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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67화 (67/244)

[골렘마스터]  # 가디언 나이트의 칭호[1]

가디언 나이트의 칭호

미스티.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

그리고…, 이제는 공주라는 그의 위치를 되찾은 상태.

그녀는 굳게 다짐했다. 더 이상 아투를 떠나 보내지는, 또 자

신이 떠나지도 않겠다고.

물론 샤우드 백작은 아투를 공주의 옆에 남기는 것을 적극적

으로 반대했다. 메션 왕국과는 겉으로 드러난 상황으로는 아

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지만, 예전 대 마법 제국의

수도가 지금의 퓨티아 영토 안에 있기 때문에, 두 나라 사이에

는 보이지 않는 끈이 끊어질 듯 팽팽히 당겨지고 있기 때문이

었다.

하지만 미스티는 이제 자신이 황제가 될 것임을 강조하면서

더 이상 샤우드 백작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기로 다짐했고,

예전의 헬레니아라는 이름 또한 버리기로 했다. 대신 아투가

지어준… 그래서 소중한 추억이 떠오르는 미스티로 불리기를

원했다. 백작은 그 또한 길길이 날뛰면서 격하게 반대하고 나

섰지만, 결국 미스티 공주의 단호한 결정을 바꿀 순 없었다.

물론 아투를 그녀의 겉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선 일단 뭔가 그

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겨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저 메션 왕국

의 백작가의 아들이 제국의 공주. 이제는 곧 황제가 될 그녀

의 옆에 머무르는 것은 상당한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스티는 고민 끝에 샤우드 백작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아투

에게 칭호 하나를 내리면서 제국의 작위를 수여했다. 임시이

긴 하지만, 이제 수도로 돌아가 황제에 자리에 오르면 정식으

로 의식까지 치를 예정이었다.

그렇게 미스티가 아투에게 내린 칭호는…

가디언 나이트.

즉 왕족을 수호하는 명예로운 기사임을 뜻하는 엄청난 권위

의 칭호였다. 그 어떤 계급에도 구속받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

의 의사를 주장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칭호를 받은 영토 내에

선 언제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러한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이상적인 자리. 게다가 가디언 나이트라면 자연스럽

게 왕족으로 흡수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아투는 미스티에게 가디언 나이트의 칭호를 받고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뚱한 표정을 지

어야만 했다. 과연 마법사가 기사의 칭호를 얻어도 되는 것일

까? 게다가 그는 메션 왕국 사람인데, 제국의 작위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이중 작위. 아투는 칭호를 받은 그 날밤 새도록

머리를 싸매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  *  *

미스티와 함께 퓨티아 제국의 영토로 들어와 샤우드 백작의

저택에서 지낸 날도 이제는 5일 째를 맞이하고 있는 아투. 그

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일상의 무료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더구나 어제 밤 갑작스럽게 얻게 된 제국의 작위와 칭

호. 그것도 엄청나게 부담되는 가디언 나이트라는 칭호였다.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한 그는 결국 오늘 아

침 미스티가 방으로 찾아오자, 그나마 활력을 얻고 미뤄두었

던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투. 어제 잠을 못 잔 것 같네요? 눈이 부었어요."

자리에 앉아 고급 찻잔을 기울이며 맛을 음미하듯 한 모금을

입에 문 미스티가 눈매를 내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투는

그녀의 질문에 두 눈을 가볍게 문지르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하하. 그냥 잠이 안 와서 말이야."

"내가 한 말이 부담되어서 에요?"

"응?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나도 약속을 했으니 미스티를 끝

까지 지켜줘야 되니까. 하지만 지금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은

솔직히 조금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말을 마친 아투가 손에든 차가 뜨거운 줄도 모르고 단 번에

들이켜버렸다. 곧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일그러졌고, 눈물

까지 삐질 흘리면서 헉헉거렸다.

"앗! 뜨거워! "

"훗. 조심 좀 하지 그랬어요."

"으으윽. 뜨거운 줄 몰랐다고."

미스티는 아투의 그런 솔직한 태도가, 그리고 예전과 다름없

이 대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이 일었다. 솔직히 처음 대하는

느낌인 퓨티아 제국의 사람들보다는 몇 달 함께 지낸 아투가

더욱 필요했던 것이다.

다행히 화상(?)을 면한 아투는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하며 말했다.

"미스티. 이제 어쩔 생각이야? 정말 미스티가 제국의 공주라

면…, 그 생활로 돌아갈 거야?"

표정과는 다르게 그냥 가볍게 물어보는 어조였지만, 미스티

는 깊은 곳을 찔린 듯하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당한 고민거

리인 듯 잠시 고개를 돌린 그녀는 이내 다시 밝은 표정을 짓고

는 대답했다.

"아투."

"응?"

"내가 전에 한 말 기억나요?"

"무슨 말? 하하하. 미스티가 날 좋아한다고 했던 그 고백의

말?"

아투는 농담을 하며 그녀에게 장난을 걸었다. 오랜만에 나누

는 얘기인데, 심각한 쪽으로 흘러가 버린다면 모처럼의 기분

이 다 망가질 것 같아서였다.

