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16화 (116/244)

[골렘마스터]  # 새로운 퓨티아 제국의 황제[2]

"화이엘님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엔젤 나이트는 제국

의 영토에서 철수시키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 주십시오."

레이엘은 존경의 의미가 담긴 동작으로 한쪽 가슴에 손을 올

리며 인사를 한 뒤, 다시 빛과 함께 사라졌다. 화이엘은 그녀

가 사라지고 나서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 찌푸린 하늘에 떠있

었다. 아마도 공기의 흐름을 보아하니 비가 올 것만 같았다.

화이엘은 날개가 젖을 것을 염려하면서도 이번에 쏟아질 비

가 모든 고민을 씻어주기를 바라며 활공을 하여 사람들이 있

는 곳으로 향했다.

*  *  *

아투는 오늘 하루 종일 바쁜 하루를 보내야했다. 왜냐하면 그

가 목숨을 받쳐 보호해야 할 인물인 미스티가 바로 오늘 정오

에 시간을 맞추어 황제 대관식을 갖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

당사자인 미스티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행사에 관련된 일을

결정지어야 했기에, 그녀의 그림자처럼 따라붙어야 할 아투

또한 덩달아 고생이었다.

이번 대관식은 거의 속성으로 치러지는 만큼, 참석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일단 수도 에리아의 복원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며 노력중인 시민들이 대부분을 이룰

듯 했고, 귀족 연합의 여러 중 하층 귀족들도 상당수 참석한다

는 의사를 밝혀왔다. 게다가 루미니 공작과 레브로스 공작, 샤

우드 백작과 빈츠 백작이 참석함으로서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사람들의 수도 상당했다. 또한 신관들의 세력도 무시할 수 없

었다. 교황의 계략으로 인해 지방으로 쫓겨나다시피 몰려갔었

던 하이 프리스트급 신관들이 대거 수도로 돌아왔기에, 복구

작업이 한창인 수도에는 활기가 넘쳐흘렀고, 성가가 매일 밤

들려올 정도였다.

그리고 대관식에서도 가장 빛을 발하는 존재는 당연지사 천

상계 존재인 화이엘이었다. 또 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의

로드 그라디우스에 대한 소문도 어느 사이 퍼진 모양인지, 천

상계 엔젤과 만 년을 넘게 살아온 골드 드래곤을 보기 위해 몰

려든 인파로 지금 천막뿐인 수도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후아. 정말 대단하군."

아투는 어느새 대관식이 행하지는 커다란 광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평범한 옷을 입고 밝은 표

정으로 참석한 시민들. 화려하지만, 거부감 없는 깔끔한 정장

을 차려입고 미리 놓여진 의자에 앉아있는 여러 귀족들. 그리

고 시민들 사이 사이 뒤섞여 보이는 각 계열의 신관들까지 정

말 그 수가 대단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많이 모일 것이라고

는 상상하지 못한 아투였다.

"어? 저 분은….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는 대관식 같은 곳에는

나타나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문뜩 단상의 한 인물을 보고 퍼뜩 놀란

아투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순수 황금빛 머리를 허리까

지 늘어뜨린 중성적 외모의 남성이 보였다. 그 나이를 쉽게 짐

작할 수 없게 하는 묘한 이미지의 얼굴과 호리호리한 몸매. 하

지만 날카롭게 선 눈매가 인상적인 미남형의 인물이었다. 지

나가던 여자들이 한번씩 눈길을 줄만도 했다.

아투는 그 인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마룡과

의 싸움에서 갑자기 나타나 브레스 한 방으로 모든 상황을 끝

내버린 어마어마한 능력의 소유자. 모든 드래곤의 어르신 격

인 존재. 골드 드래곤 그라디우스 그였다.

물론 그 위대한 존재가 아무 이유도 없이 퓨티아 제국의 수

도 에리아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볼 일은 바로 아트란

의 아들 아투와 관련된 일이었고, 몇 일 전 이미 아투와 모든

얘기를 끝내놓은 후였다.

"신을 받드는 신성 제국 퓨티아. 그곳의 금단의 지역에서 솟

아난다는 성수……."

아투는 그라디우스에게서 들었던 말을 잠시 되새기면서 몇

일 전 그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떠올렸다.

[그라디우스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흠. 너의 아버지 아트란에게 걸린 저주에 관한 일로 온 것이

다. 때마침 마룡과의 전투 때 나타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

다.]

