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미스티의 정체[10]
"가이트리아. 조금 심한 거 아니야? 내장이 파열된 것 같은
데…. 흐음."
아무래도 처음 하는 발 차기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힘 조절이
안된 것 같았다. 아투가 마음 속으로 흘려보낸 의지와는 다르
게 나이츠의 상태는 조금 심각했다. 입에서 흐르는 피는 이미
멎었지만,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고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는
걸 보니 물리적인 충격 또한 컸던가보다.
'괜히 일이 커질지도…….'
나이츠의 상태를 본 아투는 등에서 삐질 흐르는 불쾌한 감촉
의 식은땀을 느꼈다.
"아투!"
"으왓! 깜짝이야!"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 없이 다가와 어깨를 짚으며 귓가에 고
함을 지르자, 아투는 화들짝 놀라 몇 베타 도망가면서 뒤를 돌
아보았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반응에 더욱 신이 난 화이엘은
전투 때와는 또 다르게 활달한 모습을 되찾고는 싱글벙글 웃
었다.
"어… 이 남자 꽤 잘 싸울 줄 알았는데, 상처가 조금 심한 걸?
어떻게 했기에, 이 지경까지 만든 거야?"
금방 상태를 확인한 화이엘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서는 나이
츠의 몸을 쿡쿡 찔러보았다. 일을 벌린 당사자인 가이트리아
는 돌처럼 굳어진-원래 그러함.-얼굴을 한 채 미동도 하지 않
았고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은 아투를 향했다.
"으윽. 내가 그런 게 아니야. 가이트리아가 갑자기 흥분을 하
는 바람에 제어에 실패한 것뿐이라고. 그나저나, 마법사들은
다 처리한 거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5서클 마법사들을 떠올린 그는 화이
엘의 밝은 표정을 답으로 삼아 안심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가장 날카롭고 인물이 시원스럽게 생긴 마법사 한 명이 바닥
에 드러누워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흩어져서 상처 입은 자들
을 치료하고 있었다. 다들 아투 일행을 기습할 표정들은 아니
었다.
"후우…. 솔직히 조금 걱정했는데, 어떻게 상처도 안 입히고
다 설득을 한 거야? 무슨 비결이라도 있어?"
5서클 마법사 여섯. 솔직히 아직도 자신을 4서클로 생각하고
있는 아투는 화이엘의 실력에 감복할 따름이었다.
"호호호. 아투에겐 알려줄 수 없어. 비밀이야. 나만의 비.밀."
화이엘은 장난스럽게 말을 되받아 치면서 쓰러진 나이츠의
머리 밑에 손을 넣어 살짝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놀고 있
는 한쪽 손을 그의 복부 근처로 옮겼고, 살짝 닿게 한 뒤 입을
달싹거렸다.
샤아아!
순간 하얀빛이 그녀의 손에서 뿜어지다가 이내 나이츠이 상
처 부위로 스며들었다. 흰 빛은 그 뒤로도 한참 동안이나 없어
지지 않았고 치유의 힘을 발해 망가진 내부 장기들을 회복시
켰다.
마법사치고는 빠른 시간 안에 상처를 다스리는 그녀를 보면
서, 그리고 평온해지는 나이츠의 얼굴을 보면서 감탄을 한 아
투는 한 마디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었다.
"화이엘. 정말 대단한데? 마법 실력도 예상 밖으로 뛰어나고.
거기다가 회복술도 굉장한 수준이고. 하하. 정체가 의심스러
워?"
"저, 정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난 그냥 평범한 마법사
일 뿐이야. 괜히 이상한 말을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어.
흥!"
아투는 그저 농담 식으로 건넨 말인데, 화이엘은 과장될 정도
로 격하게 반응하며 급히 화제를 딴 곳으로 돌리려 했다. 그녀
의 반응이 사뭇 이상해 뭐라 말을 걸어보려 하던 아투였지만,
곧 화이엘이 꺼낸 말 때문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미스티에 관한 얘기.
"가이트리아. 사정 봐줄 것 없이 벽을 부셔버려."
아투는 전투에 집중하느라 잠깐 잊었던 미스티를 떠올리고
는 최대한으로 펼쳐냈던 마나장의 범위를 줄였다. 대신 간단
한 손동작으로 골렘에게 명령을 내렸고 말 없이 자리를 지키
던 골렘은 거대한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는 저택의 한쪽 벽을
노려보았다. 바로 미스티와 샤우드 백작이 함께 있던 그 방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미스티이이이!"
