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38화 (38/244)

[골렘마스터]  # 드러나지 않는 자[4]

아투와 미스티가 얼핏 지나며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이것이 다가 아니라 했다. 이것은 단지 오후 행사의 일부일 뿐

이며 야간 행사는 더욱 다채로운 것이 많다는 것이다. 마을 사

람들은 어두운 밤하늘의 펼쳐질 아름다운 빛깔. 즉 불꽃놀이

를 가장 기다리는 듯 보였다.

"불꽃놀이. 하긴 사람들이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기다릴

만 하지."

사람들로 발 딛을 틈 없이 북적거리는 축제 행사장을 가로지

르며 아투가 홀로 중얼거렸다. 그의 오른편에서 나란히 발걸

음을 옮기던 미스티가 그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듣고 있다

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 특별한 의미라도 가진 거예요?"

"응, 그래. 불꽃놀이는 연인들을 위한 심야 축제이지. 밤거리

에서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불꽃놀이를 감상하면 그들의

사랑은 꼭 이루어진다는 민간 전설이야. 내가 듣기로는 불꽃

이 터지는 것 중에서도 가장 붉고 화려한 장미 모양의 폭죽이

있는데, 그것을 함께 보게 된다면 영원한 사랑을 이루게 될 것

이라나? 뭐 믿거나 말거나 하는 미신에 속하지만 사람들은 다

믿고 있는 모양이야."

아투의 설명이 끝나자, 미스티가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머리

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투의 따스하고 알 수 없는 시선이 자신

을 향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왠지 모를 씁쓸한 웃음을 짓던 아투는 축제 거리 저쪽에 사람

들이 많이 모여있음을 보고는 호기심이 일었다.

"미스티. 저쪽에 사람이 많이 있는데, 한번 가보자."

그리고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짓궂게 웃으며 손

을 꽉 잡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미스티도

이내 천진난만한 아투의 모습에 미소를 떠올리며 그의 손길

에 걸음을 맡겼다.

아투가 그녀를 이끈 곳에서는 다름 아닌, 마법 대결이 펼쳐지

고 있었다. 물론 살상까지 허용하는 비공식 마법대결이나 도

박을 위한 대결이 아니라, 사유라에서 정식으로 후원하고 그

곳에 자리잡은 여러 마법 학원들이 협찬하는 공식적으로 커다

란 마법 대결임에는 틀림없었다.

"자자, 이제 본선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음성 증폭 마법이라도 걸린 듯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대

회장 중앙에 서있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주변을 울렸

다. 대회장이라고 해봤자, 축제를 위해 지어진 하나의 깔끔한

대리석 공간처럼 보였다. 칸칸이 정해진 규격으로 잘려 놓아

진 듯 반듯하고 정돈된 느낌이었고, 대략의 넓이는 두 사람이

들어서 마음껏 마법 대결을 펼칠 수 있을 정도의 규격인 100베

타²이었다. 아마 본선이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시합을 시작

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어때? 미스티, 구경하다 갈까? 마법 왕국의 주요 도시에서

펼쳐지는 마법 대결이라면 볼만 할 거야. 이런 구경하기도 힘

들지."

아투 역시 마법사의서 분류되는 골렘술사라 흥미가 많은 모

양이었다. 그의 눈이 다른 때와 비교될 정도로 반짝거림을 보

고 난 미스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왠지 귀엽다는 느

낌을 받았다. 게다가 그녀도 마법 대결에 대해 왠지 모를 흥미

가 일어 동의를 표시했다.

일단 마법 대결을 보고 가기로 서로의 의사가 결정되자 문제

인 것은 얼마나 잘 관람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가 하는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이트리아도 데리고 오는 건

데….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린 상태이다 보니, 좋은 자리를 잡

긴 힘들 것 같았다.

'흠…. 이런 잡스러운 일로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조

금 찔리긴 하지만, 별 수 없겠다. 이런 축제에서 굉장한 마법

대결을 구경할 수 있는 건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그는 속으로 키득거리며 미스티가 눈치채지 못하게 마나를

응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미스티와 몸을 밀착시

킨 뒤, 3서클 마나를 이용하여 베리어를 형성시켰다. 바로 그

무형의 막을 이용해 주변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밀어내려 했

던 것이다. 물론 베리어라면 정신적 에너지만을 막아준다고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마법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유용했다.

베리어가 전개되자, 마침 본선에서 탈락하여 관객이 된 듯한

몇몇 마법사가 아투에게 불쾌한 시선을 던졌지만, 이내 대결

이 시작됨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곧 고개를 돌렸다. 다만 이

사실을 모르는 미스티는 자신들이 많은 인파 속에서 앞자리

를 차지하자, 그저 '운이 좋았네요.'라는 말과 함께 배시시 웃

었을 뿐이었다.

*          *          *

마법 대결을 관람하는 수많은 인파들. 모두들 메인 이벤트인

본선 대결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몇 몇 존재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절대 눈치 채지 못할 정도

로 아주 교묘한 자들이었다.

환한 대낮에도 각기 다른 색깔의 천으로 몸을 감싸고 얼굴을

두른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저만치 떨어져 넋을 잃고 대결

을 지켜보는 아투와 미스티에게로 향해져 있었다. 천으로 드

리워진 그림자 속에서 번뜩이는 그들의 살기 어린 안광을 보

았더라면, 평범한 사람들은 아주 간단히 압도되어 찍소리 못

할 정도였다.

