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6]
『받아라! 이 썩은 드래곤 녀석아!』
콰과과광!
마룡이 잠시 아투에게 정신을 쏟고 있는 사이, 빠르게 녀석
의 발 밑으로 접근한 가이트리아가 가속이 붙은 몸을 그대로
날리며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골렘의 발이 지면으로 깊게
박혀들 정도로 엄청난 괴력이 실린 공격이었기 때문에, 최소
한 녀석의 균형 정도는 무너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아니었다.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진 몸체는 물리적인
공격으로 어떻게 해볼 물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룡의 발 밑
에 놓이게 된 가이트리아를 향해 녀석의 거대한 발이 떨어졌
다.
『아무리 드래곤 본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물러지지 않고 있는 거지. 역시 드래곤 하트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힘이 사라지지 않은 건가?』
간신히 녀석의 발바닥을 양손을 받아내며 분투한 골렘이 힘
에 겨운 듯 내뱉었다. 가이트리아가 위험에 처한 걸 보고 아투
가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마룡은 계속 아투를 견제
하며 꼬리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틈이나 여
유가 없었다.
『내 걱정은 말고 주인 네 걱정이나 해라. 벌써 보호막이 흐
릿해지고 있지 않나!』
가이트리아는 악을 쓰듯 모든 힘을 팔로 집중시켰다. 곧 폭발
적으로 모여든 기운 때문인지, 골렘의 두꺼운 팔뚝이 밝은 광
채를 머금었고, 놀랍게도 순간적으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
무게를 실어 밟아버리려 하는 마룡의 발바닥을 완벽히 밀어버
렸다.
『나 역시 드래곤의 자손이다. 이런 죽은 놈에게까지 당할 정
도로 약하지는 않아.』
골렘은 거만한 태도로 아투에게 잘난 척을 했지만, 간신히 몸
을 움직인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났다. 아투는 이런 상황에서
도 저런 행동을 보이는 가이트리아를 보며 잠시 이마를 짚다
가 자신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순간적으로 마나를 집중시키며
허리에 매여진 마나 애로우를 뽑아들었다.
"가이트리아! 잘 봐둬! 나도 골렘에 지지 않을 실력이 있다는
걸!"
그의 입술이 빠르게 들썩였다. 아무런 소리도 새어나오진 않
았지만, 서서히 그의 주변 공기의 흐름이 바뀌어져갔다. 밝은
광채가 마나 애로우의 시위를 대신했고, 또 그것보다 더욱 밝
아 무색의 광채를 띈 빛의 입자들은 화실을 대신하여 자리를
매웠다. 지금껏 아투가 거의 사용한 적이 없는 빛의 주문 중
하나였다.
"간다! 샤이닝 애로우!"
비록 서클 상으로의 위력은 낮았지만, 언덴드로 재 탄생한 마
룡에게는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빛의 계열 주문, 샤이닝 애로
우였다. 아투의 손에서 시위가 놓아지고 곧 빛의 화실이 빠른
속도로 마룡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막 다시 한번 꼬리를 휘
둘러 인간 마법사를 공격하려던 마룡은 갑자기 몸을 웅크렸
다. 그러자 등 쪽으로 접혀져 있던 뼈 조각 몇 개가 활짝 펼쳐
졌고, 그 사이 사이에 매달린 피막이 늘어났다.
'아차! 드래곤인 녀석에게는 당연히 날개가 있어야 했잖아!
젠장.'
아투는 지금껏 잊고 있던 사실 한 가지를 확인하고는 안타까
운 마음에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기회는 지나간
것. 마룡은 그동안 쓰지 않던 날개를 활짝 피고는 천천히 날
개 짓을 해댔다. 갑자기 광풍이 일어 주변의 기물들을 마구 날
려버렸다. 안 그래도 거대한 녀석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형체
도 없이 부셔지던 수도의 건물들은 더욱 처참한 몰골로 변해
갔기 때문에, 이제는 한 나라의 수도였음은 전혀 상상할 수 없
는 그러한 풍경으로 바뀌어버린 뒤였다.
슈슈슈슈슉! 쿠구구구궁!
역시나 마룡은 하늘로 날아올라 샤이닝 애로우 주문을 피했
다. 안타까운 눈초리로 아투가 마룡을 바라보다가 문뜩 녀석
의 발가락 부근에 무언가 작은 존재가 매달려 있음을 확인하
고는 크게 놀라 시선을 고정시켰다.
"가, 가이트리아! 지금 그렇게 장난이나 치고 있을 때야? 거
기 매달려서 뭐 하는 짓이야!"
