닌

가 하는 착각에 빠졌지만, 이내 화이엘의 손에 붙들려 하늘에

떠있는 그녀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철푸

덕 주저앉았다.

"미스티. 제발 부탁인데, 다음부터는 그냥 땅에서 나타나 줘.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말고."

"훗. 뭐 어차피 아투가 잘 받아줄 것이라 믿었는걸요? 결과적

으론 화이엘님이 구해졌지만, 어쨌든 끝이 좋으면 좋은 것이

라고 아투가 말하지 않았어요?"

화이엘의 도움으로 지면을 사뿐히 밟은 미스티가 바닥에 앉

아있는 아투에게로 다가왔다. 어느새 엔젤이 신성력을 이용

해 보호막을 걸어준 모양인지, 주변을 몰아치는 거센 모래바

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 어쨌든 일어나요.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또 어떻게

온 건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아, 맞다! 미스티! 에리아 시는 어쩌고 여기까지 쫓아온 거

야! 내가 분명히 듣기 좋은 말로 타일렀었는데!"

미스티가 손을 내밀자, 반사적으로 그녀의 도움으로 몸을 일

으킨 아투가 문뜩 잊고 있던 점을 깨닫고는 흥분하였다. 한 제

국의 흥망을 손에 쥔 새로운 황제가 본분을 잊고 이런 곳이나

따라오다니. 물론 어느 정도 반가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아투

는 어디까지나 상식적으로 판단하여 말한 것이다.

미스티는 잔뜩 흥분하여 소리치는 아투를 보며 잠깐 주눅이

든 모양인지 고개를 떨구더니 이내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기 그러니까 일단 내가 없는 빈자리는 실피스님에게 맡기

고 왔어요. 그 분이라면 나이도 있고, 또 궁중 마법사의 경험

도 있으니까 충분히 잘 해내실 거 같아서. 그리고 아투와 여러

분들을 쫓아온 이유는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을 수습하고 싶어

서예요. 아투의 아버지인 아트란 백작님이 저주에 걸리신 것

도 어떻게 따져보면 다 나 때문이니까요."

"하아…."

아투는 정말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그녀를 보며 가볍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지금쯤 스승님께서는 얼마나 황당한 일을 겪

고 계실까? 그런 생각이 들자……,

'으흐흐흐흐흐흐. 차라리 잘 된 걸 수도 있어.'

갑자기 그의 입 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그동안 스승인

실피스님에게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 미스티가 저지른 행

동으로도 분이 풀리질 않았다. 그런 괴팍한 노인은 된 통 당해

봐야지 성격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투의 얼굴에

는 실없는 미소마저 떠올랐다.

"아, 아투. 어디 아파요? 왜 갑자기 웃죠?"

미스티가 아투에게 바짝 다가서며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

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아투의 얼굴에 맞닿아지자, 화들짝

놀란 그가 뒷걸음질쳤다.

"하하. 뭐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다시 혼자서 돌아가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어쩔 수 없군요. 그라디우스님. 엔젤님.

미스티도 함께 가야 할 것 같네요."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는 그는 사랑스런 미스티의 시선을 애

써 외면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곳

을 바라보고 있던 그라디우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화이엘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살짝 들어올렸다.

"후훗. 걱정하지 말아요. 최소한 내 한 몸 지킬 정도는 되니까

요."

아투를 제외한 다른 일행의 승낙을 얻어낸 미스티는 한쪽 팔

을 들어올려 가녀린 손목을 드러냈다. 그녀의 부드러운 팔의

곡선을 따라 천천히 은빛의 물체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라

디우스의 강력한 마나로 창조된 마법 호구. 지금까지 꽤나 강

력한 성능을 자랑했던 물건이었다.

'역시 미스티가 믿고 있는 것은 저거였군.'

뭐 솔직히 미스티가 황제의 자리에만 오르지 않았더라도 이

번 금단의 지역으로 가는 여행에 그녀를 동참시켰을 아투였

다. 게다가 이제는 혼자서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니, 특별히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사실 그라디우스와 화이엘

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그들까지 가볍게 승낙을 해주자

안심하게된 아투는 내색하지 않던 반가운 감정을 얼굴에 확연

히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물컹.

