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1]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성문을 부셔라! 죽을힘을 다해 성벽을 기어올라라! 승리는
우리 연합 세력의 것이다!"
지휘관들의 고함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가벼운
차림을 한 날랜 병사들은 재빨리 성벽으로 다가가 밧줄을 이
용해 성벽 위로 오르기 시작했고, 중무장을 한 병사들은 거대
한 통나무 하나를 함께 들고는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성 위에
서는 비 오듯 화살이 쏟아졌지만, 결코 연합 세력의 기세를 꺾
을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상황만 유지된다면 연합 세력이 수
도 에리아에 진입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왜 몇 일전까지만 해도 팽팽한 접전을 벌이며 대규모 싸움을
피하고 있던 귀족 연합과 교황 측의 병사들이 이리 치열한 싸
움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그 의아함의 대답은 바로 미스티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엔젤 나이트
의 수장인 화이엘의 도움으로 기억까지 되찾은 그녀는 이제
누가 뭐래도 진정한 황실의 피를 이어받은 공주로서의 충분
한 자격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 그녀를 보호하며 그
녀의 편에서 싸우는 귀족 연합은 정당한 군사였고, 반대로 공
주와 대립하며 수도를 장악하고 있는 교황은 반란군이 된 셈
이었다. 당연히 심리적으로 양 세력의 병사들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교황 측의 병사들. 특히 그 주 전력을 담
당하고 있던 어둠 계열의 신관들이 돌연 자취를 감춰버렸기
에, 귀족 연합 세력의 외성 공략은 한 결 수월해졌다. 참모들
은 신관들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항상 앞뒤로의 적을 맞는
것을 염려하게 되었지만, 이내 신관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
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바로 어제부터 수도를 되찾기 위한 총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가라! 가이트리아!"
미스티 공주의 가디언 나이트의 직책으로 이번 전투에 나서
게 된 아투가 골렘에게 성문을 부술 것을 명령했다. 곧 강렬
한 마나장이 소규모로 펼쳐졌고, 그 마나장의 길을 따라 가이
트리아가 맹렬히 달려나갔다.
꾸오오오오오!
거대한 통나무로 성문을 부수던 중무장 병사들은 거인 하나
가 미친 듯한 기세로 달려옴을 보고는 기겁을 하여 자리를 피
하였다. 가이트리아는 그들을 보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달
려오던 가속을 이용해 한쪽 손을 성문을 향해 휘둘렀다.
콰과과과광!
일격. 그 뒤로 이어진 파편들. 놀랍게도 가이트리아의 주먹
이 강철처럼 단단한 성문을 가볍게 부셔버렸다. 거의 수십 명
의 병사들이 동원되어 통나무를 이용해 부수려 해도 쉽게 부
셔지지 않았던 강철 문이었건만, 강력한 골렘의 공격은 버텨
내지 못한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성문이 부셔지자, 곧 귀족 연합 병사들의 기세가 단숨에 치솟
았다. 게다가 이미 성벽을 기어오른 병사들은 망루에서 화살
을 쏘아대던 궁수들을 제압한 뒤였다. 지휘관들은 잠시 큰공
을 세운 아투를 돌아보며 가볍게 경례를 했고, 곧 능숙한 솜씨
로 병사들을 이끌고 부셔진 성문 안으로 진입했다.
"정말 대단하군. 아투 백작. 자네의 우드 골렘을 보고 있으
면, 마치 메션 왕국의 전설 속에 등장한다는 거대 거인을 마주
하는 느낌이 드네."
높은 언덕에 올라 아투와 함께 수도를 내려다보고 있던 루미
니 공작이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샤우드 백작도 아투의
큰 활약을 치하했고, 아투의 옆에 꼭 붙어있던 미스티도 맑은
웃음으로 말을 대신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어쩌면 싸움은 지금부터 시
작일 수도 있습니다."
아투가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렇지.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네. 교황은 어차피 우리들
의 손에 잡혀주지 않을 걸세. 아마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
도 잠시 시간을 끌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도대체 무슨 꿍꿍이
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 어쨌든 교황 그 작자는 자신이
위험에 처하면 신성 주문 중 하나인 귀환 주문으로 빠져나갈
걸세."
