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49화 (49/244)

[골렘마스터]  # 마신들의 에이전트[3]

"그럼 그 자의 요구는 어쩔 셈이지? 신이 되고 싶다는 그 말.

메션 왕국. 아니 그 이전의 통일 마법 제국에서 이룩해냈다는

신의 되는 마법을 꼭 구해 주겠다는 그 약속은 어떻게 할 셈인

가?"

티스페어가 잠시 타크니스의 말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아무

래도 신을 섬기는 녀석들은 마족들이 상대하기에 까다롭기 때

문인지,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건 욕망의 화

신, 테자이어도 마찬가지인지 약간 찌푸려진 얼굴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와는 반대로 타크

니스는 의미심장하게 입 꼬리를 치켜올리며 자신감 있는 목소

리를 내뱉었다.

"약속은 약속이니 들어줘야겠지. 하지만, 그가 원하는 신이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온통 보랏빛의 안개에 둘러싸인 무의 공간. 바로 절망의 신

디스페어의 신력으로 창조된 마계였다.

그 보랏빛의 기분 나쁜 공간 중앙에는 칠흑 같은 머리칼을 허

리까지 늘어뜨린, 하지만 그 흑발과는 대조되는 창백한 얼굴

을 지닌 미남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의 여성과도 같은 몸

체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농도가 달라지는 검은 갑옷이 둘러

져 있었고, 등에는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휘날리는 붉은 망토

가 늘어져 발 밑에서 꿈틀거렸다.

스르륵.

순간 그의 옆 공간이 크게 일그러지며 누군가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마계의 지배자인 티스페어는 아무렇지도 않

은 듯 부드럽게 고개를 돌려 과감하게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망각의 사자여. 너에게 내릴 명이 있다."

"네. 분부만 내리십시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나타난 회색 빛의 존재는 예의를 차리

며 티스페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짧게 잘린 머리칼도, 입고

있는 갑옷과 검까지 모조리 회색 빛으로 둘러싸인 남성. 테스

페어가 신임하는 마족 중 하나인 망각의 사자 카오스였다.

"지금 어둠의 마계의 상황과 지상계의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

고 있다. 더구나 신성 제국을 제외하고도 성물이 존재하는 지

역이 있다는 정보다. 아무래도 우리 절망의 마족들이 이권을

차지하려면 그 성물의 위치와 능력을 파악해두는 것이 좋겠

다. 내 말뜻을 잘 이해할 수 있나?"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수하의 마족을 풀어 강력

한 신성력이 풍기는 지역들을 차근차근 조사하도록 명령하겠

습니다."

"그래. 우리 절망의 마계가 어둠의 마계에게 항상 뒤쳐질 수

만은 없지. 이번에 찾아올 새로운 혼돈이 우리에겐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점을 잊지 말도록 해라."

티스페어는 가장 믿을 만한 부하에게 일을 맡기며 알 수 없

는 미소를 지었다. 그를 바라보던 망각의 사자도 초점 없는 흐

릿한 눈동자로 허공을 주시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혼돈

을 생각하는 듯이.

곧 망각의 사자가 예를 갖추어 인사를 마친 뒤, 보랏빛 공간

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티스페어는 그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잠시 침묵을

지키며 머물렀다.

스륵.

순간 티스페어의 감각에 미세한 느낌이 와 닿았다. 일부러 소

리를 죽이며 접근하는 어떠한 존재의 기척. 그리고 그 기운.

모습을 감추고 접근하는 상대의 정체를 파악한 그는 야릇한

미소와 함께 한쪽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검

은 기운이 강하게 뻗어나갔고, 몇 베타 거리에 떨어진 공간으

로 날아가 잠시 머뭇거렸다.

파파팟!

강렬한 파공음이 공허했던 보랏빛 공간의 대기를 울리며 터

져 나왔다. 티스페어의 손에서 뿜어진 검은 기운은 순간적으

로 기척을 숨기고 다가오던 자의 기운에 의해 폭발해버렸고,

그대로 소멸했다.

"흠. 역시 대단하군. 하마터면 모를 뻔했어."

티스페어는 대담하게도 기척과 모습을 감추고 자신에게 접근

하려 했던 존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부드럽게 펴진 얼굴은

상대로 하여금 안심할 수 있는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티스페어님이야 말로 정말 대단하십니다."

놀랍게도 강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성체의 존재였다. 이

마에는 마족 특유의, 절망의 마족 특유의 문양이 새겨져 보랏

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매서운 눈매에선 강한 카리스마가 풍겨

졌다. 완벽히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망각의 사자 때처럼 주군

에게 예의를 갖추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 엔젤 나이트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티스페어가 자신의 수하를 보며 중후한 목소리로 물었다.

"엔젤 나이트들은 지금 신성 제국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여 마

의 침입을 막고 있습니다. 물론 마계의 대 군주와 같은 티스페

어님이나 타크니스님, 그리고 테자이어님을 막지는 못할 테지

만, 중급 이하의 존재는 충분히 막아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

가 클라미디 대륙 곳곳에 엔젤 나이트들이 파견되어 있어 지

상계에 등장하는 마족들의 행동을 감시중입니다."

"이상하군. 타크니스는 그가 자랑하는 정보 수집 능력으로도

엔젤 나이트들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들었는데, 어떻게

너는 그 사실들을 알고 있는 거지?"

갑자기 티스페어의 눈빛에서 강한 살기가 뿜어졌다. 싸늘하

게 식은 수정 같은 눈동자는 여성체의 날카로운 눈매를 꿰뚫

어보다가 의혹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추궁 어린 시선을 받은

여성체는 반사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눈길을 피하려 고개를

돌렸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태연하게 돌아와 말했

다.

"물론 타크니스님의 수하로 있는 사크슨이란 마족의 능력이

뛰어남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그의

능력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은 주군께서 잘 알고 계시지 않습

니까."

"하하하. 자신만만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역시 뱀파이어

로드의 자격이 충분히 있어. 블러드 로즈."

블러드 로즈. 현재 존재하는 뱀파이어 종족의 최강 지도자.

빛을 멀리 하고 어둠을 좋아하며 피를 즐겨하는, 신선한 여성

체의 피를 즐겨하는 종족이라 알려진 바 있는 존재들이었다.

특히 피를 빨린 대상은 그 숙주에 대한 종으로 전락하는 경우

가 대다수라 하고, 살아남는다 해도 폐인으로 생활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욱이 흡혈 능력을 제외하고도 뱀파이어는 변신술

에 능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어둠의 마법을 타고났기 때문에

웬만해선 목숨을 잃을 일도 없었다.

"그래. 엔젤 나이트의 동태를 주시하도록 해라. 그들이 우리

움직임을 눈치 채더라도 빛의 신들이 신의 협정을 어긴 것 때

문에 쉽게 나서진 못할 테니, 엔젤 나이트 대장을 특히 잘 감

시하는 게 좋을 것이다."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가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블러드 로즈는 조심스럽게 인사를 마친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충만한 어둠의 힘을 이용해 마계의 공간

과 동화되어 모습을 감췄다. 뱀파이어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

유의 어둠과의 동화되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완벽히 모습이

감춰지자, 블러드 로즈는 머뭇거리지 않고 절망의 마계에서

몸을 빼내며 속으로는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큰일이군. 엔젤 나이트들의 대장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는데.'

마계를 빠져나가는 동안 블러드 로즈의 얼굴은 계속해서 침

울해져만 갔다.

---

일단 글 쓰기 전에 이 정도만 올립니다.

하루에 올리는 편수를 여러분들이 정해주세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