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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68화 (68/244)

[골렘마스터]  # 가디언 나이트의 칭호[2]

"하. 하. 하. 빨리 짐이나 싸야겠군. 샤우드 백작이 날 대하는

태도가 더욱 더 사나워진 것 같더니만, 그럴 만 했었어."

그는 한참이나 머쓱한 웃음을 터뜨리면서 재빨리 저택을 떠

나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

루미니 공작의 성.

아투는 샤우드 백작의 저택을 떠난 지 사흘만에 도착한 공작

의 영지 나이브즈를 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농산물 최고 수

출 국가인 긴프네 왕국도 이처럼 황금 물결이 출렁이는 드넓

은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데 나이브즈라는 거대한 영지 전체의 삼분의 일 정도는 이런

거대한 곡창 지대가 자리잡고 있다고 하니, 확실히 루미니 공

작이 퓨티아 제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세력이 막강함을 드러내

는 것이었다.

더구나 루미니 공작의 거대한 돌성은 그런 곡창 지대를 한참

이나 지나서야 만나게 되는 드넓은 푸른 초원 한 가운데 지어

져 있었다. 주변은 빼곡이 들어선 건물들이 즐비하고, 사람 사

는 기분이 확실히 풍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투는 입을 다물

지 못했다.

돌성 또한 다른 성들의 생김새와는 뭔가가 달랐다. 대부분 회

색이 빛을 띄어야 할 반듯하게 잘린 돌들은 이상하게도 완전

흑색의 빛을 발했다. 만약 어둠 속에서 성을 보게된다면 그 성

의 형체조차 분간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더구나 성의 입구조

차 돌로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문이라서 눈으로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고, 높게 솟은 성벽 또한 매끈하게 처리되어 있어 타

고 오르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아투는 성을 보면서 요새로 잠

시 착각할 정도였다.

『정말 대단하군. 완벽히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장

소야. 미스티를 보호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인 장소 같군.』

미스티와 아투를 양어깨에 가볍게 태우고 있던 가이트리아

도 고개를 들어 거대한 높이의 성을 바라보면서 약간의 감탄

을 내뱉었다. 드래곤 하트의 영향으로 드래곤의 독단적인 성

격을 갖게 된 그로서는 작게 보이긴 하지만, 정말 대단한 감

정 표현이었다.

거대한 골렘,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는 사랑스러운 연인. 그

들의 옆으론 썩 좋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안장에 올라타

있는 샤우드 백작이 있었고 백작을 수행하는 나이츠 또한 말

을 타고 함께 했다. 그리고 그 반대편으로는 화이엘이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붉은 갈퀴의 말을 타고 성을 유심히 관찰

하는 중이었다.

"흠. 이보시오! 샤우드 백작님과 공주님께서 오셨으니 어서

문을 열어 주시오!"

나이츠가 말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 성 가까이 다가간 뒤,

목을 들어 성 위를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워낙에 주변

에 인적이 없고 드넓게 초원만 펼쳐진 곳이라 목소리가 사방

으로 퍼져 메아리가 되었다.

철커덩.

과연 그의 목소리가 들린 모양인지, 성 벽 위에서 금속성의

소리가 울리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에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어서 얼굴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나이

츠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아는 모양인지,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가득하여 다시 외쳤다.

"플라톤! 어서 문을 열어 줘!"

"어, 나이츠구나? 잠깐만 기다려."

곧 말귀를 알아들은 플라톤이란 문지기가 모습을 감추었고

기관이 돌아가는 소리가 성 안쪽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천천

히 다들 성벽이라고 생각했던 곳의 일부가 밑으로 쓰러지듯

열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내리는 형식으로 제작된 모양인지

문 안쪽 양 귀퉁이에는 엄청난 크기의 쇠사슬이 달려 있었다.

쿠구궁!

열려진 돌문이 바닥에 닿자 엄청난 굉음이 생겼다. 더구나 강

한 바람이 한 차례 뿜어져 아투를 비롯한 일행을 뒤덮었다.

"워워~. 자, 진정 좀 하거라."

샤우드 백작은 강한 바람에서도 말 위의 자세를 지키면서 마

구 날뛰려하는 말을 진정시켰다. 워낙에 이곳에 올 때마다 당

하는 일이니 그와 나이츠에게는 익숙해진 동작이었던 것이

다. 하지만 말도 처음 타보는 화이엘은 미처 말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그만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켈룩. 켈룩. 으윽. 내가 이래서 말은 안 탄다고 했잖아! 흥!

마법으로 날아왔으면 이런 꼴은 안 당했다고!"

그녀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옷에 뭍은 먼지들과 흙을 털

어 냈다. 든든한 골렘의 어깨에서 편안히 땅으로 내려선 아투

와 미스티는 그녀의 투덜거림도 재미있는 모양인지, 피식 웃

음을 터뜨렸다.

"자, 들어가도록 합시다. 공주님, 들어가시죠."

샤우드 백작은 멋있는 동작으로 땅에 내려서며 말의 고삐를

나이츠에게 넘겼다. 마구 날뛰던 화이엘의 말도 그가 고삐를

잡자 금세 진정되었고, 그가 말 세 마리를 모두 이끌고 열려

진 성문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백작이 쫓았고 서로 시선을 주

고받은 아투와 미스티가 투덜거리면서 내키지 않는다고 중얼

대는 화이엘의 양팔을 붙잡고 마지막으로 뒤를 따랐다.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하늘까지 우뚝 솟아있는 거대

한 뾰족탑이 그들을 맞았다. 그리고 탑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석조 건물들은 그 웅장함이 숨이 막힐 정도로 대단했다.

