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02화 (102/244)

[골렘마스터]  # 밝혀지는 교황의 음모[4]

"당신은 정말… 그러고도 교황이라 할 수 있어요? 감히 신을

섬기는 입장의 존재로서 신의 자리를 넘보려 하고 또 사람들

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마족과 어둠의 신관들과도 손을 잡다

니. 설마 나의 아버지인 황제도 당신이!?"

이제 미스티도 거의 폭주 상태였다. 그저 머리 속으로 생각나

는 단어들을 연결하여 입 밖으로 내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하

지만 교황은 마지막에 황제의 죽음에 관해 묻는 그녀를 보며

잠깐 이상한 듯 혼자 뭔가를 생각하더니 약간의 동요를 일으

키며 되물었다.

"어째서 황제의 죽음에 관해 묻는 건가요? 공주님 당신의 머

리 속에는 그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을 텐데."

"대답이나 해요. 당신이 황제까지 죽였나요?"

솔직히 미스티는 교황의 입에서 튀어나올 대답이 두려웠다.

기억은 아직 되찾지 못했지만, 루미니 공작과 샤우드 백작에

게 들어서 암살을 당한 전 황제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고 있

었기 때문에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손으로 죽인 것은 아니었지요. 퓨티아

제국과는 상당히 관계가 안 좋았던 마족이 그 일을 대신했으

니, 어쩌면 순리대로 된 것이라 할 수도 있어요."

"그, 그럴 수가……."

교황의 대답을 들은 미스티는 온 몸의 힘이 쭉 빠져나감을 느

끼며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제 모든 사실을 깨달은 것이

다. 교황 그가 모든 일의 원흉이었고, 마족은 그를 잠깐 도왔

던 것 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결국은 이 모든 엄청난 일

이 한낱 인간에 불과한 교황이 저지른 만행이었다. 미스티는

한 사람의 작은 욕심으로 인해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

음을 확인하면서 그렇게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도 달라질 것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더 큰 충격만이 그녀의 가슴 깊이 새겨져 상처로 남았다.

"허허허허. 공주님. 제 얘기가 그렇게 감동적인가요?"

"교황! 네 녀석이 그러고도 인간이냐!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 거지?"

미스티가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 눈물만 흘리자 아투가 그녀

의 앞을 지켜 서며 강하게 외쳤다. 잠자코 얘기를 듣던 화이엘

도 이제 정신을 차린 듯, 아투의 옆으로 다가와 같이 자세를

잡으며 반짝이는 눈빛을 발했고, 가이트리아도 싸울 채비를

완벽히 갖췄다.

"허허허허. 난 여기서 힘을 빼고 싶진 않아요. 이제 곧 고대

마도 제국의 힘으로 난 신이 될 거니까요. 그 때까진 신성력

을 최대한 아껴둬야겠지요."

"고대 마도 제국의 힘으로 신이 된다는 소리가 무슨 소리지?"

아투가 그렇게 되묻는 순간, 갑자기 교황의 옆으로 강력한 마

기가 모여들었다. 신성력으로 가득 찬 교황이 그런 기운을 느

끼며 인상을 찌푸렸고 급히 그곳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잠시

보랏빛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압박감을 선사하는 무시

무시한 인물이 아투 일행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칼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하지만 얼굴은 그와 대조적으

로 새하얀 모습이었다. 붉게 빛나는 두 눈동자에서는 보는 이

들을 단번에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풍겨났고, 몸 전체적으로

강렬한 전사의 기가 발산됐다. 외모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인

물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스타일이었다.

"고대 마도 제국 시절에 마법사들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었

다. 물론 신이 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에 해당하겠지만, 조

건만 맞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그는 아투를 돌아보며 그렇게 입을 연 뒤, 손에 들린 두 짐 덩

어리를 바닥에 내던졌다. 처음에는 뭔가 가득히 든 가방인줄

알았는데, 바닥에 던져진 것들을 다시 확인하니, 상처를 입은

루미니 공작과 샤우드 백작임을 알 수 있었다. 분명 교황과의

대화 중 갑작스런 습격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 아투가 급히

달려가 그들의 목덜미를 짚어보았다.

'다행이야. 상처가 꽤 있긴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

는 아니군. 하지만 몸을 단련한 이들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이 자는….'

슬며시 두려운 마음이 들게 된 그가 고개를 들어 살짝 상대

의 얼굴을 살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아주 차가

운 인상이었다. 태연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교황도 그 존재의

등장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약간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

러나 있었다.

