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28화 (28/244)

[골렘마스터]  # 행복이란?[5]

하필 정원으로 나간 이유는 간단했다. 신력과 그라디우스 마

나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므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저택 내부에서는 딱히 의식을 시

행할 공간이 존재하질 않았기 때문에 드래곤인 그는 그나마

가장 좋은 장소인 넓은 정원을 택했다.

그라디우스는 정원의 정 중앙, 빨강 노랑의 튤립들이 가지런

히 자라난 꽃밭에 미스티를 세워놓은 뒤, 사람들을 뒤로 물러

서게 했다.

미스티의 걱정스런 얼굴을 본 아투가 자신도 불안한 감정을

숨기며 격려했다.

"걱정하지마, 미스티. 드래곤 로드께서 잘 해주실 거야. 그럼

미스티도 곧 기억을 되찾게 될 거고 말이야."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미스티가 힘없이 대답하자, 라일라가 용기를 내라며 한마디

해주려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곧 그라디우스가 엄숙한 표정으

로 가운데를 가로막는 바람에 그냥 입을 꾹 다물며 속으로 삼

켜 버렸다.

"아빠. 잘 될까요?"

아트란의 옆에 꼭 붙어서 미스티를 주시하던 아투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찬가지로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던 아트

란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아들의 손을 꼭 잡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더욱 불안하기는 더해만 갔다. 바로 어제 오래된 친구

와 술자리를 함께 하며 들었던 무시 못할 내용  때문이었다.

'소녀를 노리는 존재들이 교황 세력뿐만 아니라, 마의 존재.

마족도 포함된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 것이

지?'

어젯밤 그라디우스는 아트란에게 충격적 사실을 말해주었

다. 소녀를 노리던 존재 중, 하급 마족이 끼어 있었다는 얘기.

그 얘기를 듣고 술기운이 싹 가신 그는 어제 밤새도록 한 숨

도 자지 못한 채, 골치 아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아직

까지도 머리가 복잡할 뿐, 정리가 되질 않았다.

'마족이라…. 교황과 마족이 노리는 존재, 소녀….'

그는 소녀의 기억 봉인이 풀리게만 된다면 소녀와 관련되어

꼬여있는 일이 모두 드러나게 될 것이라 확신하며 깊게 자라

난 불안감을 지웠다. 이제 그라디우스가 나서게 됐으니 금방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그의 머릿속엔 위대한 권능을 지닌

드래곤 친구, 그라디우스를 믿는 확신만 커져갔다. 어쩌면 복

잡한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미스티. 너는 지금부터 잠시 최면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선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히고 내 마나를 받아들이거라.

만약 네가 마나를 거부하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생길지 장담

할 수 없게 된다."

미스티와의 일정 거리를 유지한 그라디우스는 차근차근 그녀

가 할 일을 설명하며 자신의 주변으로 마나를 퍼뜨렸다. 아투

는 물론 아트란까지 숨이 턱 막힐 듯한 그 엄청난 기운은 한쪽

에서 침묵을 지키던 우드 골렘, 가이트리아까지 반응시킬 정

도로 강력했다.

'으. 약간 이상한 느낌이야.'

미스티도 서서히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오는 이상야릇한 기

운을 느끼면서 부드럽게 눈꺼풀을 내렸다. 방금 전 까지만 해

도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는데, 그 기운이 스며

듦과 동시에 마음에는 평정이 찾아왔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져

갔다.

'졸려….'

결국 완전히 긴장의 끈을 놓친 그녀는 서서히 찾아드는 잠의

마수를 이기지 못하고 꿈의 저 멀리로 빨려들었다. 다만 그녀

의 몸을 얽매고 있는 마나의 덕택으로 쓰러지거나 하지는 않

았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이상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느새 마나를 팽창시키고 있는 그라디우스의 주변으로는 밝

은 금색의 빛을 내뿜는 마법진 세 개가 나타났다.

그의 바로 발 밑에 나타난 중앙 마법진은 커다란 원을 중심으

로 삼각형의 기하학적인 형태가 그려져 있었고, 빼곡이 마나

의 문자가 빛나는 형태였다. 그 삼각형 문양은 가기 다른 크기

로 이루어졌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상징했다. 바로 드래곤의

오래된 시조, 칼렙을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그 마법진 양옆으로 형성된 두 개의 마법진은 중앙의 것보다

는 약간 작은 크기였는데, 네모난 테두리를 바깥으로 아름답

고 성스러운 천사의 그림과 빼곡한 마나 문자가 들어차 있었

다.

"지금 소녀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것이네. 이제부터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가 먼저 신호하기 전까진 나와 소녀를 건드

리지 말게나."

그라디우스는 그 말을 남긴 채,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켰

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창백히 변해감과 동시에, 묘

한 침묵이 흘렀다.

'과연 잘 될까….'

자신의 권능을 발현하기 시작한 그라디우스를 보면서도 아투

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초조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지만 지

금 그녀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희망을 걸 수 있

는 존재도 위대한 드래곤, 그밖엔 있질 않았다.

"아투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란다. 저분이라면 믿을 수 있

어."

아투의 어머니가 불안감을 얼굴 가득 표현하고 있는 아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자신이 이렇게 긴장하고 불안해

해도 어차피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한 아투는 어머니의 말

대로 결과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어색한 침묵. 따스하게 내려 찌는 아침햇살이 유난히도 맑았

던 기나긴 아침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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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행복이란? 마지막 편수까지 올렸습니다.

겨우 한 권 분량의 삼 분의 이를 올린 듯...;;;

다 올리려면 한참 남았군요...;;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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