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61화 (61/244)

[골렘마스터]  # 미스티의 정체[5]

"설마 저희를 해하시려고 부른 것입니까? 다들 무장을 하셨군

요."

아투가 날카롭게 눈빛을 발산하며 미스티 옆으로 다가서려

했다. 하지만 나이츠가 먼저 그를 막아서는 바람에 그녀와 눈

을 마주치는 것은 실패했다.

"하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나. 혹시나 미스티님을 노리는 자

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니 이러는 것일세."

과연 산전 수전을 이미 다 겪어본 사람답게 샤우드는 능숙한

태도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화이엘은 일행이

공격당할 때에 대비해 상대가 알 수 없게 이미 마력을 잔뜩 끌

어올린 상태였고, 아투 또한 품안에 디테일로 만들어진 마나

애로우가 감춰져 있었다.

"저희를 부르신 용건이 뭡니까? 게다가 제 일행인 미스티까

지 이렇게 가둬두듯 하시고."

아투는 앉을 것도 없다는 듯, 여기서 결판을 내자는 심사로

쏘아 말했다. 그때까지도 미스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고

개만 푹 숙인 채 침묵했다.

"흠. 자네가 그렇게 딱딱한 태도로 말하니 나도 그냥 서서 말

하도록 하지. 좋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아투의 단호한 태도에 약간은 질렸다는 듯 반색한 샤우드  백

작은 어쩔 수 없이 선 자세로 그를 부른 목적을 얘기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게. 자네들과 함께 다녔던,

이 미스티라고 하는 소녀는… 사실 몇 달 전 사라지셨던 퓨티

아 제국의 헬레니아 공주님이시네. 황위제승권 제 1위의 위치

를 가지신, 그래서 이제는 제국의 황제 자리를 얻게 되실 아

주 고귀한 분이시지."

!

아투는 순간적으로 학식과 무술을 겸비한, 모두가 존경하는

백작의 자리에 오른 이 사람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물론 잠깐 미스티가 공주일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우스갯소리로 했던

것뿐이었는데 백작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그

런 말을 꺼내다니. 아투는 솔직히 크게 놀라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이엘은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대화에만 귀를 기울였다.

"이제 알겠는가? 자네들 같은 메션 왕국 사람들과 어울려 지

내실 분이 아니시라는 말이네. 물론 지금까지 공주님을 잘 보

살펴주었다는 점은 고맙게 생각하네. 그에 대한 보수는 나이

츠가 알아서 내어줄 테니, 이제 그만 퓨티아 영토에서 떠나

게. 그리고 공주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모두 잊어주었으면

하는데, 내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나?"

순간 샤우드 백작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독단적인 말 때

문에 미스티, 아니 헬레니아 공주의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계

속 부르르 몸을 떨기만 할 뿐이지, 앞으로 나서 선뜻 입을 열

지는 못하고 있었다.

백작의 말뜻을 이해한 아투는 갑자기 자신들을 객인 신세로

전락시키려 하는 백작의 말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

다. 또한 백작의 기에 눌려 자신의 의사는 표현하지 못하고 고

개만 푹 숙이고 있는 미스티를 보면서 섭섭함을 느꼈다.

"지금 그 말이 사실입니까? 정말 미스티가 헬레니아 공주님이

라는 말씀이십니까?"

아투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예의가 아닌 질문인 걸 알

면서도 되물었다.

"믿지 않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네. 그러니 이

상한 일에 휘말리기 싫다면 이곳에서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

네."

샤우드는 단호하게 말을 마치면서 옆에 서있는 나이츠에게

살짝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장승처럼 딱딱히 굳어진 자세로

그를 시립하던 나이츠가 곧 자세를 풀면서 아투와 화이엘에

게 다가왔다.

"미스티. 아니 헬레니아 공주님. 저희가… 제가 공주님에게

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아무 것도 아닌 존재였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까?"

나이츠가 아투와 미스티 사이를 막아서기 직전, 마지막으로

아투가 그녀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아투와 미스티

사이에 벌어지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

던 화이엘도 눈치를 살피며 만일에 대비해 준비하던 마력을

흩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추운 까닭일

까 알 수 없이 몸만 부르르 떨 뿐, 차마 입을 열지는 못하였다.

