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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82화 (82/244)

[골렘마스터]  # 왕성 홀리 캐슬[1]

왕성 홀리 캐슬

아투는 아침부터 머리에 혹을 두 개나 단 채, 잔뜩 찌푸린 얼

굴로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일단 여행의 필수품인 세면 도구와

갈아입을 속옷. 그리고 간단한 비상 식량이 될 건포들. 마지막

으로 비상용 신호탄 몇 개를 배낭에 쑤셔 넣던 아투는 원형 테

이블에 기대어진 물건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흐으…, 저런 거 하나 주려고 그렇게 생색을 내다니. 정말이

지 사부라고 불러드리긴 했지만, 괴팍하다는 이미지는 죽을

때까지 갈 것 같아."

그는 방금 전 사부 실피스와 벌였던 다툼을 떠올리고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투덜대며 그를 험담하고는 있었지만,

속으로는 많이 존경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아투였다.

챠르르.

테이블에 기대어진 물건을 손에 집자, 뭔가 딱딱한 것으로 만

들어진 구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투는 만족

스러운 눈빛으로 그 물건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른 빈손으로

물체의 밑 부분을 살며시 감싸쥐었다.

어울리지 않게 그 물체는 가느다랗지만, 상당한 길이를 지닌

검이었다. 아니 일단은 검의 모양을 띈 물건이었고, 검 날이

있어야할 부분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고급의 가죽이 자태를

뽐냈다.

과연 마법사가 검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뭘까. 물론 아투

도 이 물건을 누군가에게 받아들고는 그러한 생각을 했다. 하

지만 곧 이 검의 모양을 하고 있는 물건을 건넨 사람이 그의

괴팍한 스승이자, 퓨티아 제국의 유일한 9서클 마도사인 실피

스인 걸 인식하고는 되려 알 수 없이 기대감에 휩싸였다. 그리

고 머리에 맨 날 달고 다녔던 혹을 몇 개나 더 달게 된 뒤에야

스승인 실피스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던 아투였다.

"일단 네 녀석은 가디언 나이트라는 기사의 칭호를 가지게 되

었어. 이런 검이라도 하나 차고 다녀야 폼이 나지 않겠냐? 다

른 놈들도 널 무시하지 못할 테고."

물론 이 말을 듣고 난 뒤의 아투의 표정은 정말 가관이었다.

어이없다는 감정을 집결시켜놓은 그 자체의 것이었기 때문

에. 하지만 농담 뒤에 이어진 실피스의 진지한 말은 아투를 감

동시키기에 충분했었다.

"허허허. 농담이다. 이 놈아. 그렇게 뭐 씹은 표정 짓지 않아

도 돼. 자, 잘 봐라. 이 물건은 검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전혀

다른 물체인 마나 애로우이다. 네 녀석 친구가 선물했다는 그

드워프 솜씨의 마나 애로우를 녹여서 새로이 만들어낸 것이

지. 일단은 다른 마나 애로우와 성능 면에서의 차이가 엄청나

다. 바로 너의 아버지가 사용하는 그 공격 마법 발동 장치와

동일한 역할을 하니까. 게다가 검처럼 허리에 차고 다닐 수 있

기 때문에 얼마나 편하기까지 하냐? 내가 큰 맘 먹고 선물하

는 것이니까 잘 간직하고 쓰도록 해. 앞으로 이 스승의 얼굴

볼 날이 많지 않을 테니."

그 때의 뿌듯해 보이던 실피스의 얼굴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

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아투는 잠시 아침나절을 회상

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들린 검 모양의 마나 애로우

를 검집에서 빼보았다.

스르릉.

과연 마나 애로우가 맞을지가 의심될 정도로 검과 비슷한 마

찰음이 울리면서 검신-마나 애로우의 활대-이 뽑혀졌다. 한쪽

은 손잡이의 모양을 하고 있고 한쪽은 검날의 모양을 하고 있

긴 했지만,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실이 그 끝을 이어

주고 있는 걸로 봐서는 다행히 검은 아닌 듯 싶었다. 아투는

머리에서 만져지는 혹을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활대에 달린

시위로 손가락을 옮겼다.

퉁.

이상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퉁겨보았지만, 활시위에서는 아

무런 반응이 없었고 그저 평범한 활처럼 진동만 했다. 원래대

로라면 작게나마 마나가 맺혀 화살처럼 쏘아져야 하는데 말이

다. 하지만 아투는 오히려 초롱초롱하게 눈빛을 빛내면서 다

시 활시위에 손을 가져갔다.

"머리에 무수히 많은 혹을 달아가면서까지 내가 공격 마법을

배운 이유가 뭔데…. 하하하하."