『우리 목표가 저들인가?』

『그렇다. 저들만 없앨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고 했던 것이 상부의 지시였다.』

『클클클. 우리 같이 숨어사는 존재들인 어둠의 프리스트를

불러내어 일을 의뢰하다니. 이제 빛의 교단도 썩을 데로 썩은

모양이군. 머지 않아 우리 어둠의 교단도 부활할 때가 멀지 않

은 것 같은 느낌이야. 클클.』

네 다섯 명 정도로 보이는 그 무리들은 주변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마인드 스피커라는 의사 전달 마법을 이용해 대화

를 나누었다. 그 중 가장 체구가 커 보이는 자의 음성은 온 몸

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괴했다.

『잡담은 그만. 저 소녀는 몰라도 소년은 골렘술사라 했다.

그것도 이단아 4서클 골렘술사. 저것들에게 위대하고 성스런

존재이신 하급 마족 세분이 당하셨다고 하니, 방심은 금물이

다. 각기 최선을 다해 임무를 마쳐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라.

일단 일만 제대로 해주면 의뢰인인 그 자가 위대한 마족분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겠다 했으니.』

지금까지 말없이 그들의 공용 마인드 스피커를 듣고만 있던

사내가 떨구었던 고개를 번쩍 들어올리며 위압감 있는 목소리

를 흘렸다. 아마도 그가 이 집단의 우두머리인 듯 수다스러웠

던 그들의 대화가 일체 뚝 끊겼다. 그런데 아직 기세가 살아있

는 그 덩치 큰 자가 대장에게 물었다.

『하이 프리스트. 제가 보기엔 저 소년을 경계해야 될 것이

아니라, 마법 대결을 주최한 이곳 사유라의 자치 기사대와 마

법 학교의 선생들부터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쓸 때 없는 걱정만 하는 군. 우리가 직접 나가지 않고도 해

결할 수 있음을 모르느냐? 바로 재앙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우리 어둠 계열의 신관들만이 가능한 축복 받은 권능이지.』

하이 프리스트라 불린 자가 아주 간단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다른 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몰려든 사람들을

거칠게 밀쳐내며 바깥쪽으로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

렸다.

천으로 몸을 감싼 채 기괴한 기운을 풍기던 자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주시하고 있던 존재가 있었다. 강렬하게 빛을

내뿜는 풍성하고 붉은 머리칼을 지닌 사람과 그와 대조되는

시릴 정도의 푸른빛 단발머리를 지닌 사람. 그 두 사람 모두

어디 가서 빠지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미모를 지닌, 이목구비

가 확실한 젊은 여성들이었다. 붉은 머리칼을 한 여성이 단발

머리의 여성보다는 조금 나이가 들어 보였는데, 정열적인 머

리칼의 색깔에 맞추어 입고 있는 개량형의 로브도 노출이 심

했다.

"저들까지 나서게 될 줄이야. 이거 큰일이군요. 마족도 서서

히 그 어두운 속셈을 드러내고 지상계에 왕래하고 있는 마당

에 저들까지 합세한다면…."

"음…. 일단 저들이 저지른 특별한 일은 없으니 우리 같은 존

재가 감시해봤자, 오히려 우리만 질책을 받게 됩니다. 우선은

다른 나이트들을 시켜 감시만 하도록 명령하세요. 어차피 그

들보다는 신성제국의 공주를 운명의 길로 인도하여 인간들 스

스로 사태를 깨닫게 해야만 합니다. 레이엘, 물론 우리 같은

존재가 지상계에 깊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 알고 계시겠

죠?"

붉은 머리의 정열적 스타일의 여성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상대, 레이엘이란 차분한 스타일의 여성에게 말했다. 레이엘

도 물론 그녀가 말한 바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상계를 너무나도 좋아하게 되어버린 레이엘로서는 그저 운

명의 길과 연관된 일에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된 자

신 같은 존재가 안타깝게 느껴진 것이다.

"흠. 어쨌든 어둠의 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감시를 철저

히 하시고, 저희들의 움직임을 마족에게 포착 당해선 안됩니

다. 제 존재감은 이미 이 형체 깊숙이 봉인해두었으니 다른 분

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하며 비밀리에 움직이라고 말해두세요."

"알겠습니다. 즉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엘의 대답에 붉은 머리의 여성이 온화한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아무 미련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한창 마법 대결

이 진행중인 축제의 한 장소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얼

굴은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장난기 가득한 것으로 변해있었

고, 그 모습을 본 레이엘이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그들 곁에 머물 생각이십니까?"

"훗. 일단은 운명의 길로 인도해줘야겠지요. 그 다음은 상황

을 봐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지금 제 차례가 된 것 같

군요. 제가 없는 사이 지시해둔 일들을 잘 처리해주시리라 믿

고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엘은 그 말을 끝으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붉은 머리 여

성을 눈에 담았다. 지금껏 사라진 여성 앞에서만은 평정을 유

지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두려움이라 하기보

다는 왠지 모를 희망이라고 해야 할까?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는 우리의 모습은……."

또다시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를 남긴 레이엘의 모습이

일순간 성스럽고 새하얀 빛에 휩싸이더니, 바람을 가르는 경

쾌한 소리와 함께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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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쒸미 열쒸미 화이티이이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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