갑자기 잠자코 서있던 화이엘 그녀가 잠깐 미스티를 돕기 위

해 드러냈던 날개를 감춘 뒤에,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아투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투는 순간적으로 그녀와 맞닿은 일

부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운 감촉에 정신이 아득해져버렸지만,

미스티가 이곳에 있음을 떠올리고는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밀

어냈다.

"화이엘님. 이제 그런 장난은 그만두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천상계 존재 엔젤은 감정이 일체 개입되지 않는 중립의 존재

로 알고 있는데…."

순간 황홀한 표정을 짓던 아투를 쏘아보던 미스티가 뾰로통

한 얼굴로 정중히 말했다. 안 그래도 강하게 거부하며 손을 휘

젓는 아투 때문에 뒤로 밀려난 화이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대꾸했다.

"호호호호호. 글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엔젤의 이미지와

그 실제 모습이 꼭 같아야 할 이유는 없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미스티의 1패. 화이엘은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숙이는 제국

의 황제를 보며 시원스럽게 웃은 뒤,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

이 먼저 앞장을 서서는 거센 모래바람을 뚫고 앞으로 걸어나

가기 시작했다. 그라디우스도 아투와 미스티에게 잘 쫓아오라

는 듯 손짓을 하더니, 엔젤에게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걸음을

옮겨 화이엘을 쫓았다.

『정말이지 이번 여행을 위해 모인 존재들도… 다들 대단하

군. 대단해.』

가이트리아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는 아리송한 말을 내뱉으

며 그라디우스의 뒤를 따라 걸어가 버렸다. 칭찬을 하는 건

지, 아니면 일부러 비꼬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아투가 먼

저 앞서 걸어가기 시작한 일행들과 멀어졌다.

"아투! 이러다가 우리끼리 뒤로 처지겠어요! 빨리 따라가요."

점점 더 멀어져 이제는 모래바람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행의 모습이 아득해져가자, 미스티가 불안해하며 아투의 옷

깃을 잡아당겼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도 곧 그라디우스와

화이엘이 멀찌감치 가버렸음을 확인하고는 미스티의 손을 잡

고 모래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일행의 뒤를 쫓아 달렸다.

"그라디우스님! 엔젤님! 같이 가요!"

쿵!

한참을 내달리던 아투와 미스티는 갑자기 무언가에 가로막

혀 부딪힌 뒤, 충격에 의해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깨질 듯이

아파 오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얼굴을 찌푸린 아투가 고개를

들어올려 앞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바위라도 서있는 것 같았다. 갈색의 빛깔을 띈 커다

란 물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다 온 것 같다. 주인이여.』

갑자기 마인드 스피커의 원리로 가이트리아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전력을 다해 달려와 정신이 없었던 아투는 그제야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이 골렘이었음을 깨닫고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

적이며 골렘의 등뒤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샌가 모래바람은 멈춘 상태였다. 주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하기만 했고, 온통 모래로 뒤덮인 대

지만이 펼쳐져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하늘을 보니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는 걸로 봐서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

였다.

"이곳이 금단의 지역으로 가는 관문. 신의 문이라 불리는 곳."

화이엘이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계곡을 바라보고는 중얼거렸

다. 아투가 그녀의 시선을 쫓아 앞을 보자, 정말로 붉은 모래

와 흙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만한 크기의 계속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그 높이로 봐서는 웬만한 사람들은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였고, 험한 지형까지 겹쳐져 계곡 위쪽으로 오른

다는 것은 무리로 여겨졌다. 물론 하늘을 나는 존재나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다지 무리는 없겠지만, 이곳은 신성한 지역인

만큼, 마나. 즉 자연의 신성한 힘을 거부하는 그 기운이 크게

제약을 받는다. 아투는 이미 절반 가량이나 몸 안에 갇혀버린

마나를 감지하고는 당황하여 말했다.

"과연 마나는 신을 거부하는 힘이라고들 하더니, 정말인가 보

군요. 금단의 지역에 가까워지자, 몸 안을 맴돌던 마나의 활동

이 거의 없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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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쿨럭. 모래가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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