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2]
"신들께서도 교황을 경계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미스티가 잠시 화이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글쎄…. 신께서 인간을 경계한다는 말은 조금 이상한 것 같
지만, 어쨌든 교황이 생각하는 일이 심상치 않음은 인정하셨
다고 할 수 있어. 뭔가 교황과 관련된 더 깊은 일이 있는 것 같
지만, 신들께서는 지상계가 순리대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하
시고는 언급을 하지 않으셨어."
레브로스 공작을 대할 때와는 반대로 화이엘의 목소리에선
친근감이 묻어났다. 최대한 미스티와 아투에게 거리감을 주
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그녀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이
해한 아투는 화이엘을 바라보며 속으로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
다.
"어쨌든 일단 수도를 되찾아야 합니다. 교황의 일은 퓨티아
제국의 황실이 안정된 후에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잠자코 있던 샤우드 백작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항상
그의 옆을 지키고 있던 나이츠가 없으니, 왠지 느낌이 달라 보
이는 것 같았다. 아투는 잠깐 잊고 있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
라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뭐 내 생각 또한 일단은 수도에서 교황을 몰아내야 할 것 같
습니다. 일단 교황의 세력이 뭉쳐지는 이곳을 탈환한다면 그
의 계획이 조금이라도 늦춰질 것입니다. 그 사이를 노려 교황
을 저지해야겠지요."
화이엘은 그렇게 말을 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녀의 시선
은 언덕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도시 에리아의 외곽 지역에 고
정된 상태였다. 병사들과 병사들의 싸움. 칼이 부딪히는 소리
와 고함 소리가 뒤섞인 소음들이 언덕 위까지 들려왔다. 치열
한 싸움인 것 같았지만, 이미 승세는 귀족 연합에게 기울어진
듯 했다.
"이제 슬슬 싸움도 끝나 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내성에 진입
할 때 조금 무리가 따를 듯 하니, 제가 가서 병사들을 지원하
도록 하겠습니다."
아투가 옷깃을 여미며 루미니 공작, 레브로스 공작을 돌아보
았다. 이미 미스티와는 눈빛으로 얘기를 마친 뒤였다.
"그래, 우리도 슬슬 남은 병력을 이끌고 진입하도록 하겠네.
공주님은 우리가 모시고 가지."
루미니 공작은 아투의 출전을 허락했다. 그러자 대번에 표정
이 밝아진 아투는 이내 나무에 묶여진 말들 중 한 마리를 골
라 타고는 빠르게 언덕을 타 내려갔다. 그리고….
"그럼 나도 마족의 움직임을 살피러 좀 가봐야 할 것 같습니
다. 나중에 홀리 캐슬에서 보지요."
화이엘도 어느새 새하얀 날개를 등뒤로 펼쳐내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튀어나온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신형은
빠르게 아투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미스티 공주님의 가디언 나이트이신 아투 골렘술사께서 우
리와 함께 하신다! 거인 기사의 가호를 받으며 공격하라!"
아투는 자신의 이름을 들먹거리는 한 기사 지휘관을 보며 살
짝 고개를 끄덕였다. 지위나 계급으로 따져도 한 참이나 아래
인물이긴 했지만, 긴박한 전투에선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
다.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아투는 내성
바로 앞에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병사들의 선두로 말을 몰았
다. 그 뒤에는 그림자처럼 그를 보호하는 거대한 우드 골렘 가
이트리아가 맹렬한 기세로 따르고 있었다.
아투가 막 내성 바깥까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귀족 연합 세력
의 병사들과 교황의 마지막 방어선 병사들과 큰 싸움이 벌어
진 뒤였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기세와는 다르게 귀족 세력들
의 병사가 크게 밀리고 있는 상태였다. 바로 내성 위에서 쏟아
져 내리는 화살과 투창 때문이었다. 게다가 홀리 캐슬을 지키
기 위해 남아있던 몇 몇의 신관들이 분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귀족 연합의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지금
까지의 기세가 꺾임을 물론이며, 시간만 더 끌게 될 판이었다.
"지휘관들은 들어라! 일단 병사들을 뒤로 빼라! 피해를 최소
화해야 한다! 어떻게든 내성은 내 힘으로 뚫어보겠다!"
아투는 병사들의 선두로 나서서 그렇게 외쳤다. 순간적으로
그가 중요 인물임을 파악한 교황의 병사들의 공격이 그에게
집중되어 쏟아졌지만, 약한 화살이나 작은 투창이 아투를 보
호하고 있는 가이트리아의 손에 막혀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들어라! 여기는 골렘술사이신 가디언
나이트 아투께서 맡기로 하셨다! 병사들은 뒤로 물러나 전열
을 가다듬어라! 우리가 나설 순간은 내성이 무너지는 그 때
다!"
