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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75화 (75/244)

[골렘마스터]  # 골렘술도 첫걸음부터[4]

"일단 자네의 공격 능력을 시험해볼까 하네. 마음껏 공격해보

게나."

공격을 피해 모습을 감췄던 실피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 지팡이를 까닥거리며 아투의 바로 등 뒤쪽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투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동안 남몰래 나이츠와 비밀 훈련을 하면서 몸에 익히게된

반사 동작으로 이미 몸을 빼낸 뒤였다.

가이트리아의 옆까지 몸을 날린 아투는 일단 마나장을 좀더

촘촘히 펼치면서 그 범위를 줄였다. 최고의 효율을 끌어올리

려면 불필요한 마나 소비는 줄여야 했다.

『가이트리아. 좋아. 일단 저쪽에서 공격을 하라고 했으니,

우리는 상대가 순간 이동을 한 뒤 나타나는 그 순간만 노리면

돼.』

아투는 조심스럽게 실피스의 눈치를 살피면서 골렘에게 전달

했다. 그때 실피스는 입을 크게 벌리고는 잠이 쏟아지는 듯 하

품을 해대고 있었다. 당연히 자존심이 강한 가이트리아에게

는 큰 자극이었지만, 일단 주인의 명령대로 침착하게 몸을 움

직였다.

'인형 조종술…. 이 고 난이도의 골렘술만 익힌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을 텐데….'

계속해서 눈을 굴리면서 눈치만 살피고 있던 아투가 손가락

으로 가볍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생각했다.

인형 조종술. 어찌 들으면 인형극을 떠올릴 수도 있는 단어이

다. 물론 그것과 아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닌, 골렘술사들 사

이에서는 꿈의 기술로 불려지기까지 하는 고 난이도의 것이었

다. 바로 실제 인형극에서 인형들을 실로 묶어 살아있는 것처

럼 움직이게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데, 실 대신 마나를 사용

하고 인형대신 골렘을 사용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일단 인형 조종술만 완벽히 익힌다면 골렘술사에서도 존경받

는 위치까지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으며, 8서클 마도사의 대결

도 우위를 점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투도 예전에

는 인형 조종술을 익히는 것이 꿈이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

금은 썩 내키지 않는 기술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얘기치 않게

그가 창조해낸 골렘이 자아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골렘이 약간의 자아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드래곤 하

트를 근원으로 하는 자아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자기

정체성이 클수록 인형 조종술을 거부하게 된다. 아무리 골렘

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그 어떤 존재가 속박 받기를 원하겠는

가? 인형 조종술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골렘은 주인에게 완벽

한 인형으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인데.

아투는 그런 점을 잘 따져보았고, 결국 인형 조종술을 배우

지 않기로 다짐했다. 골렘은 골렘술사의 친구라는 생각이 결

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좋아! 가이트리아! 우리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거야!"

인형 조종술에 관한 미련을 떨쳐버린 아투가 갑자기 패기 있

는 모습을 보이면서 폼 속에서 마나 애로우를 꺼내들었다. 동

시에 그림자 보법을 사용한 가이트리아의 그림자 여러 개가

실피스를 노리고 쇄도했다.

슈융!

역시 아무리 빠른 보법이라고 해도 8서클 마도사. 즉 텔레포

트 정도는 오랜 딜레이 없이 사용가능한 자를 잡기에는 무리

가 따랐다. 여러 개로 갈려져 보였던 골렘의 육체가 실피스를

가격하려 한 곳으로 모여들었지만, 이미 목표는 다른 곳으로

사라진 후였다.

"…, 이 때를 노렸어요!"

마나 애로우를 들고 우두커니 서있던 아투가 미세한 마나의

입자가 모여드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는 어떠한 형체가 갖춰

지기도 전에 활시위를 놓았다. 푸른빛의 마력 화살이 빠르게

대기를 갈랐다.

슈슈슈슉! 파파파팍!

과연 아투의 예상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날린 마력 화살에 실

려 적중했다. 막 텔레포트 되어 나타나는 실피스의 몸에 그대

로 직격한 것이다. 하지만 시도만 좋았던 것이지, 이미 몸에

베리어를 치고 있던 터라 털끝 하나 상하게 하지 못했다.

"허허허. 이거 이렇게 빨리 내 베리어에 자네의 공격이 막힐

줄은 몰랐네. 과연 보통의 골렘술사보다는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는군."

베리어만 아니었다면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던 상황인데, 실

피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겼다. 오히려 아투의 공격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밝은 얼굴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계속 허허거리면서 지팡이로 허공에 원을 그렸다.

