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마족의 재등장, 섀도우 나이트의 위용[3]
"아투! 이미 광전사. 아니 마전사로 재탄생한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손님 친구의 영혼은 이제 더 이상 저 육체 속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마족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과
도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아노 신관은 이제 더 이상 수습을 할 수 없는 단계임을 표현
하는 듯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그의 뒤쪽에선 그를 수행하려
고 다가와 있는 유클레샤와 데라시안마저 어두운 표정을 짓
고 말았다.
"아이들은 어떻게 됐나?"
아노 신관은 일단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붉은 머리의 소녀,
화이엘에게서 시선을 돌린 뒤, 견습 신관에게 다그쳤다.
"신전 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반장 아이에게 아이
들의 통솔을 맡겼으니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 일단 아이들의 보호가 가장 시급하다. 유클레샤와 데
라시안은 저 마전사가 신전으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위치를 맡도록."
신관의 책임자답게 그는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철
히 행동하려 노력했다. 그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침착함을 되
찾은 아투도 이성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이번 난관을 빠져나
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미스티. 일단 저 마족은 너만 노리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내
가 쳐놓은 이 보호막 밖으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어."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이츠와 함
께 마족을 소멸시키거나, 자신들이 죽거나. 나이츠를 먼저 살
리겠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이들의 입장에 있어 너무 이기적이
란 생각이 강하게 든 아투가 최종적으로 어렵사리 내린 결정
이었다.
그는 비장한 표정마저 짓고는 아노 신관을 돌아보며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아노 신관님. 신관님은 일단 저와 저 마법 소녀를 믿고 여기
미스티를 좀 보호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첫 목표는 미스티
를 어떻게 해하려는 것 같으니, 그녀만 지킨다면 승산은 충분
히 있을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또 나 아노 신관의
신앙심을 걸고 순교를 하더라도 이 분을 지키도록 하겠습니
다."
비장한 얼굴과 함께 메이스를 가슴으로 끌어당겨 맹세하는
신관의 모습에 한 숨 돌리게 된 아투는 다시 위급한 상황이 펼
쳐지는 화이엘과 마족의 싸움터로 눈을 돌렸다.
대단했다. 평소의 마력으로 보아 아투보다 낮았으면 낮았지,
높은 마법의 경지는 아닐 거라 생각됐던 화이엘 그녀가 양손
에서 갖가지 속성의 마법을 뿜어내며 마족이 딴 곳으로 신경
을 쓰지 못하도록 봉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이츠의 육신에는
자질구레한 상처까지 나있었지만, 화이엘은 싸움을 하는 사람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밝고 깨끗했다. 아투의 자연스
런 감탄사를 자아내게 할 만한 모습이었다.
'좋아. 비록 내가 골렘술사라서 지금 이렇게 그녀에게 밀리고
는 있지만, 나도 나름대로 분투해서 친구 녀석의 육신이라도
자유롭게 해줘야겠어.'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에 들린 기이한 검 형태의 마나
애로우마저 부들부들 떨렸다.
'실피스 사부님께 배운 공격 마법을 드디어 실전에서 써먹게
되는군.'
문뜩 괴팍하게 마법의 가르침을 주었던 엉뚱한 노인 실피스
사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에 혹을 달고 다녔던 쓰라린 기
억밖엔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배운 것 또한 혹이 달린 횟
수만큼이나 많았다는 사실을 문뜩 깨닫게되는 그였다.
'좋아. 공격 마법을 배운 것은 3서클 하급 마법이 전부지만,
그래도 마나 애로우 자체의 위력과 함께 응용하여 사용한다
면 마족을 위협할 정도의 힘은 끌어낼 수 있을 거야. 해보자,
아투. 나를 믿고 해보자."
자기 최면을 걸어 스스로 기운을 북돋은 그의 손이 정확히 90
도 각도로 들어올려졌다. 마력이 서서히 뭉쳐짐에 따라 손에
들린 마나 애로우에서 하늘색의 연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
고, 하얀색의 활시위가 생겨났다.
"좋아, 간다! 파이어 미사일!!"
순간 그의 간단한 주문과 함께 붉게 타오르는 작은 불줄기가
화살 시위에 매겨졌다. 전에 사용했던 화염 계열 공격 마법 파
이어 애로우와 비교했을 때에는 형편없는 위력일 것 같았지
만, 일단 견제용으로 사용할 생각인 듯 싶었다.
"화이엘! 나도 도울게!"
그는 그 외침과 함께 손에서 활시위를 놓았다.
슈슈슈슈슈슉!
맑은 소리와 함께 타오르던 불줄기가 정확한 직선을 그리며
마족의 등으로 날아갔다. 화이엘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던
그는 피할 수 없는 지역까지 날아온 화살만을 겨우 확인 한
것 같았다.
