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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84화 (84/244)

[골렘마스터]  # 왕성 홀리 캐슬[3]

"정말 오랜만입니다. 다이티 교황."

루미니 공작은 가식적인 웃음을 띄며 인사를 해오는 교황에

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의미임을 안 교황은 공손히

양손을 내밀어 최대한의 예를 갖추어 악수를 받았다. 공작이

나, 교황이나 서로 너무를 경계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주변

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더 민망하게 여길 정도였다.

"오랜만입니다. 다이티 교황."

루미니 공작과 교황의 인사가 끝나자, 샤우드가 기다리고 있

었다는 듯이 나서며 두 번째로 악수를 청했다. 교황은 역시나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숙여 악수를 받은 뒤, 시선을 뒤

로 향해 아투와 미스티, 그리고 나이츠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은 아투는 하마터면 크게 당황하여 뒷걸음질

칠 뻔했다. 부드러운 속에 감춰진 미묘한 위압감. 교황의 흐릿

한 눈동자에서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전신을 휘감아 위

협을 하는 것만 같았다. 두건을 깊게 눌러 얼굴을 가리지 않았

더라면 표정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공작. 이들은 누구지요?"

"간단하게 저와 백작을 수행하기 위해 따라온 자들입니다. 크

게 신경 쓸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루미니 공작도 조금 당황한 듯 손가락을 까닥거렸지만, 이내

태연하게 대답했다. 머뭇거리지 않고 시원스럽게 답하는 그

의 모습에 교황은 믿는다는 눈빛으로 이내 시선을 거두었지

만, 이상하게도 교황을 수행하려 따라온 붉은 갑주의 기사들

은 날카롭게 눈을 굴리며 아투와 나머지 사람들을 노려보았

다.

"골렘술사도 계신 모양이군요. 메션 왕국 출신인가요?"

교황은 자신이 벌여놓은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듯 화제를 돌

리며 공작에게 물었다. 아투와 미스티, 그리고 나이츠가 속으

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모르는 공작은 손가락으로 아

투를 가리키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 사람이 골렘술사입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하기에 따라오도록 허락했습니다."

"허허허. 골렘이라는 것을 실제로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이 드는군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보려는 듯 교황은 헛웃음까지 흘리

며 공작의 일행에게 친근함을 표현했다. 그런데 그때 교황의

옆에 서있던 붉은 갑주의 기사 중 한 명이 딱딱이 굳은 표정

을 유지하며 교황의 귀 가까이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손바

닥으로 입을 가리며 교황에게만 들리도록 무언가를 보고하는

것 같았다.

말을 마친 붉은 갑주 기사가 물러서자, 교황은 이내 자신이

무언가 실수라도 했다는 듯한 죄송스런 표정을 짓고는 부드러

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거 정말 실례를 했군요. 초대를 한 쪽이 저인데, 이렇게 밖

에서 서서 계시게 하다니. 자, 일단 홀리 캐슬로 가시죠."

그러면서 교황은 살짝 길을 비켜서며 허리를 약간 숙인 채,

손으로 먼저 지나가라는 행동을 보였다. 붉은 기사들도 교황

이 물러선 자리로 이동하여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거대한

신성 제국의 가장 강력한 자리 중 하나인 교황의 직책을 가진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겸손한 자세였기에, 아투 일행의 의심마

저 풀어놓게 할 정도였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나란히 가면 될 듯 합니다만…."

"좋아요. 그렇게 하지요."

곧 교황과 루미니 공작은 서로 가까이 붙어선 채, 대화를 나

누며 교황이 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불쾌하고 경계

의 빛이 서린 눈빛을 보내던 붉은 갑주의 기사들도 이내 시선

을 거두고 교황의 뒤를 따랐고, 샤우드 백작과 나이츠도 그 뒤

를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휴. 솔직히 조마조마했어."

교황과 공작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점점 멀어지자, 숨을

죽이고 잔뜩 긴장하던 아투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스티도 그

와 마찬가지였는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아투의 손을 꼭

잡았다.

"자, 가요."

비록 짧은 한 마디였지만, 아투의 가슴 속 깊이 그녀가 현재

느끼는 감정이 와 닿았다. 무언가 불안함을 느끼고 있지만, 또

한 부딪혀야 하는 현실에 대한 거부감. 그녀의 심정을 그대로

느낀 아투는 부여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애써 밝게 말했다.

"하하하. 그래, 가자. 뭐 별 일이야 있겠어?"

