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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76화 (76/244)

[골렘마스터]  # 골렘술도 첫걸음부터[5]

"가이트리아!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마!"

약간 흥분한 모습의 골렘을 보며 아투가 걱정스럽게 외쳤다.

하지만 곧 일어날 사태는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자신이 이겼다

고 생각하는 그였다.

"좋네. 자네가 이렇게 나오길 기다렸지. 이래야 나도 마법을

사용할 맛이 나거든?"

막 골렘의 거대한 손, 정확히 말하면 상대가 노인임을 감안하

여 뻗어낸 골렘의 거대한 손가락 하나가 실피스의 몸과 부딪

힐 순간이었다. 하지만 실피스의 표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

다. 그리고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대변이라도 하듯 하나인

줄로만 알았던 허공의 마법진이 갑자기 두 가지의 빛을 내뿜

으면서 정확히 두 개의 마법진으로 나눠졌다.

"이, 이중 마법진! 이건 9서클 유저 이상의 마법사만이 가능하

고 들었는데!"

아투는 거의 경악하여 위험에 처한 가이트리아의 몸을 강제

적 제약의 힘을 이용해 뒤로 끌어냈다. 빠르게 반응한 편이었

지만, 과연 두 개의 마법진에서 뿜어질 엄청난 범위의 마법을

피해낼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쿠아아아아앙!

"자, 멋있는 마법을 선사하지! 더블 파이어 스트라이커!"

과연 마법진 두 개에서 투사되는 마법의 범위는 장난이 아니

었다. 보호막을 뚫고 바닥을 녹여버렸을 정도의 엄청난 열기

를 지녔던 불의 구들이 거대한 마법진 두 개에서 무수히 쏟아

져 나왔다. 그리고 그 구들은 정확히 가이트리아의 가슴 부

분. 아이스 아머의 중앙을 노렸다.

"가이트리아!"

아투는 거대한 불의 구와 부딪히는 가이트리아를 보면서 절

규했다. 아무리 불계열 마법 방어력을 높이는 아이스 아머라

를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9서클 마법진에서 발현된 화염을 막

아낼 리가 없었다.

화르르르르!

역시 아투의 예상대로 아이스 아머의 물리화된 모습이 녹아

내렸다. 그리고 거의 무방비 상태인 골렘의 가슴팍으로 여러

차례 화염의 구가 부딪혀 불을 붙였다.

꾸오오오오오!

가이트리아가 불의 구와 부딪힌 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몸을

휘청거렸다. 이미 나무 재질로 만들어진 몸 전체에 강렬한 화

염이 옮겨 붙어 활활 타올랐다. 가이트리아가 몸을 마구 흔들

면서 발악을 했지만, 9서클 화염 마법으로 인한 불길이라 그런

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투는 서서히 타 들어가고 있는 골렘을 보면서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라 머뭇거렸다. 물론 대련의 한 차원이니 가이

트리아를 소멸까지 몰고 가지는 않겠지만, 실피스의 표정을

보아서 쉽게 끝내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주인이여.』

아투가 당황하면서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자, 불길에

휩싸인 골렘이 먼저 다가와 말했다.

『당황하지 마라, 주인이여.』

오히려 소멸의 위기에 처한 가이트리아가 어찌할 바를 모르

는 아투를 진정시켰다.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마른 나무가 화

르르 타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전혀 아무런 느낌을 받

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투는 우드 골렘에서 마치 화염의 거인

이라도 된 듯한 가이트리아를 측은하게 바라보면서 일단 불

을 꺼주기 위해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입을 들썩거렸다.

"레이니 클라우드!"

주문이 완성되자 아투의 손에서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올라 골렘의 머리 위까지 날아갔다. 구름이 모여 모여 큰 비구

름을 이루었고 천둥소리를 내면서 급기야 소나기처럼 굵은 빗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쉬이이이.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골렘의 몸을 감쌌던 화염

이 잠깐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꺼졌다.

실피스가 적절한 마법사용을 하여 상황을 수습하는 아투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이내 짓궂게 한 마디 내뱉었

다.

