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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29화 (29/244)

[골렘마스터]  # 용기의 프리스트의 동료, 그녀는 마족[1]

용기의 프리스트의 동료, 그녀는 마족

판드리엘 백작가의 저택.

겉보기에도 그 크기가 심상치 않은 그곳에는 손님들이 올 때

마다 내어주는 손님 전용의 숙실이 마련되어 있다.

고급스런 가구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커다랗게 나 있

는 백색의 창문 밑으론 하얀 레이스가 달린 깔끔한 침대가 자

리잡은 아주 아늑한 방이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분홍과 하

얀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방의 분위기는 여느 왕족들의 사

치스러운 침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푹신하고 깔끔한 침대 맞은편으론 고급스런 느낌이 풍기는

진갈색의 옷장이 놓여져 있었는데, 그 옆의 빈 공간에는 링이

달린 분홍빛의 큰 커튼이 달려 있었다. 아마도 옷을 갈아입는

공간인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안에 누가 들어가 있는 모양

인지 분홍빛의 천이 크게 흔들렸다.

"아투. 역시 기억을 되찾게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인가 보죠?"

분홍빛 천 뒤에 가려진 존재는 디자이너가 황급히 제작해온

의상을 입고 있는 미스티였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흘러나왔지만, 왠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다는 느

낌이 드는 음성이었다.

그녀의 심정을 짐작한 아투와 라일라가 황급히 수습하러 나

섰다.

"걱정 마, 미스티. 네 기억을 얽매고 있는 신력이 너무도 강해

서 그런 거야. 하지만 지금 그라디우스님이 신력을 어느 정도

무마시킬 수 있는 매직 아이템을 가지러 가셨으니, 곧 좋은 소

식과 함께 돌아오시겠지."

"맞아요, 미스티 양. 그라디우스님은 벌써 만 년을 넘게 사신

고룡이시니, 무슨 방법이 꼭 있을 거예요. 그러니 안심해요."

부스럭 부스럭.

다시 한번 분홍색의 커튼이 크게 출렁거리며 옷감들이 마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불안해하는 미스티를 걱정하며 안심시키

던 아투는 조금씩 탈의 장소를 가렸던 커튼이 젖혀짐을 확인

하며 기대 어린 눈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라일라도 어지간

히 기대를 했던 모양인지 눈까지 초롱초롱 빛났다. 마치 자신

의 친딸이 새 옷을 입는 마냥 기쁜 미소가 어렸다.

"저…. 새 옷이라 그런지 약간 어색한데 어울리나요?"

커튼이 완전히 걷히고 눈부신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투

가 선물했던 하늘색 원피스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하고 있

는 파격적인 의상이었다.

옷의 색깔은 전체적으로 백색과 회색을 절묘하게 조합시켜놓

은 것이었다. 회색의 띠로 둘러진 목 부분의 폴라는 부드럽게

미스티의 뽀얀 목을 감싼 채 그 밑으로 흘러내려 가슴 위 부분

까지 와 닿았고, 흰색의 타이트한 탑은 겨우 젖가슴만을 가린

채 등 쪽의 끈으로 고정시켰다.

파격적인 느낌은 그런 상의만이 아니었다. 비록 화려하지 않

게 제작된 상의였지만, 그 파격적인 느낌은 강하듯 하의도 그

러했다. 옷자락이 짧아 가느다랗고 매끈한 허벅지에 절반도

채 가리지 못하는 은회색의 스커트였는데, 공드레 디자이너

특유의 이지적 느낌이 풍기는 문양이 새겨진 형태였다.

누가 봐도 흠뻑 반할 아름다운 미스티의 모습에 넋을 잃은 아

투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저, 정말 예쁘다!"

"어머머. 아투야. 그렇게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당사자가 당황

하잖니."

"아차. 그렇지."

뚫어져라 미스티를 응시하던 아투는 그제야 얼굴을 붉힌 채

외면하는 그녀를 확인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

에 비췬 미스티의 모습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 보

였다. 다만 엄마의 눈치 때문에 어느 정도 표정 조절을 해야

만 했다.

'훗. 아투도 참….'

정작 새로운 옷을 입어본 미스티는 왠지 창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한 기억이 없기 때문

에 생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투가 좋아하는 모

습을 보니, 가슴이 설레 옴을 느꼈다.

"저기…."

미스티가 문뜩 자신의 기억이 봉인된 것에 관한 질문을 던지

려 다시금 입을 열려 할 때였다.