"훗. 이러다간 더 의심받겠어요. 뛰어야 할 것 같은데요? 하

나, 둘, 셋!"

다행히 미스티는 곧 평정을 되찾고 명랑한 어조로 장난스레

말했다. 그리고 아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의 손을 꼭 잡

은 채, 갑자기 공작과 교황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홀리 캐슬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 퓨티아 제국의 거대한 수도

왕성. 과연 붙여진 이름에 걸 맞는 뛰어난 솜씨와 위용을 자랑

하는 건축물이었다. 루미니 공작의 성이 검은 색의 암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곳 홀리 캐슬은 밝게 빛나는 화강암을

잘 다듬어 만들어진 예술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화강

암에는 원래부터 신성력이 잘 스며들기로 유명했기에 이곳 홀

리 캐슬이라는 성 자체에는 언제나 신성력이 충만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홀리 캐슬의 진가는 해가 높이 떠있는

낮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해가 진 뒤, 어두컴컴한 밤에 그

면목을 드러낸다. 낮에는 밝은 햇살을 잔뜩 머금어 표면에 그

빛을 저장한 뒤, 어두워진 밤에 그 빛을 밖으로 발산하는 원

리. 바로 그러한 원리로 이루어진 화강암 성은 달빛 하나 없

는 날이 되면 거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유명했다.

때문에 젊은 연인들은 항상 달이 없는 밤이 되면 뛰어난 야경

을 감상하기 위해 홀리 캐슬 뒤에 자리잡은 언덕으로 오르곤

한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

듯, 이름도 없던 그 언덕이 점차 다른 나라에게까지 알려져 관

광객들이 모이기까지 한다.

"역시 괜히 대륙의 최강 국가라 불리는 것이 아니였어."

아투는 두건을 깊게 눌러 쓴 채,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거대

한 왕성을 어렵사리 한 눈에 담았다. 밝은 햇살이 화강암에 반

사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성의 외관은 아름다웠다.

"홀리 캐슬입니다. 일단 외성 안까지는 골렘을 대동할 수 있

으나, 내성 건물이 있는 곳까지 함께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

습니다."

한참 아름다운 성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아투를 확

깨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바로 교황을 수행하던 붉은 갑주의

기사 중 한 명이 아투를 노려보며 한 말이었다. 아투는 그 기

사의 갑옷 형태와 새겨진 문양을 보고는 이내 정체를 파악했

다. 교황이 비밀리에 키우는 사설 기사단. 전에 미스티를 노렸

던 세력들 중 하나인 붉은 화염 기사단의 일원임이 틀림없었

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골렘은 내성 바깥에서 머물도록 지시하

겠습니다."

아투는 잠시 과거의 일을 떠올리다가 이내 주변의 눈치를 보

고 대답했다. 하지만 기사의 강압적인 태도에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던 교황이 정중히 사과의 말을 건네면서 해명을 했다.

"죄송하군요. 황제 폐하께서 괴인들의 습격에 해를 당하신 다

음부터는 성안의 경계가 삼엄해졌기에, 어쩔 수가 없답니다."

"교황님. 어차피 저는 일개 호위를 맡은 사람일뿐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투는 일부러 차갑게 들리는 말투로 짧게 말한 뒤, 다시 침

묵했다. 혹시나 목소리를 알아들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살짝

목소리를 바꾼 그였다.

"자, 그럼 들어가시지요."

교황이 다시 앞장을 서며 외성 밖으로 넓게 뚫린 성문을 향

해 걸었다. 이곳 홀리 캐슬의 성문은 특이하게도 위 아래로 올

렸다 내렸다 하는 형식인 듯, 이미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활

짝 열려 있었다.

사람들을 말없이 교황의 안내를 받으며 성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외성의 일부를 지났을 뿐이지, 내성 본체

의 건물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투

는 나이츠와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이내 뒤에서 홀로 걸어오

는 미스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미스티.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여? 아까는 강한 척 하더니,

역시 무서운 거야?"

"훗. 웃기지 말아요. 괜히 말을 많이 하다가 정체라도 들통나

게 되면 큰일이니, 말을 아끼는 거라고요."

미스티가 뾰로통하게 쏘아붙였다. 아무래도 나이츠와 대화

를 하느라 신경을 못 써주어 아투에게 토라져버린 듯 했다. 조

금 떨어져 그 연인들의 대화를 듣던 나이츠가 분위기를 파악

하고 손을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려는 듯 샤우드 백작의 뒤

로 바짝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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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왜 헥헥? 글쎄요... 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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