"허허허. 자네의 판단은 옳았네. 하지만…, 그 정도 비를 부르

는 구름으로는 이중 마법진의 위력을 당하지는 못할 걸세."

아투도 그의 말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

깐 꺼지려는 듯 했던 불길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걸 눈으로 확

인했기 때문이다. 가이트리아는 이내 주인을 향해 고개를 가

로 저으며 괜히 마나를 낭비하지 말라는 눈치를 주었다. 그리

고 아직도 불에 휩싸인 모습을 한 채, 실피스를 향해 몸을 돌

렸다.

『실피스라고 했나?』

마치 지옥에서 살아 나온 악마의 형상을 하게 된 가이트리아

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실피스는 골렘의 행동이 조금 의외였

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기습에 대비하여 지팡이를 끌어

올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인간치고는 꽤 높은 능력까지 올랐군. 하긴… 지금까지 살

아온 세월을 본다면 9서클도 그리 높은 경지는 아닐 지도 모르

겠군.』

가이트리아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드래곤의 자존심을 대변하

는 듯 또렷했고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아무리 드래곤 하트를

지녔다고는 하지만, 우드 골렘인 주제에 화염 마법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니. 실피스는 은근히 질리는 기색을 감추

지 못하고 그저 수염만 쓸어 내렸다.

『9서클이라고 해도, 내 주인과 내가 힘을 합친다면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지!』

그때였다. 가이트리아가 다짐하듯이 씹어뱉은 말이 힘이 되

었던 것일까. 갑자기 골렘 주변의 화염이 급속도로 소멸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투의 마나장이 점점 더 위력을 발했고, 가

이트리아의 온 몸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막강한 힘이 넘쳐흘

렀다. 반대로 실피스의 얼굴에는 경악의 빛이 스쳤고, 지팡이

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뭐, 뭔가! 지금까지도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그는 급히 힘을 끌어올려 베리어를 형성시켰다. 하지만 이미

실피스의 뒤로 돌아가있던 아투는 재빠른 동작으로 베리어가

형성되기 바로 직전에, 마력 화살을 날리는데 성공했다.

슈슈슈슉!

"크으으윽. 굉장하군. 역시 보통 골렘으로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나?"

마나를 끌어올리며 베리어를 위해 의식을 집중하던 실피스

는 등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 때문에 몸을 휘청거리

며 그만 손에 든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동시에 기회를 노리고

있던 가이트리아가 빠르게 다가와 그의 지팡이를 힘차게 걷어

찼다.

"잘했어, 가이트리아!"

아투가 허공을 유유히 날아오는 지팡이를 잡아챘다. 과연 범

상치 않은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지팡이를 손에 쥐자마자, 알

수 없는 외부의 마나가 몸에 주입되는 느낌이었고, 또 자연스

럽게 자신감이 가득 찼다.

"실피스님. 어떻습니까? 이제는 저희들의 실력을 아시겠죠?"

골렘의 거대한 주먹에 가로 막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실

피스를 보며 쉼 호흡을 하던 아투가 말했다.

"대단하군.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그 이상인 것 같네. 허허

허."

실피스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아니 아투는 패배를 인정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피스의 얼굴에

선 미소가 가시질 않았고, 그의 주변으로 위협적이게 퍼져있

던 마나 또한 수그러들지 않았다.

가이트리아 또한 실피스의 태도가 이상했는지, 위협적인 태

도로 그를 경계하면서 마인드 스피커를 사용했다.

『이봐.』

….

분명 그의 머리 속으로 음성을 흘렸는데, 반응이 없었다. 가

이트리아는 문뜩 뭔가 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순식간에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꾸오오오오오!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여긴 골렘은 아투의 명령 없이 단

독적으로 행동했다. 바로 눈앞에 아무런 반응 없이 서있는 실

피스를 놓아두고는 오른쪽 빈 공간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순

간 아투가 골렘의 이상한 행동을 강제적으로 제지하려 했지

만, 골렘과 비슷한 찜찜한 느낌 때문에 쉽게 손을 쓰지 못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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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업!

엄마 올까봐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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