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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55화 (55/244)

[골렘마스터]  # 신성제국 퓨티아의 세력가[3]

화이엘에게 생각이 미치자 아투는 잠깐 머뭇거렸다. 솔직히

그녀의 이름을 빼고는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

다. 명랑하다 못해 너무 귀족적인 태도로 봐서는 어느 돈 많

은 상인 가족의 딸일 수도 있겠고, 또 자식 신경 안 쓰는 지방

귀족의 자녀일 수도 있겠고. 아투는 그렇게 화이엘까지 귀족

으로 단정지어 버렸지만, 사실 너무 한쪽 분야에만 생각이 편

중되어 있음을 깨닫진 못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저를 왜 찾아오셨습니

까? 어떤 질문이라도 저는 사랑의 신 러브샤의 이름에 맹세코

진실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쿡쿡.

눈치만 살피며 말 없이 지켜보던 미스티가 아투의 옆구리를

찔러 어서 말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잠깐 싸늘한 냉기가 감돌

정도로 돌변했던 미스티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풀어져 아투에

게 은근히 따스하고 사랑스럽게 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증

거로는 그녀의 귀에 걸린 세련된 세공 형식의 귀걸이. 바로 사

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담긴 그것이었다.

잠깐 한눈을 팔고 있던 아투는 옆구리에 신호가 들어옴을 느

끼고는 헛기침을 하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험험. 일단은 이쪽 미스티에 대해서 여쭤볼게 있습니다."

"기억에 대한 봉인. 강력한 빛의 신 샤이트리아의 성력으로

봉인된 기억에 대해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지도 않은 걸 어떻게 아

셨죠?"

"여러분들이 이곳에 들어오실 때부터 이 소녀 분에게서 풍기

는 강력한 신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신관이기 때

문에, 그 신력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아볼 수 있답니다. 그런

데 이렇게 직접 보니 정말 대단한 신관께서 행한 기억 봉인술

이군요."

아이린느는 친절하게 설명을 마치고는 차분히 앉아있던 몸

을 일으켜 미스티에게 다가갔다. 곧 그녀가 살아온 세월을 증

명케 하는 주름진 작은 손이 미스티의 부드러운 머릿결 위에

올려졌고, 누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밝은 광채가 솟아나기 시

작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제 능력으로 가능하다면 봉인을 풀어드리

겠습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다가오려 하는 소년을 바라보며 안심하

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소녀의 머리 위에 올린

손으로 의식을 집중했다.

샤아앙!

광채의 빛이 이제는 푸른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어갔다. 동

시에 온화하고 인자함이 묻어나던 아이린느의 얼굴이 고통으

로 일그러졌고, 주변으로 강력한 바람이 일었다.

"아투! 아이린느께서 위험하신 것 같아. 내가 마법을 사용하

는 순간, 미스티 머리 위에 올려진 손을 떼어내."

상황을 지켜보던 화이엘이 갑자기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소

리쳤다. 덩달아 당황하게 된 아투는 급히 알았다고 답했고, 대

신관의 뒤로 자리를 옮겨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 준비했다.

"자, 시작한다! 가드 아웃 임팩트!"

생소한 마법 시동어가 화이엘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투의 호기심이 나설 자리가 되질 못

했는지, 그도 군말 없이 아이린느의 손을 잡고 힘껏 뒤로 물러

섰다.

"허어……."

아투와 함께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대신관은 누가 들으라고

할 것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미스티와 관련된

그 신력이 어떤 것이기에, 대신관인 그녀조차 이렇게 위험한

지경까지 이끈 것일까.

신력이 충돌하면서 정신을 잃었다가 막 눈을 뜬 미스티는 바

닥에 주저앉은 아이린느에게 다가가 급히 몸을 부축했다.

"괘,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몸과 마음을 가다듬은 아이린느는 그녀를 찾아온 어린 손님

들과 함께 심각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잠깐 신력 충돌로 인해

위험한 상황까지 가게 되었지만, 별로 신경은 쓰지 않는 눈치

였다.

미스티. 그녀의 기억은 확실히 빛의 신 샤이트리아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물론 기억 봉인술은 위험한 신성 주문으로 여겨

져 전파가 중단되어 있다고 했고, 그 주문을 아는 사람은 일부

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 중 한 명이 지금 교황 자리에 올

라있는 다이티 신관인 것이다.

아이린느 그녀가 말하기를 미스티의 기억을 되찾으려면 상당

한 수행을 쌓은 빛의 신관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아니면 기

억 봉인술을 직접 시행한 사람을 찾아 부탁해야 한다고 했다.

어찌 되었든 교황을 만나지 않고는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 미스티는 굳은 결의를 다지며 교황이 있는 퓨티아의

수도로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아투의 아버지. 아트란 판드리엘이 걸린 마족의 저주

는 대신관인 그녀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단 그 증상과 위

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또 치료법을 찾기 위해 신관을 파견하

겠다는 확답을 받아내는 것으로 아투는 만족하고 말았다. 그

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지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 아이린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고, 아쉬운

마음으로 신전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신전을 떠나고 난 뒤, 아이린느는 슬픈 표정을 지은

채,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어찌하여 교황님께서 그런 소녀에게 가혹한 운명을 쥐게 하

셨을까. 어째서…."