그는 속으로 간단한 공격 마법의 메인 주문을 외우면서 입을

들썩거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던 검 모양의

길다란 마나 애로우에 붉은 기운이 서렸다. 붉은 기운은 점차

화염으로 변했고, 또 일정한 크기까지 팽창했다. 이제는 거의

감격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아투는 팔의 각도를 바꾸어 목표

를 창 밖으로 고정시킨 뒤, 살짝 손가락을 퉁겨 맺혀있던 화염

을 쏘아냈다.

"파이어 애로우!!"

슈슈슈슉!

순간 방안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면서 붉은 화염의 화살 한 발

이 마나 애로우에서부터 쏘아져 창문을 통과해 사라졌다.

비록 2서클의 화염 계열 공격 마법이었다. 대부분의 초보 마

법사들이 가장 먼저 익힌다는 견습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6서

클 정도의 골렘술사인 아투에게는 그런 하급의 공격 마법도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일단 골렘술사라는 존재가 공격 마법

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하. 드디어 나도 아빠처럼 공격 마법까지 사용하는 골렘술

사가 되었어. 나중에 자랑이라도 해야겠지?"

자신의 생각대로 마나 애로우가 반응하자 가슴을 쫙 핀 아투

는 혼자서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밖으로 날아간 화이어 애

로우는 어떻게 될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똑똑똑.

그때였다. 아투가 확실히 짐을 챙기고 이제는 마나 애로우의

성능까지 확인한 뒤 방을 나서려 하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

드렸다. 다시 마나 애로우를 검집에 넣어 허리에 맨 아투는 배

낭을 어깨에 짊어지고는 밖의 사람을 들어 오라 말했다.

"아투. 준비는 다 된 거예요?"

닫혀있던 문이 살짝 열리며 그 틈으로 살짝 미스티의 얼굴이

들어왔다. 통통 튀는 귀엽고 활달한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아투는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그녀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뭐 이제 떠나기만 하면 돼. 그러는 미스티는 준비 다 한 거

야?"

"아얏! 아프다고요! 후훗. 뭐 나야 준비할 게 있나요? 그라디

우스님께서 주신 이 팔찌만 챙기면 어디든 못 가겠어요?"

아투의 장난에 가볍게 눈을 흘긴 미스티는 귀여운 웃음을 잔

뜩 머금으며 왼쪽 팔을 들어올렸다. 옷소매가 밑으로 조금 내

려갔고, 그녀의 가느다란 팔목을 타고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팔찌가 스르르 흘려 내렸다.

"자, 루미니 공작도 그렇고, 샤우드 백작도 그렇고 밖에서 다

들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나가요."

미스티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아투에게 애교 있는

모습으로 다가서 팔짱을 꼈다. 그리고 반강제적으로 그를 끌

고는 거대한 요새 성의 밖까지 데리고 나갔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루미니 공작과 샤우드 백작은 여행 준비

를 확실히 마치고 성 밖에서 아투와 미스티 공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건강하고 튼튼해 보이는 말을 하나씩 타고 있었

고, 주인 없는 말 두 마리를 잡고 있는 가이트리아도 보였다.

아투는 골렘에게 다가가며 속으로 인사를 전한 뒤, 말 위에 올

랐다. 미스티는 그녀의 시중을 들러 잠시 나온 하녀의 도움으

로 말 위에 오를 수 있었다.

"아투 백작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됐군 그래."

샤우드 백작이 노골적으로 불쾌한 시선을 던지며 질책 어린

말을 내뱉었다. 백작의 옆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나이츠도 보였다. 아투는 샤우드 백작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해

주며 밝은 표정으로 나이츠에게만 무언의 인사를 전했고, 민

망해진 백작은 얼굴만 붉히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자, 다투지들 말게나. 앞으로 험난한 길을 함께 하게 되었

는데 벌써부터 싸우게 된다면 쓰겠나?"

루미니 공작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배경을 은근히 내세

우면서 철없이 행동하는 두 백작에게 말했다. 미스티는 연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려 손만 움직일 뿐이었고, 나이

츠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공주님. 이제부터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

든 나날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역시 가셔야겠습니까?"

아투와 샤우드 백작이 서로 등을 돌리며 입을 다물자, 공작

은 공주와 말머리를 같이 하며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

면서도 물어보았다. 순간적으로 아투와 샤우드 백작, 그리고

나이츠의 시선이 미스티를 향해 고정되었다.

"어차피 가려고 했던 길이었습니다. 더구나 교황이 먼저 초청

장까지 보내었으니, 당연히 가야겠지요."

잠시 얼굴을 붉히던 공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당당한 태도

를 보이며 먼저 힘차게 말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

를 아투가, 그리고 루미니 공작, 샤우드 백작, 마지막으로 나

이츠가 따르며 수도까지의 몇 일 간의 여행이 시작됨을 알리

는 먼지가 뽀얗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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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업. 독자분들이 힘드시겠지만, 일단 비축분을 다 올려

야 원래 조아라에서 보시던 분들이 보실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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