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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15화 (15/244)

[골렘마스터]  # 계속해서 등장하는 존재들[1]

계속해서 등장하는 존재들

새벽 해가 찬란히 밝아오는 드넓은 녹색의 대지.

작은 새싹들을 움츠리게 하는 때아닌 싸늘한 바람이 그 위를

스쳐지나갔다. 지평선 너머로는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태양이

온 대지로 빛의 손을 뻗어 아침이 밝아 옴을 알렸고, 서서히

검은 달의 그림자를 거두어냈다.

아직은 조금 이른 새벽 시간이었지만, 그 넓고 광활한 대지

를 지나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살색을 띈 피부를 지니고 있는 걸로 봐서는 지상

계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다는 인간족인 듯 싶었다.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하늘을 날아 이동하

고 있었다. 한 사람은 보랏빛의 기이한 형태를 지닌 검을 허리

에 차고 있는 검사였고, 그 옆에는 허리까지 늘어져 찰랑이는

백금발의 머리칼을 지니고 귀가 뾰족한 여성이었다. 마지막으

로 그들의 옆으로 검은색의 로브와 두건을 휘날리며 날고 있

는 깡마른 존재가 있었다. 상당히 외소한 체격 때문인지 마치

검은 천만 하늘을 두둥실 날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드레이크라는 그 불꽃 검기를 사용하는 녀석이 거의 불구가

되어 돌아온 것을 보면 공주를 지키는 골렘술사라는 녀석이

강했던 모양이지?"

"호호. 내가 듣기론 상대가 상당히 잘 생긴 미소년이라던데,

이거 재밌겠는걸?"

검사로 보이는 짧은 갈색 머리의 사내와 귀가 뾰족한 여성이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비행 마법을 사용해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전혀 정신을 집중하고 있지는 않았

다. 마치 지상을 걷고 있는 듯 태연했다. 그들의 대화를 잠시

듣고만 있던 마른 체형의 존재가 기분 나쁜 음성으로 대화를

가로막았다.

"마이트, 레이. 저 앞쪽에 목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남성 쪽이 마이트, 여성 쪽이 레이라는 이름을 가진

듯 보였다.

"흥! 스카드, 되게 딱딱하게 나오네. 어떻게 이런 미모와 몸매

를 가진 나에게 쌀쌀 맞게 대할 수가 있는 거야?"

레이라는 여성은 검은 로브로 몸을 감싼 동료, 스카드를 그윽

한 눈길로 바라보며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양팔로 끌어안았

다. 안 그래도 타이트하게 달라붙은 검은 색의 가죽 브레스트

탑 - 가슴만 간신히 가리는 상의를 이르는 총칭 - 이 그 동작

으로 인해 터질 듯 부풀어올랐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마이

트가 휘파람까지 불어대며 환호했다. 하지만 스카드는 그 도

발적인 포즈를 보면서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 차갑게

말했다.

"긴장해라. 상대가 지닌 힘이 예상보단 큰 것 같으니까."

"흥! 정말 재미없어, 당신이란 존재는!"

레이는 그렇게 쏘아붙이면서도 반사적으로 앞을 주시했다.

오랜 세월을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스카드가 이런 식

으로 긴장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긴장된 얼굴을 띄고 있다는 얘기는 자신들의 목표를 보

호하고 있다는 골렘술사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대신 보여주

는 것과 같았다.

"크하하. 난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흥미를 느끼지. 물론 우

리 종족보다 강한 존재들은 없겠지만 말이야."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마이트는 전혀 긴장된 모습이 아니었

다. 다만 더욱 비행 속도를 높이어 스카드가 가리킨 앞쪽으로

날아갔다. 레이도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야릇한 웃음과 함께 뒤

따랐고, 스카드도 잠시 한숨을 내쉬며 그 뒤를 따랐다.

거대한 석상처럼 굳어있는 신장 4베타 정도 되는 크기의 골

렘. 그리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두 존재들. 앞으로 날아가던

마이트의 시야에 그 모습이 들어왔다. 동시에 입가에는 의미

심장한 미소가 떠올랐고, 서서히 지면으로 내려갔다.

"저 소녀가 우리 목표라는 거야?"

어느새 마이트의 옆으로 다가온 레이가 풀밭에 누워 세상 모

르고 잠들어 있는 하늘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를 내려다보았

다. 그리고 소녀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소년도 볼 수 있었다.

'호오. 저 소년이 드레이크의 하반신을 뭉개버린 그 골렘술사

인가? 귀여운데?"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더욱이 소

년의 하체를 바라보고는 더욱 농염하게 웃었다.

"레이. 또 그 악취미가 시작된 건가?"

"흥! 뭔 참견이야! 저 소년은 내가 가질 거니까 죽이진 말아

줘!"

