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엉망진창 축제 중의 마법 대결[3]
"대단하시군요! 마나 구체로 제 4서클 마력이 담긴 파이어 월
을 없애버리시다니. 그렇지만 이건 어떻겠습니까? 마나 구체
로는 절대 어찌 해볼 수 없는 수속성 마법. 아쿠아 스플래쉬!!"
잠깐 소년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스쳐갔지만, 이내 침착
하게 머리를 굴려 마나 구체에 저항할 수 있는 계열이 주문을
외쳤다. 순간적으로 대기의 마나가 주문에 반응했고 마나가
출렁이는 듯한 현상과 함께 거대한 푸른 빛깔의 수포가 형성
되어 상대를 집어삼킬 듯 분출했다.
쿠아아아앙!
대기를 가르며 무섭게 쇄도하는 물줄기를 보면서도 천을 두
른 사내는 그저 콧방귀만 뀌어 댔다. 얼굴에 드러난 표정처럼
아주 귀찮다는 듯 손을 한번 퉁겨내자, 어두운 빛을 띈 마나
구체가 형성되어 다시 한번 상대의 마법과 부딪혔다.
"이, 이럴 수가! 마나 구체 정도의 힘으로는 절대 소멸시킬
수 없는 것이었는데!"
소년은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며 경악
했다. 자신 있게 쏘아낸 수속성 마법이 어이없게도 전자와 마
찬가지로 소멸되어 버린 까닭이었다.
"클클클클. 너무 약해. 너무 약하단 말이야!"
이제는 방어만 하던 그 자가 이번엔 한꺼번에 대 여섯 개의
마나 구체를 쏘아냈다. 그것은 질량도 없고 어느 정도의 실체
감도 없는 것 마냥,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재빠르게 소년 마법
사에게로 날아갔다. 그 구체들이 지난 허공에는 잠시나마 검
은 색의 흔적들이 그어졌다.
'역시 저 자는 마법사가 아니야! 저 자는….'
시합을 주시하던 아투가 드디어 천을 두른 사내의 정체를 파
악하고 나서려는 순간, 대회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참관하
던 마법사 무리들이 뜨악한 시선으로 몸을 일으켰다.
"저 자는 마법사가 아니다! 경비병! 어서 경기장으로 올라 저
자를 잡아라!"
정 중앙 약간 단이 높은 의자에 앉아 있던 노신사가 고함을
질렀다. 바로 사유라의 시장을 맡고 있는, 정치력이 뛰어난 사
람으로 알려진 '젠타르카'라는 40대의 인물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의자 뒤로 쭉 늘어섰던 무장한 시청 소속
의 병사들이 시합장 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미 소년 마법사를 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베
리어를 형성해 공격을 막아보려 했던 소년은 자신의 무능력함
을 처음으로 실감하며 죽음의 고통을 맛보았고, 그대가로 인
해 실신하여 바닥에 뒹굴었다. 암흑 구체 단 하나가 간단히 베
리어를 소멸시키고, 나머지 다섯 개의 구체가 소년의 팔과 다
리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클클클클클. 지금에서야 눈치챘군. 하지만 난 당신들과 대놓
고 싸울 정도로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야. 크크."
천을 두른 사내가 손을 올려 머리 부분을 드러냈다. 그러자
갈색의 피부를 가진 건장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흐릿흐릿한 회색의 눈동자 위로는 사악한 빛을 발하는 보랏빛
의 어둠의 디바인이 칙칙한 빛을 발산했다.
"역시 어둠의 프리스트였어!"
"아, 아투…. 어차피 이번 일은 우리와 관련된 일도 아니니 이
번 대회 관계자들에게 맡기로 물러나기로 해요."
이미 상황을 살피며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아투를 본 미스티
가 조심스레 권했다. 물론 아투가 자신 있어 하는 골렘술. 가
이트리아만 함께 왔었어도 미스티가 그렇게까지 말리진 않았
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투는 자칫 잘못하다간 헛된 영웅
심만 발휘하다가 목숨을 잃고 말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아투는 이미 소년 마법사가 크게 다쳐 바닥에서 신음
하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저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강했던 영웅심이 절묘한 때에 작용
하여 두려울 것 없다는 듯, 시합장 위로 몸을 날렸다. 그의 행
동과 거의 비슷하게 병사들도 어둠의 프리스트로 보이는 그
기괴한 자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아, 아투……."
미스티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시합장 위로 올라가 버린 아
투를 보며 멍한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제 되돌릴 수 없게 일
이 커진 것이다.
'아투를 말릴 수 없다면……, 차라리 그와 함께 하겠어.'
결국은 미스티마저 굳은 각오를 다지고 팔목에 찬 팔찌를 어
루만지며 아투의 뒤를 따랐다.