"저, 저건!"

『강력한 마력이 모인다! 어서 피해라!』

아투와 가이트리아가 동시에 실피스의 동작에 흠칫하고는 지

팡이의 끝에서 뿜어지는 빛으로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마법진

의 사정거리에서 멀어졌다. 거의 간발의 차이로 완성된 마법

진에서는 갑자기 매서워진 실피스의 눈빛이 향한 곳으로 무언

가가 튀어나갔다.

슈슈슈슈슝!

날카롭게 대기가 찢기면서 마법진에서부터 뿜어진 거대한 화

염의 구가 방금 전까지 아투가 서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물론

실피스의 보호막이 건물 자체를 보호하고 있긴 했지만, 엄청

난 열기 때문인지 건물 바닥이 살짝 녹아 내렸다. 더욱이 이

미 눈치를 채고 피해있던 아투와 골렘에게까지 그 후끈한 열

기가 뿜어질 정도였다. 마법의 대단한 위력을 실감하게된 아

투는 일단 가이트리아에게 아이스 아머를 걸어 갑옷화시켜준

뒤, 그의 주변에도 베리어를 쳤다.

그런데 허겁지겁 방어준비를 하는 아투와는 다르게 엄청난

마법을 선보인 실피스는 정말 노망이라도 난 듯한 실없는 어

조로 중얼거렸다.

"허. 정말 오랜만에 마법을 사용하니까 감이 안 잡히는 군. 고

작 이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다니, 허허허. 나도 많이 늙었

어."

지금의 마법을 고작이라는 말로 표현하다니. 그렇다면 도대

체 실피스의 본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젊었을 때, 한창이었

을 때의 그의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아투의 머리 속에

는 그런 의문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하지만 일일이 그러

한 궁금증을 풀어줄 시간이 없었다. 이미 실피스는 다른 마법

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트리아. 1차 어택 제한 모드 개방!』

솔직히 아투는 지금 혹시나 하는 사태를 대비하여 많은 여력

을 남겨둔 상태였다. 전 궁중 마법사까지 올랐고 또한 8서클

마스터라고는 하지만, 상대는 이미 연로하신 사람이기 때문

에 전력을 다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투의 머

리 속에는 상대가 공경해야할 늙은이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저 꼭 이겨 내야할 난관으로 여겨졌다.

샤아아앙!

순간 파란색의 빛이 아투에게서 뿜어졌다. 그 빛은 강렬하게

주변을 밝히면서 가이트리아의 전신을 물들였다. 그리고 골렘

의 두 눈에서 뿜어지던 광채의 빛을 더욱 짙게 바꾸어놓았다.

지금까지의 힘없어 보이던 골렘이 아니었다. 강렬히 빛나는

눈빛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다시 한번 마법을 준비하는 실피스

를 노려보았고, 골렘의 거대한 주먹과 발은 지닌 힘을 주체하

지 못해 부들거렸다. 몇 일 동안 이룩한 수련의 결과, 그 일부

가 드디어 타인에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꾸오오오오오오!

"가라! 가이트리아!"

발소리를 일부러 죽일 필요도 없었다. 골렘은 주인의 명령을

받고 맹렬히 달려들어 지팡이로 주문 암송을 대신하는 실피스

의 몸통을 거대한 양손으로 후려쳤다. 당연히 베리어가 공격

을 막아내려 버텼지만, 1단계의 제어 마력이 풀린 가이트리아

의 완력은 방금 전까지와는 또 차원이 달랐다. 서서히 베리어

표면에서 임팩트 현상이 일었다.

빠지지직.

"허허. 지금까지 봐주고 있었다는 건가?"

금이 가기 시작한 반투명한 베리어의 상태를 보며 실피스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미 다시 한번 불의 구를 쏘아낼 준비

가 끝난 상태였는지, 허공에 뜬 마법진이 진홍색의 빛을 발했

다.

『하찮은 인간 녀석! 죽이진 않겠다만, 날 깔본 대가를 치러

야겠다! 』

이제 곧 보호막이 부셔지고 골렘의 거대한 두 손에 마법사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가이트리아는 약간씩 힘 조절을 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실피스의 머리 속으로 마인드 스피커를 주입했

다. 순간 실피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로 봐서는 골렘이

설마 말을 걸어올지는 몰랐던 모양이었다.

채채챙!

결국 보호막이 깨져버렸다. 무형의 막은 마치 유리 조각이 사

방으로 튀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녹아내려 사라졌다.

동시에 강한 완력으로 막을 누르고 있던 거대한 골렘의 손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쇄도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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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마법사와 골렘술사의 싸움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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