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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88화 (88/244)

[골렘마스터]  # 건국 기념 축제 속의 눈물[1]

건국 기념 축제 속의 눈물

퓨티아 제국은 말 그대로 신성한 신의 뜻을 받드는 신봉자들

이 힘을 합쳐 세운 나라이다. 동일한 이념으로 뭉친 사람들의

의지는 대단했고, 또 단결력 또한 다른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높았기에 현재는 클라미디 대륙의 최강국으로 군림

하고 있는 곳이었다.

건국 기념일.

그 어떤 왕국이라도 건국 기념일이라는 특별한 행사의 날은

존재한다. 나라를 처음 세운 날. 즉 건국의 날의 뜻을 기리는

날로 정해진 건국 기념일은 각 나라마다 날짜가 틀리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에게나 왕족, 귀족들에게나 모두 뜻깊은 날임

을 틀림이 없었다. 때문에 건국 기념일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

날의 행사를 즐기기 위해 일을 쉬는 것이 보통이었고, 사랑하

는 연인들이나 가족들과 축제를 즐기며 그 날을 마무리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그러한 부푼 기대를 안고 미스티와 거리로 나선 아

투는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기대와는 정 반대의 풍경이 거리

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클라미디 대륙의 최강국 퓨티아의 건국 기념일 모

습이란 말이에요?"

미스티는 아투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거리의 사람들과 몸

이 닿게 하지 않기 위해 바짝 다가섰다. 그녀의 눈에도 거리에

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

다. 아투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한쪽 팔로 감싸 끌어당기며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려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걸어도 똑같은 풍경뿐이었다. 거리 양쪽에 가득 쌓여

진 술통들은 줄어들 줄 몰랐고, 거리에 늘어선 사람들도 지칠

줄을 모르고 술잔을 마구 들이켰다. 벌써 취기가 달아오른

듯, 다들 얼굴이 붉어지고 혀가 마구 꼬여 말조차 제대로 못

해 웅얼거렸지만, 손에 들린 술잔은 떠나지를 않았다.

술만 마신다면 아투와 미스티가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를 해

주었을 것이다. 원래 신성 제국은 예부터 술을 마시는 것을 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축제 기간이 아니면 쉽게 마실 수 없

는 것이 사실이다. 축제 기간에 그동안 참았던 술을 마시는 것

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국의

국민들은 그 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게다가 젊고 늙음을 따질

것 없이 취기에 달아오른 남자들의 옆에는 최소 여자 한 명씩

이 함께 했다. 그녀들 역시 한쪽 손에는 술이 가득 담긴 술잔

이 들려 있었고, 젖가슴과 치부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어 색

정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도저히 신성 제국에서 벌어지는 축

제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였다.

"호호호호호호. 이, 이봐. 꼬…마야."

누군가가 아투의 어깨를 툭툭 치며 혀가 꼬부라진 어조로 말

을 걸어왔다. 코를 자극하는 강한 술 냄새에 얼굴을 찌푸린 아

투는 미스티를 등으로 살짝 가린 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

하려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여자였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걸로 봐서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술에 찌들어 있었

던 것 같았다. 게다가 이미 다른 남자들과도 만남이 있은 듯,

얇은 옷이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호호호호. 꼬, 꼬마야. 지금 나…랑, 같이 자지 않을래?"

여성은 자신의 풍만한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 양팔로 가슴

을 가득 끌어안으며 아양을 떨었다. 그리고는 아투에게 바짝

다가와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냈다. 얼굴 또한 어느 정도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김새였다.

"아투. 지금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함께 자자는 말을 하니, 당사

자인 아투보다 당황하여 눈을 크게 뜬 미스티가 물었다. 아직

같이 잔다는 말뜻을 이해하지를 못한 듯, 그녀의 눈빛에선 물

음표가 떠올랐다.

"아니, 저 그게 말이지……."

