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24화 (24/244)

[골렘마스터]  # 행복이란?[1]

행복이란?

폭주를 시작했던 아투와 아트란도 시간이 지나자 차츰 안정

을 되찾았다. 그 때아닌 소동에 놀라 쫓아온 미스티와 라일라

는 눈을 감은 채 명상에 잠겨있는 그라디우스와 얼굴이 벌개

질 정도로 흥분한 부자(父子)를 보고는 영문을 몰라 멍해져 버

렸다.

곧 아투에게서 금빛 청년의 정체가 최강 드래곤 족의 로드,

그라디우스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미스티도 적지 아니 놀라워

했다. 하지만 아투처럼 폭주 상태로 치닫지는 않았다. 아마도

드래곤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더욱이 라일라는 그의 정체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전혀

당황하거나 놀라워하지 않았다. 아투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

었던 부모님들을 바라보며 왠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속은 것 같단 말이야.'

이제는 다시 모든 사람들이 응접실로 모인 가운데, 아투와 동

행하여 나타난 미스티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기억을 완전히

잃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신성 제

국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까지 아투는 숨김없이 부모

와 그라디우스에게 말해주었다.

"미스티 양. 왜 신성제국에서 아가씨를 쫓는 것인지 전혀 모

르고 있습니까?"

아트란은 기억을 잃었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믿지 못하겠다

는 듯이 물었다. 당연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미스티는 무

겁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흠…. 아투의 말대로 그들이 정말 붉은 화염 기사단이었다

면, 교황의 바로 아래에 있는 집단인데 말이야. 왜 교황의 기

사대가 기억을 잃은 미스티 양을 노리는 것일까?"

역시 메션 왕국의 병력 삼 분의 일을 담당하는 높은 지위에

존재답게 아트란은 붉은 화염 기사단처럼 비밀리에 활동하는

집단을 꽤나 많이 알고 있었다. 그들 내부에서 명령된 일까지

그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나, 그런 비밀리의 집단까지 나

선 걸로 봐서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는 생각이었다.

아트란이 심각하게 생각에 잠기며 고개를 숙이자, 아투도 별

다른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라일라도 미

스티의 딱한 사정에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따스한 표정으로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살포시 감쌌다.

'따뜻해…. 아투의 어머니는 참으로 좋으신 분이구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라일라의 어깨에 기댄 미스티는 마음

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뭔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막연하게 느끼고 있을 뿐, 그것이 정확

히 어떠한 감정인지는 깨닫지 못했다.

모두들 나름대로 미스티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며 방책을 떠

올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라디우스만 별 일도 아니라는 듯

이 무표정한 얼굴로 찻잔을 기울였다. 차를 가져온 지는 한참

이나 되었지만, 그가 자신의 권능으로 뭔가를 한 모양인지 아

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자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이군. 그러지 말고 빨리 말

좀 해보게나."

"흠…. 나도 신성제국쪽의 일은 잘 알 수 없으나, 이 소녀가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네. 분명 누군가에 의해

기억이 봉인 당해 있어. 그것도 아주 강력한 신의 권능으로 말

일세."

"시, 신의 권능?"

다들 그라디우스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놀라워했다. 드래

곤 로드의 존재인 그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기에, 분명 그

가 지금 꺼낸 말은 사실일 것이다. 신의 권능이라니…. 그나

마 그라디우스를 제외한 이들 중에서 가장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아트란이 생각을 정리한 뒤, 되물었다.

"신성제국, 그리고 신의 권능으로 봉인된 기억이라면 교황이

나, 하이 프리스트와 관련이 되어져 있겠군. 원래 기억 봉인

마법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만 밝혀져도 그

들은 파문일텐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아가씨

의 기억을 봉인한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허, 참."

"음…. 그라디우스씨. 미스티 양의 기억을 되찾아줄 방법은

없을까요?"

잠자코 사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라일라가 따스한 눈길로

자신의 품에 안겨 눈을 감은 아름다운 소녀를 내려다보며 말

했다. 그녀가 살며시 쓸어주는 미스티의 머릿결은 마치 형태

도 없는 마냥,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렸다.

친구의 사랑스런 아내가 상냥한 말투로 물어오자, 그라디우

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자신은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렇다할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친구의 행복만큼

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간과 동화되어 있던 것이다. 게다

가 그 질문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기에 조금도 머뭇거

림 없이 시원스럽게 답했다.

