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10]
은백의 빛을 내던 검날이 마나를 머금고 붉게 빛났다. 아니,
타오르고 있었다. 드레이크는 누구나 지니고 있는 마나를 운
용하여 검기를 형성할 수가 있었는데, 불꽃의 검기는 그가 자
랑하는 특수한 검술이었다.
"화염 기사단 대장의 자리를 얻기가 쉬운 줄 알고 있나! 어리
석은 골렘술사!"
그가 어깨도 들썩이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러 허
공을 갈랐다. 하지만 검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은 그의 행동에
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굉장한 것이었다. 차분한 대기를 녹
여버릴 듯 무섭게 타오르는 불꽃이 검에서부터 떨어져 나와
양손을 머리위로 치켜들고 내려칠 자세를 잡았단 가이트리아
의 가슴 부근에 작렬했다.
"가, 가이트리아!!!!!!!"
아투는 질끈 눈을 감았다. 불꽃. 화속성의 기운은 특히 우드
골렘에게 큰 효과를 내는 기운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골렘을
만들 때 마나와 합일시켜 마력 물질을 팽창시킨다고는 하지
만, 그 속성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투는 드레이크가 쏘
아낸 불꽃 검기에 의해 가이트리아가 시커먼 재가 되 버리는
것을 상상했다.
'가이트리아. 나의 미숙함으로 탄생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너를 희생시켰구나.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가이트리아에게 미안함을 느낀 아투는 잠시 애도
의 뜻을 표하는 듯 한쪽 손을 가슴위로 올리며 눈물까지 글썽
였다. 하지만 장렬히 싸우다 전사한 우드 골렘의 잔해라도 찾
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에는 환
한 미소가 만발했다.
"이럴 수가! 우드 골렘인 주제에 어째서 불꽃 검기를 맞고도
멀쩡하게 서있을 수가 있느냐!"
콰과광!
드레이크는 이제야 다급해져 몸을 날려 골렘의 주먹을 피했
다. 가슴 부위에 정확히 불꽃을 받아냈던 가이트리아는 이상
하게도 그을림 하나 없이 깨끗했고, 별 피해도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 빠른 움직임과 힘, 그리고 엄청난
기세를 보이며 당황하고 있는 드레이크는 매섭게 몰아 부쳤
다.
"가이트리아!"
어떻게 아직도 멀쩡할 수가 있을까하는 의혹감도 일었지만,
지금 당장은 골렘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아
투는 급히 자신의 모든 마력으로 마나장을 펼치며 세부적인
공격 사항을 명령했다. 물론 마나장을 이용한 마인드 스피커
로.
『이제부턴 불꽃 검기를 조심하고, 밀리지 않는 그 압도적인
움직임으로 녀석이 공격할 기회를 줘서는 안 돼. 그렇게 밀어
부친다면 녀석은 곧 체력이 다할 것이고 우리가 이길 가망도
생길 거야.』
그 명령에 가이트리아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
였다.
"그래봤자 나무는 나무일뿐이다! 다시 한번 받아봐라!"
슈슝!
드레이크가 몇 베타 뒤쪽으로 몸을 날림과 함께 허공에서 검
을 휘둘러 불꽃의 검기를 쏘아냈다. 아까보다 더 강하진 화염
이 이글거렸지만, 이미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던 아투는 가이
트리아를 옆으로 이동시켜 공격을 흘려버린 뒤, 공격을 명했
다.
꾸오오!
커다란 포효소리와 함께 순간 가이트리아의 몸 전체가 흐릿
한 영상으로 변했다. 마침 검기 다발을 쏘아내려던 드레이크
는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지금까지 세상을 헛 살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으나, 그동안 쌓은 훈련
에서 비롯된 반사적 동작으로 강한 존재감이 풍겨지는 오른쪽
을 향해 불꽃 검기를 최대한 크게, 그리고 많이 쏘아냈다.
슈슈슈슝!
시원스런 파공음과 함께 불꽃의 검기가 비 오듯 쏟아졌고 막
흐릿한 모습을 완벽히 드러낸 가이트리아의 몸에 정확히 작렬
했다. 제 아무리 강한 골렘이라도 이런 공격에서는 멀쩡히 살
아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콰과과광!
