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새로운 퓨티아 제국의 황제[5]
『축하한다. 미스티 황제.』
가이트리아마저 딱딱히 굳었던 동작을 풀며 마치 군인 같은
동작으로 미스티를 향해 박수를 쳤다. 사람들과는 다르게 딱
딱한 골렘의 두 손바닥이 부딪히자, 쿵쿵하는 소음이 생겼지
만, 사람들의 만세 소리와 박수 소리에 금세 묻혀버렸다.
"다행이야. 미스티…. 이제 제국의 사람들은 모두 너를 따르
게 될 거야."
엔젤과 드래곤 로드마저도 인정한 황제. 이제 이곳을 떠난 사
람들은 모두 현실을 부풀려 그런 소문을 낼 것이다. 물론 황제
의 자리에 오른 미스티에게는 아주 큰 이득이 됨이 틀림없었
다. 아투는 왠지 미스티 그녀의 미래가 밝은 것만 같아 괜스
레 기분이 좋아져 혼자 미소지었다.
『오늘 밤 그녀에게 물어보거라.』
아투도 사람들의 분위기를 타 박수를 치고 있는데, 마인드 스
피커의 형태로 그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음성이 있었다. 아투
는 살짝 시선을 돌려 황금빛 청년을 바라보고는 똑같이 마인
드 스피커로 답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이제 그녀도 황제가 되었으
니, 앞으로 계속 바쁠 테니까요.』
퍼버벅!
"아아악! 누, 누구야?"
아투가 그라디우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서 별이 번쩍였다. 뒤통수 쪽에선 무언가로 얻어맞은 충격이
느껴졌고, 아투의 옆쪽으로 누군가가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
다. 엄청난 마나의 기운을 풍기는 존재. 아투는 대관식 내내
찜찜했던 기분이 이 때문이었구나 한탄하면서 고통스럽게 고
개를 돌렸다.
"이 녀석아! 오늘이 대관식이면 나에게 알렸어야 할 게 아니
냐!"
쾅!
"아얏! 아, 스승님. 죄송해요. 깜빡 하고 있었어요."
다시 한번 그 분이 지팡이로 아투의 머리를 내리쳤다. 다시
아투의 눈앞에 별이 번쩍이며 뒤통수에 혹이 하나 더 늘어나
는 듯 했다. 이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으며 스승님을 부르
는 것을 깜빡했다는 걸 깨달은 아투는, 대관식이 끝이 나는 동
안 내내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했
다.
* * *
퓨티아 제국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클
라미디 대륙의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
까.
교황이 사라진 지금 현 상황에서 다른 국가에 벌어지는 큰 사
태나 사건은 없었다. 물론 퓨티아 제국의 전 황제가 암살된 직
후, 영토 확장을 넘보던 주변 국가 트레드 왕국의 움직임이 심
상치 않았지만, 지금은 새로운 황제 즉위 후 퓨티아 제국이 안
정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꽁지를 내리고 다시 조용한 소국으
로 전락하고 말았다. 화이트션 강을 사이에 끼고 있는 풍요로
운 국가 도한 왕국도 제국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
쓸 뿐,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농업국으로 알려진 긴프네 왕
국도 근래에 들어서 마법사들의 양성에 힘쓰고 있는 것이 확
인되긴 했지만, 그 움직임이 극히 미약했기에 다른 국에서 견
제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긴프네 왕국에서 조금 내려온
남부 지역에 자리잡은 팜코스라 왕국도 스스로의 영토만을 지
키기에 급급했고, 그 오른편으로 자리잡은 비르슈 왕국도 내
분이 일어나 바깥 정세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칼리어 산맥을 사이로 하여 동 서로 갈라진 영토 중, 동쪽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라미트 왕국. 그곳 또한 요즘 들
어 자주 출몰하는 바다괴물 때문에 내부적인 왕권을 유지하기
도 힘든 상황이었고, 대륙에서 꽤나 큰 세력을 가졌다고 알려
진 남부 중소 도시 연합 클라네션도 지금 도시 국가의 분열로
인해 거의 붕괴 위기를 맞고 있었다. 잠깐 위기를 맞았던 퓨티
아 제국으로선 천만 다행이라 할 수 있는 현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클라미디 대륙의 모든 왕국에서 똑같은 현
상을 동반한 기이한 사건 하나가 터졌다. 바로 오래된 고대의
유적이나 유물들의 대표적인 것들이 대부분 누군가의 소행으
로 파괴되거나, 유실된 것이다. 게 중에는 왕성에서 보관 중이
던 것도 있었는데, 침입자에 의해 파괴당하다니. 어찌 보면 상
당히 심각할 일이라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그런 사건이 모
든 국가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대륙은 퓨티
아 제국의 혼란 이후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일단 대륙의 국가들은 그 모든 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간
주했다. 물론 비슷비슷한 날짜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직접 행
동에 나선 인물들은 각기 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 한 거
