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어떤 것이지? 답해주기 곤란한 것만 아니라면 성의껏 대답
해주겠다.]
[으음. 그 언덴드 마룡을 상대할 때, 천상계 엔젤님께서도 그
렇고, 그라디우스님께서도 그렇고 언데드라고 칭하던데, 왜
우리 인간들이 사용하는 발음과 그런 미묘한 차이가 있는 거
죠?]
[언데드와 언덴드라…. 사람들 모두 언덴드라는 단어를 사용
하는 모양이지?]
[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언덴드라는 단어로 학습했고, 또 그
것을 표준어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하하. 그렇다면 내가 답을 내려주지. 사실 언데드라고 하
는 단어가 실질적인 표준어다. 언덴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
파되면서 말의 받침이 미묘하게 추가된 형태이지, 절대 표준
어가 아니다. 다만 워낙에 사람들이 언데드라는 말보다 언덴
드라는 말을 많이 썼기 때문에, 후세의 인간들에게 잘못된 발
음이 전달된 것이지. 아,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겠군. 인간
세상에서 지역마다 단어를 발음하는 것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
을 생각해봐라. 그러면 언덴드와 언데드의 차이점을 알 수 있
을 것이다.]
피식.
순간 아투는 웃음을 참느라 손으로 입을 막으며 킥킥댔다. 그
저 사람들의 실수로 빗어진 발음의 차이를 두고 괜히 심각하
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
게 되었으니,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좀 자랑이나 해야겠다
고 생각하는 아투였다.
우우우우우웅!
잠깐 아투가 그라디우스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는 사이, 다
시 한번 커다란 나팔 소리가 행사의 진행을 알리며 울려 퍼졌
다. 잠깐 소란스러웠던 장내의 사람들도 정숙했다.
"이제 곧 황제 폐하가 되실 헬레니아 공주님의 입장이 있겠습
니다."
세르니안이 음성 마이크에 입을 가져가며 차분한 어조로 말
했다. 그러자 그녀의 음성이 신호가 된 듯, 미리 준비하고 있
던 수십 명의 기사들이 붉은 융단을 따라 들어와 양가에 자리
를 잡았다. 바로 이번에 새로 창설된 황궁 수호기사단 일원들
이었는데, 교황의 계략으로 대부분의 중년 기사들이 사라져버
려 급히 기사 후보생 가운데서 실력 있는 자들이 선발된 것이
었다. 때문에 아직 소년 티도 벗지 못한 청년들이 꽤 눈에 띄
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제 십 년 정도의 세월을 겪게 된다면
무서운 인물들로 성장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원 차렷!"
바닥에 깔려진 붉은 융단을 사이로 양가에 들어선 기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갈색 머리의 기사 한 명이 소리
쳤다. 아마도 그 사람이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모양인
지, 다른 기사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질서정연한, 행동이 딱딱 들어맞아 군기가 바짝 든 모습
이었다.
"경례!"
기사 단장이 먼저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며 팔을 45도 각도
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기사단의 기사
들도 허리에 찬 검을 멋지게 뽑아들고는 마주선 동료의 검과
자신들의 검을 비스듬하게 부딪혔다. 그러한 행렬이 길게 이
어져 있으니, 마치 길다란 터널처럼 보였다. 아투는 기사들의
멋진 모습을 보며 대관식에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을 했다.
우우우우우웅!
기사들이 자리를 잡자, 다시 한번 나팔 소리가 길게 울렸다.
세르니안은 나팔 소리가 사라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음성
마이크에 가까이 다가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헬레니아 공주님입니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붉은 융단의 반대편으로 향해져 고정
됐다. 단상 약간 아래쪽의 인사들도 공주에게 예를 갖추기 위
해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잠깐 그라디
우스가 펼쳐놓은 일루션 마법을 살펴보던 아투도 뒤늦게 얼굴
을 붉히며 따라 일어섰다.
우와아아아아아!
갑자기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연발했다. 대부분의 사람
들이 입을 딱 벌린 채, 다물 줄을 몰랐고 눈빛에서는 황홀감
이 묻어났다. 바로 붉은 융단 끝자락을 밟으며 모습을 드러낸
제국의 공주. 이제 곧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될 그녀의 아름다
운 자태가 사람들에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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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가 예쁘긴 예쁜가 봅니다.
확실히 공주면 그 피를 이어받아 예쁜 듯...;;
아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점이 있군요.
왜 판타지 소설의 공주는 다 예쁠까?
그건 간단합니다.
왕은 남자입니다. 그렇죠?
남자는 아름다운 여성을 보편적으로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왕 정도 되는 직책이라면 그런 여성을 골라 결혼에 골
인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아름다운 여성만을 골라 결합하
는 각 나라의 왕의 후손. 즉 왕자나 공주는 그 피를 이어받아
외모가 출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랍니다. 뭐 제 개인적인 생각
일 수도...
어쨌든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