탑의 높이는 대략 100베타 이상은 되어 보였다. 지붕 역시 반

듯한 돌을 삼각형 모양으로 쌓아놓은 것이었고, 일정한 간격

으로 탑의 양쪽 면에 창이 뚫려 있었다. 아마도 내성이나 메

인 건물 역할을 하는 그러한 건축물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리

고 탑을 중심으로 둘러싸여진 수많은 건물들. 일단 모양새는

그리 세련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은 차분한 느낌의 것들이었

다. 창문이나 문, 그리고 각종 무늬 같은 것이 중앙 탑에 보이

는 것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였다. 건물의 왼쪽 상단

부근에는 모두 큰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각 종 업무라든지 용

도를 분류하는 것인 듯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그림과 문자가

간단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곳이 루미니 공작님의 영지 나이브즈. 그리고 다크캐슬입

니다."

나이츠가 시선을 땅으로 떨군 채, 공손하게 공주님께 설명을

했다. 샤우드 백작은 조금 떨어진 탑의 입구에서 서서히 윤곽

을 드러내는 인물을 보며 미스티를 제외한 일행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미스티와 구면이었으나, 다른 사람들과는 초면이

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저 분이 바로 이곳의 주인이자, 제국의 일꾼이신 루미니 공

작님이시네."

일행 모두 두리번거리던 시선을 거둔 뒤, 백작이 소개하는 인

물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확실히 높은 위치의 귀족답게 옷차

림에서도 귀티가 흘렀고 단정했으며, 눈매가 매서웠다. 나이

는 조금 들어 보였지만, 아직 한창 때라 불릴 정도는 되는 것

같았고 체력도 단련한 모양인지 몸도 좋았다.

루미니 공작은 자신을 향해 시선을 모으는 사람들을 둘러보

다가 이내 미스티를 발견하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정식으

로 인사를 올렸다.

"공주님! 제 영지에 잘 오셨습니다."

"아,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어요. 일어나세요."

지금까지 아투와 속닥속닥 농담을 주고받으며 왔던 미스티

가 아니었다. 이미 얼굴엔 미소가 사라졌고 대신 근엄한 표정

이 떠올라 있었다. 불과 몇 일전까지는 나약한 소리만 하시던

공주님이 이렇게까지 변하시다니. 루미니 공작은 내심 놀라면

서도 표정 관리를 하며 몸을 일으키고는 물었다.

"공주님. 드디어 결심이 서신 것입니까? 전과는 태도부터가

확실해지셨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네, 제가 원하지 않던 원하던 간에 어차피 기억을 되찾게 된

다면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당당히 맞서는

게 좋을 것 같아 결정을 내렸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이제야 퓨티아 제국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

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미니 공작의 얼굴에 잠시 밝은 빛이 스쳐갔다. 하지만 워낙

에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금새 평정을

되찾고 탑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했다. 그런데 공주의 뒤쪽으

로 낯 설은 소년, 소녀가 서있는걸 보고는 경계의 눈빛으로 입

을 열었다.

"샤우드 백작. 이 사람들은 누구지?"

"아, 공작님. 이 사람들은 공주님을 보호해주던 사람들입니

다. 그리고 이쪽은 아투라고 하는 메션 왕국의 아트란 백작의

아들인데, 지금은…."

백작이 말꼬리를 늘이자,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한 공작이 공

주의 눈치를 살폈다.

"왜 그러나. 시원스럽게 말해보게나."

"지금 아투라는 소년은… 가디언 나이트라는 칭호를 임시적

이지만, 받은 상태입니다. 한 마디로 이중 작위라는 소리입니

다."

"이, 이, 이중 작위라니…. 공주님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입

니다!"

공작이 순간 흥분하여 평소 자신의 태도도 생각하지 않고 소

리쳤다. 더구나 제국의 공주에게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의 직위가 공작이니 만큼 다른

사람들이 뭐라 그럴 처지도 아니었다. 성에 들어서부터 화이

엘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고 나이츠 또한 백작의 그림자처

럼 뒤를 따를 뿐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아투는 어떻게 말을 해

야 할지 알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때, 미스티가 단호한 표정으로 공작을 향해 똑똑히

말했다.

"공작님. 이 사람에 관한 얘기라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요. 저의 결심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  *  *

하이 프리스트.

신들의 바램을 이행하는 대변자라 불리는 프리스트 중에서

도 신들과 더욱 가까운 사람들을 칭하는 호칭이다. 물론 신들

의 힘 자체를,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강림시킬 수 있는 에이전

트와 비교했을 땐 큰 차이를 보이게 되지만, 그래도 강력한 신

력을 끌어올려 물리력과 치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앙심이

뛰어난 자들이었다.

빛의 신 샤이트리아.

과연 빛의 신관, 그들 중에서도 가장 빛에 가까운 자는 누구

일까. 그건 바로 현 퓨티아 제국의 교황인 다이티 라무스였

다. 예전에는 창조 6대신 각각 교황이 존재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 끈이 끊긴지 오래였고 겨우 그 맥이 전해져 지금까

지 교황의 역사가 이어진 것은 빛의 신관뿐이었다. 하지만 교

황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면 신성력을 사용하여 치료력을 발하

는 것보다는, 사실 여러 가지 사무를 보는 것이 사실이다. 때

문에 실질적으로 힘을 발하는 것은 역시 교황이 아니라 빛의

하이 프리스트였다.

그렇다면 과연 빛의 하이 프리스트는 누구일까. 그리고 다른

다섯 신들의 하이 프리스트는 각각 누구일까. 과연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일이 있을지, 사이가 안 좋은 빛 계열 신

관들과 어둠 계열 신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그러한 이

변은 정말 생길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평

범한 생각과는 다르게 각 신들을 섬기는 하이 프리스트들이

지금 퓨티아의 수도 에리아에 당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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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우우우우욱. 플티, 그리고 골렘마스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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