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81화 (81/244)

[골렘마스터]  # 재앙의 시작[4]

"크어어어어! 신이여!"

카라의 입에서 동물의 포효와 비슷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음성은 그가 지닌 어둠의 신력의 증폭 역할이라도 하는 듯 갑

자기 돌산이 밀어내는 힘을 가볍게 누르고는 돌산 표면에 손

바닥을 대는 것에 성공했다. 순간적으로 돌산의 전체적인 외

형을 중심으로 한 범위 내의 공간이 출렁거렸고, 무언가 사라

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카라는 잠시 다른 손바닥으로

돌산 벽을 더듬어보더니, 땀으로 젖은 얼굴을 돌려 일행에게

말했다.

"다행히……, 신들의 1차 결계는 부순 듯 하다."

"1차 결계? 그렇다면 다른 결계 또한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드티센이 눈빛을 빛내며 되물었다.

"그렇다. 일단 이 돌산의 형태를 유지하는 결계부터 해체해

야 성물 구경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카라는 강력한 신력 충돌로 넝마 조각처럼 변해버린 손바닥

에 고급의 치료 주문을 외우며 답했다. 회복 속도가 비교적 느

리긴 했지만, 다행히 움직이는 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어둠의 신관 카라와 절망의 신관들이 보이지 않는 선을 두고

대립하는 느낌을 확실히 받게 된 네메리안은 잠시 자신의 동

료인 욕망의 신관 두 명을 돌아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그녀들

도 나름대로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듯 했지만, 아직은 움직

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카라의 손이 어느 정도 치유되자,

네메리안이 그들의 대립 관계의 중재에 나서며 따끔한 충고

의 말을 내뱉었다.

"호호호호. 그럼 시간 끌 필요 없이 빨리 시작하자고. 아무리

사람들이 오지 않는 황무지라고 해도 낮이 되어서 우리들의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하잖아?"

몇 일 뒤, 메션 왕국의 국왕 앞으로 급하게 작성된 보고서 두

장이 올라온다. 그 중 하나는 왕국 영토 소속이었지만, 생물

이 거의 살 수 없는 황무지라 신경을 쓰지 않던 레드 비치에

서 도착한 보고서였고, 다른 한 장은 북쪽의 버려진 유전 관리

자인 마도사 이라시노에게서 올라온 보고서였다.

일단 이틀 전 벌어진 사건을 상세히 적어서 올린 레드 비치

쪽의 보고서 내용은 이러했다.

『국왕 폐하께 아뢰옵니다. 이곳 레드 비치에 크나큰 재앙이

닥쳤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멀쩡했던 붉은 돌산은 물론 레디

비치의 삼 분의 일 지역이 그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파

괴되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만 폐허로 변해버린

그 장소에서 이상한 물건의 조각들이 발견되어 급히 몇 점을

발굴해 폐하가 계신 왕성으로 보냅니다.』

레드 비치를 영지 하에 두고 있던 카타르 경이 보내온 물건

은 백옥처럼 하얗게 빛나는 작은 금속 조각이었다. 하지만 일

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마법사로

서는 느끼기 힘든 신력을 강하게 풍기는 그러한 신비한 물건

이었는데, 주변을 온통 신의 축복으로 가득 채울 정도로 강력

했다.

물론 메션 왕국의 국왕은 그 조각을 여러 학자들과 마법사,

그리고 퓨티아 제국에서 초빙되어 신전을 책임지던 신관들에

게까지 보여주며 그 정체를 파악하게 했다. 신과 관련된 학문

을 연구하던 신학자들은 이것을 태초에 신이 내린 그 어떠한

비밀스런 물건의 일부라 단정지었고, 고 서클의 마법사들은

당연히 신과는 거리가 있는 자들이었기에 쉽게 뭐라 설명을

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국왕이 은근히 믿고 맡겼던 신관들조

차 뭐라 뚜렷이 설명을 하지 못하고 신의 뜻을 지상계에 발현

하는 도구의 일부라고만 설명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신과 관

련된 어떠한 장소가 파괴된 것은 확실한 듯 했고 카타르 경이

보내온 보고서에서도 그와 같은 내용이 언급이 된 상태였다.

