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습격. 까마귀라 칭하는 존재들[1]
습격. 까마귀라 칭하는 존재들.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들. 그들의 얼굴
표정과 행동 하나 하나가 내 신경에 거슬리고 있다. 쳇. 재수
없는 인간들.
까마귀 대장이라는 호칭만으로 불려지는 존재. 대륙 최강의
암살 집단이라 알려진 까마귀 집단의 총 지휘관으로서 활동하
는 그가 지금은 검은 후드로 얼굴을 가린 채, 몇 명의 까마귀
들과 함께 신성 제국의 변두리 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마법 왕
국이라 칭해지는, 고대 마법 대 제국의 후예들이 건국한 메션
왕국과 가장 단거리로 접촉이 가능한 도시이지만, 주변 환경
이 삭막하여 크게 발전하지 못한 변두리 전형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도시였다. 그리고 이곳에 까마귀들의 목표물이 도착
할 것이라는 정보가 들려왔기 때문에, 그들이 신속히 달려온
곳이다.
"대장. 일단 흩어져서 먹이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골목길 사이로 찾아든 어둠에 몸을 숨긴 대원들 중 하나가 까
마귀 대장에게 말했다. 까마귀 대원들 역시 대장과 비슷한 후
드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 망토로 최대한의 빛을 차단한 모습
이었는데, 암흑 신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검은 색을 선호하는
듯 보였다. 부하의 말을 들은 대장은 가볍게 승낙한다는 표시
로 고개를 끄덕였고, 아무런 기척 없이 까마귀들이 그의 시야
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래. 이번 일만 성공시키면, 우리 까마귀들도 마음껏 세상
을 누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그가 걸어온 과거를 생각하던 대장의 눈은 높게 솟은
건물들 사이를 꿰뚫으며 어느 한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들 자기 일이 급한 듯 바쁘게 지나가는 길거리. 하지만 바
삐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존재들이 있었다.
특히 젊은 남성들의 사나운 시선을 받는 한 명의 사내가 있었
으니.
"화이엘. 아투에게서 좀 떨어질 수 없어요?"
"흥! 왜 그래, 미스티. 어차피 아투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
서?"
"그, 그건…. 그래도 여긴 길거리인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행
동해도 되는 거예요?"
바로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해오는 화이엘과 뾰로통한 표
정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미스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아투
였다. 팔짱을 꼭 끼고는 얼굴을 기대오는 화이엘을 밀어내면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눈길. 또 그러한 미스티를 다독
여주면 어느새 찰싹 달라붙어 뜨거운 숨결을 내뿜는 화이엘.
물론 그녀들의 행동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아투 그가
너무도 순진했지만, 당황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에휴."
두 소녀의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버
린 아투는 털털거리는 걸음으로 길을 걸으면서도 왠지 모를
따가운 눈총에 고개를 숙여야만했다. 아름다운 두 소녀. 그리
고 그녀들과 함께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이 바로 길거리의 청
년들에게 질투의 대상으로 변한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특
히 노골적으로 불쾌한 시선을 던져오는 건달들이나 귀족 자제
를 볼 때면, 순간적으로 가이트리아를 시켜 사람들을 다 쫓아
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주인이여. 원한다면 이 도시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지금
너의 실력이라면 나와 힘을 합쳐 도시 하나를 날릴 수 있을 것
이다.』
그저 마음 속으로만 농담 삼아 생각해본 것인데, 가이트리아
가 허락도 없이 마음을 읽은 모양이다. 아투는 질린 듯한 표정
으로 뒤쳐져 따라오는 골렘을 돌아본 뒤, 강하게 고개를 휘저
었다. 도시 하나를 날려버리겠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다니.
역시 드래곤 하트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큰
한숨을 내쉬는 아투였다.
쿵 쿵.
그래도 아투는 곧 웃음을 되찾았다. 자신의 골렘술이 향상된
것인가, 아니면 가이트리아가 드래곤 하트의 영향으로 발전
된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거대한 발소리는 사라져 버
렸으니 말이다. 불과 몇 일 전까지만 해도 쿵쿵거리는 발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보
통 인간들과 다를 바 없을 정도이니 아투는 나름대로 만족스
러웠다.
"호호. 아투. 나 귀걸이 하나만 사줘. 응?"
