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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119화 (119/244)

[골렘마스터]  # 새로운 퓨티아 제국의 황제[4]

"미, 미스티……."

아투도 미스티를 보자마자 말까지 더듬으며 눈을 떼지 못했

다. 지금의 미스티는 정말 그동안 겪어왔던 그녀라고는 상상

하지 못할 만큼 이미지가 달랐다. 일단 제국 최고급의 원단으

로 만들어진 대관식 전용 드레스. 붉은 빛이 감돌면서도 백색

과 청색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 아름다운 드레스는

여성미를 최대한 강조하여 가슴이 깊게 파여 있었고, 소매가

없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미스티의 가녀린 몸매와 정말로 어

울렸다. 소매가 없기 때문에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토시와 흰

색의 장갑. 또 목부터 늘어져 내려온 황금 세공의 목걸이와 손

목에서 찰랑거리는 은색의 마법 호구 팔찌까지, 그녀의 모든

미를 발산하며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더욱이 평소와는

다르게 머리를 틀어 올려 나비 모양의 핀으로 고정시키고 있

는 모습은 한 왕국의 여왕 폐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위엄을

자아냈다.

잠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그

녀가 천천히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대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시선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쫓아

움직였다. 평소에 그녀를 많이 보아왔던 아투였지만, 오늘만

큼은 그녀의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뚫어져

라 그녀를 응시했다.

미스티. 아니 헬레니아 공주는 그렇게 처음부터 그녀의 이미

지를 사람들 가슴 깊이 심어주며 기사들이 만들어놓은 터널

을 지나 단상으로 올라갔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녀를 보려

고 점점 더 자리를 이탈해 앞으로 다가가던 사람들도 곧 행사

의 경호를 담당한 병사들의 손에 가로 막혀 자리로 되돌아갔

고,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한 인사들이 자

리에 앉는 것으로 해서 세르니안은 대관식을 거행하기 시작했

다.

"자, 일단 신의 가호부터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주님. 이쪽

으로 오세요."

세르니안은 단상으로 올라와 자신과 마주보고 있는 공주에

게 자리를 옮기라 부탁했다. 그리고 곧 공주가 적당한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는 자신을 수행하던 신관 중 한 명에 손에 들

린 신의 지팡이를 넘겨받은 뒤,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신의

지팡이를 똑바로 쥐고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앞에 서있는

헬레니아 공주의 어깨를 지팡이로 짚으며 정확한 어조로 입

을 열었다.

"사랑의 신 러브샤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지

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앞날에는 평화와 행복만이, 또 사랑과

진실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만약 불행이 닥쳐와도, 시련이 닥

쳐와도 당신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며, 당신을 사랑하

는 사람들이, 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큰 힘이 되어줄 것

입니다. 이제부터 러브샤의 이름으로 당신은 퓨티아 제국의

황제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러브 나이샤 푸텔 카넌. 헬레니

아 황제 폐하."

세르니안의 신의 선언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에게서 박수 갈채

가 쏟아졌다. 진지한 모습으로 신의 선언을 받은 헬레니아 공

주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일일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정성

을 보였다. 일종의 정치적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람

들은 순수한 그녀의 마음이라 받아들이고는 더욱 더 그녀의

황제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환호성과 박수 소리를 높였다. 사

람들의 그러한 소리로 인해 일루션 마법으로 창조된 커다란

광장이 떠나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자, 그럼 이제 정식으로 왕관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세르니안이 살짝 뒤를 돌아보며 수행 신관에게 신호를 주었

다. 그러자 신관이 빠르게 걸음을 옮겨 잠시 단상 밑으로 내려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 여럿이 보호를 하면서 작은 가마

에 올려진 왕관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세련된 세공 방식의 황

금 관. 가운데를 중심으로 하여 붉은 빛의 루비가 박혀 있고,

작은 다이아몬드 가루로 멋을 낸 예술품이었다. 일단 돈으로

그 가치를 환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이번에

헬레니아 공주님의 대관식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왕관을 보

며 다시 한번 감탄을 금치 못했고, 그런 귀한 보물들을 많이

보아왔던 귀족들도 상당히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다만 천상

계 존재 화이엘과 드래곤인 그라디우스만이 무표정한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자, 황제 폐하. 왕관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잠깐만 무릎

을…."

