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03화 (103/244)

[골렘마스터]  # 밝혀지는 교황의 음모[5]

'앞 글자가 쓰여진 부분은 이미 찢겨나가 보이지 않지만, 뒷

부분의 글자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신…. 신이라고 쓰여져 있

는 책이다. 내가 그렇게 원하던 신이 되는 방법이 쓰여진 고

대 제국의 서적인 것이다.'

교황은 갑자기 20대의 혈기 왕성한 나이로 돌아간 것처럼 눈

빛을 빛내며 타크니스의 손에 들린 서적을 빼앗으려했다. 하

지만 타크니스는 그 서적을 다시 살아 움직이는 보랏빛의 망

토 속으로 감추더니 탐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인간을 보

며 입을 열었다.

"쉽게 넘겨줄 순 없지. 아직 너와 처음 계약을 맺을 때의 모

든 조건이 성립된 게 아닌 이상, 이건 내가 갖고 있겠다."

"하, 하지만 타크니스님. 일단 제가 신이 된 후, 그 요구를 들

어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난… 인간을 믿지 않는 것처럼 네 녀석도 믿을 수 없다. 더

이상 말을 한다면 이 서적은 네가 아닌 다른 녀석에게 넘겨버

리겠다. 나야 여기서 손을 떼고 엔젤 나이트들과 새로운 협상

을 하면 그만이다."

마왕의 말에선 거짓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바로 눈앞에 모든 것을 이루어줄 그것이 있는데, 이제 와서 잃

을 수 없다고 생각한 교황은 마왕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

었다. 순순히 말을 듣는 늙은 인간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은

타크니스는 다시 엔젤을 돌아보며 물었다.

"계속 우리 일을 방해할 셈인가? 지금 빛의 신들도 어둠의 신

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지상계에 신력을 전파할 뿐만 아니라

마족들의 힘까지 제약하고 있으면서 또 무엇을 어길 셈이지?"

"엔젤 나이트들은 인간이 지상계를 이끌어나가길 원할 뿐입

니다. 마족이 그들의 역사에 개입하며 쓸 때 없는 짓을 저지르

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화이엘도 지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태도로 답했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엔젤 나이트의 수장을 처단함으로

서 우리 마족들의 입장을 확실히 하겠다!"

타크니스는 전혀 물러서지 않을 태도를 보이는 엔젤을 바라

보다가 분노한 듯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방안을 쩌렁 쩌렁

하게 울리자, 아투 일행을 포위하고 있던 교황의 병사들 중,

궁수들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시작하였다. 무슨 큰 타격이

라도 받은 사람들처럼 마구 몸을 비비꼬았고, 전신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주인이여. 바보처럼 있지 말고 지금의 상황을 잘 인식해

라.』

가이트리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방안 사정을 보며 아투

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말했다.

교황의 엄청난 음모. 게다가 마족과 엔젤의 대립. 그리고 망

연자실한 미스티와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귀족 세력들의

지도자, 루미니 공작. 아투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

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며 마기를 내뿜는 궁수들을 돌아

보며 곧 위험이 닥쳐올 것을 예감하였다.

『가이트리아. 아무래도 이곳에 계속 있다간 살기를 포기해

야 할 것 같아. 그러니까 기회를 봐서 일행들을 데리고 도망치

자.』

『도망이나 칠 수 있을지 모르겠군.』

힘없이 중얼거리는 골렘의 목소리를 듣고 아투도 씁쓸한 생

각이 들어 거의 넋이 나간 미스티에게로 다가갔다. 아마도 그

녀 스스로 뛰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그녀를 부축하여 몸을

일으켰다. 가이트리아도 아투의 마음을 읽고는 바닥에 뒹굴

고 있는 루미니 공작과 샤우드 백작을 각각 한 손에 떠받들었

다.

"자, 엔젤 나이트의 수장이여. 이곳은 지상계이다. 천상계가

아니라 엔젤들이 힘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지. 자, 어쩔 것

이냐? 이들 궁수들은 다 완벽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하급 마

족이다. 아무리 엔젤이라고 해도 하급 마족의 총 공격으로부

터 거기 사람들 모두를 구할 순 없을 것이다."

타크니스가 화이엘에게 그렇게 말을 하자 문뜩 정신을 차린

아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저 명령만 충실히 수행하는 병

사들로만 알았던 궁수들이 하나같이 기이한 모습을 한 괴물들

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그 한 존재 한 존재에서부터 감히 상

대할 수 없는 강력한 마기가 뿜어져 일행 주변을 가득 매웠

다. 아무리 화이엘이 엔젤 나이트의 수장이라고 해도 타크니

스의 말처럼 모든 공격을 막아내긴 힘들 것 같았다.

"공주님. 그리고 골렘술사 소년. 이제 두 사람은 조작된 역사

속 인물로 남게 되겠군요. 반란자라는 오명을 쓰고서 말이죠."

