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53화 (53/244)

[골렘마스터]  # 신성제국 퓨티아의 세력가[1]

신성제국 퓨티아의 세력가

황제가 암살 당하고 다이티 교황이 그 자리를 잠시 위임하고

있는 지금, 겉으로 드러난 퓨티아 제국의 상황은 아주 안정된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많은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일단은 제위계승자 1위로 등극된 헬레니아 공주의 행방이 묘

연해진지 한 달이 넘게 흘렀다는 것 때문에, 퓨티아의 내신들

은 큰 걱정이었다. 만약 이대로 공주가 나타나지 않게 된다면

황제의 자리는 자연스레 다이티 교황에게로 넘어가게 될 것

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

의 인원으로 수색을 피고 있고 타국에도 도움을 요청해두긴

했지만, 아직 공주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신관들을 중심으로 뭉친 세력들은 다이티

교황을 황제로 등극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전 황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귀족 세력. 특히 공작들과 백

작들은 공주를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렇게 해서 뭉치게 된 귀족 세력은 루미니 공작과 레브로스

공작을 연합으로 뭉친 자들이었다. 특히 그 세력이 두드러지

는 사람은 백작 작위를 가진 빈츠 칼루스와 샤우드 거다르였

다. 그들은 방대한 영지를 소유했으며 엄청난 군사력을 소유

한 자들이었고, 왕실의 피를 이은 샤우드 공작은 그와 연계된

사람만으로도 제국 왕성 사람들 중, 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이

렇게 뭉친 엄청난 귀족 세력에게 대항할 수 있는 타 세력들은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다이티 교황은 자신을 지지해줄 신관들과 붉은 화염

기사단.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들을 이용해 귀족 세력을 견제

했다. 이미 귀족 세력의 대표가 된 루미니 공작과 레브로스 공

작은 공주의 실마리를 거의 잡은 상태로 보였기 때문에, 교황

은 한 시도 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

화로운 제국이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썩을 대로 썩어버려 내

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곳은 루미니 공작의 영지인 나이브즈. 총 여덟 개의 거대

한 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엄청난 크기였다. 영지의 주인인 루

미니 공작은 의외로 발달한 도시와는 거리가 있는 초원 지대

에 성을 짓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를 보며 푸른 초

원의 공작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어쨌든 도시와의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사람들의 왕래가 극히 적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제국에서 알아주는 유명 귀족들이 대거 이 성에

도착해 귀빈실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흠. 샤우드 백작. 무슨 일로 내 성에 사람들을 모이게 한 건

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듯 하이."

성의 주인임에 더불어 이곳 나이브즈의 영주인 루미니 공작.

말끔한 외모에 칼처럼 다려진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냉철한 성격의 군인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차갑게 빛나는 그

의 눈빛은 자신이 앉아 있는 쇼파 반대편에 몸을 맡기고 있는

한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제국의 세력가 중 하나인 거

다르 가문의 백작이었다.

"험험. 이제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군요. 그럼 말씀드리겠습니

다."

샤우드 백작은 가볍게 몸을 맡기고 있던 자세를 바로잡으며

푸른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마치 물결치듯 흔들리는 긴 머리

칼이 그가 입고 있는 흰색의 제복과 잘 어울렸다.

성에 모인 사람들은 자꾸 뜸을 들이며 얘기 꺼내기를 꺼려하

는 백작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던졌다. 루미니 공작. 레브로

스 공작. 빈츠 백작. 실로 퓨티아 제국의 중요 거물들만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세력은 막강했다.

"험. 헬레니아 공주님을 찾은 것 같습니다."

샤우드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그의 입이 열리자마자

크게 놀란 귀족들은 입을 떡 벌린 채, 잠시 아무 말도 잇지 못

했고, 그대로 침묵이 지속됐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레브로

스 공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 자네. 그 말이 사실인가? 정말 헬레니아 공주님을 찾은

것인가?"

레브로스 공작. 루미니 공작과 마찬가지로 방대한 영지를 소

유한 영주였다. 다만 루미니 공작보다 지긋이 나이를 먹었다

는 점이 달랐는데, 온화한 인상과는 달리 한번 화가 나면 앞

뒤 안 가리는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런 괴팍한 성격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수하는 목숨까지 받칠 정도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고 한다.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믿을 만한 제 아랫사람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합니다. 분명히 옷차림은 허술했

지만, 헬레니아 공주님이 확실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공주님 곁에는 웬 소년 한명과 소녀 한 명이 동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샤우드 백작. 그곳이 어디인가?"

잠자코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빈츠 백작이 입을 열었다. 귀

족 중에서도 특이하게 신장이 2베타가 넘는 거구였는데,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성안의 귀빈실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샤우

드 백작은 그의 목소리에 살짝 이마를 찌푸리다가 이내 말했

다.

"자네 목소리는 여전하군. 흠. 어쨌든 공주님을 발견한 장소

는 영토 남쪽에 있는, 메션 왕국의 사유라 시와 맞닿아있는 이

름 없는 작은 도시이네. 숲과 호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

지."

"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사람을 풀어 공주님을 찾아야

하네. 다이티 교황이 언제 검은 속을 드러낼지 모르는 일이

고, 요즘 들어 그가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일이 많아졌으니

말이네."

루미니 공작은 귀가 번쩍 뜨일 희소식에서도 냉정하게 머리

를 굴리며 잔뜩 들떠있는 샤우드 백작에게 경고했다. 다들 공

작의 말을 공감하는 모양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샤우드 백작. 자네는 일단 공주님을 찾는 것에 전념해주게.

비밀리에 행해야 함을 알고 내 성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

같은데, 공주님을 찾는 일도 아주 비밀스럽게 해야 하네. 교

황 세력에게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참극이 벌어질 지도 모르

니까."

"네, 알겠습니다. 공작 각하."

한쪽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며 맹세하는 샤우드 백작에게 만

족스런 대답을 받아낸 루미니 공작은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며 입 단속을 시켰다. 물론 레브로스 공작 등도 이

번 일의 심각성과 제국 내부 사정이 안 좋음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루미니 공작이

었다.

"자, 일단 샤우드 백작이 발견한 그 분이 헬레니아 공주님이

확실하다면 대세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네. 이번에 그 기분 나

쁜 교황을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게 하면 좋겠군."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는 공작을 향해 다들 수긍하는 눈

빛을 보내며 그들의 회합은 점점 더 무르익어 갔다. 한참이나

계속된 그들의 심각한 대화는 날이 저물 쯤에야 끝이나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갔고, 은밀히

이곳 저곳 사정을 조사해가며 그 때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

만 당장 중대한 일을 맡게 된 샤우드 백작만을 제외하고는 말

이다.

공주님의 행방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영지로 돌아온 샤

우드 백작은 자신의 저택에서 믿을 만한 아랫사람 한 명을 불

러들였다. 물론 공개적으로 일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저

택 안쪽에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그를 불러들인

것이었다.

나이츠 카샤. 이름만큼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다. 검술

실력도 기사급을 넘어서 소드 마스터에 근접할 정도로 발군이

었고, 꽤나 많이 쌓은 학문도 겸비한 뛰어난 존재였다. 더구

나 외모 상으로도 보기 드문 이십 세 중반의 미남형이었기 때

문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

다.

---

오늘도 쭈우우우우욱!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