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22화 (22/244)

[골렘마스터]  # 부모님과의 재회[4]

"저 도련님. 그런데 이 분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크런티가 문뜩 아투와 함께 온 일행들의

존재를 깨닫고는 관심을 돌렸다. 1년 만에 집에 돌아온 기쁨

을 만끽하던 아투도 그제야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스티와 무표정으로 서있는 금빛 청년을 생각하고는 차례차

례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스티라고 해요."

크런티는 도련님이 모셔온 소녀를 보며 속으로 딱 사랑하기

좋은 나이 때라고 생각했다. 물론 도련님이 절대적으로 부인

을 할 테지만, 데리고 온 소녀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나름대로

의 생각을 굳혔다.

하지만 그가 20세 초반 가량의 금빛 청년을 볼 때에는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퍼뜩 놀라 행동을 달리 했다.

"앗! 아트란 백작님의 친구 분이시군요. 죄송합니다. 저번에

뵈었을 때보다 더 젊어지신 것 같아서…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깊게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주인을 모시는

것과 같은 예를 갖추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이곳에 온 미스티

는 물론 크런티의 인품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아투까지도 크게

놀랄 정도였다.

"허허허. 젊어졌다…. 좋은 뜻으로 듣겠네. 자, 1년 만에 친구

녀석 아들도 돌아왔는데, 아트란에게 가봐야 하지 않겠나?"

"아, 제가 이렇게 정신이 없습니다. 자, 가시죠. 도련님도 어

서 오세요. 아트란 백작님께서 아주 기뻐하실 겁니다."

크런티는 그들을 저택으로 인도하며 귓속말로 하인들에게 일

일이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각 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는 의사를 표시한 그들은 황급히 저택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가이트리아에게 정원에서 대기하란 명을 내린 아투와 그의

일행은 조금은 덜렁대는 집사, 크런티를 따라 수려한 저택에

발을 들여놓았다.

*              *              *

"타크니스님…."

오로지 어둠만이 존재하는 마의 공간. 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찬 그 심연의 어둠 속으로 음침한 목소리가 울렸다.

타크니스는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싼 채 허리에 찬 악마형 검자

루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른 존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의 맞은편으론 어둠 속에 몸을 숨긴 검은 그림자가 하나 언

뜻 보였다. 아예 그 모습은 형태가 없는 것처럼 이질적으로 스

물거렸고, 때문에 더욱더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그 눈빛만은 형형이 살아있어 주변의 잡다한 기운들을 모조

리 쫓아버렸다.

"빛을 등진 자, 섀도우 나이트. 너답지 않게 상당히 당황한 모

습이군."

주변을 압도하는 위엄 있는 목소리가 타크니스의 입에서 흘

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검은 그림자의 형태가 잠시 흐늘거렸

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그럴 만한 사정이 생겼습니다. 공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

고 움직이던 그 하급 마족 세 명중 단 한 명만 무사 귀환하였

을 뿐, 나머지 두 명은 아예 그 존재가 소멸되어 버렸습니다.

재생 불가입니다."

형태가 없는 존재답게 그의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

로 작았다. 보통의 존재라면 절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미

음이었다. 하지만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그 음성을 타크니스

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이미 교황의 도움으로 가드 터널이 파괴되어, 아무리 하등

한 하급 마족이라 해도 지상계 존재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터

인데…. 그렇다면 그 일이 일어난 시점은 가드 터널 파괴 직전

인가?"

무표정한 얼굴로 질문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의 음성은 미세

한 떨림이 있었다. 약간은 놀라워하는 듯 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생존 마족의 말을 들어보

면, 상대는 무시무시한 언령 마법으로 자신들에게 압도적인

무력 행사를 했다고 합니다."

"언령 마법이라…."

타크니스는 지상계에서 하급 마족 정도의 실력을 가진 존재

를 언령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에 대해 찬찬히 생각을 하

기 시작했다.

사실 신들에 의해 지상계 진입 때의 능력을 제한 받던 마족들

로서는 지상계 존재들에게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했다. 덕분

에 마를 섬멸했다는 칭호를 얻는 사람들의 명성만 높여주는

결과를 낳았고 마족의 권위는 최소 지상계에서만큼은 바닥으

로 떨어졌었다. 때문에 하급 마족들은 웬만해선 지상계로 나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의 긍극체. 신들조차 경계하는 힘을

지닌 마족을 언령으로 소멸시킬 정도의 자가 있었다니. 타크

니스는 잠시 머리 속이 정리되며 떠오르는 존재를 각인시켰

다.

