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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45화 (45/244)

[골렘마스터]  # 엽기소녀, 화이엘[1]

엽기소녀, 화이엘

'어둠의 신관들도 해결하지 못했으니, 이것 참 난감하군.'

항상 온화함을 유지하던 다이티 교황의 얼굴이 미세하게 찌

푸려져 있었다. 바로 자신의 거대한 야망의 걸림돌이 될 제국

의 공주를 없애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수 차례의 걸쳐 그녀를 죽이기 위해 노력해왔

다. 기사단. 마족. 신관. 더욱이 이번에는 금기 시 되는 어둠

의 프리스트들을 고용해 재앙의 힘을 빌리려 했는데,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신의 장

난이라고 밖에는 여겨지질 않았다.

'내가 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신들이 방해를 하는 것이

다.'

교황은 계속 걸음을 옮기며 그렇게 위안을 삼았다. 더욱이 어

둠의 프리스트들과 무기한 계약을 해두었기에 만일에 일어날

전쟁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점에서는 맘이 한결 놓였

다. 어둠의 프리스트들이 자신의 편에만 서준다면 어둠의 신

계열 교도들은 당연히 힘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까지 두건을 깊게 눌러쓴 노년 초기에 접어든 그는 지금

신성 제국에서도 가장 세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 신들의 뜻을

거역하며 살인과 본능의 쾌락으로 살아가는 자들이 모인 '할

렘'이라는 버림받은 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그 어떤 방법을 써

도 공주를 처리할 수 없다면 이제는 아예 전문적인 암살 집단

의 실력자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 공주를 감시하고 있는 소식통은 공주와 그녀를

호위하는 실력 있는 골렘술사가 제국을 목표로 하여 이동중이

라고 전해왔으니, 그로선 급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대한

신성 제국의 공주인 만큼 제국 영토 내에선 그녀의 얼굴을 알

아볼 수 있는 자가 꽤나 많기 때문이다. 만약 공주가 영토 내

로 들어오는 것을 방치했다간 다른 귀족들에게, 특히 교황을

좋지 않게 여기는 세력들이 공주를 옹호하며 그를 죽이려 들

것이다. 물론 이 점은 다이티 교황으로서도 크게 깨닫고 있는

바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

들을 고용해 그런 불상사를 막아보려 하는 것이다.

"크흠. 이곳인가?"

서둘러 걸음을 옮기던 교황이 갑자기 낡은 건물 뒤편에서 멈

춰 섰다. 지저분한 건물 주변으로 거지 행색을 한 꼬질 꼬질

한 사내들이 주저앉아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지만,

지금까지 쭉 걸으면 당한 것이라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

았다. 더욱더 두건을 둘러 얼굴을 가린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

시며 낡은 문에 손을 가져가 노크를 했다.

똑똑똑.

문을 두드린 뒤, 약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반응이 없었다.

'내가 잘못 찾아 온 것인가?'

실망의 빛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대로 발걸음을 돌릴 수는 없

기에, 다시 한번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다. 그렇

게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안쪽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

다.

스르륵.

문 위쪽 중앙에 뚫려 있던 틈의 뚜껑이 작은 소리와 함께 살

짝 열렸다. 약간의 틈새로 어느 정도의 환한 빛이 새어나왔

고, 동시에 칙칙한 목소리를 지닌 자가 말했다.

"뉘슈?"

"이곳에 까마귀가 있소?"

교황은 정보통이 전해준 비밀암호를 자연스레 내뱉었다. 다

행히 잘못된 소식은 아닌 모양인지 문틈으로 눈 부분을 드러

냈던 사람이 눈알을 굴려 바깥 주변을 경계했다. 만약 암호가

틀렸더라면, 당장에 암기나 독 등이 날아왔을 것이다.

"난 까마귀에게 어둠을 전하러 왔소.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되오."

철저히 이방인에게 경계의 눈을 늦추지 않고 있는 문지기를

보며 교황이 다시 한번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문지기

는 한참을 더 살피고서야 그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슈."

천박한 말투의 문지기가 교황을 맞이했다. 꾀죄죄한 몰골의

마른 체형을 가진, 교활한 인상을 풍기는 중년의 사내였다.

"까마귀의 리더를 만나고 싶소. 한시가 급하니 어서 안내해주

시오."

교황은 문지기에게 말을 전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은 비교적 깨끗했다. 낡은 나무로 위장되었던 문 뒤에

는 은빛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보조문이 하나 더 달려 있었고,

세 개 정도의 자물쇠가 그것을 철통같이 지켰다. 내부의 크기

도 대략 50 여명의 사람들은 들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화려하

진 않지만, 깔끔한 가구들이 그 단조로운 공간에 들어찼고 한

쪽에 놓인 나무 소파에는 대 여섯 명의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

는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어이! 뭘 그리 두리번 거리슈?"

