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새로운 퓨티아 제국의 황제[3]
일순 그 인물들이 세르니안의 손을 의식하고 의자에서 일어
섰다. 태연한 모습을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이런 자리는
처음인지 잔뜩 긴장한 모습의 사람도 있었다. 세르니안은 그
들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잠깐 당혹스러운 빛을 띄고는 그녀
의 뒤로 서있던 수행 신관에게 작게 속삭였다. 마이크를 손으
로 가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없었고, 아
투 또한 마찬가지였다.
곧 수행 신관이 단상 밖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세르니안은 잠
시 행사가 지연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딱딱히 굳은 얼굴로
자리를 지켰고, 자리에서 일어섰던 인물들도 어색한 자세 그
대로 계속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
던 아투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미스티가 또 갑자기 황제 자리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건가?"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아투가 미스티에게로 가보려 발걸
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황제 자리 수여의 진행을 맡은 세
르니안 사제의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급히 불렀다.
"가디언 나이트 아투. 빨리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착석을 하라니? 걸음을 옮기려던 아투가 뒤를 돌아보며 어깨
를 으쓱했다. 하지만 이내 단상 옆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 중,
한곳이 비어있음을 확인하고는 왜 행사가 지연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죄송합니다. 깜빡하고 있었네요. 하. 하.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한 아투는
급히 단상 쪽으로 달려가 비어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샌가 나타난 그의 골렘 가이트리아도 주인의 옆으로 다가가
석상처럼 그를 보호했다. 세르니안 사제는 이제 모든 인물이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는 잠시 중단될 뻔한 행사를 속히
진행시켰다.
"자, 루미니 공작님과 레브로스 공작님이십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인물은 당연히 귀족 연합의 실권을 쥐고 있
는 두 공작이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선 자세로 박수 갈채
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 답했다. 특히 박수가 많이
나온 곳은 평민들이 있는 좌석보다는 확실히 귀족들이 앉아있
는 쪽이었다.
"그리고 이분들은 샤우드 백작과 빈츠 백작입니다."
세르니안은 두 번째로 두 백작을 소개했다. 공작 못지 않게
귀족 연합의 실권을 쥐고 있는 중요 인물들이니 만큼 이런 자
리에서 빠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투는 샤우드 백작의 빈 뒤
쪽 공간을 보면서 얼굴이 어두워졌다. 섀도우 나이트에게 육
신을 빼앗긴 나이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분은 이번에 헬레니아 공주님, 아니 이제는 황제
폐하가 되실 헬레니아 황제 폐하의 가디언 나이트인 골렘술
사 아투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세르니안이 아투를 소개하자, 귀족들을 소개했을 때와는 비
교도 할 수 없는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일반 평
민들이 아투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 그들의 좌석 쪽
에서 박수와 함성 소리가 가장 많이 터져 나왔다. 아투는 예상
치도 못한 호응 때문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인사로 답하는 것
을 잊지 않았다.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신 분들입니다. 천상계
엔젤이신 화이엘님. 그리고 위대한 드래곤족의 로드이신 골
드 드래곤 그라디우스님입니다."
순간 사람들의 놀라운 시선들이 붉은 빛을 머금은 소녀와 황
금빛을 발산하는 청년에게로 향해졌다. 그동안 엔젤과 드래곤
을 찾기 위해 눈알을 굴리던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움
을 감추지 못했고, 일반 평민들이나 귀족들도 그들을 보며 신
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고 또 관찰했다. 하지만 화이엘과 그
라디우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할 뿐, 반응을 보이지 않았
다.
"네, 됐습니다. 이제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제국의 상
황이 안 좋으니 만큼 빨리 대관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르니안은 중요 인물들의 소개를 마친 후, 그들을 다시 자리
에 앉게 했다. 그리고 다시 음성 증폭 마이크를 몸쪽으로 바
짝 끌어당긴 후, 엄숙한 표정으로 차근차근 행사를 진행시켜
갔다.
아투는 세르니안의 진행 순서에 맞추어 이곳 저곳 시선을 옮
겼다. 그러던 중, 약간 따분하다는 듯이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라디우스와 눈이 맞았다. 그라디우스는 다시 태연하게 시선
을 돌렸지만, 아투는 괜히 화들짝 놀라며 어색하게 눈을 돌렸
다. 순간 아투의 머리 속에는 문뜩 떠오르는 또 하나의 얘기
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