우르르르! 콰광!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아투의 외침과 동시에 골렘의 거대한
해머 주먹이 화려한 멋을 자랑했던 저택의 한쪽 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덕분에 미스티가 지내던 방의 창문이 달려있
던 벽도 무너져 내렸고, 샤우드 백작과 미스티가 뿌연 먼지 속
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투! 감히 제국의 공주님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건가!"
아투가 벽을 부수고 골렘의 팔에 올라타 2층의 방에 올라서
자 샤우드 백작이 급히 미스티를 막아서면서 보석과 은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보검을 빼들었다. 더구나 별 다른 방위를 밟
은 것도 아닌데, 그의 몸과 검 주변에는 녹색의 기류가 뚜렷
이 형성된 상태였다.
"아투……."
미스티가 아투를 보면서 정말 오랜만의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운 남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느끼는 그 감정. 미스티는 또
다시 거역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묘한 그것을 느끼면서 다시
가슴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물론 아투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샤우드 백작의 태도가 너무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혹시
자신의 선택이 아투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였다.
"감히 내 영지 안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내 한 마디면 영지 내의 모든 군사력이 움직여
자네를 쫓을 걸세! 혹시 공주님을 다시 데려가려 하는 것이라
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게나!"
백작은 방안으로 들어서는 아투와 화이엘을 향해 외쳤다. 그
와 동시에 마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이 절묘한 순간에 들
어오는 백작의 사설 기사대원들도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나
이츠와 비슷한 정도의 실력을 지닌 것 같았지만, 아투는 전혀
움츠러들지 않는 기세로 당당하게 외쳤다.
"솔직히 저는 당신 샤우드 백작 또한 믿을 수 없습니다! 당신
또한 미스티를 노리던 존재들과 한 패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녀는 저희가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제 힘을 안 된다면
저의 아버지의 힘을 빌어 메션 왕국에서 보호를 하도록 하겠
으니, 그녀를 넘겨주십시오."
"이, 이 사람이 지금! 감히 제국의 공주님을 물건 다루듯 한다
는 말인가! 말도 필요 없네. 나도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으
이!"
백작은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듯 공주와 함께 뒤로 물러서면
서 용맹한 수하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백작가의 상징인
거대한 도끼의 문양을 새긴 갑옷을 입고 손에 길다란 창을 들
고 있던 기사들은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아투와 화이엘
의 주변을 물 샐 틈 없이 둘러쌌다.
"미스티.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구해줄게."
상황은 긴박했다. 그러나 반대로 아투의 얼굴에는 곧 미스티
를 구해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기쁨이 가득했다. 옆에서 그
의 미소를 본 화이엘은 몰래 흐뭇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마력
을 운용하여 만일의 사태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긴장의 상태가 극에 달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피에 물들면서 파괴될 것만 같았다. 정예 기사들로만 이루어
진 백작의 수하들. 그리고 풍검술을 직접적으로 전수 받은 샤
우드 백작. 게다가 아투는 엄청난 골렘까지 소유한 골렘술사
에다가 마나 애로우까지 소지했고, 화이엘 또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힘을 지녔으니 만약 그들의 전투가 벌어진다면 아무
리 튼튼한 저택이라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저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문제
였다. 샤우드 백작이 다쳐도, 또 아투가 다쳐도, 또 그 상황에
휘말려 미스티가 다쳐도 참으로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 분명
했다. 메션 왕국이나 퓨티아 제국에 있어서 촉망받은 앞날을
가진 인재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상황은 쉽게 끝날 징조를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강압적으로 나온 샤우드 백작의 말에 순순히 따르던
미스티가 결국 스스로의 감정을 앞세우면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백작. 잘 들으세요. 저는 제국의 공주입니다. 더구나 이제 황
제의 자리에 오를 사람입니다. 싸움을 그만 두세요. 그리고 아
투. 난 가지 않겠어요. 여기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내겠어
요."
그리고 잠시 아투의 실망하는 기색을 읽은 미스티는 표정을
풀고 화사하게 웃으면서 뒷 부분의 말을 이었다.
"대신…, 아투가…… 내 옆에 남아주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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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_ㅜ 누가 나한데 저렇게 말해주는 사람 없나?
대신... 김군이...... 내 옆에 남아주었으면 해요.
흐아아악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