"이 소녀 마법사의 정체가 슬슬 궁금해지는군. 인간치고는 너
무나 강해. 하지만… 골렘도 없는 골렘술사에게 당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지!"
순간 아투를 비웃은 마족의 형상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소리도 없이, 마나의 기운도 없이 완벽히 사라진 것이
다. 이번에는 당차게 싸움을 하고 있던 화이엘의 표정마저 굳
어버렸고,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숨을 죽이며 모든 감
각을 곤두세웠다.
"크흐흐흐흐. 이게 나의 정체이다! 이제 알겠느냐!"
순간 아투의 바로 귓가로 녀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미처 비명
을 지르지도 못하고 아투가 앞쪽으로 몸을 날리자, 아슬아슬
하게 바람이 실린 상대의 검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머리 한 올 차이라는 것을 실감시킬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
다.
"아! 저 자는, 저 마족은!"
아투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자, 아노 신관이 기
다렸다는 듯이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탄식했다. 상대의 엄청
난 움직임에 당황한 아투와 화이엘이 거의 반사적으로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아노 신관은 미처 잇지 못한 뒷말을 중얼
거리며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저 자는… 어둠의 마계 소속 중급 마족입니다. 마족들 대
부분이 진정한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듯 저 마족 또한 본명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모든 종족들 사이에선 섀도우 나이트라
는 호칭으로 더욱 많이 알려진 아주 악독한 존재입니다. 생명
의 중요성이라곤 눈곱만치도 느끼지 못하는, 그저 살인을 즐
기는 마족 중에서도 쓰레기라 알려져 있습니다."
"잠깐. 거기 신관 양반. 날 너무 칭찬해주는 것 같은데? 크흐
흐흐흐."
나이츠. 아니 이제는 섀도우 나이트라고 정확히 판단되는 마
족이 그의 정체를 소개하는 아노 신관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직 나이츠의 모습을 하고 있던
육체가 이제는 완벽히 녀석과 동화된 듯, 뚜렷한 형태가 없는
안개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아투는 그러한 녀석을 경계하며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다.
"화이엘. 너의 그 엄청난 실력에 대해선 묻지 않을 게. 어쨌
든 저 녀석. 섀도우 나이트를 물리칠 방법은 알아?"
"글세…. 알고 있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어. 생각을 좀 해볼게."
화이엘은 그녀답지 않게 말꼬리를 흐리며 아투의 질문에 대
한 정확한 대답을 피하려는 것 같았다. 아투는 뭔가 알고 있지
만 입을 열지 않으려 하는 그녀를 보고 마음이 다급해져 다그
치려 했지만, 어느새 사라져버린 섀도우 나이트 때문에 다시
몸을 보호하는데 급급해야만 했다.
"아투! 섀도우 나이트는 분신술과 번개처럼 빠른 속도의 보법
을 자랑하는 닌자 형태의 마족입니다. 지금도 보이진 않지만,
엄청난 보법으로 발을 굴려 움직이는 것이니, 기습을 조심해
야 합니다!"
아노 신관의 경고음이 귓가를 때렸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아투 또한 이미 몸으로서, 온 몸의 감각으로서 섀
도우 나이트의 실력을 감지하고 있었다. 미세한 부분 구석까
지 자극해오는 이 엄청난 살기와 마기. 상당히 긴장한 아투는
일단 빠르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한쪽 손에 마력탄을 생성시켰
고, 다른 한 손으론 마나 애로우를 검처럼 휘두를 수 있게 준
비했다.
"크흐흐흐흐."
낮게 깔린 기분 나쁜 웃음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마족의
목소리를 들은 아투가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날리면서 마력탄
을 쏘아내자, 허공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
다. 하지만 검에 의해 가로막힌 듯 섀도우 나이트는 모습을 드
러내지 않았다.
"치잇. 역시 마족답게 치사한 수법을 쓰는 군. 처음에는 나이
츠의 몸에 들어가더니, 이제 비열한 암살자의 수법을 쓰는 것
이냐!?"
아투는 일단 상대를 동요시켜 보기로 했다. 하지만 상대는 위
대한 권능이 발현자 마족이니만큼 만만치 않았다. 섀도우 나
이트는 오히려 그것을 다시 칭찬으로 받아들이면서 가볍게 대
꾸하였다.
"크흐흐. 또 다시 날 칭찬해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 그래. 어
차피 난 닌자형의 마족이니 그러한 말을 들어도 별 신경도 쓰
이지 않는다. 크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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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업업!
사실 3권부터는 내용이 조금 늘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
니다. 양해바랍니다.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