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24화 (124/244)

[골렘마스터]  # 금단의 지역으로 가는 관문[3]

꾸오오오오오!

골렘의 입에서 포효 소리가 터져 나오며 거대한 갈색의 주먹

이 지면으로 떨어졌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질려버려 걸음

조차 때지 못하고 멈춰버린 오크 한 놈은 공격의 희생양이 되

어 퍼버벅 소리와 함께 허공을 날아 땅에 처박혔다. 다른 오크

들은 이제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에잇! 그런 녀석들 때문에 시간을 끌게 되었군. 이러는 사이

에도 아트란의 상태는 악화되어가고 있을 텐데. 비켜라, 아

투. 내가 해결하지."

아투가 막 가이트리아를 조종하여 남은 오크들을 처리하려

하고 있는데, 그라디우스의 음성이 그의 행동을 막았다. 들려

오는 목소리에는 은근히 노여움이 서려 있어 듣는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의 무서운 태도에 기가

질린 아투는 가이트리아와 함께 조심스럽게 오크들에게서 멀

어졌다.

"허험."

금빛 청년 그라디우스가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나갔다. 오크

들은 그의 눈빛을 보고는 다리까지 풀린 모양인지, 바닥에 철

푸덕 주저앉은 놈도 생겨났다. 어떤 놈은 허술하게나마 허리

에 차고 있던 단검과 몽둥이를 풀러 손에 쥐고는 방어라도 할

자세를 취했지만, 그라디우스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었다.

꾸룩꾸룩.

무기를 꺼내든 오크 한 녀석이 공포를 참지 못하고 그만 앞으

로 달려나와 무작정 단검을 휘둘렀다. 몽둥이를 들고 녀석의

뒤에서 숨어있던 다른 오크 한 놈도 하는 수없이 동족의 행동

을 쫓아하며 달려나왔다. 하지만 아무 무기도 없이 그냥 얇은

옷 하나만을 입고 있는 그라디우스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크들의 당돌한 행동을 노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

로 코웃음을 친 뒤, 가볍게 입을 들썩였다.

"[꺼져라!]"

콰과과과광!

그의 외침과 동시에 갑자가 달려오던 녀석들이 무언가에 부

딪힌 듯 뒤로 쭈르륵 밀려나며 길가에 서있던 나무 기둥과 충

돌했다. 둔탁한 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려오며 나무 전체가 바

르르 떨렸고, 나뭇잎이 떨어져 두 오크의 몸을 덮었다. 이제

정상인 상태로 서있는 오크는 불과 여섯 마리 정도. 이제 금

빛 청년을 바라보는 녀석들의 눈빛은 애절하기까지 했다.

'오크들만 불쌍하게 됐어. 안 그래도 다른 마물들에게 서식처

를 뺏겨서 쫓겨나는 신세일텐데, 괜히 길을 지나가다가 우리

까지 만나서 이런 봉변을 당하고 말이야.'

아투는 왠지 그라디우스에게 된 통 당하고 있는 오크들이 불

쌍하게 느껴졌다. 그들도 하등하긴 하지만, 어쨌든 지성을 조

금이라도 지닌 종족이 아닌가. 인간만이 우월하다고 할 수 없

는 마당에 오크들을 천시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요

즘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오크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추세

였다. 오크들을 불쌍히 여기는 아투의 심정 역시 그러한 사회

의 학습에 의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너희들 차라리 나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여겨라. 만약 다른

내 일족이 너희들을 보았더라면 아마 그 즉시 저 세상으로 갔

을 테니. 자, 기회를 주겠다. 숫자 셋까지 셀 동안 내 눈앞에

서 사라져라."

갑자기 그라디우스가 의외의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살짝 돌

렸다. 드래곤 중에서 오크들을 곱게 여기는 존재가 없는데도,

과연 그는 드래곤 로드의 높은 존재인 만큼 어느 정도 관용의

정신을 배운 모양이었다. 아투로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라디

우스를 보게 되는 계기였다.

꾸룩꾸룩.

오크들은 살짝 살짝 금빛 청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일

단 당장 공격을 할 기세는 보이지 않으니, 어느 정도 안심도

하는 것 같았다. 나무에 부딪혔던 오크들도 아픈 몸을 이끌고

동족이 모인 장소로 기어왔고, 가이트리아에게 당해 바닥을

뒹굴던 녀석들도 겨우 몸을 수습하여 동족의 대열에 합류했

다. 그리고는 금빛 청년 그라디우스와 골렘술사 아투. 멀찌감

치 떨어져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화이엘을 바라보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다.