골렘에 관한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아투에게 화이엘이
다시 한번 몸을 밀착시키며 웃음을 흘렸다. 반사적으로 그녀
를 밀어내고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아투는
길 가 왼편에 자리잡은 작은 악세서리 가게를 확인하고는 문
뜩 미스티를 돌아보았다.
"흥!"
이럴 줄 알았어. 콧방귀를 뀌며 싸늘하게 등을 돌리는 미스티
를 보며 아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떨구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
었을까. 그래도 미스티랑 축제도 즐기면서 꽤나 가까워졌다
고 생각했는데….
"호호. 아투. 빨리 가자. 돈이 부족해서 그래?"
화이엘을 보면서 아투는 미스티와의 관계가 다시 서먹서먹해
진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이번 사건의 원흉이 그녀였
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상
처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직 미스티가 날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복잡한 심정에 얼굴이 구겨지면서도 아투는 하는
수 없이 화이엘과 미스티를 이끌고 작은 악세서리 가게로 발
을 옮겼다.
가게는 생각보다 넓었다. 아니 넓게 느껴졌다. 역시 한쪽 벽
을 전면 거울이 가득 메우고 있어 그런 것 같았다. 가게 한쪽
에는 진열장이 마련되어 유리관으로 처리된 기물 안쪽으로 갖
가지 기술과 보석들로 세공된 악세서리들이 진열되어 있었
고, 그 반대편으론 작은 카운터와 함께 여성 종업원 한 명이
아투 일행을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카르샤 가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깔끔한 흰색의 가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여성 종업원이 훈련
된 멘트로 먼저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깔끔한 커트 머리와 커
다란 눈망울이 잘 어울리는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저기 그러니까…."
여성 전용 매장은 처음인지 아투가 얼굴을 붉히고 어리숙한
태도를 보였다. 그의 순수한 모습에 더욱 밝은 표정이 된 화이
엘이 먼저 입을 열며 앞으로 나섰다.
"음. 저한테 어울리는 귀걸이 하나를 사려고 해요."
"아, 그러시군요. 정열적인 붉은 머리카락을 지니신 미인이
니 이쪽에 분류된 것들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한번 마음에 드
시는 걸로 골라보세요."
종업원이 그녀에게 소개한 귀걸이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갖
가지 보석들이 박혀 빛을 발하고 있는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변두리 도시에 위치하는 가게라 얕보고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입을 떡 벌릴 만한 정도의 가격들인 것이다. 아투는 은근히
돈 걱정이 되어 남 몰래 주머니를 살폈고, 그 속도 모르는 화
이엘은 초롱거리는 눈망울로 진열장을 쭉 훑어보았다.
"으응. 다 예쁘다. 뭘 고를까 고민되네."
한참을 고르던 화이엘이 결국은 그 아름답게 세공된 악세서
리에서 눈을 떼며 아투에게 도움의 눈길을 청했다. 막 뚱한 표
정으로 있던 미스티에게 말을 걸려 했던 아투는 안타까운 마
음만 간직하고는 짐짓 환한 얼굴로 화이엘에게 시선을 돌렸
다.
"저기 손님. 제가 이걸 한번 권해드리고 싶군요. 어떠세요?"
다행히 아투를 대신하여 가게 종업원이 화이엘에게 무언가
를 건넸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으로 매끄럽게 세공된 귀걸
이였는데, 작은 루비가 박혀 그녀의 머리칼과 아주 자연스럽
게 조화를 이뤄줄 것 같았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 황홀하다는 눈으로 자신이 건넨 물건
을 살피자, 종업원이 힘을 얻고 설명을 추가했다.
"그 물건으로 말씀드리자면,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전해지던
전설과 관계가 있는 물건이에요.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고민
하는 사람들이 이 귀걸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꼭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지지요."
"피! 전설 얘기를 들으니까 별로 맘에 안 들어. 다른 걸로 살
래요. 아투, 나한테 어울릴만한 걸로 하나 골라주면 안 돼?"
화이엘이 아투에게 말을 걸을 때, 그는 종업원이 선물한 전설
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소극적인 사람은 자신과 일치했고,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 귀걸이를 선물한다면 상대방의의 태
도도 조금 바뀌지 않을까? 물론 전설을 완벽히 믿을 수는 없지
만, 시도 정도는 해봐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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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 편 더 올리겠습니다.
오늘 총 5편 업로드 완료가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