아투가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이상한 놈 취급을 받지 않고

넘어갈지 막막했다. 머리 속으로 단어를 고르느라 쉽게 대답

을 하지 못하자, 미스티를 잠깐 바라보던 술 취한 여성이 실수

를 했다는 듯이 연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어어. 동행하는 사람이 있었네. 꼬마야, 이거 미안하게 됐

어."

"아, 괜찮아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집에 돌아가

서 쉬시지 그러세요?"

아투는 여성에게서 조금 떨어지면서 미스티와 함께 빨리 딴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포기하고 떨어질 줄 알았던

여성이 다시 쪼르르 아투의 등뒤로 다가와서는 다짜고짜 매달

리면서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

"꼬마야.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말고 이러면 어떨까? 여기 옆

에 있는 소녀랑 나랑 함께 데리고 자는 건? 내가 잘 해줄게."

순간 아투의 얼굴이 방금 불에 달구다가 빼낸 금속판처럼 벌

개졌다. 여성이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스티

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답답하다는 얼굴을 하고는

아투와 여성을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대답을 해줄리 없는 아

투였다.

"죄송한데요. 저랑 미스티는 그런 사이고 아니고요, 또 당신

과 함께 하는 것도 내키지 않습니다.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가

세요."

예의를 차려가며 하는 행동이 먹히지 않자, 이제는 그 반대

의 방법을 택한 아투가 짐짓 진짜로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차갑

게 말했다.

다행히 여성은 그의 말을 듣고 움찔했다. 뭔가 다시 한번 부

탁을 해보려 입을 열려했지만, 아투가 너무나도 강렬한 눈빛

을 보내는 바람에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무리 부

탁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은 그의 태도에 질려버린 여성은 아

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더니 뒤로 돌아서 다른 남서들이 있는

곳을 찾아 사라졌다.

그 여성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호기심을 참고 있던 미

스티가 아투의 팔을 당기며 물었다.

"아투. 그 여자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난 아무리 생

각해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같이 자자고 하니까

이해가 안 되는데."

이럴 때를 보고 깊게 알려하면 다친다는 말이 생겼으리라. 아

투는 속으로 그런 재미있는 상상을 하면서 괜히 화제를 돌리

려 딴 얘기를 꺼냈다.

"아, 그것보다 미스티. 차라리 이런 축제를 즐기는 것보다는

뭐라도 좀 먹으러 갈까?"

"으음. 그러고 보니, 배가 좀 고픈 것 같기도 하네요."

"하하하. 그럼 일단 배 좀 채우고 볼거리를 찾아다니기로 하

자.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잖아."

잠깐 화제를 돌리려 궁색한 말을 늘어놓은 것이었는데, 진짜

음식 생각을 하니 배가 고파진 그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문질

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 사먹을 수는 없

는 일이었다. 이렇게 퇴폐적으로 변해버린 거리에서 음식을

사먹는다는 것 자체가 아투와 미스티에게는 내키지 않는 일이

었다.

"후훗. 역시 좀 걸어야겠어요."

잠깐 거리의 모습을 돌아보다가 아투와 눈이 마주친 미스티

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투도 그녀의 눈을 보면서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시원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그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음을 옮기려하는 아

투와 미스티의 모습을 따가운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으

니….

"아투! 미스티!"

그 존재는 커다란 목소리로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약간의 곱슬머리가 훨씬 더 붉은 물결의 풍성함을 자랑했고,

타이트한 옷이 그 사람의 몸매를 밝게 빛냈다. 갑작스럽게 등

장하는 의외의 인물 때문에 발걸음을 멈춘 아투와 미스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화이엘. 여기에 우리가 있는 줄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아투의 말 그대로였다. 그녀는 몇 일전 루미니 공작에서 헤어

졌던 화이엘이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라며 홀연 사라

져 버렸던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

지만,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아투는 양팔을 벌려 살짝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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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오늘은 지금 올리기 시작한 부분만 올리고 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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