"자, 나가시죠. 제가 밖까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나이츠가 은근히 검의 손잡이 부분을 이용해 아투의 등을 쿡

쿡 찌르더니 먼저 방문을 열고 한쪽 손으로 밖을 가리켰다. 미

스티와 함께 저택으로 모실 때와는 완전히 다른, 정 반대의 태

도였다.

"자, 가시죠."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던 아투는 연신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옆에서 옆구리를 찌르

는 화이엘 때문에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방을 나

선 나이츠는 잠깐 샤우드 백작과 함께 눈빛을 교환한 뒤, 문

을 닫고 사라졌다. 하지만 점점 더 멀어지는 아투와 화이엘의

음성이 방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스티의 마음을 점점

더 무겁게 했다.

"공주님. 아주 잘 하셨습니다. 어차피 저들은 메션 왕국의 인

물들. 게다가 저 소년은 메션 왕국의 군사력 반을 손에 쥔 아

트란 백작의 아들이더군요. 이제라도 정을 떨쳐버리고 멀리하

시는 게 좋습니다."

샤우드 백작은 이방인들이 방에서 사라지자, 한 숨 돌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내 미스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

금껏 아무 말도 없이 그가 하는 행동만을 지켜보던 그녀는 방

안에 백작과 단 둘이 남게 되자 비로써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

하고 시선을 올렸다.

"꼭 이래야만 하는 건가요? 저는 아직 기억을 되찾은 것도 아

니에요. 정말 제가 공주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아투

는 보내고 싶지가 않아요."

지금껏 참았던 감정이 폭발한 듯 미스티는 샤우드에게 거의

사정하는 어조로 말을 전한 뒤,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사실

아투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고픈 마음이 굴뚝같았

던 그녀였지만, 백작이 미리 경고한 점이 있어 미안한 마음을

감추고 침묵했던 것이다. 하지만 딱딱히 굳어버린 아투의 얼

굴을 보았던 그녀는 아무래도 그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

이 아팠다.

"공주님! 이제는 그런 자들에게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습

니다. 일단 공주님의 기억을 되찾는 것에 주력한 뒤,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노리고 있는 교

황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혼

란에 빠져있는 제국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공주의 태도에 약간 흥분을 해버린 샤우

드가 얼굴까지 붉히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직 그녀는 자신이

공주라는 엄청난 존재라는 사실도 실감하지 못했고, 마치 꿈

을 꾸고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휩싸여 그의 말도 제대로 듣

지 못했다. 그저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 저택을 나서

는 아투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자, 그동안 공주님을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명을

걸고 알 수 없는 암살자들과 싸워주셨다고 하던데, 아마 이 정

도면 만족하시리라 믿습니다."

막 저택의 현관문까지 안내를 마친 나이츠가 떨떠름한 표정

을 짓고 있는 아투와 화이엘을 향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어 건넸다. 분홍빛이 도는 매끄러운 재질의 비단 주머니였는

데, 보기보다는 꽤 크기가 큰 것 같았고 든 것도 대단한 것인

듯 묵직해 보였다.

"그런 것 따위를 받으려고 미스티와 함께 온 것이 아닙니다.

받지 않겠습니다."

아투는 미련 없는 행동으로 백작의 호의를 거절하면서 싸늘

하게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워낙 대단한 기세였기 때문

에, 화이엘조차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묵묵히 뒤를 따라 걸

었고 손이 민망해진 나이츠가 벌써 저만치나 걸어가고 있는

아투를 향해 위협적인 태도로 외쳤다.

"지금까지 공주님에게 호의를 베푼 것 때문에 예를 갖추어 대

해드렸습니다만, 만약 공주님에 대한 소문이 돌거나 당신들

이 다시 찾아와 협박 같은 것을 한다면 저희 백작 가문 사람들

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현명하게 판단하십시오."

그러면서 나이츠는 아투의 뒤통수를 향해 힘차게 비단 주머

니를 던졌다. 막 싸늘하게 식은 그의 말투에 대꾸를 하려 몸

을 돌리던 아투가 얼떨결에 묵직한 느낌의 주머니를 받아들었

고, 잠시 멍해져 버렸다. 그러는 사이 나이츠는 할 말은 다 했

다는 듯, 싸늘한 태도로 냉소하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

떼구르르르르르~

글 쓰러 갑니다~

글 쓰고 와서 비축분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즐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