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40화 (40/244)

[골렘마스터]  # 엉망진창 축제 중의 마법 대결[2]

붉은 머리의 여성도 가만히 서 당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잔꾀

를 썼다는 것을 파악한 그녀는 재빨리 베리어를 형성시켜 상

대의 불의 장막을 막아낸 뒤, 사라진 그의 모습을 찾으려 고개

를 돌렸다.

보이지 않았다. 약간은 준수한 외모에 속하던 그 상대 남자

의 모습을 경기장 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

관객들의 환호성만 점점 커져갈 뿐, 자신을 향한 환호가 점점

커져감에 따라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훗. 보기보다는 약간 지저분한 마법까지 쓰네?'

그녀는 여유롭게 웃으며 상대를 놀리듯 몸을 빙그르르 회전

시켰다. 미풍을 머금은 그녀의 머리칼과 옷자락이 사방으로

펼쳐지듯 휘날렸고, 관객들의 환호성이 경기장 전체를 아예

떠나가라는 듯이 커졌다.

슈슈슈슝!

순간, 그 환호성 사이로 묻혀든 강렬한 파공음이 일었다. 그

와 동시에 아무 것도 없던 그 붉은 머리 여성의 오른편에서부

터 거대한 얼음 기둥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바로 5서클 수

속성 마법에 해당하는 블리자드 스톤이었다.

"호호. 이 정도론 어림없어! 파이어 실드!"

콰과광!

그녀가 불의 보호막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자, 날아오던 얼

음은 그 열기에 녹아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아직 상대의 사라

진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고, 보는 사람들은 여성 쪽이 위기에

몰렸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자를 상대한다는 것은 그만

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여성의 얼굴에선 여유로운 미소가 떠

날 줄을 몰랐다. 아예 상대가 공격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이 자리를 고정한 뒤, 눈을 감았다.

"겨, 경기를 포기하는 거냐!"

"휘이이익! 힘내라!"

"파이팅!!"

그녀가 포기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오해를 한 관객들이 크

게 동요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붉은 머리의 여성은 계속해서

눈을 감은 채,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정말 인간들이란 시끄럽군. 훗.'

슈슈슉!

이번엔 갑자기 그녀의 왼편에서 칼날 같은 바람이 쇄도했다.

그 무서운 속도를 지닌 기류는 순식간에 여성의 가녀린 몸을

갈가리 찢어낼 듯 다가왔고, 관객들은 순간적으로 숨을 죽이

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쾅!

여성 마법사는 상대가 쏘아낸 풍속성 마법을 마치 기다렸다

는 듯이 가볍게 피해냈다. 상대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쏘아낸

날카로운 기류는 애꿎은 경기장 바닥만을 박살냈고, 이제는

여성이 반격에 나섰다.

"자, 그럼 치사하게 숨지 말고 나오게 해주지!"

그녀가 앙칼지게 외침과 동시에 큰 마나가 풍겨졌다. 그 기운

은 분명 마법을 사용하는 마나와 아주 흡사한 느낌이었지만,

잘 따져본다면 전혀 다른 근본을 지닌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

을 것이다.

준비를 마친 그녀는 고개를 들고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였다.

그리고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천천히 들썩거렸다.

샤아아앙!

"으아악!"

갑자기 강렬한 섬광이 경기장 전체에 터짐과 동시에 고통스

런 남성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객들이 모두 눈에 자극

을 피해 눈을 감은 사이, 빛은 사라졌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

된 뒤였다. 여성은 아주 여유로운 자세로 승리의 포즈를 취했

고 바닥에 널부러진 사내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호호. 자, 승부는 난 것 같군요."

매혹적인 미소를 지은 여성이 사회자를 돌아보며 자신을 가

리켰다. 그러자 얼떨떨한 상황에서 벗어난 사회자가 경기장

위로 오르며 여성과 경기를 했던 그 사내를 살폈다. 물론 생명

엔 지장이 없었고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는 없는 상태였다.

"네! 붉은 머리의 여성 마법사분께서 2차 본선에 진출하게 되

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 승자가 결정됨과 함께 아주 커다란 함성이 주변을 가득

매웠다. 여성은 자신에게 환호해주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미소

를 머금었고, 아주 우아한 자태로 경기장 뒤로 내려가 대기실

로 향했다.

