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드러나지 않는 자[3]
그가 가장 신경 쓰이는 쪽은 타국에 존재하는 성물보다는 마
족을 감시하던 엔젤 나이트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혹시
폭풍 전야의 고요함은 아닐까? 그들이 뭔가 우리의 행동을 눈
치챈 것은 아닐까? 점점 위대한 마의 존재. 어둠의 신(마신)
다크니스의 뜻을 이어받은 최강 마족, 타크니스도 불안해지
고 초조해졌다.
'그들과 상의해봐야겠군.'
문뜩 복잡한 심정 속에 떠오르는 존재들이 있었다. 암흑 계열
의 다른 마신들이 탄생시킨 또 다른 마의 존재. 그 마신들의
뜻을 이어받은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찾아가 엔젤 나이트에
대해 상의를 해봐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후후. 내 의지로 인해 열리리라."
엄청난 마기가 실린 그의 음성이 마계의 일부를 쩌렁쩌렁 울
렸다. 그와 동시에 반응한 마의 공간은 위대한 타크니스의 어
둠의 신력과 반응하여 공간이 일그러지는 현상과 함께 일종
의 차원 터널을 형성시켜주었다.
"후후후후."
뜻 모를 야릇한 미소를 남긴 타크니스가 그 안으로 망설임 없
이 몸을 밀어 넣었고, 그 순간 벌려진 공간의 틈이 닫혀버렸
다.
* * *
마법 문명이 발달하여 대륙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왕국. 고
대 마법 제국의 뜻을 이어받은 메션 왕국의 수도, 디트리아를
떠났던 아투와 미스티는 부지런히 발을 옮겨 국경 근처의 대
도시에 도착했다.
사유라.
그곳은 국경에 위치한 만큼, 게다가 거대한 신성 제국 퓨티아
와의 국경이니 만큼 많은 수의 병력이 주둔하는 군사요충지였
다. 메션 왕국에서 자랑하는 거인 기사단의 삼분의 일 정도가
파견되어 있었고, 5서클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마법병단도 500
여명 정도가 그곳에 배치된 상태였다. 물론 주력 부대를 담당
할 '피닉스 나이트'들과 그들이 지휘하는 정예 지상군 병력 3
만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이 정도 군세라면 그 어떤 나라라도 쉽게 넘볼 수 없을 정도
였다. 하지만 메션 왕국은 그곳을 가장 중요시하는 요충지임
에도 불구하고 주둔하고 있는 병력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봉
쇄시켰다. 혹시나 하는 전투에 대비해서라기보다는 실질적으
로 현 상황에 대륙의 정세를 판가름하고 있는 신성 제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던 것이다.
물론 그곳은 군사적으로 뛰어난 도시인 것만은 아니다. 신성
제국의 신앙을 받아들인 곳도 그곳이 제일 처음이었고, 그쪽
문화를 유입시킨 것도 바로 사유라의 시민들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특히 국경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상업이 발달하
여 여러 상업의 본부가 설치될 정도로 대단한 중요 상업도시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었다. 도시 내에는 여러 개의 상단이
설립되었고, 상단조합이라는 이익단체까지 생겨났다. 때문에
보부상들과 같은 일개 단독 상인들도 유독 눈에 띄었다.
더욱이 사유라는 신성 제국과 맞닿아 있는 도시라는 이유로
인해 여러 빛이 계열 신들의 신전이 많이 들어선 도시로도 유
명했다. 게다가 신앙을 의지 삼아 살아가는 독실한 신자들도
꽤 많은 시민들 중, 반이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도시가 위험
에 처한다면 시민 전체가 합심하여 대처할 정도였다.
이런저런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전체적으로 '사유라'라고 하
는 국경도시는 메션 왕국에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보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투와 미스티는 몇 일 동안 쉬지 않고 걸어온 그 여정을 풀
기 위해 사유라 서쪽 부근에 세워진 조그마한 여관을 찾았
다. '불꽃의 휴식처'라고 쓰여진 간판이 달린 전형적인 서민
형 숙소였다. 게다가 마법 왕국에 자리잡은 그 여관은 자그마
한 곳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골렘 보관소가 딸려 있는 서비
스가 좋은 곳에 속했다.
서민형 여관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확실히 숙박비는 저렴했
다. 물론 아투가 집을 다시 나오며 준비해온 어느 정도의 돈
이 있긴 했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마구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숙박비를 미리 지불하던 아투의 얼굴에
는 환한 웃음이 새어나왔고 그런 아투의 마음씀씀이를 생각하
며 미스티도 슬쩍 미소지었다. 특히 골렘 보관소를 사용하는
값은 무료라 하는 주인장의 말에 더욱 환희 웃는 아투였다.