대한 집단의 소행일 것이라고 각 국의 현자들은 목소리를 높
였다. 이에 대륙의 각 국은 범인 색출을 위한 최초의 화합을
맺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서는 단 하나. 라미트 왕국 영토에 존재하는 고대 신전에
서 발견된 범인 집단 일원의 사체. 완벽함을 추구하는 범인들
은 그들의 동료를 남기고 사라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물론 시체 하나로 다른 범인들을 추적하는 것은 무리
가 따르겠지만, 이번에 발견된 시체는 특별했다. 바로 대륙 전
체에서 금기시 되는 암흑신들을 섬기는 사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조사망은 상당히 좁혀졌다. 일단 대륙에 현재
까지 존재하는 암흑신들을 조사해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륙 최초의 국가들의 화합은 다시 주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함으로 해서 거의 무효화되어버렸다. 바로
고대 유적이나, 유물들의 파손 직후부터 나타나게된 마물들
때문이었다. 갑자기 엄청나게 증가한 마물들은 인간 마을을
습격하거나 다른 종족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고, 일순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았다. 남자들은 검을 들었고, 부
녀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노약자들은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지
내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가에서는 범인
색출보다는 마물의 퇴치에 더욱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범인 색출은 퓨티아 제국이 전담하게 되었다. 암흑신이
라고 하면 이상할 정도로 치를 떠는 그곳 국민들이라면 신앙
심으로 똘똘 뭉쳐 금방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
다. 물론 제국의 새로운 황제인 미스티는 다른 국가들의 제안
을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서, 아직까지 제국은 무너지지 않았음
을 타국에게 알려주는 것이 되었다.
또한 퓨티아 제국을 후원할 국가 한 곳으로서는 메션 왕국이
선택됐다. 일찍이 이번 대륙 국가들을 휩쓸었던 사건과 비슷
한 사건이 메션 왕국에서 최초로 일어났었고, 또한 왕국 나름
대로의 수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퓨티아 제국에
게 자료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여겨졌던 것이다. 물론
마물과 마물의 등장 원인에 대한 분석에 골머리를 썩고 있던
메션 왕국의 국왕으로서는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제안
이었기 때문에 미스티 황제와 마찬가지로 흔쾌히 받아들였
다.
이에 퓨티아 제국과 메션 왕국을 제외한 모든 클라미디 대륙
의 국가들은 영토 내에서 출몰하는 마물 퇴치에 주력했다. 마
물 퇴치 병력의 주력은 물론 기사단 중심이었고, 후방은 궁수
들과 소수의 마법사들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마물들
의 힘이 강하고 단결력이 뛰어나,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싸움
만 질질 끌고 있는 상황에 불과했으니….
일단 홀리캐슬은 어느 정도 복원이 된 상태였다. 단 기간에
거대한 성을 쌓는다는 것은 사실 이론상으로나, 경험상으로
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메션 왕국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
자는 뜻으로 보내온 스톤 골렘술사 다섯 명의 활약으로 성의
윤곽은 이미 거의 다 잡혀 있었다. 물론 아투의 가이트리아 또
한 돌을 나르고 틀을 잡고, 기둥을 세우고 하는 등의 여러 가
지 일을 도왔다.-다만 당사자인 가이트리아의 입에선 투덜거
리는 말들이 떠나질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스톤 골렘 다섯이 동원됨으로 해서 에리아의 시민들도
활력을 되찾은 상태였고, 또한 자신들의 터전을 손 수 복원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게다가 매일 같이 모습을 드러
내며 힘을 북돋아주는 새로운 황제 폐하의 성실함까지 가세하
여 퓨티아 제국의 수도도 곧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만 같았
다.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군."
그라디우스가 멀뚱멀뚱 도시를 내려다보는 아투에게 말했
다. 아투는 에리아의 북쪽 외벽에 기대있던 몸을 바로 하며 아
쉬운 듯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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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열쒸미 올립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