"하나!"

그라디우스의 카운트가 시작됐다. 갑자기 뭐라고 소리치는

청년을 보며 오크들은 화들짝 놀라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했고, 도저히 오크들의

머리로서는 인간 공용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이 인간들과

동화가 되어가고 있는 오크들이었지만, 이 녀석들은 특히 개

화가 덜 된 놈들 같았다. 아투로서는 도망갈 기회를 앞에 두고

도 멍청히 있는 오크들을 보자 답답한 마음이 생겼다.

"이 바보들아! 가라고 할 때 빨리 가란 말이야!"

아투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그만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지

만 다행히도 그라디우스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은 없어 보였

다.

꾸룩꾸룩 꾸루룩꿀.

오크들은 아직도 머뭇거렸다. 아투의 말 또한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으구. 말이라도 통해야 뭘 도와주던지 하지. 아투는

의사소통이 되질 않아 답답해하면서 하는 수 없이 골렘을 이

용하기로 했다.

『가이트리아. 큰 소리로 포효하면서 마구 손을 휘둘러봐.』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공격하라는 뜻인가?』

가이트리아가 눈치 없이 되물었다. 안 그래도 바보 같은 오크

들 때문에 답답한데, 골렘마저 그런 행동을 보이자 괜히 짜증

이 일은 아투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높아졌다.

『그냥 시키는 데로 좀 해줄 수 없어!?』

『마음의 귀는 크게 열려있다. 그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알아

듣는다.』

골렘은 커다란 주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다시 한번 딴청을 피

더니 이내 명령을 인식하고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기괴한 골

렘의 포효소리가 주변의 나무들마저 진동할 정도로 쩌렁쩌렁

하게 울려 퍼졌고, 동시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주먹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꾸루루루룩!

갑자기 오크들이 높아진 톤의 목소리를 내며 당황했다. 이제

는 마치 화이트 오크라도 되는 것처럼 얼굴이 새하얗게 번해

버렸고, 금빛 청년의 눈치를 빠르게 살폈다.

"둘!"

이제 곧 셋이다. 오크들은 다시 한번 뭐라 중얼거리는 청년

을 보며 조금 사태 파악이 된 모양인지, 천천히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다친 동족의 몸을 부축하며 가는 모습을 보니, 왠

지 어색하게만 느껴졌지만, 오크들 또한 새로운 이미지로 머

리 속에 각인시킨 아투였다.

"셋! 썩 물러가라!"

그라디우스는 사태 파악 못하고 천천히 퇴장하는 오크들을

향해 살짝 드래곤 스피어의 힘을 풀어 외쳤다. 마치 거대한 존

재의 외침 소리처럼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린 그의 음성. 모

든 전의를 상실케 하는 그의 드래곤 스피어를 들은 오크들은

그 즉시 걸음아 날 살려라 하는 식으로 맹렬히 다리를 움직여

아투 일행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아투는 그래도 큰

희생 없이 오크들이 사라지자, 만족스럽게 입 꼬리를 치켜올

렸다.

오크들이 사리지고 난 후, 아투를 비롯한 그라디우스와 화이

엘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을 정도로 질려버린 숲길을 또 걷고

걸어야만 했다. 도대체 이 길다란 숲 사이의 오솔길은 언제나

그 끝이 보일런지. 아투의 입에선 연신 한숨소리만 새어나왔

다.

그렇게 지루한 길을 얼마쯤이나 걸었을까. 아투 일행이 그토

록 기다리던 풍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오크의 등장보다는 훨

씬 더 큰 변화. 바로 길다란 숲길이 끝이 나고 황량한 모래 벌

판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런 배경의 변화에

당황한 아투는 잠시 뒤를 돌아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렇게 절묘한 경계를 두고 한쪽은 숲이

울창한 길. 그리고 한쪽은 모래만이 잔뜩 깔려있는 황무지가

될 수 있는 거지?'

그라디우스의 얼굴도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풍경의 변화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바닥에 잔뜩 깔린 모래들이 엄

청난 광풍에 실려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굵은 모래

알들이 매서운 바람에 실려 겉으로 드러난 피부에 부딪혔고,

기분 나쁜 감촉을 자아냈다. 감촉뿐만 아니라, 상당한 고통마

저 느끼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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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이 불쌍해효~~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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