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23화 (123/244)

[골렘마스터]  # 금단의 지역으로 가는 관문[2]

"흐으. 이 지긋지긋한 숲길은 언제나 끝나려는지…."

아투는 가이트리아의 어깨에 올라타 지금껏 편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었지만, 입에서는 연신 투덜거리는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일단 몸은 편하다고 해도,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몇 일 동안이나 똑같은 것만 지속이 되다보니, 정신적인 피로

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저 평이하게 펼쳐지는 나무들. 그리

고 그 사이로 작게 뻗어있는 오솔길. 그것이 전부였다. 움직이

는 동물들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었고, 다른 식물들마저 보

이질 않았다.

'하아. 그래도 저 푸른 하늘이라도 볼 수 있으니 다행이야.'

아투는 손을 들어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햇볕을 가리며

맑게 개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끔 엷은 구름이 떠다니긴

했지만, 비교적 화창하게 개인 맑은 하늘이었다. 요즘은 비가

잘 오지 않아 농부들이야 마음 고생이 심하겠지만, 아투에게

는 오히려 맑은 하늘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이 축복과도 같았

다. 워낙에 푸른 하늘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꾸륵꾸륵.

그때였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이틀 내내 걷기만 하던 아투

일행의 귀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뜨이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

다. 무슨 돼지 소리 같기도 하고, 마물들의 소리 같기도 하고.

어쨌든 아투를 비롯한 일행은 갑자기 초점을 잃어가던 눈빛마

저 초롱초롱하게 살려내며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 어떤 것이든 좋았다. 이 지긋지긋한 나무를 제외하

고 또 다른 무언가를 볼 수만 있다면. 지금 아투 일행의 그렇

게 하나로 통일될 정도로 치달은 상태였다.

가장 먼저 기이한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낸 것은 그라디우스

였다. 과연 드래곤의 로드답게 본능적으로 기분 나쁜 생명체

의 존재감을 감지하고 그곳으로 힘을 실어보낸 것이다. 곧 그

라디우스의 언령 마법에 의해 떠밀려온 기괴한 생김새의 존재

가 아투와 화이엘이 시야에 들어올 정도의 거리 안에 떨어졌

다.

쿵.

꾸룩꾸룩.

하나가 아니었다. 대략 숫자는 열 명? 아니 열 마리인 것 같았

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생김새였으니 말이다.

갈색의 거친 피부. 돼지처럼 납작하고 넓게 퍼진 코. 동그란

눈. 무언가에 씹히다만 듯한 귀.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흐르

는 끈적끈적한 액체. 마지막으로 보통 인간의 두 세 배는 될

것처럼 보이는 살찐 몸이 압권인 생명체. 그라디우스는 그 생

명체의 전신을 훑어보더니 이내 불쾌한 시선으로 녀석들을 쏘

아보았다. 아투도 곧 그 기이한 생김새의 녀석들 정체를 알아

챌 수 있었다. 예전에도 메션 왕국에서 한 때 마을을 습격하

여 약탈을 일삼아 문제가 되었던 종족. 바로 지성보다는 본능

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집단 종족인 오크였다.

꾸룩꾸룩.

녀석들은 그라디우스는 보면서 바들바들 떨었다. 덩치로 봐

서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그를 단숨에 짓이겨버릴 것 같았지

만, 금빛 청년에게서 뿜어지는 살기는 오크들을 단숨에 제압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못지 않게 강한 살기를 느끼게 하

고, 또 거부감을 일게 하는 거대한 나무 괴물.-오크들의 눈에

는 그렇게 보였다.-까지.

"오크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대부분 산악 지대에 자리

를 잡고 생활하는 놈들인데."

아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화이엘은 작게 속삭

이듯 말하는 그의 음성을 절묘하게 받아듣고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아투. 아마도 퓨티아 제국 영토의 하급 마족들의 힘을 제약

하는 성물이 파괴된 이후에 등장한 마물들 때문에, 오크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것은 아닐까? 마계의 마물들이

라면 하급 마족 바로 아래의 존재이기 때문에 오크들 정도라

면 쉽게 몰아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으음. 그렇다고 해도 이곳까지 흘러 들어오다니. 확실히 지

금 제국의 사정이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이군요."

아투는 혼자 중얼거렸을 뿐인데, 용케 알아듣고 답을 해주는

엔젤을 돌아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언제가 엔젤인 그

녀에게 예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만약 억지로라도 그

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옛날처럼 막 반말이 튀어나가고, 행동

도 막 하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게 딱

딱한 예를 갖추려는 행동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아투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최선

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꾸룩꾸룩.