병사들은 거대한 골렘의 등장에 안심하며 뒤로 물러섰다. 지
휘관들이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 혼란 없이 병력을 빼냈기 때
문에 그동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아투는 뛰어난 자
휘 솜씨를 발휘하는 기사들 몇 명을 눈 여겨 봐두면서 다시 마
나장을 펼쳐냈다.
『가이트리아. 가자, 우리가 나설 때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가이트리아는 그렇게 주인을 향해 쏘아붙이며 마나장의 인
도 아래 내성으로 이어진 길을 내달렸다. 화살과 투창이 먹혀
들지 않음을 인식한 내성 쪽에서 갑자기 무형의 기운이 튀어
나왔다. 전에 한번 싸운 적이 있는 미사엘이라는 신관보다야
크게 떨어지는 위력이었지만, 그래도 그 기운의 수가 대단했
다.
『도약!』
아투가 가이트리아의 발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곧 거대한 골
렘의 발이 지면을 거세게 박찼고, 달려가던 가속과 더불어 엄
청난 높이로 뛰어올랐다. 가장 맞추기 쉬운 몸통을 노리고 날
아들던 신성력의 힘은 죄 없는 바닥을 박살냈다.
『좋아! 가이트리아! 일단 궁수들과 창병들이 집중되어 있는
부분을 공격해라!』
가이트리아를 잘 조종해 공격을 피해낸 아투가 내성의 한쪽
망루를 바라보며 의식을 전달했다. 골렘은 공격 목표가 전해
지자, 두 눈에서 광채를 내뿜으며 그쪽으로 거의 몸을 날리다
시피 달려갔다.
슈슈슈슈슉!
거대한 주먹이 잔뜩 겁을 먹고 있는 망루의 병사들을 향해 떨
어졌다. 아투는 죄 없는 그들까지 다치고 하고 싶진 않아 순간
적으로 공격의 힘을 줄이라 명했다.
『요구하는 게 많군. 정말이지 인간이란….』
가이트리아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주먹에 실린 힘을 줄였
다. 하지만 거대한 주먹이 내성과 부딪치자, 엄청난 굉음과 함
께 백색 화강암 성벽 자체가 푹 내려앉아 버렸다.
쿠아아아앙!
그때였다. 내성 성벽을 부수고 골렘이 뒤로 물러서려는 그 순
간, 갑자기 조금 떨어진 성벽의 망루에서부터 엄청난 굵기의
신성력이 발사되어 날아왔다. 지금까지의 위력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 엄청난 힘이 압도된 아투는 급히 가이트리아를 움직
여 그것의 범위 밖으로 빼내려 했다.
『큰일이다! 한발 늦었어!』
가이트리아도 전력으로 몸을 날렸지만, 이미 거대한 신성력
의 기둥이 코앞까지 날아든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드래
곤 하트와 극상의 기운을 가진 신성력이 골렘의 몸에 명중해
엄청난 타격을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신성력 기둥과 골렘의 몸이 부딪히려는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희생물을 대신했다. 그 물
체는 아주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길다란 검이었다. 손잡이 부
분에 귀족 연합에서 이번에 특별히 만들어낸 연합 마크가 새
겨져 있는 게 보였다.
콰과과과광!
신성력과 검이 부딪치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홀리
임팩트의 영향으로 가까이 있던 가이트리아의 몸이 허공을
붕 떠 반대편 공터로 떨어져 버렸고, 주변에 있던 성벽 위의
병사들도 그대로 허공을 날아 바닥에 쳐 박혔다. 만약 저 엄청
난 위력의 신성력에 가이트리아가 그대로 맞았더라면? 아투
는 아찔한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검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
를 돌렸다.
하늘이었다. 맑게 개인 하늘에는 수십 개로 판단되는 검은 점
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잠깐 눈을 가늘게 뜨며 그들의 모습
을 확인하던 아투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존재들이라 생각
했다.
"아투. 우리가 늦은 건 아니겠지?"
하늘의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하늘을 유유히 날
아다니던 검은 점들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
다. 점점 더 확대되는 윤곽. 아투는 그들을 뚫어져라 바라보
고 있다가 이내 정체를 확인하고는 밝은 표정으로 외쳤다.
"와이번 나이트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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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 나이트! 개인적으로 그들을 소제로 한 글도 써보고 싶
다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