아투는 마룡의 발에 대롱대롱 매달려 하늘을 날고 있는 골렘
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 머저리 같은 인간! 누구는 여기 매달리고 싶어서 이렇
게 했겠나! 난 마룡이 네 녀석이 날린 그 주문을 피하지 못하
게 하기 위해 놈을 붙잡으려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란 말이
다!』
골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는 주인을 보며 괜히 또 짜
증을 냈다. 하지만 그대로 마룡의 발에서 손을 놓쳤다가는 몇
백 베타 아래에 있는 지면에 그대로 처박힐 판이었다. 당연히
골렘의 거대한 양손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갔다.
"아무리 언덴드 드래곤이라고 해도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
구나. 아무래도 나 혼자 상대하려는 생각은 버려야겠어."
아투는 일단 지면으로 다시 내려서며 안전한 상공에 둥둥 떠
있는 화이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엔젤인 그녀라면 뭔가 방
법이 있지 않을까. 언덴드 계열의 존재는 역시 상극이 되는 빛
의 계열의 존재에게 밀리게 되는 것이 코스모스의 순리. 게다
가 빛의 존재 중에서도 엔젤 나이트의 수장까지 맡고 있는 그
녀라면 언덴드 드래곤을 비교적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기대감이 생겼다.
"……."
하지만 화이엘은 무슨 생각을 그리도 깊게 하는지 아투의 시
선도 느끼지 못하고 멍하니 떠있기만 했다. 가끔 허공의 몸체
를 유지하기 위해 날개가 퍼덕거리긴 했지만, 그 외의 움직임
을 일체 없었다. 역시 엔젤이라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철칙을
따르겠다는 것일까? 아투는 어느 정도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
하고는 어쩔 수 없이 혼자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 해결하려 해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골렘마저 마
룡의 발에 붙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저절로 아투의 입에선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날 내려줄 생각이 없는 거냐?"』
가이트리아가 힘이 부치는 모양인지 힘겹게 말을 걸어왔다.
일단 마룡의 발에 붙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골렘부터 내
려줘야 일이 쉽겠다고 판단한 아투는 마룡의 시선에서 벗어나
는 장소로 달려가며 재빨리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레비테이션 에어 윙!"
강제 비행 주문. 아투의 손에서 푸른 마나가 잠깐 번쩍이며
골렘의 몸체를 향해 무형의 기운이 퍼져갔다. 언덴드 마룡이
비록 지성을 지니진 못했다고 하나, 녀석의 파괴 본능과 함께
본성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곧 그 미약한 마나를 감지하고 고
개를 돌려 아투가 있는 곳을 확인했다. 허나 이미 조금 늦은
시각이라 완성된 비행 주문이 가이트리아의 몸에 정확히 시전
됐고, 힘겨워하던 골렘의 몸이 허공으로 붕 날아올랐다.
쿠아아아아아앙!
"큰일이다! 녀석이 가이트리아 널 본 것 같아!"
갑자기 입을 쫙 벌리며 기괴한 소리로 울어대는 마룡을 보며
아투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하지만 아직 골렘의 육중한 몸이
지면과 닿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고, 이미 녀석의 주
둥이에선 붉은 안개가 뿜어지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우
드 골렘의 본체가 녹아 내릴 판이었다.
'어, 어떡하지? 이대로 가다간 끝장인데.'
아투의 긴장된 얼굴을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스승인 실
피스가 선물했던 헐렁한 옷도 땀에 젖어 타이트하게 달라붙
어 기분 나쁜 감촉을 선사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시간을
끈다면 가이트리아를 지면으로 내릴 수 있을 텐데….
"팔찌의 정령이여! 저 붉은 안개에서 골렘을 지켜 줘!"
거의 절망감에 휩싸여 아투가 눈을 질끈 감으려 하는 그 때,
갑자기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강력한 기운 하나가 날아와 가
이트리아와 마룡의 사이를 막아섰다. 반투명한 몸체를 가진
가녀린 소녀의 형상을 한 존재였는데, 그 회색의 존재가 앞으
로 손을 내밀자, 마룡의 주둥이에서부터 뿜어지던 붉은 안개
가 무언가에 밀려 중간에서 멈춰 섰다.
"미, 미스티!?"
그럴 리 없었다. 아니 그래선 절대 안 되었다. 아투는 부정하
는 듯 고개를 휘저으면서도 반가운 마음에 얼굴색이 변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과연 그가 예상했던 대로 팔찌의 정령을 부
리는 미스티. 제국의 흥망을 손에 쥔 중요한 존재인 그녀가 마
룡과의 접전지로 달려와 아투를 도왔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
녀의 옆으론 샤우드 백작과 와이번 나이트들이 여럿 보였다.
그리고 곧 이어 한 곳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마력이 폭발하며
아주 든든한 존재가 또 하나 늘어났다. 바로 제국에서 가장 강
력한 마법사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9서클 마도사 실피스. 아투
의 스승님이었다.
---
짜라잔~~ 잘 나가는 실력자들 대거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