"하하하하하! 어떠냐, 이게 바로 붉은 화염 기사단 대장, 드레
이크님의 실력이다!"
"하하하. 웃음밖엔 나오질 않는군."
자신의 골렘이 무수히 많은 불꽃 검기에 당했는데도 이번엔
태연한 아투였다. 게다가 여유롭게 웃음까지 흘리며 드레이크
를 한심하다는 쳐다보았다.
"왜 웃는 것이지? 이제 죽을 때가 되니 자포자기라도 한 것인
가?"
이번 공격에 확신을 가진 드레이크는 거대한 화염이 치솟는
장소를 바라보다가 실성한 듯 웃고 있는 아투를 노려보았다.
아투의 이상한 행동에 물러서 있던 다른 기사들도 그에게 시
선을 집중했다.
"가이트리아! 가랏!"
그때였다. 계속 웃음을 흘리던 아투가 양손을 크게 저으며 손
가락으로 드레이크를 가리켰다. 기사들은 그가 누구에게 명령
을 하는 것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또 다른 골렘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위기감을 느낀 드레이크만이 어렴풋이 진실
을 눈치채어 몸을 날렸다.
"제기랄! 검기를 무수히 맞고서도 아직도 존재하다니!"
콰과과광!
비록 아투의 의도를 알아채기는 했지만, 엄청난 속도로 움직
이는 가이트리아는 하늘로 치솟고 있는 화염 줄기에서 빠져나
와 그대로 양 주먹을 모아 드레이크를 향해 내리쳤다. 그 무섭
고 재빠른 공격에 땅은 깊숙이 패여 들었고, 간신히 몸을 틀
어 정면 공격을 피해낸 드레이크의 양다리만이 붉은 핏덩어리
와 함께 짓이겨져 있었다. 더욱이 실로 엄청난 고통에 이미 그
는 실신한 상태였다.
사실 이번에 가이트리아가 멀쩡할 수 있었던 까닭은 순간 검
기와 부딪히기 직전, 아투가 펼친 아이스 실드 덕분이었다. 하
지만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기사들은 오로지 이런 생각뿐이
었다.
"저, 저건 골렘이 아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일 것이다!
아, 샤이트리아님. 어찌하여 저런 괴물이 지상계에서 돌아다
니는 것입니까?"
자신이 상관이 무참히 당해버리자 기사대는 모두 두려운 기
색으로 슬금슬금 뒤로 움직였다. 그나마 드레이크의 직속 부
하라 할 수 있는 기사 한 명이 달려와 그를 부축하지 않았더라
면 상관인 그조차 버리고 도망갈 모습이었다.
꾸오오오오!
가이트리아가 기사대를 향해 다시 한번 긴 여운을 남기는 포
효를 날리자, 그들은 제각기 신기한 비명 소리를 내며 허겁지
겁 말을 몰아 반대편으로 말을 몰았다.
"흐아."
그들의 모습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야 아투는 긴장
을 풀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비록 위험한 싸움이긴 했지만, 그
와 가이트리아 입장에서는 한번에 엄청난 경험을 쌓은 수확이
었다.
"하아. 하아. 이대로…. 조그만 쉬었다가 일어나야지."
아투는 미스티를 살필 겨를도 없이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역
시 처음 해보는 제대로 된 골렘술 전투였기에 마나 소모도 극
심했고, 몸도 많이 지쳐버린 까닭이었다.
얼마 안 있어, 이미 새벽이 밝아오고 있는 초원에는 다시 한
번 젊은 남녀의 고른 숨결로 가득해졌다. 그 무시무시한 불꽃
검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가이트리아도 계속 발산하던 노란 광
채를 거두며 서서히 돌처럼 굳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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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소녀는 다 올렸습니다.
내일은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직도... 한권의 삼 분의 일도 못 올렸군요...
남은 분량은 아직도 4권 하도고 한권의 삼분의 일 분량...
-_-언제 다 올리지...
뭐 독자분들의 댓글이 많을수록 제가 올리는 비축분의 양도
비례하여 증가합니다.^^*