『아마도 어떠한 신의 유적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완벽히 그 근방을 파괴하

여 흔적을 지운 걸로 봐서는 발견되어선 안될 존재들이 다녀

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어 이렇게 문서로 만들어 올립

니다. 레드 비치의 일부 지역이 완전 흔적을 감추었던 이틀 전

부터 오래 전 사라졌던 마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천년 전, 고대 마도 제국 시절에 가장 악명을 떨치던 것에서부

터, 근래에 완벽히 사라졌던 마물 중에서도 가장 약하다고 알

려진 슬라임까지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사람들을 괴롭히고 학

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안에

도 벌써 수 십 명이 마물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국왕

폐하께서 저희들의 어려움을 생각하시어 마땅한 대책을 내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에 국왕은 레드 비치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 궁

중 4대 마도사 중 한 명인 현자 리필드 후작을 파견했다. 물론

그를 보필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입증 받은

사람들도 함께 보냈다. 마법사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가게 된

소드 마스터급 카인레오 경과 여자 기사로 널리 알려진 세아

경도 그 일행 소속으로 합류되었다. 그리고 레드 비치 감찰단

이 수도에서 떠난 그 다음날, 새로이 나타났다고 하는 마물들

을 퇴치하기 위한 토벌대가 뛰어난 용맹을 뽐내며 감찰단이

향했던 길을 따랐다.

이로 카타르 경이 보낸 보고서와 관련된 일은 일단락 지어졌

다. 하지만 고대 유적 관리자인 마도사 이라시노가 급히 보내

온 보고서가 아직 남아 있었다.

『마도사 이라시노가 너무도 중한 일이 있어 이렇게 급조한

보고서를 올립니다. 제가 관리하던 고대 마도 제국의 유적 폐

허에 바로 어제 이상한 존재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물론 국가

적으로 비밀리에 관리하는 곳이라 저를 비롯한 관리자 마도사

들과 기사 몇이 저지를 하려 했지만, 말로 통하는 상대가 아니

었습니다. 불가피하게 그들과 싸움이 벌어졌지만, 저희들의

실력으로는 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 싸

움 때문에 기사들이 전멸했고, 마도사들도 이상한 저주를 받

아 지금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다행히 저만이 간신히

사지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유적을 노리고 나타난 자들의 수는 대략 다섯 명 정도로 추정

됩니다. 하나 같이 형태를 확실히 드러내지 않는 실력자들이

었고,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관리자들을 제압한 뒤 유

적 안으로 사라졌는데 제가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유적 자체가 파괴되어진 뒤였습니다.』

레드 비치의 기이한 사건과 관련된 보고서와는 다르게 이번

엔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국왕은 급히

믿을 만한 신하들을 불러모아 이 일에 관해 의논을 해보았지

만, 딱히 내려지는 결론도 또 추정되는 침입 세력도 없었다.

게다가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되던 그 마도 제국의 유적은 아

직 발굴조차 되지 않고 원형 자체로 보전되던 곳이었기 때문

에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차 파악이 되질 않은 상태였

다.

하지만 수도의 상황과는 다르게 그곳 관리자인 이라시노는

뭔가를 조금 알고 있었던 듯, 보고서에 그가 아는 내용을 상세

히 적어 놓았다.

『아직 발굴이 된 유적이 아니라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곳이 고대 마도 제국의 서적 창고로 사

용되었던 곳 같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도록 유적

의 잔해에서는 지금도 계속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종이들이 발

견되고 있고, 또 두루마리의 형태를 띈 것들도 발견되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직접 수도로 보내기에는 너무도 종이가 낡았

기 때문에 이렇게 그것에서 발췌한 글 일부를 써서 보냅니

다.』

과연 이라시노의 보고대로 보고서 밑 부분에 작은 글씨로 고

대 마도 제국의 문자가 빼곡이 쓰여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로

전해지면서 그 뜻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단어들이 상당했기

때문에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라는 관련 학자의 얘기였다.

이에 국왕은 수도에 남아있는 인재들 중, 몇 명을 간추려 유

적이 있는 장소로 파견했다. 이번 파견단에는 아투의 아버지

이자, 왕국의 골렘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아트란도 포함이

될 예정이었지만, 곧 그가 이상한 병으로 인해 움직이기가 힘

들다는 것 때문에 골렘기사단의 부단장인 네라이젤이 선발됐

다. 거기다가 몇 일이 지난 뒤 국왕이 직접 현장으로 나가 눈

으로 확인을 하겠다고 하면서 이번 유적 사건 또한 일단락 지

어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이렇게 지나가게 된 기이한 사건들이 앞으

로 다가올 대 혼란을 예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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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일단 이번 에피소드 업 했으니, 가서 글 좀 쓰고 오겠습

니다. ^^* 즐독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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