교황은 두 명의 붉은 화염 기사를 양옆으로 거느리고는 아투

일행을 비웃었다. 신의 힘을 대변하는 존재 중 하나인 엔젤,

화이엘은 똑같이 신을 받드는 존재인 교황이 그렇게 변했음

을 보며 분노하기는커녕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자, 엔젤 나이트이 수장이여. 개인적으로 당신에게 감정은

없지만, 우리 마족의 대세를 위해 희생되어야겠군. 미안하다."

타크니스는 곧 한 마디 명령으로 아투 일행을 공격할 하급 마

족을 돌아보다가 다시 화이엘을 바라보며 잠시 묵념을 해 보

였다.

"어둠의 마왕, 타크니스. 너무 섣부른 판단인 것 같군요. 나

를 너무 과소평가 했습니다."

화이엘은 오히려 자신만만했다. 아무래도 무언가 믿고 있는

것이 있었나보다. 묵념을 해오는 마왕을 보며 가볍게 쏘아붙

인 그녀가 허공을 향해 한쪽 손을 곧게 펼쳤고, 입으론 딱 한

마디를 내뱉었다.

"엔젤 나이트, 집합!"

집합이라는 단어가 새어나옴과 동시에 갑자기 아투 일행을

둘러싼 하급 마족들의 뒤편으로 밝은 빛이 무수히 터져 나왔

다. 기이한 생김새의 녀석들이 발산하는 마기와는 정반대가

되는 신력이었는데, 곧 화이엘의 흐뭇한 표정의 까닭을 알려

주는 듯 일정한 형상을 갖춰갔다.

화이엘의 명령에 따라 모여든 존재들은 하나같이 그녀와 비

슷한 광채를 내뿜는 여성들이었다. 게다가 화이엘과 동일한

엔젤인 듯, 등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백색 날개가 뻗어 나와

깃털을 날렸다. 날개와 매치를 이루는 백색의 갑주를 입고 허

리에는 광선검까지 차고 있었기 때문에, 하급 마족들이 그녀

들을 경계하며 화살 방향을 돌렸다.

아투는 그녀들의 정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화이엘이 엔젤

나이트들을 대표하는 수장 격의 존재라면, 그녀의 명령을 따

라 나타난 다른 엔젤들은 분명히 엔젤 나이트들의 일원임이

틀림없었다. 곧 방해꾼 중 한 명인 엔젤 나이트의 수장을 처리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타크니스의 얼굴이 미묘하게 구겨졌

다.

"엔젤 나이트입니다. 엔젤 나이트의 전력은 타크니스가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만."

화이엘은 손에 든 백색의 창으로 마왕을 가리키며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엔젤 나이트들을 경계

하는 타크니스가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할 여유는 없어 보였다.

이 때가 기회라 생각한 아투가 급히 화이엘에게 다가가 외람

되는 걸 알면서도 귀에다 속삭였다.

"저기… 엔젤 나이트의 수장님.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

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루미니 공작님과 샤우드 백작,

그리고 미스티가 이 모양이니, 엔젤들의 힘을 조금 빌렸으면

하는데."

"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엔젤 나이트들은 올바른 길의 인

도자일 뿐이지, 싸움꾼은 아니니까요."

다행히 엔젤 나이트의 수장, 화이엘은 동료라고도 할 수 있

는 아투의 무례한 태도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투의 얘

기를 들은 그녀는 한쪽 손을 들어올린 자세에서 손가락 하나

를 살짝 구부렸다 폈고, 하급 마족을 되려 포위하고 있던 엔

젤 나이트들이 수장의 신호에 반응하여 적의를 거두고 뒤로

조금 물러섰다. 엔젤들의 뜻 모를 행동에 약간 여유를 가진 타

크니스가 화이엘에게 물었다.

"왜 싸우려하지 않지? 이대로라면 우리 마족은 그대로 전멸인

데."

"올바른 길의 인도자인 우리 엔젤들은 쓸 때 없는 싸움을 하

지 않습니다. 이 점을 이용하여 마족들이 살아남게 되었는지

는 알 바가 아닙니다만, 어쨌든 이번과 같은 만남이 없기를 바

랄 뿐입니다."

"크흠……."

타크니스가 곧 화이엘의 말뜻을 이해하였다. 이곳 좁은 방에

서 싸우기에는 마족과 엔젤이라는 존재들의 힘이 너무나도 강

했던 것이다. 만약 이곳에서 접전을 펼친다면 두 세력 모두 전

멸할 것을 알고 있던 화이엘이 내린 탁월한 선택이었다. 엔젤

의 이번 태도가 마음에 든 타크니스도 곧 마족들의 살기를 거

두게 했고, 그다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교황의 옆으

로 다가갔다.

"그럼 타크니스. 잘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물러가는 엔젤들

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화이엘은 의미심장한 그 한 마디 말을 남기고는 거대하게 신

력을 일으켜 아투 일행의 주변을 감쌌다. 그리고 그녀의 날개

가 한번 퍼덕이는가 싶더니, 그녀를 비롯한 일행 모두의 형상

이 일순간 사라졌다. 어느새 엔젤 나이트 일원들도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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퐈이튀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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