오크들이 갑자기 서로 모여서는 뭐라 숙덕거렸다. 그라디우

스는 녀석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역시 기분이 상한

모양인지, 낮게 깔린 분노가 느껴지는 어조로 혼자 중얼댔다.

"오랜만에 조금 새로운 것을 보게 되나 했더니, 고작 보게 된

것이 이런 하등한 종족이라니. 정말 최악이군. 그 놈의 친구

녀석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저런 오크들은 모두 해치워버리

고, 돌아갔을 것이다."

"하하하. 그라디우스님. 조금만 참으세요. 위대하신 그라디우

스님께서 직접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나서서 해결할게

요."

아투는 지금도 황금빛 청년의 말을 들으며 혹시나 당장이라

도 돌아가겠다고 말을 하며 폭주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급

히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다행히 그라디우스는 순순히 뒤로

물러서며 아투와 골렘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자, 가이트리아. 오랜만에 우리 몸 좀 풀어볼까?』

『쳇. 고작 상대가 오크인가? 저런 녀석들은 몸을 풀 상대조

차 되지 않는다.』

가이트리아는 가소롭다는 듯이 한쪽 손을 들어올려 오크들

을 가리켰다. 마치 단 한방에 보내버리겠다는 듯이 손바닥을

쫙 펴 보인 뒤, 그대로 힘을 주어 바닥을 내리눌렀다. 워낙에

힘이 강하다보니,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작은 오솔길 바

닥이 폭삭 내려앉았다.

꾸룩꾸룩 꾸룩꾸루루룩.

갑자기 오크들이 입을 쫙 벌리고는 반쯤 풀린 눈을 하여 뒷걸

음질 쳤다. 손에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를 단검이나 몽둥

이가 들려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가 통할 리가 없었

다. 상대가 누구인가? 바로 아투가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 만

든 우드 골렘이 아닌가. 오크들도 자기들의 실력을 깨닫고 있

는 모양인지 도망치려 하는 것 같았다. 아투는 천천히 가이트

리아를 몰아 앞으로 걸어나가면서도 뒤에서 들려오는 그라디

우스의 숨소리를 듣고 흠칫했다.

'흐아. 그라디우스님께서 화가 정말 많이 나신 모양이다. 역

시 드래곤 입장으로서는 저런 오크족의 태도가 싫은 거겠지?'

아투는 하는 수 없이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만약

이대로 오크들을 놓아주기라도 한다면 이 숲 전체를 태워버려

서라도 녀석들을 없애겠다고 할 판이니 말이다.

『하는 수 없어. 가이트리아! 그림자 보법!』

마인드 스피커를 사용해 명령을 내린 아투가 엄청난 속도로

마나장을 전개시켰다. 골렘은 못 마땅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명령에 수긍하여 빠르게 발을 굴렸고, 곧 눈에 보이지 않을 정

도의 속도까지 보법을 이룬 가이트리아의 몸이 뒷걸음질치고

있던 오크들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 위에 올라타고 있던 아

투는 눈마저 팽팽 돌 지경이었다.

『크윽. 정말 내가 느껴도 빠르다. 어떻게 이렇게 움직이는

건지…. 주인인 나도 모르는 걸 해내는 너도 참 대단하다.』

아투가 오랜만에 자신의 골렘을 칭찬하면서 마음 속으로 한

쪽 주먹으로 오크들을 날려버리라고 외쳤다. 동시에 그의 마

음을 읽은 가이트리아의 거대한 주먹이 앞으로 내질러졌고,

가장 앞부분에 서있던 오크 한 마리가 그대로 주먹과 부딪혔

다.

꾸룩꾸루루룩.

예상대로 녀석은 주먹질 한방에 힘없이 팽개쳐져 나뒹굴고

말았다. 그 육중한 몸매는 도대체 어디다 쓰려고 키운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허무한 결과였다. 다른 오크들은 동족이 골

렘의 첫 공격을 맞고 쓰러지자, 갈색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뒤로 돌아 도망

치기 시작했다.

"놓칠 수야 없지! 일단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잖아?"

아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등을 보이는 오크들을 향

해 힘껏 손을 내질렀다. 그러자 가이트리아의 몸이 퉁겨지듯

앞으로 쏘아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오크들과의 거리를 다시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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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혀. 오크들에게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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