세르니안은 약간 황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헬레

니아에게 속삭였다. 원래의 관례가 그러하니 그리 신경 쓸 필

요까지는 없었지만, 비교적 나이가 어린 세르니안은 황제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 부담스런 모양이었다. 하지

만 헬레니아 황제는 살짝 미소까지 보이며 그녀를 안심시킨

뒤, 유연한 자세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닿게 하며 예를 갖췄

다.

세르니안은 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사들의 보호 아래

운반된 왕관을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중후하

고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곧 정식 황제도 등극할 헬레니아를

돌아보고는 천천히 손을 옮겨갔다.

스르륵.

새롭게 제작된 제국의 왕관은 헬레니아의 머리에 쏙 들어맞

았다. 이제 왕관까지 머리에 쓰고 나니, 정말로 황제로서의 위

엄이 풍기는 느낌마저 들었다.

사람들은 이제부터 새로운 신성 제국을 이끌어 나갈 황제 폐

하를 보며 제각기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것이며, 또 예상을 할

것이다. 좋은 평판도 있을 것이며, 그리 좋지 않은 평판도 나

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투는 미스티라면…,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면 꼭 잘해낼 것이라 믿었다. 이제 그녀가

확실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일단 눈앞의 모든 일들은 정리가

되었으니 조용히 사라질 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저의 대관식에 참석하여 주신 여러분들께 한 가지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포를 하여 공포문을 배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갑자기 왕관까지 수여 받고 정식 황제로 등극한 헬레니아 황

제가 기쁜 표정으로 박수를 쳐주는 평민들과 귀족들을 돌아보

며 말했다. 음성 마이크에 의해 증폭된 그녀의 또랑또랑한 음

성이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한곳으로 모았다. 어느 정도 사람

들이 다시 정숙하며 집중하기 시작하자, 목을 가다듬던 헬레

니아 황제가 마이크에 목소리를 흘렸다.

"여러분들께서도 알다시피 저의 이름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이름인 헬레니아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이름은 미스티입니

다. 또 나아가 계속해서 미스티라 불리고 싶습니다. 지금 제

가 이곳에 존재하며 황제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해준 원동력

도 이 이름이라 할 수 있고, 또 저 나름대로의 추억이 담긴 이

름이기 때문에 저는 과감히 헬레니아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미

스티를 택하려 합니다. 이제 헬레니아 황제는 없습니다. 신성

제국 퓨티아의 새로운 황제는 미스티입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이름

을 바꾸려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 사람들은 의혹이 가

득한 눈빛으로 헬레니아. 아니 미스티라 불리고 싶다는 황제

를 바라보았다. 특히 귀족들 사이에서는 큰 소란이 일기 시작

했다. 일단 가문에서 지어준 이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더

욱이 황실 가문에서 정해져 내려온 이름을 버리겠다고 하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사람들이 술렁이는 것을 본 아투도 미스티를 향해 눈길을 돌

렸다. 왜 갑자기 이름 문제를 가지고 이런 기쁘고 좋아해야

할 날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일까. 더욱이 황제로서의 이미지

도 관리해야하는 시점에서. 헬레니아이면 어떻고 미스티면 어

떤가. 어차피 그녀임은 틀림이 없는데 말이다.

"미스티 황제에게 박수를…."

그때였다. 놀랍게도 지금껏 아무 말도 없고, 또 감정 표현도

하지 않던 화이엘 그녀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황제를 바라

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등뒤에서는 감춰

졌던 백색 깃털의 날개가 돋아나 밝게 빛났고, 순간적으로 사

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나도 미스티 황제의 용기를 칭찬한다."

화이엘에 이어 드래곤 로드인 그라디우스조차 몸을 일으켜

미스티를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무표정했던 그의 아름

다운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미스티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미스티 황제 만세!"

화이엘과 그라디우스의 태도를 주시하던 사람들이 너도 나

도 덩달아 굳었던 표정을 풀며 박수를 치며 만세를 외치기 시

작했다. 그런 변화는 평민들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일어났으

며, 곧 귀족들의 태도도 바꾸어놓았다. 단상 약간 아래에 서있

던 루미니 공작과 레브로스 공작, 샤우드 백작과 빈츠 백작도

위대한 엔젤과 드래곤, 이 두 존재의 행동에 따라 박수를 치

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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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라디우스의 자리는 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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