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마족의 재등장, 섀도우 나이트의 위용[6]
"아투! 당신만 믿겠습니다!"
데라시안은 그렇게 아투에게 외친 뒤, 그대로 유클레샤를 끌
어안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목을 노리던 녹색의 검기는 아슬
아슬하게 데라시안의 어깨를 찢어내고 사라졌다. 피는 별로
흐르지 않았지만, 고통이 상당한 듯 데라시안 또한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크흐흐흐. 이거 눈물겨워 못 봐주겠군 그래.』
"이… 악독한 놈! 지금 가이트리아가 내 곁에 있었다면 네 녀
석은 끝장이야!"
솔직히 아투는 답답했다. 꽤 많은 실전을 겪어왔지만, 지금처
럼 암담한 심정을 가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적. 물론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었지
만 어쨌든 그런 존재를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
됐다. 가이트리아와 함께 골렘술로 싸우면 물론 전투 능력이
야 올라가겠지만, 섀도우 나이트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은 허
풍에 불과하였다.
"섀도우 나이트!"
그때였다. 아투가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마나 애로
우를 쥔 손에 힘을 꽉 주는데, 갑자기 미스티가 보호막 밖으
로 뛰쳐나오며 마족의 호칭을 불렀다. 아투는 이제 팔찌를 사
용할 수 있게된 줄 알고 반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크흐흐. 왜 그러시나. 나의 첫 목표물 아가씨.』
"다른 사람들은 건들지 마세요. 차라리… 당신이 노리는 나
를, 나를 죽이고 다른 사람들은 살려주세요!"
그녀의 말 하나 하나에선 절대 바뀌지 않을 결의가 묻어났
다. 아투는 순간 농담인가 싶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흠
칫하여 외쳤다.
"미스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미스티, 너도 포기하면 안 돼!"
"아투. 더 이상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걸 보
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차라리 지금 내가 희생한다면 아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뒷날을 약속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꼭
이번 음모의 모든 전말을 아투가 앞장서서 밝혀줘요. 이곳 퓨
티아 제국이 아니라 대륙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자신을 설득하려드는 그녀의 말을 듣고 아투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뭐라 말을 해봤자, 그녀의 결심이 바
뀌지 않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크흐흐흐흐. 마족인 나를 믿고 혼자 희생하겠다는 말인
가?』
허공에서 다시 섀도우 나이트가 질문했다.
"물론 믿지는 못 해요. 하지만… 마족인 당신이 이렇게 지상
계에서 생명체들을 죽이는 것 또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일일 테니, 목표인 저를 죽인다면 더 이상 무리하지 않
고 돌아갈 거라 믿고 있어요."
똑 부러지는 그녀의 대답이었다. 잠시 침묵이 감돌던 허공에
선 의외라는 듯, 그리고 칭찬의 말을 담아 녀석이 말했다.
『대단해. 보호막에서 이런 저런 생각까지 다 해둔 모양이로
군. 어쨌든 너의 그 판단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가 없군
그래.』
"자, 시작해요."
미스티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고 마족이 공격하기 편하
도록 양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벌리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일격, 심장을 노리라는 대담한 행동을 보며 아투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완전 무방비 상태로 그녀에게 돌진했다.
"미스티! 네가 뭐라고 해도 난 널 이대로 보낼 수 없어!"
그는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몇 베타나 날아올라
양팔을 벌리고 선 미스티의 몸을 덮쳤다. 두 손으로 그녀의 몸
을 꽉 끌어안기에 성공한 아투는 그대로 최대한 몸을 틀었다.
파파파팟!
그와 미스티의 옷깃을 스치며 날카로운 녹색 기류의 검 한 자
루가 지면에 박혔다. 자칫 잘못했다간 정말 미스티가 희생될
뻔한 순간이었다.
"아투! 무슨 짓이에요!
미스티는 자신의 행동을 방해하는 아투를 보며 괜히 짜증을
냈다. 눈물까지 뿌리며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마구 때렸다.
