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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121화 (121/244)

[골렘마스터]  # 새로운 퓨티아 제국의 황제[6]

"조금만 더 있으면 안될까요?"

아투는 그라디우스에게 부탁하는 듯한 어조로 말한 뒤, 다시

사람들의 복구 작업이 한창인 에리아 시를 내려다보았다. 아

직은 폐허 모습 그대로인 도시 한복판에 서있는 거대한 홀리

캐슬의 웅장한 모습. 아직은 주변의 광경과 어울리지 않아 어

색하게 보였지만, 이제 곧 예전의 그 아름다운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 아투도 그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저절

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몇 일 전 황제의 자리에 오른 미스티를 생각하자 씁쓸

한 미소가 번져갔다. 바로 그 황제 대관식 행사가 끝나고 난

후의 대화.

[미스티. 금단의 지역이라는 곳을 혹시 알고 있어?]

[응. 알고 있긴 한데, 갑자기 그곳 얘기는 왜 꺼내는 거예요?]

[사실 그라디우스님이 우리 아버지에게 걸린 저주를 풀려면

그 금단의 지역에서 솟아난다는 성수가 필요하데. 그래서 나

와 그라디우스님이 직접 찾으려 가려고 하는데, 그 장소를 몰

라서 말이야.]

[자, 잠깐. 물론 알고 있긴 하지만, 설마 그곳을 그라디우스님

과 단 둘이 가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럼 어떡해? 미스티는 이제 갓 황제의 자리에 올랐는데, 성

수를 찾으러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비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

잖아. 만약 그랬다간 평판이 안 좋게 돌 수도 있어. 그리고 지

금은 에리아 시민들뿐만 아니라 퓨티아 제국의 국민들이 미스

티 너를 원하고 있으니, 이번 일은 나와 그라디우스님 이렇게

둘이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물론 성수를 찾고 아버지의

저주가 풀리게 된다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미스티를 돕도

록 할게.]

[하, 하지만….]

[걱정 마. 날 믿어. 그라디우스님과 함께 간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으니까.]

[아투는 지금 금단의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 하

는 얘기예요? 물론 그라디우스님이야 충분히 자기 몸 하나 지

키실 능력은 된다고 하지만, 골렘술사인 아투가 그곳에 간다

면 목숨을 거는 문제와 같다고요.]

[미스티. 이래 보여도 난 퓨티아 제국의 가디언 나이트의 칭

호까지 받은 몸이라고. 그리 쉽게 죽진 않아. 게다가 가이트리

아와 잘 움직인다면 그리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그래도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미스티. 지금은 제국을 먼저 생각해. 개인적인 일을 먼저 챙

기려한다면 미스티를 그다지 못 마땅히 여기는 세력들이 그

걸 핑계로 걸고넘어질 것이 뻔해. 일단 황제의 권한이 강력해

지기 전까지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할 거야.]

[그래도…….]

물론 아투는 미스티를 통해 금단의 지역으로 가는 길을 알아

내긴 했다. 하지만 함께 동행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보였

던 그녀의 어두운 반응. 그녀의 어두웠던 모습이 계속 머릿속

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괜히 마음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아투. 빨리 가서 성수만 가져오면 되는 거잖아. 그거 잠깐 헤

어지면서 또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화이엘의 통통 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상계의 엔젤. 그녀

는 아투와 함께 금단의 지역으로 가겠다고 자진한 인물이었

다. 물론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투

로서는 그녀의 동행을 대환영했다. 금단의 지역이 신들과 관

련이 깊은 곳이니 만큼 신의 뜻을 이행하는 존재인 엔젤이 함

께 한다면 생각보다 일이 더 수월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것 때문은 아닙니다. 다만… 왠지 그녀의 어두운 얼굴

이 자꾸 떠올라서…."

아투는 형식적인 말투로 엔젤에게 답했다. 화이엘은 실망스

런 아투의 태도를 보며 잠시 이마를 찌푸리다가 애써 밝은 태

도를 유지한 채,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에이. 뭐 그게 그거네. 그게 보고싶다는 말이지 뭐야? 아니

다. 걱정된다는 말인가?"

"엔젤의 말이 맞다.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되는 것이니,

서두르는 편이 좋겠다."

그라디우스는 은근히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드래곤들

과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신들. 바로 그들의 뜻을 이행하

는 자가 옆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

다. 평소의 인간처럼 행동하던 그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

었고, 드래곤 로드의 위치를 생각하는 듯 거부감이 느껴질 정

도로 딱딱하게 굴었다.