"아투. 뒤로 물러서. 저 자는 3대 마왕 중 한 명인, 타크니스.

어둠의 마계를 책임지고 있는 다크니스의 에이전트야."

말 없이 사태를 주시하며 서있던 화이엘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기복 없는 어조로 경고했다. 마왕이란 단어를 듣고 흠칫

한 아투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역

시나 섀도우 나이트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밝은 백

색의 광채를 발산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역시 당신이었나? 엔젤 나이트들의 수장이여."

"그렇습니다. 타크니스. 실로 오랜만에 만나 뵙는 것 같군요."

순간 거대한 광채가 방안을 가득 매웠다. 하지만 교황이 등장

할 때 만들어진 그런 가식적인 빛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고

포근한 느낌을 간직한 빛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 빛이 사라

지자, 광채를 내뿜은 화이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

었다.

아투는 고개를 들어 화이엘, 아니 그녀라고 생각되는 존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분명 머리 모양과 색깔은 똑같았다. 얼

굴 생김새도 화이엘이 틀림없었고, 몸매를 보아도 그녀가 분

명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등뒤에는 감히 인간으로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축복의 상징이 뻗어 나와 있었다. 바로 순수함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백색의 날개. 천사들만이 가질 수 있다하

는 그 백색 날개 한 쌍이 그녀의 등뒤로부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화, 화이엘. 아니 당신은…… 엔젤?"

갑작스럽게 변모한 그녀를 보며 아투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

다. 물론 평범한 인간일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감히

신의 모든 일을 지상계에서 대변하는 일상적인 존재인 엔젤이

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그였다. 그런데 항상 밝고 명랑하

고, 조금 나쁘게 말한다면 산만하고 정신 없던 그녀가 천상계

존재인 엔젤이었다니.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던 미스티

와 거의 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아투는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

하고 타크니스와 화이엘을 번갈아 돌아보았다.

"아투. 그동안 속여서 미안해요. 사실 저는 지상계 관리를 맡

고 있는 엔젤 나이트의 수장입니다."

백색 날개의 천사 화이엘이 충격을 받은 듯한 아투를 보며 살

짝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계의 위대한 존재인 마왕과

마주하고 있는 자리이니, 그에게 좀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줄

여유가 없었다.

"그동안 어디 가서 안 보이나 했더니, 결국 이들과 함께 한 것

인가?"

타크니스가 화이엘을 보며 씹어뱉듯 물었다.

"그래요. 신의 뜻에 따라, 지상계의 순리에 따라 모든 것을 인

간들의 뜻대로 이어지게 할 생각입니다. 이것은 저희 천상계

뿐만 아니라 마계에서도 지켜야 할 사항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 어째서 그 약조를 어기고 이렇게 지상계에서 활동을 시

작한 건가요?"

"그걸 우리와 대립하는 자인 천상계 존재에게 말하고 싶지 않

군. 어쨌든 엔젤 나이트의 수장이여.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하

지 마라. 아직 우리가 엔젤 나이트의 감시를 받을 정도로 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타크니스는 은근슬쩍 허리에 차여진 악마형 보랏빛 검신의

대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망토 속에서 살

짝 모습을 드러낸 검에서부터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주변 사

람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지금까지는 한 편이라 할 수 있는 교황까지도 흠칫할 정도였다.

하지만 엔젤 나이트의 수장인 화이엘도 만만치 않았다. 마왕

이 암암리에 압력을 가해오자, 그녀도 천상계로부터 끌어오

는 신성력을 더욱 개방하며 거의 무색에 가까운 빛을 내고 있

었다. 그녀의 손에는 완벽한 형태가 없는 빛의 창까지 생겨나

마왕의 살기를 밀어냈다.

"교황, 이것이 메션 왕국에서 관리하던 유적에서 가져온 고대 마도 제국의 서적이다. 여기에 네가 그렇게도 원

하는 신이

되는 방법에 대해 쓰여져 있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하던 타크니스가 짐짓 여유 있는 척

을 하며 교황에게 무언가를 꺼내어 보여줬다. 너무도 낡아 살

짝 쥐기만 해도 바스러질 듯한 고대의 서적이었다. 종이도 원

래의 색을 잃고 누렇게 변해 있었고, 책 겉을 장식한 표지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어 있었지만, 교황과 아투는 무

의식 중에서도 책 겉에 쓰여진 고대 문자를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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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씨미 업합니다. 보는 이가 적어도 쓰는 즐거움에 사

는 플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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