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행복이란?[3]
바로 눈앞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 존재는, 불과 몇 일
전 하급 마족으로서 자신의 밑으로 보내졌던 레이라고 하는
다크 엘프의 모습을 한 자였다. 다른 두 하급 마족은 작전 수
행 중 소멸되었고 그녀만 간신히 알 수 없는 강자의 손에서 도
망쳐왔었는데, 이미 상대에게 엄청난 증오를 품은 뒤였다. 그
일이 있은 뒤, 항상 복수를 할 기회를 달라며 교황에게 항의
를 해왔지만, 교황은 그녀를 신임할 수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
면 자신의 힘으로도 아주 쉽게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에게 다
시 한번 기회를 준다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이었
다.
하지만 가드 터널이 파괴된 그 날, 그녀는 마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급 마족 전체의 힘을 지상계에서도 사용할 수가 있
게 되었다. 중급과 상급 마족은 아직도 신의 속박을 받고 있기
에 지상계에서 크게 활동할 수 없었지만, 하급 마족인 그녀는
달랐다. 인간들 기준으로 마법 9서클 마스터 이상의 실력을 회
복했고, 그에 따른 자신감도 불타올랐다.
결국 교황은 열정적인 모습으로 변모한 그녀를 인정할 수밖
에 없었다. 가드 터널 파괴이후, 강해진 그녀의 능력이 그 결
정에 특이 많은 결정을 주었던 것이다.
'어차피 뒷일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공주와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처리해 놓는 것이 좋겠지. 물론 그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그릇된 일이지만, 내 궁극적 목적만 이루
어진다면 그들도 다시 부활시켜주겠다. 허허허허.'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생각하던 교황은 가볍게 결정을 내렸
다. 그는 약간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차갑게 고개를 끄
덕여 긍정 표시를 했다. 레이는 그의 확답을 받아내고는 회심
의 미소와 함께 문 밖의 어둠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환한 빛에 둘러싸인 집무실을 나선 미사엘은 교황이 내린 임
무를 떠올리며 복도를 걸었다.
'기억을 봉인 당한 채 도망친 공주를 찾아 제거하라.'
다시 생각해도 무서운 음모였다. 그 누구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할 엄청난 임무였던 것이다. 제위계승권 1위에 등극된 헬레
니아 공주. 그녀를 죽인다면 분명 퓨티아 차기 황제의 자리는
다이티 교황 쪽으로 굳어지게 된다. 교황이 충분히 노릴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다른 신관들이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당장에 교황은 사
형이었다. 신을 섬기는 존재가 살인을 하다니. 그리고 자신의
무서운 음모를 위해 권위를 사용하다니. 그건 가장 금기되는
교단의 신법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다이티 교황도 쉽게 이
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수하는 적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직
속 기사단, 붉은 화염의 기사들을 이용하려 해도 이번엔 상대
방의 존재가 너무나도 강했다. 더구나 다른 왕국으로 기사단
을 파견하는 것 또한 많은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미 화염 기사단 소속, 드레이크라는 소드 마스터급
기사 한 명이 불구가 되어 돌아왔다. 물론 축복 받은 빛의 신
관들이 전력을 다해 복구를 해주었으나, 그의 심리적 충격은
회복되질 못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교황은 기사들도 그다지
신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이런 일에는 어려서부터 교황에 손에서 자라
빛의 교단에 입문한 미사엘이 제격이었다. 어려서부터 큰 은
혜를 입고 자란 그로서는 자신의 말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
다. 게다가 미사엘 자신도 모르게 이미 그의 몸에는 강한 속
박 마법이 걸려있었기에, 배신을 하려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
는다. 교황이 노리는 바는 바로 그것이었다. 철저히 이용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하지만 미사엘 자신은 그런 교황의 음흉한 생각도 모른 채,
그저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지자 많이 들떠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받기만 했던 은혜에 대해 보답하겠다는 심
정으로 젊은 나이에 노력하여 하이 프리스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
다. 다만 이번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 성공한다면 교황에
게 입은 은혜를 어느 정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목
숨과도 같은 교황에게 충성할 것만을 생각했다.
"이번 일에 목숨을 걸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교황님….
아니 아버지."