『주인이여.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 생각이냐? 설마 또 나에

게 돌을 나르라는 일 따위를 시킬 생각은 아니겠지?』

웬일로 가이트리아마저 농담을 던지며 아투를 부추겼다. 골

렘의 의외의 말투에 놀란 그가 고개를 돌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골렘은 왜 그러냐는 듯이 무표정하게 얼굴을 주시하더

니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골렘의 싱거운 태도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 아투는 잠시 이번

짧은 여행을 함께 할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지금은 날개를 감

추고 있지만, 사실은 순백의 깃털 날개를 지닌 성스러운 존재

천상계 엔젤 화이엘. 또 지금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거대한 산만한 육체를 지닌 황금빛 드래

곤. 위대한 드래곤들의 로드인 그라디우스. 게다가 그라디우

스의 옛날 드래곤 하트 일부를 중심으로 갖고 있는 특별한 우

드 골렘 가이트리아. 거의 최강의 파티라 할 수 있는 존재들

이 모여 있는 것이었다. 아투는 속으로 이번 여행은 상당히 편

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한 발작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럼 이제 가보죠. 빨리 아버지의 저주를 풀어드려야 하니

까."

그라디우스의 말에 의하면 일단 저주의 증상은 많이 약화되

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만 끌게된다면 서서히 몸이

망가져 죽음까지 이르게 되니, 될 수 있는 한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성수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해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아투는 믿음직한 동료를 돌아보

며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서 대기 중인 가이트리아의

손을 밟고 어깨위로 올라갔다. 4베타 정도 되는 골렘의 어깨

에 오르니 왠지 공기부터가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상쾌하다

고 해야 할까?

"북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거대한 계곡 하나가 나온다고 하네

요. 일단은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라디우스님의 생각

은 어떠세요?"

아투는 미스티에게 건네 받은 낡은 지도하나를 꺼내들면서

물었다.

"이 지역에서는 신성력이 강하기 때문에 나의 텔레포트 능력

을 믿을 수 없다. 자칫 잘못했다간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 버

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지. 흐흠. 엔젤이라면 어떻게 되지 않

을까 싶은데…."

그라디우스는 은근히 화이엘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긴장된 어조로 물었다. 하지만 정작 엔젤인 그녀는 드래곤인

그라디우스는 별 반 다르게 바라보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

다.

"알다시피 저는 엔젤이에요. 지상계에서 힘을 남용할 수 없답

니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지…."

그라디우스는 단번에 거절하는 그녀의 말투가 못 마땅한 모

양인지, 불쾌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투는 이대로 두 존재의

대화를 놔두다가는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행이 흩어질 것

만 같은 불안감을 느껴 사태의 중재에 나섰다.

"자자, 그럼 걸어가는 걸로 결정을 보죠. 차라리 주변 경치도

즐기면서 가볍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갈 수 있고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호호호. 아투의 말이 맞아요. 걸어가는 게 건강에도 좋고 여

러 방면에서 좋죠. 그럼 결정됐네요? 걸어가는 걸로?"

"크흠. 별 수 없군. 걷도록 하지."

그라디우스는 마지못해 아투와 화이엘의 의견에 동의하며 입

을 삐쭉 내밀었다. 정말 드래곤 로드의 위엄 있는 모습이라고

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 그 자체였다. 오히려

실제 인간인 아투가 그의 모습을 보며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드래곤들이 다 그라디우스님처럼만 행동한다면 신들에게 미

움을 살 필요는 없을 텐데.'

아투는 문뜩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행과 함께 에리아 시를 뒤

로 한 채, 북으로 북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투와 그라디우스, 화이엘이 에리아 시를 떠난 후

몇 시간 뒤. 폐허 한 가운데 우뚝 솟은 홀리 캐슬에서는 또 하

나의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다. 바로 자리를 지켜야 할 황제 미

스티가 감쪽같이 모습을 감춰버린 것이다. 물론 이번엔 예전

에 실종되었을 때와는 다르게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지만.

그 쪽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금단의 지역에 문제가 있어 먼저 파견한 조사단과 합류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습니다. 지금 퓨티아 제국은 미

숙한 저보다 노련한 인물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일단 실피스

님께서 궁중 마도사를 다시 맡으셔서 저 대신 일을 처리해주

십시오. 루미니 공작님과 함께 상의하셔서 일을 결정하시면

그리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일단 금단의 지역에서 돌

아온 후, 다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홀리 캐슬이 발칵 뒤집히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

다. 곧 실피스에게 황제가 남긴 쪽지의 내용이 알려졌고, 홀

리 캐슬을 비롯하여 에리아 시 전체에 그가 경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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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현재 비축분 4권까지 완성시켰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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