[혹시… 아버지의 상태가 악화되기라도 한 건가요? 제가 퓨

티아 제국의 신관 한 분에게 부탁하여 아버지께 신관을 파견

해달라고 했었는데, 혹시 그 신관이 아직 들르지 않은 건

가….]

[아니다. 퓨티아 제국의 신전에서 왔다고 밝혔던 신관 한 명

이 있긴 하였다. 하지만 그 사람도 아트란에게 걸린 저주를 알

아보지 못하더군.]

[그럼 이제 아버지의 저주를 풀어드릴 방법은 없는 거예요?]

[아트란은 내 친구다. 그렇게 쉽게 저 세상으로 보내진 않아.

당연히 그 신관이 다녀간 뒤로도 난 마족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한 가지 마족의 모든 힘을 제거할 수 있다

고 하는 그 무언가를 알게 되었지.]

[그 무언가라는 게 어떤 거죠?]

[바로 퓨티아 제국 내부에서도 비밀리에 취급되어진다는 금

단의 지역. 클라미디 대륙의 최북단 이름 없는 산에서 솟아난

다고 하는 성수다.]

[서, 성수라고 하면 천상계에서 솟아나는 물인데, 그게 어째

서 지상계에 있는 건지….]

[그런 것까진 내가 알 수 없지. 신과 관련된 일은 우리 드래곤

과는 별로 인연이 없으니까. 하지만 아트란의 전신을 적셔줄

정도의 성수만 얻을 수 있다면 저주 따윈 단번에 풀 수 있다

고 한다. 그래서 널 찾아온 것이다.]

[그라디우스님의 말뜻은 지금 미스티에게 부탁하여 그 성수

를 얻으라는 건가요?]

[뭐 그렇게까지 해준다면 너의 아버지를 빨리 구할 수 있겠지

만, 괜히 금단의 지역이라 불리겠는가? 아주 위험한 산이라는

소문이 있더군. 일단 금단의 지역으로 통하는 길만 알려준다

면 내가 직접 가서 성수를 떠올 생각이다. 그러니 너는 미스

티 공주. 아니 이제는 곧 황제가 될 그녀에게 부탁을 하여 금

단의 지역으로 통하는 길을 좀 알아내거라.]

솔직히 그 때 아투는 놀랐었다. 인간을 위해 그 자존심이 강

하다는 종족인 드래곤이 직접 나서려 하다니. 아무리 친한 친

구 사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버지인 아트란과 그라디우스

의 관계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아투의 머릿속은 놀라움으

로 가득했다.

어쨌든 일단 성수에 관한 얘기. 또 금단의 지역에 관한 얘기

는 미스티의 황제 대관식이 끝난 뒤 꺼낼 생각이었다. 괜히

큰 행사를 앞두고 그런 얘기를 꺼낸다면 아무래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

는 판단에서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때였다. 갑자기 어수선한 행사장을 중후하게 울리는 나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일순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입을 다

물고 정숙했고, 아투도 단상 위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정말 대단한 마력이야. 이런 환상을 거의 반나절 동안이나

유지시키다니.'

아투는 속으로 감탄을 했다. 이 모든 행사장의 모습은 그라디

우스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마룡에

의해 파괴된 에리아에서는 대관식이라는 거대하고도 중대한

행사를 치를 만한 장소가 남아있지 않았기에, 공주의 부탁을

받은 그라디우스가 아침에 급히 펼친 일루션 마법의 성과였

다. 물론 사람들도 사전에 환상임을 교육받아 갑자기 폐허 한

복판에 나타난 호화로운 광장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고, 지금

도 태연히 행사의 진행에만 관심을 보이며 집중했다. 간혹 소

문으로 듣던 엔젤이나 드래곤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도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우우우우우우웅!

다시 한번 커다란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단상 위로 새롭게 교황 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랑의 하이

프리스트 세르니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홍색의 신관 로브

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머리에는 정식 신관의 관까지 쓰고 나

니, 젊은 여성이라고는 하지만 전신에서 자연스런 위엄이 베

어 나왔다. 사람들은 세르니안 사제를 보며 박수 갈채를 보냈

다.

"네, 감사합니다. 이제 제국의 새로운 황제 폐하의 대관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가 단상 앞에 마련된 음성 증폭 마이크로 다가가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다시 한번 사람들의 박수가 단상으로

쏟아졌다.

"그럼 일단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참석하신 분들부터 소

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세르니안은 다시 마이크에 입을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

의 손은 단상 약간 아래쪽의 범상치 않은 인물들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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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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