기분 나쁜 음성으로 자신을 질책하는 스카드에게 레이는 이

상하리 만치 화를 내며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하지만 다시 소

년을 향한 그윽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호호호. 이거 정말 보면 볼수록 물건이네. 지금까지 데리고

놀았던 녀석들과는 질부터가 틀린 것 같고, 무엇보다도 중요

한 건 아직 그것도 해보지 못한 총각이라는 거지. 호호호호."

귀엽고 잘 생긴 소년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마치 귀족의 여성

들이나 흘릴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무릎을 굽혀 손을 뻗었다.

검은색의 핫팬츠 밑으로 늘씬하고 쭉 빠진 다리가 눈부시게

빛났다.

꾸오오오오!

!

소년에게 손을 뻗던 레이는 물론 골렘 옆에 서있던 마이트와

깊은 잠에 빠진 듯한 소녀에게 다가가던 스카드도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특히 그 포효소리를 터뜨린 골렘을 살피려 했

던 마이트가 가장 놀란 듯 반사적으로 허리에 찬 검에 손까지

가져간 뒤였다. 그들의 두 눈동자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

른 움직임을 보이며 소년을 향해 달려오는 갈색 빛의 우드 골

렘이 비춰졌다.

"레이, 물러서!"

긴박한 경고음이 귀를 때리자, 레이는 멍하니 있는 시선을 거

두며 뒤로 날아올랐다. 아주 간발의 차이로 날아든 우드 골렘

의 거대한 주먹은 방금 전까지 그녀가 서있던 지면을 박살내

버렸고 많은 파편을 날렸다.

"으…. 좀 쉬려고 했더니 이번엔 또 무슨 소란이지?"

녹초가 되어 휴식을 취하려 잠들어 있던 아투가 그 엄청난 소

리를 듣고서야 정신이 들은 모양인지, 크게 기지개를 펴며 주

위를 둘러보았다.

'붉은 화염 기사단은 물러갔는데, 이 사람들은 뭐지….'

아투는 자신의 옆을 지키는 가이트리아를 버팀목으로 삼아

몸을 일으키며 특이한 행색의 세 존재를 살폈다. 한 명은 금발

의 뛰어난 미모를 지닌 여성 같았고, 다른 한 명은 허리에 검

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검사나 전사인 듯 싶었다. 게다가

그 뒤에서 자신을 향해 무시 못할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검은

로브의 깡마른 남자. 아투는 그를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뭔가를 생각해내고는 소리쳤다.

"아, 당신들을 본 기억이 있어요. 요정의 샘이라는 큰 여관에

서. 그런데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풋."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그를 보며 레이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녀의 태연한 모습과는 다르게 스카드와

마이트는 잔뜩 긴장하여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들의 얼굴은

딱딱히 굳어 있었다.

"너와는 싸울 맘이 없다. 다만 저 소녀만 우리에게 넘겨라."

어느새 검을 뽑아든 마이트가 아투를 향해 살기를 담아 외쳤

다. 짙은 보라색의 검신이 기괴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당신들도 붉은 화염 기사단과 한 패거리인가?"

"크하하. 뭐 그렇다고 해두도록 하지. 자, 어찌하겠냐. 소녀

만 넘기면 순순히 보내줄 용의도 있다. 물론 드레이크라는 녀

석한테 조금 잔소리를 듣겠지만 말이다."

마이트는 말을 마친 뒤, 소년의 반응을 살폈다. 비록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지만, 꽤나 자비롭게 행동하고 있다

는 착각에 빠진 그였다.

'어째서 아무런 기억도 없는 미스티를, 아무 힘도 지니지 못

한 이 가냘픈 소녀를 어찌하지 못해 다들 안달을 하는 걸까?'

물론 미스티를 상대방에게 넘겨줄 용의는 없었다. 아투는 싸

울 듯한 표정과 자세를 잡으며 조금이나마 회복된 마나장을

펼쳤다. 그러자 가이트리아의 눈빛이 더욱 밝아졌고 훨씬 더

전투적인 모습이 되었다.

"하하하하.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 만약 순순히 꼬리를 내

렸다면 재미가 없을 뻔했잖아."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나를 상대로 어른 셋이 달려든다

는 것은 조금 불명예스러울 것 같은데…."

조금씩 걸음을 옮겨 미스티에게로 다가가던 아투가 문뜩 좋

은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저 셋에게 합

동 공격을 당해 별 힘도 쓰지 못해보고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

문에 지금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써보려는 것

이었다. 하지만 자신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골렘술사가 딱 버티고 있는 저자들을 상대하려는 생각 자체

가 큰 오류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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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앞으로 10개 남았습니다. 댓글 수에 맞추어 올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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