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48화 (48/244)

[골렘마스터]  # 마신들의 에이전트[2]

어둠의 장막을 거둬내자 펼쳐진 광경 또한 마계의 그 어떤 모

습과도 바를 바가 없었다. 어둠. 그 황량한 공간은 마치 허공

에 떠있는 듯한 공허한 느낌뿐이었고, 그 공간 가운데로는 시

간을 두고 계속 빛깔이 변하는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었다.

"타크니스.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군?"

"호호. 그러네. 타크니스. 오랜만이야."

테이블을 사이로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던 두 존재. 보랏빛의

장발을 한 사내는 절망의 마계를 책임지고 있는 위대한 마신

디스페어의 분신인 그리고 신의 이름을 부여받은 티스페어란

존재였고, 강렬한 색기를 풍기는 염홍색의 긴 머리칼을 지닌

여성은 이곳 욕망의 마계를 책임지는 마신 데자이어의 분신,

테자이어라는 존재였다.

타크니스는 그 둘을 새삼스럽게 새로운 눈초리로 노려보다

가 이내 긴장을 풀고, 자신에게 마련된 자리로 다가가 몸을 앉

혔다.

"험. 테자이어는 바뀐 모습이 하나도 없군."

팔짱을 가볍게 낀 채, 상대를 노려보는 타크니스의 눈빛이 사

실을 판명하려는 듯한 매서운 기운으로 번뜩였다. 하지만 부

담스런 그의 눈빛을 받은 테자이어 욕망의 화신은 전혀 당황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 있는 태도를 취하며 자신을 가리켰다.

아름답고 자그마한 얼굴. 커다란 눈망울. 탐스러운 입술과 몸

매. 그 어떤 것 하나 뒤질 것 없는 완벽한 여성체의 모습. 항

상 테자이어가 자랑하는 욕망의 발현체였기 때문이다.

"호호. 타크니스. 그 살벌한 태도 좀 버릴 수 없어?"

그녀는 가볍게 타 마계의 지배자의 말의 대응하면서 요염한

자세로 다리를 꼬았다. 안 그래도 아찔할 정도로 짧았던 가죽

스커트가 위로 말아 올려져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지

만,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은 없었다. 더욱이 타크니스와 티스페

어. 그들의 태도 또한 바뀌지 않고 냉랭하기만 했다.

"그래. 타크니스. 우리를 모이라고 한 까닭이 있을 텐데 그게

뭐지? 3대 마계의 지배자인 우리 셋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일

만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군."

언제나 실속만을 차리는 티스페어가 무의미한 대화 사이에

끼어 들며 말을 가로막았다. 잠깐 따가운 테자이어의 눈총을

받긴 했지만, 그녀도 공감하는 눈치인 듯 꼬리를 내렸고 그들

의 시선이 순간 이번 모임을 주체한 타크니스의 얼굴로 고정

되어갔다.

"흠. 좋다.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타크니스는 건방지게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는 이내 깍지를

끼고 테이블로 손을 올려놓으며, 진지한 자세로 입을 열기 시

작했다.

"테자이어. 티스페어. 지상계에서 우리 마족들의 능력을 가로

막는 성물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지?"

"하하. 그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거야? 그거야 이미 알고 있지.

신성 제국 퓨티아라는 곳에 있는 가드 터널 말하는 거 아니

야?"

테자이어가 잠시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휘저

었다.

"물론 퓨티아 제국에도 가드 터널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도 그와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것이 있다면 어쩔 셈이

지?"

순간 타크니스의 말이 정곡을 찌르자, 다른 두 개의 마계 지

배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

실. 오로지 신성 제국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그들로서는 타

크니스의 말이 상당한 충격으로 와 닿았던 것이다. 허나 티스

페어는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냉철하게 질문했다.

"물론 중급, 상급 마족들의 힘을 제약하는 성물은 지역 별로

나누어져 존재하고 있지 않는가?"

"난 그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신성 제국의 가드 터

널은 파괴되었다. 하지만 어둠의 마족 중, 하급 마족 한 명이

다른 왕국에서 8서클 골렘술사에게 소멸 당했다. 이건 어찌 설

명할 참이지?"

"골렘술사? 8서클 골렘술사라면 녀석이 부리는 골렘의 위력

도 굉장하다. 하급 마족이 소멸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티스페어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두고는 말을 끝맺었다. 하

지만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 타크니스의 태도를 보며 상당히

질리는 인상을 받았고 곧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듣고는

더욱 경악하여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 골렘술사는 오로지 마나 애로우만을 이용하여 하급 마족

을 죽였다. 이미 가드 터널이 파괴되어 9서클 유저의 힘을 발

휘할 수 있는 존재가 말이다."

"그, 그럴 수가! 지상계에 마족의 본래 힘을 능가할 수 있는

존재가 그렇게 흔하단 말이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하는 타크니스를 보며 테자이

어는 놀랍다는 듯, 그리고 믿기 어렵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말을 내뱉었다. 티스페어 또한 상당히 심각해진 얼굴을 한

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내가 이제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다들 이해했을 거라 믿는

다."

"타크니스. 자네의 말대로라면 신성 제국에 있었던 가드 터널

을 제외하고도 하급 마족의 힘을 가로막는 성물이 다른 지역

에 존재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생각에 깊게 빠져있던 티스페어는 아무래도 믿기 어렵다는

듯 떨리는 눈빛으로 타크니스를 향했다. 어둠의 마계 암흑 창

조 3대신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신력을 지녔던 어둠의 신 다크

니스의 분신. 그 엄청난 권한을 지닌 타크니스는 다른 마계의

지배자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면서 말을 꺼냈다.

"잘들 들어봐. 하급 마족의 힘을 제약하는 가드 터널. 그리고

중,상급의 힘을 제약하는 다른 무언가의 성물. 우리가 알고 있

는 그것들을 제외하고 또 무언가 다른 신들의 힘이 지상계에

남아있다면?"

"타크니스. 이제야 자네의 말을 이해할 것 같군. 그러니까 신

들이 우리들의 모체인 위대한 암흑신 어르신들과 함께 만든

협정을 어기고 지상계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뭔가를 행

했다는 말이 되는군."

"자, 잠깐.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 말은 빛의 신들이 협정을

깨고 지상계에 뭔가를 만들어놓았다는 말이지? 그리고 우리

는 빛의 신들이 협정을 어겼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그것들을

파괴하자는 얘기일 테고?"

지금껏 잠자코 두 존재의 말을 경청하던 테자이어가 반짝거

리는 눈빛으로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두 마계의 지배자는 그

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마족들의 힘을 제약하는 신들의 무언가를 파괴해

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직접 나서진 못하겠지만, 지금 우

리를 돕는 어리석은 녀석들의 힘을 빌려야겠지."

"호호호. 그 바보 같은 신관 늙은이를 말하는 거야? 감히 신

이 되고 싶다고 떠들고 다니는?"

테자이어가 특유의 기분 나쁜 말투와 함께 조소를 흘렸다.

"그래. 그 교황이 힘을 빌려야겠다. 지금 우리들로선 그의 세

력에 의존하는 수밖엔 없으니까. 일단 다크니스님을 추종하

는 어둠의 프리스트들에게 암흑 신관들과 함께 그를 도우라

고 명령해두었다. 게다가 제국 안에선 하급 마족들도 완벽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그 자에게나 우리에게나 도움이 되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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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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