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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109화 (109/244)

[골렘마스터]  #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4]

『뭔가 이상한 존재감이 지하에서부터 느껴진다.』

가이트리아가 아투의 앞을 지켜 서며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

다. 아투는 골렘의 경고를 듣고 긴장하여 마나장을 전개하면

서 계속 갈라진 대지의 틈을 주시했다.

휘이이이이.

그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존재가 아투의 앞으

로 날아왔다. 계속 벌어진 대지의 틈만 주시하던 그는 화들짝

놀라 갑자기 등장한 존재를 향해 반사적으로 마력탄을 날려버

렸다. 안 그래도 무슨 괴물이라도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

정하고 있던 터라, 새하얀 존재를 적으로 간주한 것이다.

"아투! 지금 누굴 공격하는 거야?"

그 존재는 아투에게 그렇게 소리치며 하늘로 날아올라 가볍

게 공격을 피해냈다. 곧 정신을 똑바로 차린 아투가 두 눈을

깜빡이며 새하얀 존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죄, 죄송합니다. 엔젤님."

"피…. 표정을 봐서는 전혀 미안한 것 같지가 않은데?"

화이엘은 날개를 접어 반쯤 몸을 가리고는 살짝 장난을 치며

아투의 옆으로 다가와 함께 갈라진 대지의 틈새로 시선을 옮

겼다. 잠깐 반가운 인물인 화이엘의 등장에 긴장을 풀었던 아

투도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말없이 시선을 고정시켰다.

"엔젤님. 홀리 캐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분명 지진

은 아닌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아시겠습니까?"

불그스름한 기운이 더욱 짙게, 그리고 더욱 광범위하게 주변

을 물들이며 피어올랐다.

"아마 교황이 한 짓일 거야. 물론 그 장본인은 지금 이곳에 없

지만 말이야."

"교황은 이미 귀환 주문으로 이곳을 떠났다는 말씀입니까?"

"응. 이미 그는 마왕에게 책을 넘겨받고 이곳을 떠난 것 같

아. 수도에 모여있던 마족들도 자취를 감춰버렸어."

화이엘은 피비린내를 실어 불어오는 기분 나쁜 바람을 느끼

면서 휘날리는 머리칼을 한쪽 손으로 쓸어 넘겼다. 새하얀 한

쌍의 날개까지 바람에 휘날리자, 날개를 이룬 하얀 깃털 몇 개

가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그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미를 뽐내

는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은 아투가 입을 벌리고 그녀에게서 눈

을 돌리지 못했다.

"아투. 지금 그런 표정 짓고 있는 걸 미스티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상당히 피곤해질 걸?"

부담스런 시선을 느낀 화이엘은 다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농

담 한 마디를 건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또 무례하게 쳐다본 것 같습니다."

"아투. 그 딱딱한 행동 좀 제발 바꿀 수 없겠어? 난 그냥 평소

의 아투가 해주던 그 태도가 좋단 말이야!"

갑자기 그녀가 짜증을 냈다. 냉철한 판단만을 중시하며 항상

중립을 지킨다는 엔젤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혼란스런 모습

이었다. 아투도 물론 그녀의 바람대로 편히 대하고 싶었지만,

엔젤이라는 존재는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다.

"차차 고쳐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으로선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입니다. 아, 어쨌든 엔젤님의 말

씀대로라면 이미 교황은 사라졌고, 저 홀리 캐슬을 집어삼킨

대지의 진동은 그 자가 남겨놓은 것이라는 겁니까?"

"내가 감지한 기운으로 미루어 생각하면 그래. 이미 교황의

존재감은 이곳에서 사라졌어. 대신에…."

"대신에?"

아투는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를 보며 왠지 모를 불길한 생각

이 들었다. 언제나 그녀가 말꼬리를 늘일 때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교황이 마족에게 받은 무슨 물건으로 이곳 수도 에리

아의 지하에 잠들어 있던 무슨 엄청난 존재를 깨워놓은 것 같

아."

역시나 아투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거대한 성 하나를 집어

삼킬 만한 지진은 지금까지도 역사상으로 드문 희귀한 현상이

다. 게다가 붉은 안개까지 솟구치게 만든 지진이 들어보지도

못한 아투였다. 화이엘 바로 그녀의 말대로 무언가 땅속에 다

른 것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쿠가가가가가강!

갑자기 벌려졌던 대지의 틈새에서 기괴한 소리가 터져 나왔

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붉은 안개 또한 폭발적으로 그 양이

증가하여 하늘을 뿌옇게 뒤덮었고, 안개 가까이 서있던 병사

들이 갑자기 그 안개를 들이키고는 흰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

러졌다. 눈알까지 확 뒤집혔고 혀까지 축 늘어뜨린 것을 보니

즉사한 것 같았다.

"엔젤님이 말한 그 녀석인가!?"