"아, 아니오. 빨리 까마귀의 리더를 만나게 해주시오."

나름대로 속마음을 감추고는 눈빛까지 식히며 냉철하게 관찰

하고 있었지만, 뛰어난 암살 집단의 소속인 그들에게까지 감

추기에는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재빨리 자신의 속셈을 알아맞

히는 문지기를 보며 괜히 머쓱해진 교황은 헛기침을 들이키

며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향했다.

뛰어난 암살 집단으로 알려진 존재들의 거처치고는 조금 좁

은 감이 들었다. 뭔가 훈련을 하는 장소도 없었고, 또 그렇다

고 체계적인 느낌도 들지 않았다. 더욱이 이곳에 있는 사내들

도 그다지 실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교황은 속으

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소식통의 얘기가 잘못된 건일까….'

의아한 마음이 들면서도 끝까지 문지기를 따라간 교황은 낡

은 건물 안 공간 오른편 모서리에 다다랐다. 문지기는 약간 긴

장을 한 듯한 이 노인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이내 비열한 웃음

을 흘리며 자신의 가슴에 닿을 듯한 위치의 벽을 주먹으로 두

드렸다.

쿵쿵쿵!

반응은 순식간이었다. 미처 교황마저 눈치채지 못했던 존재

들이 벽에서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아마도 낡은 건물을 거처

로 알린 것은 일종의 위장을 위했던 것이고, 진정한 까마귀들

의 거처는 이 건물과 이어진 다른 주변 건물 전체인 것 같았

다.

"크흠. 정말 교묘히 꾸며놓으셨구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다이티 교황은 잔뜩 긴장하여

천 속으로 감춘 손에 신력을 모았다. 새로이 나타난 존재들의

모습은 원래 건물 안에 있었던 사내들과는 완전히 다른 살기

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회색의 천을 두른 채 이방

인의 주변을 빈틈없이 포위했다. 손에는 완만하게 휘어진 곡

도를 들고 있었고, 반대편으로는 손바닥 두 배만한 크기의 단

검을 쥐고 무시 못할 살기를 뿜었다. 게다가 그들 개개인의 자

세조차 전혀 빈틈이 없었고 진정한 실력자의 자태를 뽐냈다.

"클클클클클. 신성 제국의 귀족 같은데 왜 이런 누추한 곳까

지 행차하셨을까?"

갑자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엄청난 기를 가진 존재가 감지되

었다. 교황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 존재를 확인하고는

더욱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구려. 까마귀의 리더.

자신의 기를 완벽히 감추고 있다니 말이오."

"클클클. 일단 방문 목적부터 말씀해 주실까?"

타탓!

까마귀 리더가 말을 마치며 살짝 손목을 흔들자, 교황을 포위

했던 까마귀들이 한 발짝 그 망을 좁혔다. 그들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검은 어느새 교묘하게 뒤틀려 엑스 자로 교차된 상

태였다.

하지만 다이티 교황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신력만 유지한

채, 까마귀 리더의 물음에 답했다.

"흠. 내가 신성 제국과 관련이 깊은 인물임은 맞소. 허나, 지

금 그대들에게 맡길 일은 내 제국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

오."

"클클. 그러십니까? 그럼……. 타핫!"

슈슈슉!

순간적으로 리더의 손에서 빛이 나는 가 싶더니, 무언가 은

빛 괘흔을 남기며 교황의 가슴을 노렸다. 뛰어난 암살 기술을

익힌 까마귀 대원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의 것이었

다.

그러나 역시 빛의 신 샤이트리아의 교황, 다이티는 달랐다.

어느 샌가 신력이 가득 담긴 그의 손에는 순식간에 날아든 은

빛 물체가 꽉 쥐어져 있었다. 날이 잘 선 단검이었지만, 신력

을 머금은 피부를 베지는 못했다.

파파팟!

리더의 공격은 실패가 되었지만, 까마귀들에게는 그것이 공

격 명령과 같았다. 교황이 단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그들은 양

손의 검들을 기이하게 휘두르며 거의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였다.

"성스러운 힘은 항상 저와 함께 하십니다. 서로의 힘만 빼는

행동은 삼가고 대화로 풀어봅시다."

어느새 교황의 몸 전체에는 푸르스름한 빛이 생겨났다. 그리

고 그 기이한 반구의 형을 띄고 있는 막에 막히어 까마귀 대원

들이 범접조차 할 수 없었다.

"살(殺)!"

교황의 몸에 둘러진 막을 보면서도 대원들은 물러서지 않았

다. 갑자기 통일된 단어를 내뱉으며 엑스 자로 교차된 곡도와

단검을 강하게 쥐고는 빠르게 접근했다.

교황은 바짝 긴장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순식간

에 자신의 시야에서 까마귀 대원들의 모습이 사라짐을 확인하

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모습이 없어도 살기 정도는 감지

되어야 했는데, 그것조차 가능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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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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