신전에서 나온 아투 일행은 밖에서 목상처럼 굳어진 채 그들

을 기다리던 가이트리아와 함께 다시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삼 화이엘이 그동안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우드 골렘

에게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새삼 가이트리아의 진  면목을 알

았다고나 할까? 그녀는 어느새 골렘의 듬직한 어깨에 올라앉

아서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그동안 참았던 질문을 쏟아냈

다.

"저기 아투랑 미스티. 옛날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왜 둘이

함께 여행을 하는 거야? 무슨 목적이라도 있을 거 같은데. 지

금 대신관이랑 얘기하는 내용도 들어보니까 뭔가 심각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흠.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어. 미스티가 기억을 잃었다는 점

과 내 아버지가 마족에게 저주를 당하셔서 생명이 위험한 지

경이라는 것 밖에는. 화이엘이 들어보았자, 머리만 아파질 거

야."

아투는 화이엘의 왕성한 호기심에 은근히 질리면서도 친절

히, 그리고 그녀가 기분 상하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말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대답했다. 미스티가 기억을 잃은 점과 연관

이 되어 있는 교황 세력. 그리고 알 수 없는 암살자들. 그 부분

까지 아직은 믿을 수 없는 화이엘에게 자세히 설명을 한다면

안 될 것만 같아서였다. 또 대륙에서 금기시 되는 존재인 마족

과 연관된 신관. 그 때문에 저주를 당한 그의 아버지. 이 모든

것들이 세상에 드러난다면 큰 혼란이 일게될 것이다. 아투는

그 점을 생각해서 화이엘에게 쉽게 말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화이엘은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고개만을 끄덕일 뿐,

섭섭해하거나 기분이 상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평소와 다름없

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 안심한 아투는 화제를 딴 쪽으로 돌리

려 말을 걸었다.

"하하. 그런데 화이엘. 내 우드 골렘이 마음에 들어?"

"호호호. 이렇게 내 발로 걷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 해? 이

동용으로는 딱 인걸?"

콰광.

순간 화이엘의 입에서 튀어나온 어처구니없는 실언에 가이트

리아가 발끈-아투는 아마도 발끈했을 거라 생각했다.-하여 지

면을 쿵 내딛었다. 지금까지 발소리를 죽이고 걸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동이 일었고, 엄청난 굉음이 주변

을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져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가게 주인들

은 바닥으로 쏟아진 물건들을 챙기느라 허둥거렸다.

"훗. 가이트리아가 조금 화가 난 모양이네요?"

미스티는 이런 상황에서도 뭐가 재미있는지 방긋 미소지었

다. 하지만 정작 골렘의 주인인 아투는 그렇지 못했다. 굉음

과 진동이 가시자, 쏟아지는 엄청난 눈총을 견딜 재간이 없었

던 것이다. 일을 벌린 화이엘은 뭐가 어떻냐는 식으로 골렘의

머리 부분을 슥슥 문지르기만 했다.

콰과광!

그런데, 그때 가이트리아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서며 노란 안

광을 내뿜음과 동시에 양발로 지면을 울렸다. 순식간에 엄청

난 규모로 발생한 진동은 마치 지진이라도 연상케 할 정도로

대단했고, 그 소리 또한 사람들의 귀를 멍하게 만들어 버릴 정

도였다. 더욱이 골렘의 거대한 양발은 지면 깊숙이 박혀들어

그 무시무시한 괴력을 빛냈다.

"가이트리아!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이번엔 아무 까닭 없이 장난을 쳤다고 생각한 아투가 약간 짜

증스럽게 질책했다. 이번엔 방긋 미소짓던 미스티도 약간 이

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시선을 옮겼고 골렘 어깨에 타고

있던 화이엘도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바닥에 내려왔다.

『쫓아온다.』

"쫓아온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투는 갑자기 마인드 스피커로 음성을 흘리는 골렘을 보다

가 이내 뭔가 낌새를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여전

히 불쾌한 시선을 던지는 인간들 뿐. 그 외의 위험한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저번에 왔던 그 까마귀들인가 하는 작자들도

아닌 것 같고.

이렇게 주변이 멀쩡하고 안전한 것 같은데도 가이트리아는

다시 한번 아투에게 음성을 흘렸다.

『신전을 나설 때부터 누군가가 우리를 뒤쫓아오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똑바로 살펴라, 주인이여.』

아무래도 가이트리아의 말투를 봐서는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아투는 긴장된 표정으로 화이엘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

뒤,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미스티를 보호했다. 신호를 받은

화이엘은 어느새 마법을 시전하여 하늘로 날아오른 뒤, 주변

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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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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