아투는 안개가 이곳까지 퍼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거의 무의

식적으로 옆에 서있던 화이엘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얼마나

새게 잡았는지, 화이엘이 얼굴을 찡그리며 아투의 손을 뿌리

치려 했지만, 반사적으로 힘을 주고 있어 쉽지가 않았다.

『가이트리아! 날 어깨위로 올려 줘.』

『알았다. 꽉 붙잡아라.』

가이트리아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군말 없이 주인의 명

령에 따라 아투와 화이엘을 어깨 위에 태웠다. 그리고 명령을

기다릴 것도 없이 미리 펼쳐진 마나장을 따라 전력을 다해 달

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폭발적으로 증가한 붉은 안개는 그 퍼지는 속도가 빠

르지 않았다. 그림자 보법까지 사용하게 하지 않아도 그 범위

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아투는 그대로 골렘의 어깨에 올라탄

자세로 현재의 상황을 똑바로 주시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귀족 연합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지휘관들이 분투하고 있

는 모습이 아투의 눈에 들어와 박혔다. 안개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사상자가 속출했기 때문에 그들로선 답답할 노릇일

것이다. 어떻게든 그들을 도와 병사들을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저 안개부터 날려버리고 화이엘이 말했던 대로

땅속이 있는 어떤 존재를 해결해야 했다.

'자, 잠깐. 안개를 날려버린다고?'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아투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 불그스름한 기운이 비록 안개처럼 보이긴 하지만, 현재 미

약하게 불고 있는 바람에 따라 퍼지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

고 있었다. 만약 순간적으로 엄청난 세기의 바람을 이용하여

안개를 다시 저 벌려진 지면 속으로 밀어버린다면?

"좋아! 저 안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아투는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높이며 화이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상당히 화가 난 얼굴

을 하고 아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보며

이상하다고 느낀 아투는 이내 자신의 손이 그녀의 팔목을 꽉

붙잡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흠칫하여 손을 뗐다. 있는 힘을

다 주고 있던 모양인지, 그의 손가락 자국이 얇은 화이엘의 손

목에 그대로 남아버렸다.

"아, 제가 너무 흥분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만…."

"됐으니까 빨리 저 안개나 좀 어떻게 해 봐. 이러다간 귀족 연

합 세력의 병사들이 남아나질 않겠어."

화이엘이 평소의 그녀답게 잔뜩 짜증을 내며 손목을 문질렀

다. 엔젤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러한 행동을 보며 아투는 남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내 마음 속으로 생각해두었던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올렸다.

"바람을 관장하는 위대하신 그대여. 지금 나에게 모든 것을

잠재울 강렬한 회오리를 선사하라! 윈드 스파이럴!'

슈슈슈슈슈슉!

곧 그의 손에서 완성된 강렬한 기류의 바람이 녹색의 빛을

띈 채, 붉은 안개를 향해 날아갔다. 넓은 범위로 천천히 퍼지

고 있던 그것은 이내 녹색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겉잡을 수 없

이 밀려났다. 폭발적으로 치솟던 안개가 이제는 그 기세가 완

연히 수그러들었고, 황급히 도망을 치던 병사들도 자리에 멈

춰 서서는 아투의 활약상을 눈에 담았다.

"좋아! 이대로 움직여서 이렇게 하면…."

아투는 손에서 뿜어지는 녹색의 기류를 주시하면서 살짝 손

을 내려 각도를 바꾸었다. 그러자 붉은 안개를 잔뜩 머금은 회

오리바람이 홀리 캐슬을 집어삼킨 거대한 틈을 향해 돌진하

기 시작했다. 약해지긴 했지만, 계속해서 뿜어지던 붉은 안개

도 곧 그 강렬한 기류에 휘말려 다시 땅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휴우. 무슨 독가스의 일종인가? 그런데 왜 그런 위험한 가스

가 홀리 캐슬 지하에 묻혀있었던 거지?"

막 하늘을 뒤덮던 붉은 안개를 깨끗이 쓸어버린 아투가 안도

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옆에서 모든 행동

을 지켜보던 화이엘의 표정은 전혀 풀리지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지하의 어떤 존재를 감지하는 듯, 코발트빛으로 차갑

게 빛나고 있었다.

"교황이 도대체 성 지하에 무슨 짓을 벌인 겁니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아투가 물었다. 처음에는 계속 지면의

틈을 주시하던 화이엘이 조금 시간이 흐르자, 식은땀까지 흘

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크, 큰일이야. 난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이곳 건국에 관한 전

설이 맞았던 모양인 가봐."

갑자기 전설 얘기를 꺼내며 당황하는 엔젤 나이트의 수장, 화

이엘. 과연 엔젤까지 놀라게 하는 그 전설이란 무엇일까. 아투

는 퓨티아 제국에 관한 여러 가지 건국 얘기들을 떠올려 보았

다. 하지만 워낙에 큰 영토를 가진 제국이기 때문에, 그에 따

른 전설 또한 지역마다 가지각색이었다. 그 수많은 전설들 중

아투가 학습한 것 또한 몇 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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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립니다. 쿠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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