"자세한 내막에 대해선 알 수 없겠습니다. 다만 봉인된 기억

을 끌어낼 수는 있을 것 같군요. 물론 힘든 일이겠지만."

드래곤 로드의 입에서 '힘들다'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목소

리에 귀를 기울이던 아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속

으로 생각했다. 지상계 최강의 존재도 힘들다는 말을 하는구

나… 라고. 아투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드래곤은 전지전능

한 존재에 가까웠다.

'기억 봉인이 확실히 금기된 마법이니 만큼, 드래곤이란 존재

가 풀기에도 버거울 정도인 걸까?'

아투는 나름대로 그라디우스가 난감해하는 까닭을 내렸다.

하지만 곧 들려온 아트란의 말은 그가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하긴…. 미스티 양의 기억이 하이 프리스트 이상의 신력으

로 봉해져 있다면, 신과 대립하는 위치의 자네로서는 무리가

따를지도."

신들과의 대립. 바로 그것 때문에 최강 존재 그라디우스도 난

감함을 표시한 것이다.

이미 만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그는 오히려 드래곤이라기 보

다는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신계에 있는 존

재들은 항상 그를 감시하며 무언의 압력을 가해왔었다. 혹시

라도 신관과 그가 싸우게 된다면 신, 자신들의 힘을 전부라도

빌려줄 듯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상 최강의 존재인 그라디우스라도 신

들의 힘이 부여되거나 발휘된 것이라면 손을 대기가 힘들었

다. 아주 강한 반발력이 그의 몸을 휘감으며 엄청난 고통을 안

겨주기에 웬만해선 신과 관련된 모든 일들은 무시할 정도였

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 그

의 아들과 관련된 소녀가 신력에 의해 기억이 봉인 당한 상태

였다. 평소의 그라면 그저 못 본 척 스쳐 지나칠 상황이었지

만, 이번엔 오히려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지배당하기 시작했

다.

'어쩔 수 없겠군. 다만… 약간 고통은 감수해야겠지.'

잠시 생각을 마친 그가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변 사람들

이 모두 자신에게 부담스런 시선을 던지고 있을 때였다. 혹시

나 하는 기대감이 느껴지는 그런 눈빛이었기에,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곧장 답했다.

"힘들긴 하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기억을 봉인하는 것은

자신의 분신을 자아 속에 침투시켜 억지로 기억 교환을 방해

하는 것이니까, 내가 직접 나선다면 의외로 쉽게 될 수도 있

을 것 같고."

부담감을 느끼는 듯, 새하얗고 아름다운 그의 얼굴이 살짝 굳

어졌다. 하지만 차가운 느낌을 자아내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수려한 외모와 어울려 쿨한 매력을 풍겼다. 라일라마저도 잠

시 그의 외모에 넋을 잃었을 정도였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라디우스는 고개

를 돌려 이 일에 당사자인 미스티를 바라보았다. 라일라의 품

에 안겨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잠이 들어

버린 것 같았다.

그라디우스가 미스티를 바라보자, 그 뜻을 파악하고 라일라

가 화사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그동안의 고된 여정이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그냥

잠이 들어버렸으니, 오늘은 푹 쉬게 하고 내일 뭘 하든 해보

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하하하. 그러고 보니, 아투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군 그래."

아트란이 아들이 돌아온 후, 처음으로 따스하고 사랑스런 눈

길로 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아투 또한 피곤했던 모

양인지, 쇼파에 몸을 맡긴 채 고개를 살짝 떨군 모습이었다.

"허허허허. 하긴…. 여기까지 오면서 붉은 화염 기사단과 세

명의 엄청난 존재들을 상대했으니 힘들기도 하겠지. 그럼 우

선 편히 쉬게 하고 내일 이 아가씨를 살펴보도록 하지."

"흠.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여보, 미스티 양을 방으로

데려다주겠소? 나는 아투 녀석을 자기 방에 눕혀줘야 할 것 같

은데…."

상황이 일단락 지어지자, 아트란은 옆에서 계속 고개를 끄덕

이며 졸고 있는 아들을 두 팔로 감싸 들었다. 1년 동안 못 본

사이에 꽤나 많이 자란 듯 팔이 금세 뻐근해졌지만, 아트란은

침까지 흘리고 졸고 있는 아들을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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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다시 올리기 시작합니다. 즐독하세요^^;

아, 그리고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듯 한데,

골렘마스터 6월 출간 예정입니다.

계약은 두 달 전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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