그의 가벼운 농담에 살짝 눈을 흘기던 미스티는 절레절레 고

개를 저었고,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아투를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피하지는 않겠다는 말. 나 스스로 내 운명과 부딪혀보

겠다는 말. 이 말들 기억나요?"

아투는 잠시 생각했다. 그녀가 혼자서 제국으로 가겠다고 하

며 쪽지 하나만을 남겨두고 사라지려 했던 그 날밤. 분명 그

날 그녀는 지금과 똑같은 말을 했었다. 기억이 떠오른 아투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스티는 다시 환한 미소를 띄며 이어 말했

다.

"지금도 나는 그 말을 지킬 거예요. 피하기만 한다면 영영 원

래의 내 자신을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황제의 자리도 이어받겠다는 말이야?"

다시 심각해진 표정으로 팔짱을 낀 아투가 물었다.

"후훗. 네. 내가 없으면 혼란에 빠져버릴 제국을 생각하니 차

마 피하지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저 혼자서 제국을 이끌어간

다고 하는 것은 역시 무리겠죠?"

혼자서 제국을 이끌어간다? 그런데 그것이 무리라면서 그윽

한 시선을 보내는 미스티를 보면서 아투는 금방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바로 함께 있어달라고 하는 말을 빙빙 돌린 것

과 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말을 이해하니 왠지 얼굴이 붉어진

것처럼 보이는 미스티였다.

"하하. 혼자서 못하긴 뭘 못 해? 그 잘난 샤우드 백작님께서

도 계시잖아. 아주 널 끔찍이 생각하는 것 같던데? 혹시… 백

작이 널 좋아하는 건 아닐까?"

이런 묘한 상황에서 한 마디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말을 건네

야 하는 건데. 아투는 속으로 목까지 차 올랐던 말을 삼키면

서 애써 장난스럽게 말을 내뱉어버렸다. 은근히 기대하는 심

정으로 대답을 기다리던 미스티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되 받아

쳤다.

"피이! 샤우드 백작은 그저 날 황제로 등극시킨 뒤, 그 힘을

좀 얻어볼까 하는 생각일 걸요?"

"흠. 그렇다면 다른 나이든 공작들은 어떨까? 그들이라면 미

스티와 함께 제국을 잘 이끌어갈 수 있지 않겠어?"

아투는 또다시 말을 돌리면서 미스티의 안타까운 심정을 건

드렸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그녀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

하다가 얄밉게 웃고 있는 아투의 팔을 꽉 꼬집어버렸다.

"으악! 농담이라고, 농담."

"흥! 떠날 준비나 하라고요."

뜨끔. 아투는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획 돌아서 버리는 미스티

의 앞으로 달려갔다. 조금 장난을 쳤다고 해서 그렇다고 그렇

게 화를 낼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떠나라니.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한 아투가 어이없다는 제스처와 함께 말했다.

"미스티. 그냥 장난 좀 친 것 같고 삐칠 거야?"

"삐치긴 누가 삐쳐요? 우리는 지금 루미니 공작의 성으로 옮

겨갈 거라고요."

"공작의 성에는 왜? 그냥 여기서 지내도 되잖아? 이만한 저택

이면 상당한 시설인데."

아투는 자신이 묵고 있는 귀빈실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가구

하나하나 생필품 하나하나 고가의 것들을 놓여있었고, 방의

크기 또한 대단했다. 웬만한 성의 시설들과 비슷할 정도인데

왜 굳이 딴 곳으로 옮겨가려고 하는 것인지. 아투는 뭔가 다

른 중요한 까닭이라도 있겠지 싶어 물은 것이다.

하지만 대답을 해주는 미스티의 태도는 정말로 의외였다.

"바.보."

"윽. 내가 왜 바보야?"

"에휴. 아투, 정말 왜 성으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한심스럽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물어오는 질문에 아투는 어

린아이처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미스티는 그녀

를 막아선 아투를 획 비켜 지나가 방문을 열며 짧게 설명했다.

"뒤를 봐요."

달칵.

짧게 한 마디로 설명을 해준 그녀는 낼름 혀를 내밀고는 바람

처럼 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아투는 아직까지도 영문을 모

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는….

"으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는 아투였다. 일단 벽이 횡 하니 뚫려 바람이 슝

슝 들어온다는 것도 충격이었고, 뚫려진 벽 밖으로 보이는 가

이트리아의 무표정한 얼굴은 더욱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

했다.

'왜 벽이 허물어졌지?'

어젯밤 벽이 횡 하게 뚫린 방에서 잠을 청했다고 생각하니 기

분이 묘해졌다. 어떻게 종일 방에 있던 자신이 벽이 뚫린 것

도 모르고 있었을까? 게다가 벽은 왜 무너졌을까.

거기까지 의문이 뻗친 그는 이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장면

을 유심히 생각하다가 입을 굳게 다물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바로 벽을 부순 사람은 그와 그의 골렘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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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업로드 시작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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