주먹을 불끈 쥔 그는 자신과의 다짐을 굳히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뒤를 조용히 따르던 레이는 그 웃기는 광경
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지만, 다행히 미사엘이 웃음소리를 듣
지는 못한 듯 뒤를 돌아보진 않았다.
몇 시간 후, 미사엘은 교황이 동행시킨 다크 엘프와 함께 홀
리 캐슬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자아, 일단은 치수부터 재봐야겠죵? 팔 좀 들어보세요."
"네…."
"후훗. 미스티 양. 부담 가질 거 없어요. 이분은 디트리아 시
에서 최고로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이니까 분명 미스티 양 마
음에 드는 옷을 만들어 줄 거예요. 이건 순수한 호의이니 걱정
하지 말아요."
라일라는 어색한 포즈로 양팔을 들어 치수를 재는 미스티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제 소녀를 처음 보았을 때
부터, 하늘색 원피스가 왠지 초라해 보이는 느낌을 받았던 그
녀였기에 꼭 옷 한 벌은 선물로 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를 찾아 데려
온 것이다. 물론 행색이 초라해 보였다기보다는 미스티라는
소녀가 자신의 친딸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지
만 말이다.
백작가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디트리아시의 유명 디자이너,
공드레 킴은 글레이즈 - 헤어스타일을 고정시키며 윤기를 돌
게 하는 마법으로 개량된 젤형의 물질. - 를 이용해 검은 색의
머리를 뒤로 완전히 넘긴 30대 초반의 사내였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까지 하늘색의 레이스가 달리고 소매에는 붉은 숱이
달린 화려한 것이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그를 평범하게 보진
않았다.
공드레 킴이 바삐 저택으로 달려오면서도 빼놓지 않고 가져
온 파란색의 상자에는 치수를 재기 위한 줄자가 종류별로 준
비되어 있었다. 특이하게도 디자이너는 처음 목 둘레를 잴 때
에는 가장 굵고 긴 줄자를 이용했는데, 엉덩이 부분으로 갈수
록 얇고 짧은 크기의 줄자를 사용했다.
"자…. 음. 보기보단 치수가 아주 훌륭하시네요. 마른 체형이
지만, 완벽한 쓰리 사이즈라."
막 발목까지 치수재기를 마친 디자이너, 공드레 킴이 남자답
지 않은 화교적 미소를 띄며 말했다. 미스티는 목소리까지도
중성에 가까워서인지 상당히 느끼하게 보이는 그 디자이너에
게 이상한 거부감이 일었지만, 아투의 어머니의 성의를 생각
해 억지 미소를 짓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쾌한 심정을 모르고 있는 라일라는 소녀의
신체 조건이 좋다는 말에 자신이 더욱 기뻐하며 공드레 킴 디
자이너에게 말했다.
"공드레씨. 미스티 양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활동성 큰 의상
으로 해주세요. 물론 저는 드레스를 입히고는 싶지만, 아직은
불편해 할 것 같군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
"아, 예. 잘 알겠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옷으로 만
들어드리죵. 게다가 메션 왕국에서 제일 유명하신 판드리엘
백작가문에서의 요청이니 만큼, 오늘 안으로 꼭 완성 해다 드
리죵."
흰 종이에 미스티 신체 치수를 적은 공드레는 대충 자료 조사
를 마친 뒤, 몸을 일으켰다. 아마도 백작가와 처음 거래를 하
는 만큼 많은 공을 들이려는 듯,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는 어서 빨리 의상 숍에서 같이 일하는 모든 인원을 총 동원
하여 작업에 들어가고픈 마음 밖에 없었다. 일종의 프로 정신
이 가미되었다 할까?
그의 헌신적인 모습이 마음에 든 라일라는 메션 왕국 금화
한 자루로 먼저 선불을 지급했다. 그러자 공드레는 더욱 더
거.부.감.이 생기는 미소를 짓더니,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의상 숍으로 돌아갔다.
"미스티 양."
디자이너가 만족스럽게 저택을 나서자, 라일라가 어색한 표
정을 짓고 있는 미스티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친절한 행동과
과분한 태도에 약간은 부담을 느낀 미스티도 라일라가 다가옴
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자, 이제 다들 일어났을 테니 식사나 하러 갈까요?"
미스티의 매끈한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라일라가 차분한 어조
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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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후딱후딱 올려야지이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