'아무리 하급이라고 해도 언령으로 자체 소멸시킬 정도의 능

력을 지닌 존재라 하면…. 드래곤!?'

타크니스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하급 마족을

소멸시킨 존재가 드래곤이라 한다면 모든 의문점이 풀리는 것

이다. 게다가 언령 마법까지 쓰는 존재라 하면 최소 삼천 살

의 나이는 넘겨야 하기 때문에 그 범위는 더욱 좁혀지게 된

다. 웜급 드래곤. 아니면 그 이상.

"그래, 그래서 공주는 어떻게 됐다고 하던가?"

타크니스가 잠시 침묵을 지키자, 그의 눈치를 살피던 섀도우

나이트가 물음에 황급히 답했다.

"사실 공주를 지키던 존재는 고작 2~3서클 정도의 골렘술사

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언령 마법을 사용하는 무서운

존재와 합류하여 메션 왕국으로 갔습니다. 도중 다른 하급 마

족을 시켜 습격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아예 접근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계를 치며 이동하는 지라…."

검은 그림자의 머리 부분이 땅으로 숙여졌다. 자기 선에서 해

결하지 못하고 상관에게 보고하는 그의 심정이 그리 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섀도우 나이트, 그도 물론 중급 이상의 마족이

었지만, 아직 지상계 출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직접 나서진 못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러한 마음은 더했다.

"지금 상황에서 공주가 기억을 되찾아 모든 사실이 폭로된다

면, 교황은 물론 우리 마족들도 다시는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공주는 없애버려야 한다. 음…. 당장은

공주 주변 인물들도 기억 봉인에 대해선 쉽게 파악할 수 없을

터이니 일단은 잠깐 접어두기로 하고, 퓨티아의 황제를 암살

하려는 계획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

스르릉.

그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허리에 찬 악마형의 기괴한

검을 뽑아들었다. 은회색의 빛을 내는 날카로운 검날로 그의

창백한 얼굴이 비춰졌다. 검에 비췬 그의 얼굴에 순간 살기

띈 미소가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보랏빛을 머금은 기괴한 도

형들이 얼굴과 겹쳐져 빛났다. 검 전체가 마법에 걸려 있는 최

상의 마법검이었던 것이다.

"으……. 황제 주변에는 항상 그를 수호하는 굉장한 실력자들

이 맴돌고 있기 때문에, 그쪽도 그리 쉬울 것 같지만은 않습니

다. 하지만 제가 이끄는 그림자 군단이 나선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듯 싶습니다. 어둠과 함께 한다면 저희들에게 패배

는 없습니다."

타크니스의 눈빛에서, 그리고 검에서 뿜어지는 기괴하면서

도 맹렬한 살기가 무릎을 꿇은 채 예를 차리고 있는 섀도우 나

이트의 얼굴까지 스멀스멀 와 닿고 있었다. 새삼 자신보다 월

등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섀도우는 목소리까지 떨렸

다.

"좋다. 그렇다면 황제 암살에 대한 것은 너에게 전적으로 맡

기도록 하지. 그동안 난 다시 교황과 만나봐야겠군. 공주에 대

한 일도 해결하고, 또 그가 원하는 고대 서적도 찾고 있는 중

이라 말을 해줘야 하고 말이다."

"그럼, 황제 암살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기괴한 장검을 손에 들고 언제라도 자신을 내려칠 듯한 기세

를 보이는 타크니스에게 그는 엄청난 위협감을 느끼며 황급

히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인사도 대충 하는 둥 마

는 둥 하며 물러나려는데, 다시 타크니스가 얼굴빛을 고치며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가드 터널이 인간에 손에 파괴된 이 시점에서, 우리 마

족도 이제는 어느 정도 지상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

실을 잊지 말아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본격적 활동을 시작해야 될

것 같군요. 그럼 이만…."

순간 어둠의 공간이 출렁이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면서 그림

자 같아 보였던 그의 형태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사라진 공

간을 바라보며 검을 제자리에 집어넣던 타크니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냉소하며 보랏빛의 흐물거리는 망토를 한번 멋지게 펼

쳐냈다. 그러자 그의 모습 또한 그 마의 공간에서 모습을 감추

며 작은 파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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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 개...;;; 이제 다 올리고 밥 먹을 시간이 멀지 않았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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