새로운 목소리였다. 공주 일행을 호위하기 위해 따라온 귀족
사설 기사단 대원들이 경계의 빛을 띄고 칼을 뒤로 향하며 낯
선 인물의 얼굴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곧 경계의 빛을 거두고는 황공한 듯 고개를
조아렸다. 바로 귀족 연합 세력의 큰 지도자라 불리는 루미니
공작과 동등한 위치를 가진 레브로스 공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브로스 공작에 관한 소문에 의하면 성격이 불같아
그에게 망신을 당한 귀족들이나 기사들도 많다고 했다. 기사
들이 그의 기분을 언짢게 할 이유도 없었거니와, 그러한 소문
때문에 항상 레브로스 공작을 대하는 순간 수간 주눅이 드는
기사들이었다.
"레브로스 공작. 이미 병사들이 외성 안으로 진입했네. 교황
이 도망가더라도 일단은 수도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루미니 공작은 오래 된 친구 중 한 명인 레브로스를 돌아보
며 형식상의 어조로 물었다. 아마도 미스티 공주가 옆에 있는
것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레브로스 공작은 친구의 딱딱한 태
도를 보며 잠깐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답했다.
"험험. 수도를 되찾는 것도 중요하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
교황은 신이 되려는 엄청난 짓을 하고 있다고 들었네. 게다가
마족이 그를 도와 이미 신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적힌 고대 마
도 제국의 서적까지 확보했다고 알고 있네. 정말 교황이 신이
될 수 있다면, 아니 그가 신이 된 후의 일은 어떻게 할 셈인
가?"
"흐음. 물론 교황이 신이 된 후,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지. 천
상계로 진출하여 위대하신 창조신들과의 패권을 다투게 될 지
도 모르는 일이고, 신들의 노여움을 사 천벌을 받게 될 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신들이 노하여 지상계를 정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
각은 안 해봤나? 또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되겠나? 교황이
신이 된 후, 이성을 잃고 지상계를 파괴한다면… 그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 될 걸세."
의견을 제시하는 레브로스 공작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덩달
아 그의 뜻을 이해한 루미니 공작과 샤우드 백작의 얼굴도 함
께 구겨졌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한 구석에서 낭랑한 목소리
가 울리며 레브로스 공작의 가능성 제시에 대해 반박하며 나
섰다.
"레브로스 공작. 당신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나, 신들이 지
상계를 정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엔젤 나이트의 수장 화이엘이었다. 하지만 레브로스 공작은
그녀의 정체를 아직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무례한
행동에 살짝 감정이 상하여 말했다.
"이 소녀는 누구입니까? 혹시 공주님을 호위했다고 하는 그
소녀 마법사입니까?"
"아직 잘 모르고 있나보군. 이 분은 엔젤 나이트의 수장이신
화이엘이시네. 이번 마족과 교황의 협상으로 그것을 경계하
기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분이시니, 인사드리게나."
"이, 이런.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성스러운 엔젤이시여."
레브로스 공작은 친구인 루미니의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 그
대로 무릎을 꿇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나이가 지긋이 든 중
년 신사가 그의 딸이나 될 듯한 나이의 소녀에게 예를 차리
자, 그 꼴이 말이 아니었다. 화이엘은 공작이라는 직위가 갖
게 하는 자부심을 염두에 두고는 편안한 미소와 함께 그를 일
으켰다.
"일어나세요. 저는 엔젤이기 이전에 여기 아투와 미스티의 친
구랍니다."
"가, 감사합니다."
"지금 여기 레브로스 공작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제가 비
밀리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태초
에 정해진 신들과 동등한 힘을 가질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당연
히 평범한 인간들 중 조금 뛰어났다고 하는 고대 마도 제국의
사람들도 그러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즉 교
황은 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진지한 태도로 말을 꺼내던 화이엘 그녀가 말꼬리를
흐렸다. 엔젤의 입장으로서 지상계에 관련된 일에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인 듯 했다. 하지만 그녀
의 머리 속에는 곧 몇 일전 내려 받은 신탁의 내용이 떠올랐
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는 엔젤이 되거라.'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따르라는 얘기. 어째서 신께서 그런 신
탁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이엘은 일단 마음이 편했다.
어떻게든 아투와 미스티를 돕고픈 마음뿐이었으니 말이다. 사
람들의 시선이 잠깐 말을 중단한 그녀에게로 쏟아지자, 인간
처럼 얼굴을 붉힌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다시 말을 이었
다.
"하지만 교황이 신에 필적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신들께
서 직접 경고하셨습니다. 그의 야망을 저지하지 않으면 지상
계 뿐만 아니라, 천상계와 마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 하시더군요. 이건 섣불리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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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냐리~~ -_-아무래도 제 실력으론 출판해도 욕 왕창 먹을
듯...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