그녀가 사라지자, 사회자가 잠시 경기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

다며 몇 분만 기다려줄 것을 사람들에게 알렸고 긍정적인 사

람들의 반응에 안심하며 그도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아투. 잠깐 빛이 터지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확실

히 알 것 같은데 어떤 마법이 사용된 거예요?"

여덟 번째 경기가 치러지기 전 잠깐 휴식 시간이 되자, 미스

티가 궁금하게 생각하던 부분을 질문했다.

"음. 내가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어느 정

도 추측을 하자만…. 아마 뇌전 계열의 마법을 사용했던 것 같

아."

"뇌전이라고 하면 공격당한 사람 몸에 그을린 자국 같은 게

생겨야 하지 않아요?"

미스티가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지식을 종합하여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의 기분을 고려하여 속으로 피식 웃고만 아투가

친절하게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응. 미스티의 말이 맞아. 하지만 분명 그 여성은 뇌전 마법

을 사용했어. 다만 그 낌새를 느낀 마법 학원 소속의 남자가

베리어를 사용한 거지. 그런데 여성의 마법 실력이 훨씬 뛰어

나 그 베리어를 파괴시켰고 뇌전 마법과 함께 소멸하며 그의

근처에서 충격 임팩트를 발생시킨 거야. 그 충격파의 영향으

로 그 사내가 쓰러진 것이고."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티를 보며 아투는

활짝 개인 하늘같은 맑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대화를 하는

사이, 여덟 번째의 경기가 시작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번 마지막 1차 본선 경기에 참가자.

그 중 오른 편에 오른 존재는 온 몸을 어두운 갈색의 천으로

칭칭 감아 전혀 성별과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

밖으로 내 비취는 살기 어린 눈빛만이 생명체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의 맞은 편으로 오른 존재는 전 경기와 마찬가지 마

법 학원 소속으로 보이는 10대 후반의 소년 마법사였다. 깔끔

하게 뒤로 빗어 넘긴 머리와 준수한 외모가 돋보였다.

"자, 그럼 1차전 마지막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3, 2,

1, 시작!!"

잡담을 나누던 아투와 미스티가 다시 숨을 죽이며 경기에 집

중했다. 다른 관객들도 아직 전 경기 승자인 그 여성에게 미련

이 남아 있는 듯 웅성대는 소리가 간혹 들리긴 했지만, 천으

로 몸을 감싼 정체 모를 사나이에게 호기심을 느껴 시선을 고

정시켰다.

"클클클클. 자, 진정한 공포를 느끼게 해주마."

천으로 몸을 감싼 정체 모를 존재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

다. 마치 강풍이라도 불면 날아가 버릴 듯한 그의 외관과는 다

르게 삐죽 바깥으로 노출된 손바닥으론 강력한 마나가 집중되

어 갔다.

"얼굴은 볼 수 없으나, 상당히 강하신 분 같군요."

소년 마법사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침착함을 유지하며 천천

히 손에 쥔 마법 스틱에 마나를 부여했다. 실전 경험이 꽤 많

이 되는 듯 싶었다.

"불은 새로운 소생을 상징. 파이어 월!!"

"클클클클. 맛보기 선물이냐?"

소년은 강력한 화염 장막을 펼쳐냈지만, 천을 두른 존재는 주

문도 사용하지 않고 그저 모아둔 마나의 구체를 쏘아냈다. 특

이하게도 그 구체는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이며 자신을 속박하

려 줄어드는 불의 장막을 향해 부딪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3서클 이상 되어야 사용 가능

한 파이어 월이 그저 마나의 구체에 의해 소멸된 것이다. 아

니, 소멸이라기 보다는 아예 증발에 가까울 정도로 소리도 없

이, 또 임팩트 현상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잠깐. 방금 그 마나의 구체는 분명 마법사들의 평범한 그것

이 아니었어. 뭔가 다른 느낌이 깃든 기운이었는데….'

천을 두른 사내의 마나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아투였지만, 아

직 대회의 공정성을 판단하려 참관하신 높은 위치의 마법사들

이 가만히 나서지 않고 침묵하자 경계의 눈초리로 경기에 집

중하며 일단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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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우우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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