하지만 아투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난 널 지키는 가디언 나이트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난 꼭 널
지켜야할 의무가 있어. 이건 미스티, 네가 먼저 정해준 일이라
고."
『못 봐주겠군. 차라리 다 죽여주마. 지상계에서 살생을 하
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부담이 있긴 하지만 너희들이 그 꼴을 보
니 부아가 치미는 군. 크흐흐흐흐. 다 죽어버려라, 어둠의 사
슬!』
순간 신전을 가득 메우고 있던 어두운 기운이 허공으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지에서 나이츠의 육신을 가지고 있는
섀도우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은 나이츠와 마족의
것이 겹쳐져 기이하게 나타났고, 피부 또한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게 다 아투 때문이잖아요. 차라리 내가 혼자…."
미스티는 절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때문인지 거의 푸념을 늘
어놓았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아투는 몸
안에 남아있는 마나를 극으로 끌어올리면서 끝까지 저항할 의
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스티의 어깨를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아주려 노력하였다.
『이제 끝이다! 섀도우 나이트 비장의 기술! 어둠의 사슬이
여, 끝을 내라!』
녀석의 목소리가 하늘과 대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리
고 한 점으로 모여들었던 어둠의 기운들이 갑자기 수 백, 수
천 가닥의 길다란 촉수가 되어 지면으로 쇄도해들었다. 그것
은 아노 신관의 이지스 마법이라도, 또 가이트리아가 직접 이
곳에 있다고 해도 막아낼 수 없는 엄청난 힘이었다.
샤아아아앙!
막 촉수들이 지상의 생명체들의 몸을 관통하기 직전, 신전의
한쪽에서 엄청나게 밝고 성스러운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
다. 그 빛은 곧 신전을 뒤덮은 엄청난 마기를 밀어내며 빛으
로 충만하게 했고, 빛에 쏘인 촉수들은 눈 녹아 내리듯 사라졌
다. 아투와 미스티, 그리고 유클레샤가 고개를 돌려 그 엄청
난 빛을 발생하는 장소를 바라보았고,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
었다.
"화, 화이엘!"
아투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몸 주변으론 성스러운
기운이 완연히 느껴지는 빛이 계속해서 뿜어졌고 허공에서 비
릿하게 인간들을 바라보던 섀도우 나이트의 정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나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그 빛을 보
고 아투는 더욱 놀라 그녀를 바라보는 눈을 새로 했다.
『크으으으윽. 이 빛을 어떻게 하찮은 인간이……. 서, 설마
네 녀석의 정체는!』
섀도우 나이트가 꼼짝하지 못하고 빛에 의해 서서히 힘을 잃
어가면서 고통스럽게 말하였다. 그러자 지금까지 눈만 감고
생각을 하다가 빛을 발산하기 시작한 화이엘이, 영혼까지 꿰
뚫어볼 듯한 코발트빛 눈으로 녀석을 쏘아보며 중후한 목소리
를 흘렸다.
『더 이상 말을 한다면 정말 용서치 않겠습니다. 서로 먼 옛
날부터 맺은 약속이 있으니 저도 당신을 해하진 않을 것입니
다. 이쯤하고 돌아가십시오.』
『치잇. 그동안 보이지 않는가 했더니, 이런 곳에서 우리들
을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싸우시겠습니까?』
화이엘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라는 말투로 섀도우 나이트
를 쏘아보았다.
『아, 알겠다. 돌아가지.』
놀랍게도 녀석은 화이엘의 말에 순순히 응했다. 중급 마족이
나 되는 녀석이 하찮은 인간의 협박에 넘어가 물러서겠다고
말한 것이다. 아투와 미스티, 그리고 유클레샤의 얼굴에는 당
혹스런 빛이 지나갔다.
하지만 정말로 섀도우 나이트는 주변의 마기를 거두어들이고
는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화이엘이 뿜어내는 빛
의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그 지점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한 마디 남긴 뒤 사라졌다.
『이번엔 순순히 가겠지만, 다음 번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
을 명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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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역시 우리의 호프, 화이엘이었습니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