콰과광!

갑자기 고요하던 유리창이 크게 흔들리며 엄청난 굉음이 저

택을 뒤덮었다. 급기야 그 엄청난 소리를 참지 못한 라일라는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비틀거렸고, 미스티도 얼굴을 찌푸리

며 휘청거렸다. 다만 억지로 소음을 견딘 아투가 창가로 달려

가 바깥 모습을 확인하려는 듯 목을 길게 내밀었다.

"저, 저 여자는 저번에 그라디우스님에게 당했던 일행 중, 유

일하게 도망쳤던…."

정원을 둘러싼 붉은 벽돌의 담은 이미 크게 부셔져 있었고,

집사 크런티도 그 옆에 널 부러져 신음했다. 그리고 아투의 눈

에는 정원을 지나 거침없이 저택을 향해 걸어오는 한 명의 사

내와 저번 그 초원에서 만났던 요염한 여성이 들어왔다. 하지

만 장난기 어린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살기

만을 내뿜는 다크 엘프의 모습이었기에, 멀리서 바라보던 아

투가 마른침을 꼴깍 삼킬 정도였다.

"이런. 엄마! 미스티랑 같이 저택 안에 꼼짝 말고 계세요. 제

가 나가서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렇게 말한 아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의 나는 듯이 달

려 저택 밖으로 뛰쳐나갔다. 미스티와 라일라가 뒤통수에다

가 뭐라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그는 눈앞의 나타난 엄청난 실

력자에게 정신이 쏠려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았다. 게다가 지

금은 드래곤 로드, 그라디우스까지 레어에 잠시 가고 없는 부

재중인 상황이니….

불안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며 거의 순식간에 1층까지 내려

간 아투는, 굳게 닫힌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정원 한복판을 가

로질러 다가오는 두 존재를 막아섰다.

"잠깐!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다니!"

용기 있게 자신들을 막아선 아투를 본 다크 엘프, 레이가 가

장 먼저 입을 열었다.

"저번에 그 꼬마로군. 꼬마야. 오늘은 저번처럼 봐줄 생각은

전혀 없어. 그 소녀를 보호하고 있는 존재들은 모조리 죽일 생

각이니까. 물론 너도 마찬가지고."

"아니, 잠깐. 그게 무슨 소리요? 소녀만 처리하면 될 것을 왜

죄 없는 사람들까지 해친 단 말이오?"

레이의 입에서 섬뜩한 내용의 말이 흘러나오자, 동행했던 미

사엘이 흠칫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차가운 미소만을 지

은 채, 소년을 주시했고 할 수 없이 그도 앞을 바라보았다.

"미스티는 절대 내줄 수 없다고 분명히 의사를 밝혔다! 그런

데도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나의 대응은 이렇다! 가이트리아!"

상대를 경계하던 아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원 오른편에

세워두었던 자신의 골렘을 불렀다. 어느새 정원 가득 그의 마

나장이 펼쳐져 활동 범위의 제약을 줄인 뒤였다.

명령을 받은 갈색 우드 골렘은 노란 안광을 빛나며 땅을 박

차 달려왔다. 빠른 속도로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엄호하듯 가

로막는 가이트리아를 보던 아투는 문뜩 그라디우스의 충격적

말을 떠올렸다.

'드래곤 하트. 그리고 자아. 정말일까?'

아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마인드 스피커를

활용했다.

『가이트리아. 너… 정말로 자아를 지녔어? 내 말에 대답할

수 있는 거야?』

….

역시나 그러면 그렇지. 골렘이 어떻게 자아를 지닐 수 있어.

아투는 묵묵부답으로 앞만 바라보는 가이트리아를 확인하고

는 그라디우스의 말이 틀렸다고 확신했다. 사실 그라디우스

의 말에 대해 약간의 불신감 같은 걸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확인 절차로 인해 그것이 굳어져 버렸다.

솔직히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타 골렘에 비해 가이트리

아는 뭔가 특별한 것을 품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아투는 기

분이 좋았다. 이제는 그냥 깨끗이 드래곤 하트에 대한 생각을

접으려는 순간,

『그렇게 실망할 것까진 없다. 주인이여. 보다시피 난 자아

를 지녔고 물론 드래곤 하트도 지니고 있다.』

놀라운 음성이 마인드 스피커의 형태를 띄고 머릿속을 울렸

다. 혹시 다크 엘프와 함께 온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게 아

닌가하며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런 기색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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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리기 시작합니다. 아자자자자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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