"클클클클클. 이거 내가 혼자 상대하기에는 쟁쟁한 실력자들
이 너무 많군 그래."
어둠의 프리스트가 자신을 둘러싼 병사들과 마법사들을 돌아
보며 비꼬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태연한 척 하는 그
의 말투와는 다르게 얼굴은 긴장감에 딱딱히 굳어 있었다.
'어차피 내 목표는 저 소녀와 소년일 뿐.'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이 쓰러뜨린 소년 마법사에게
다가간 존재들을 확인했다. 마법사답지 않게 항상 코트를 입
고 다닌다는 갈색 머리의 소년. 그리고 화사한 금빛 머리칼을
지닌 소녀 일행. 분명 자신이 의뢰 받은 목표가 확실했다.
"사악한 힘을 부여받은 어둠의 종이여. 신성한 마법 대결을
엉망으로 만들다니. 네 속셈이 뭐냐!"
공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참관했던 인물들 중, 사유라 공식 마
법 학원 치스토의 대원장 화트윈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뒤쪽
으로는 마법 학원 선생들과 학생으로 보이는 자들이 비슷한
로브를 입고서는 언제라도 마법을 난사할 준비를 갖춘 뒤였
다.
"크크크크. 우리 위대하고 지고하신 존재인 다크니스님의 종
들은 함부로 입을 놀리진 않는다! 어쨌든 너희들도 내 목표 가
까이에 있어 휘말리게 된 것이니, 날 원망하지나 말아라. 크
크. 물론 지옥에서 말이지."
"저런 요망한 놈! 절대 살려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화트윈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사유라 소속 병사들과 그의 제
자들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볍게 가죽 갑옷을 차려입
은 병사들의 손에는 푸르스름한 롱소드가 쥐여져 있었고, 마
법사들의 손에는 각기 준비하는 마법 계열의 마나가 밝은 빛
으로 모였다. 나이든 노 시장, 젠타르카도 마법의 문자가 빼곡
이 쓰여진 마법 지팡이를 든 채 상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정작 포위 당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어둠
의 프리스트는 전혀 당황하진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코웃음
을 치면서 미리 생각해두었던 대로 재앙의 힘을 빌리는 성스
러운 신어를 읊기 시작했다.
"저것이 뭔가를 하려고 한다! 다 같이 쳐라!"
병사들이 일제히 어둠의 프리스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
같이 잘 훈련된 자들이라 검이 날아드는 방향의 한 치 오차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뒤에선 나름대로 최고의 권위자라 자
칭하는 마법사들이 대거 포진하여 정확히 적을 노리고 공격
마법을 난사했다. 아무리 강한 프리스트라 하더라도 단 10초
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동일했다.
허나, 그들의 생각은 그저 큰 바램에 불과해져 버렸다. 이미
빠르게 읊어 나가던 신어에 의해 사악한 어둠의 신법이 완성
되었고, 그걸 시전한 존재의 몸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를 노렸던 모든 공격은 허사로 돌아갔다.
"클클클클클. 이런, 이런. 그렇게 느려서야 돼나? 어쨌든 나중
에 내가 죽으면 그대들이 날 지옥에서 맞이해 주게나. 그럼 이
만……."
"이런!"
젠타르카 시장과 화트윈은 어두운 안개에 휩싸여 완전히 형
체를 감춰 버린 어둠의 프리스트를 향해 똑같이 뇌전을 쏘았
다. 하지만 이미 귀환 마법을 이용해 사라져 버렸기에 애꿎은
대결장의 일부만 박살내며 소멸했다.
그런데 그때,
『클클클. 이대로 가면 섭섭하니, 하나 선물을 놓아뒀네. 잘
들 즐겨 보기를.』
그들의 의식 속에 사악한 음성이 삽입되어 울렸다. 그리고 그
들이 미처 감정 표현을 할 겨를도 없이 어둠의 프리스트가 사
라진 자리에서 검은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괜찮나요?"
아투는 빠른 걸음으로 대회장에 올라, 쓰러져 신음하는 소년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에 아직도 정신을
잃고 있었고, 암흑 신력에 당한 상처에서는 출혈이 멈추질 않
았다.
"큰일이군. 우선 지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에잇, 힐
링!"
골렘술사인 아투였지만, 기본적 치유마법 정도는 사용할 수
있기에 그는 최선을 다해 상처 부위에 손을 가져가며 주문을
외쳤다. 허나, 손에서 뿜어진 밝은 빛도 상처 주위를 잠시 감
싸며 출혈을 막아주었을 뿐, 아투가 지쳐 손을 떼자 다시금 피
가 흘러 나왔다.
---
쭈우우우우욱~ 뭐 댓글 남겨주시면 고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