그들은 각기 따로 묵기 위하여 방 두 개를 빌렸다. 미스티는
돈을 아끼려면 그냥 방 한 개만 빌려도 괜찮다고 권했지만, 아
투는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결국 그렇게 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들이 함께 여관에 들어오는 모습을 본 여
관주인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분위기 좋은 2인용 단실을 권했
지만 말이다.
"미스티. 오늘 마침 이 도시에 축제가 열리는 것 같던데, 어
때? 같이 가볼까?"
하루동안은 이곳에서 묵기로 결정한 아투가 방에 짐을 풀어
놓고는 미스티의 방으로 건너가 말했다. 마침 그녀도 짐을 다
풀고 그의 방에 가려던 참이었다. 게다가 축제라니…. 이곳에
들어서면서 큼지막하게 걸린 현수막으로 대충 예상은 했지
만, 아투가 직접 가자고 권한 줄은 몰랐던 그녀였다. 생각해보
니 그 멋지고 신기한 축제 모습을 구경한다면 잠시라도 시름
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느새 입가의 긍정적이고 자연스런 미소를 띄운 그녀는 아
투의 권유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답지 않은 쾌활한
모습이었다.
"하하하. 가자고 말을 안 했으면 서운해 할 뻔한 것 같은데?"
"훗. 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녀인걸요."
"하아. 미스티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의외인걸? 하지만 훨씬 보
기 좋은 모습이야."
그녀답지 않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아투도 조금
은 당황했지만, 차라리 어둡고 침울한 평소 모습보다는 낫다
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좋은 앞날을 예상하는
것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해버린 그는 미스티를 이끌며 여관을
나서 천천히 축제 속의 현장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주변의 기운을 비교적 잘 감지했던 아투조차 느낄 수
없는 존재가 그 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크기가 한 4베타는
되 보이는 거대한 갈색의 존재. 바로 자아를 지닌 가이트리아
였다.
꾸오오오!
『… 언제 적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태평할 수
도 있는 건가. 험험. 그래도 명색이 내 주인인데, 돌봐주는 수
밖에 없겠군.』
혼자 중얼거림을 끝낸 골렘은 주인의 마나장 없이 약간의 그
림자 보법을 사용하며 날렵하게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확실히 비중 있는 커다란 도시의 축제는 대단한 것이다.
중앙 광장을 가로지르는 가장행렬하며, 또 한쪽에서 벌어지
는 커다란 여러 이벤트 행사들. 그리고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나타나 신기한 물건들과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은 아투와 미스
티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소 공연장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뽐내는 행사를 갖고 있었고, 또 다른
한 곳에선 검술과 마법 실력을 겨루는 자그마한 대련 경기가
펼쳐졌다.
미스티와 함께 축제를 즐기러 나왔던 아투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사유라에서 벌어지는 축제. '환
상의 세레나데'라고 불리는 그 축제는 1년 중 가장 커다란 행
사에 속한다고 하는 안내원의 소개였다. 아투는 안내원의 말
을 참고로 하여 미스티와 함께 댄스장에도 잠깐 들렸었다. 물
론 약간은 내성적이라 할 수 있는 미스티는 춤을 추지는 않았
지만, 살짝 살짝 어깨를 들썩이며 아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간식거리도 아주 훌륭했다. 길다란 떡
을 썰어 푸른색의 양념과 함께 데워놓은 '데볶이'라고 하는 음
식은 약간은 시큼한 맛을 내면서도 단맛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배를 채운 아투와 미스티가 다음으로 간 곳은 넓은 꽃밭이었
다. 마법과 문학의 힘으로 배양된 것인지 아주 아름답고 튼튼
하게 자라난 꽃들이었는데, 축제 이벤트 기간에는 양심껏 가
져다가 선물용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자, 미스티. 이 꽃이 왠지 어울릴 것 같아서."
아투는 꽃밭에 얽힌 얘기를 들은 뒤, 그녀에게 재빨리 꽃을
뽑아 은근슬쩍 건네며 저만치나 달려갔다. 잠깐 뜻밖의 선물
에 당황하던 미스티도 얼굴을 붉히며 꽃을 가슴에 앉고 그를
쫓아갔다.
"훗."
미스티는 아투와 함께 거리를 걸으면서 행복하다는 감정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억을 잃었다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여러 감정에 대해 무뎌진 그녀였지만, 아투를 만난 뒤로는 서
서히 그런 사소한 감정들까지 되살아나고 있었다. 만약 이대
로 기억까지 천천히 되찾을 수 있다면…. 그래도 미스티는 이
순간이 좋았다. 심각한 생각 따윈 접은 뒤, 아투와 함께 축제
를 즐기는 것에 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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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가 없어도 나는 열쒸미 업한다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